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3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32화(43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60화
160. 테러리스트
여느 날처럼 조사부 팀장실에서 일하던 허윤지가 기지개를 켰다.
“휴, 이걸로 오늘 업무 끝!”
시간을 보니 오후 3시.
퇴근까지 2시간이 남았지만 그렇다고 놀 생각은 없다.
드르륵- 탁-
허윤지가 서랍에서 두툼한 파일철을 꺼냈다.
전에 최성민에게 보여줬던 혁명에 대한 정보 파일이었다.
‘공적으론 조사할 수 없으니 이렇게 개인 시간이라도 할애해야지.’
혁명은 무려 3년이나 조사했던 조직이다.
위에서 손때라고 해서 순순히 놓을 허윤지가 아니다.
‘그런데 장관님은 어떻게 된 거지? 한 달 동안 출근도 안 하시고 연락도 안 받으시다니…….’
모르긴 몰라도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랭킹에는 암필연이라는 조사부 장관의 이름이 그대로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최 팀장은 뭐 하고 있을까? 아, 팀장이라 부르면 안 되려나? 팀장직은 진즉에 때려치우고 나갔을 테니…….’
그녀가 말하는 팀장은 헌터 관리부 1팀장인 최성민이었다.
그와 연락하지 않은 지 한 달이 다 됐다.
원래 연락할 정도로 친하거나 비즈니스가 있는 관계는 아니지만, 허윤지는 궁금했다.
전투력 천만의 삶이.
‘25만에서 어떻게 한 달 만에 천만이나 찍은 거지?’
처음 랭킹으로 최성민의 전투력을 봤을 땐 눈을 몇 번이나 비볐는지 모른다.
‘마치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줄 알았다니까?’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조사부의 팀원들도 쉬는 시간이면 최성민 헌터의 이름을 거론했다.
우성재 다음으로 신흥 강자가 탄생했다며.
어떻게 그런 파격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는지 조사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 정도로 믿기지 않는 성장세였다.
‘최성민 헌터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까? 아니야,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기엔 별로 친한 것도…….’
사실 친하지 않다는 이유는 변명이었다.
최성민과 대화하기 껄끄러운 데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동생인 허솔지 때문이다.
‘동생이 최성민 헌터를 좋아하고 있을 줄이야…….’
말은 하지 않았지만 허윤지는 진즉에 눈치채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평생 도시락 한 번 싸본 적 없는 애가 얼굴에 홍조를 띤 채로 만들어준다면 누구라도 눈치챌 수밖에.
‘학교에서 일진들로부터 구해준 데다 나이도 2살밖에 차이 안 나니 좋아할 수 있겠지. 있는데…….’
언니인 허윤지로선 떨떠름한 게 사실이다.
최성민 헌터가 딱히 싫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다.
‘라이벌 의식이랄까? 아니, 그렇다기엔 너무 높이 올라간 사람이잖아. 그냥 부럽다는 게 맞을지도…….’
질투 날 정도로 잘난 사람이 자신의 동생과 사귀게 된다면?
‘모르겠어. 어떤 기분일지.’
적어도 좋지 않으리란 건 확실하다.
‘그렇게 가진 게 많은 사람에게 동생을 빼앗기고 싶진 않아.’
동생과 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주고 싶지도 않았다.
‘속 좁은 년이라고 욕해도 할 말 없어. 그냥 싫은 건 싫은걸.’
어쩌면 아직 동생을 놓아줄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15살 터울이라 갓난아이일 때부터 봐오며 똥 기저귀를 갈아주기도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엄마 같은 언니라고 봐도 무방했다.
‘옛날엔 엄마 도와서 응가도 치워주고 몸도 씻겨주고 그랬는데……. 각성하고 나서 별로 신경 써주지 못했지.’
그때부터였을 거다.
둘 사이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것은.
‘동생이랑 나이 차이가 크게 나서 그런가 친해지기 어렵네.’
마음 같아선 동생과 쇼핑도 하고 여행도 다니며 연애 상담도 해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집에서 대화도 거의 안 할 정도로 어색한 사이였으니까.
‘세대 차이라는 게 참…….’
이런 마당에 동생이 최성민 헌터와 이어진다면?
‘동생이랑 친해질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겠지.’
허윤지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혁명을 조사하지는 못할망정 무슨 잡생각을…… 아오!’
머릿속이 복잡해진 허윤지가 머리를 헝클이고 있는 그때.
문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협회장님이라도 행차했나?’
팀장실 밖으로 나오자 부서 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팀원들이 보인다.
“아, 팀장님.”
“무슨 일이에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밖에서 웬 소란이 들려서…….”
그때 복도에서 혼비백산하며 뛰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다들 도망쳐요! 도망쳐!”
“무, 무슨 일입니까?”
“테러리스트! 테러리스트가 습격했습니다!”
“엥? 테러리스트?”
단체로 다급하게 뛰어가는 걸 보면 거짓말은 아닌 모양.
“저, 저희도 가죠.”
“팀장님. 가시죠.”
상황의 심각함을 느낀 조사부 직원들도 하나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자세한 사정은 몰랐지만 허윤지도 일단은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테러리스트가 나타났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으니.
‘협회를 습격할 정도의 테러리스트라면 아주 작정하고 왔을 거야.’
자신이 아무리 B급 헌터라곤 하지만 전투 특성도 아니고 가지고 있는 장비도 썩 좋지 않다.
괜히 맞서 싸우다 비명횡사하는 것보다는 도망치는 게 현명한 선택이리라.
그때 직원 중 하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뒤, 뒤에 좀 보세요!”
고개를 돌리니 완전 무장한 괴한들이 직원들을 쫓아오고 있었다.
흉흉한 기세를 보아하니 테러리스트가 분명하다.
“와, 왔다!”
“보안 요원은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빨리 도망쳐!”
부리나케 뛰었지만, 테러범들의 달리기가 더 빨랐다.
고개를 돌려보니 목덜미를 맞거나 복부를 맞고 기절하는 직원들이 보인다.
심지어는 얼굴까지 가차 없이 가격한다.
‘저, 정말 테러리스트잖아?’
막무가내로 제압하는 걸 보면 결코 좋은 의도로 왔다고 보긴 힘들다.
이상한 점이라면 테러리스트들의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이 다르다는 점.
‘웨스트랜드인?’
처음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들었을 때, 허윤지는 당연하게도 혁명을 떠올렸다.
그가 아는 테러리스트는 혁명뿐이었으니까.
‘혁명에서 쳐들어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조사한 바로 혁명은 이스트랜드인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저런 코쟁이들이 아니라.
“사, 살려…….”
퍽-!
테러리스트 중 한 명이 붙잡힌 직원의 얼굴을 후려치더니 소리쳤다.
“순순히 잡히는 게 좋을 거다, 이 노란 원숭이들아!”
“으윽…….”
“뭐야? 이 새끼. 아직 기절 안 했어?”
퍼억-!
소리치던 괴한이 직원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다.
코뼈가 부러진 채 기절하는 그 모습에 지켜보던 모두가 공포에 떨었다.
몇몇은 두려움에 갈팡질팡했으며 몇몇은 양손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하, 항복하겠습니다. 그러니…….”
“항복은 X발.”
퍽- 퍽-!
웨스트랜드인들이 제 발로 걸어온 사람들마저 구타해 기절시켰다.
구타하던 괴한은 때리는 걸 즐기기라도 하듯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제 발로 항복하러 가는 멍청이는 없었다.
‘도, 도망쳐야 해. 무조건.’
허윤지가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쫓아! X발 것들!”
테러리스트들이 웃음기를 지우며 쫓아왔다.
무작정 앞사람을 따라 달리던 허윤지의 이마엔 식은땀이 맺혔다.
‘내 실력으론 못 이겨. 다들 A급 헌터 이상이야.’
숨이 헐떡일 정도로 뛰었지만 거리가 벌어질 생각을 안 한다.
오히려 점점 좁혀지더니 급기야 뒷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반사적으로 몸을 빼며 무기를 휘두르려던 그때.
탁-
가볍게 손목이 잡히며 누군가 잡아끌었다.
“이거 놓……!”
저항하려던 허윤지는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자 제동이 걸린 듯 움직임을 멈췄다.
그 어느 때보다 놀란 표정으로.
“서, 성민 씨?”
“여기 계셨군요. 허 팀장님.”
최성민이 손목을 놓아주자 허윤지가 무기를 내렸다.
“여긴 어떻게…….”
“잠시만요.”
최성민의 시선이 쫓아오는 무리에게 향했다.
“저쪽 좀 처리하고요.”
테러리스트들이 최성민을 보고서 걸음을 세웠다.
“X바, 뭐야? 넌?”
조금 전 구타를 일삼던 사내, 카일이 험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야, 야.”
옆에 있던 동료가 알아봤는지 팔꿈치로 치며 눈치를 준다.
“왜 그래?”
“저 사람 누군지 몰라?”
“누군데?”
“랭킹 2위 최성민 헌터잖아.”
“뭐?”
카일이 놀란 낯으로 최성민을 다시 쳐다봤다.
‘저런 왜소한 노란 원숭이가 랭킹 2위라고?’
최성민은 웨스트랜드 헌터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랭킹창을 켜자마자 뜨는 이름이었으니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얼굴은 몰랐다.
‘혁명에 최성민 헌터가 있다는 건 들었는데 저 사람이었다니.’
카일이 씩 미소 지었다.
“안 그래도 작전이 끝나면 만나보고 싶었는데 잘됐네. 반갑습니다. 최성민 헌터. 저는 카…….”
“당신 희망의 날개 소속이지?”
이름 따윈 알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을 끊어버리자 카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말해.”
“그렇습니다만?”
“당신네 부단장한테 전달받지 못했나? 협회 직원들은 되도록 상처 없이 제압하라고.”
“들었죠. 들었는데 어떻게 상처 없이 제압합니까? 일반인도 아니고 헌터인데.”
“실력 차이가 충분하면 가능한 일이다.”
“저는 그게 어렵더라고요. 반 패 죽여놔야 안심이 돼서. 흐흐.”
실실 웃으며 말하는 태도에 최성민이 한숨을 쉬었다.
딱 보니 견적이 나왔다.
‘말로 해선 들어 처먹질 않겠군.’
힘의 격차 좀 보여줄까 생각하던 최성민이 녀석의 카르마를 봤다.
카르마가 100이 넘었다.
‘희망의 날개에 이런 쓰레기가 있었다니.’
눈앞에 있는 희망의 날개 측 네 명 모두 100 이상이었다.
최성민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다시 생각해 보니 말로 해도 들어 처먹을 것 같다.
“뭐가 웃깁니까?”
자신을 향한 비웃음이라 생각했는지 카일이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성민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신경 쓸 거 없어. 그나저나 항복하는 사람은 왜 굳이 때려서 기절시킨 거지?”
“아, 그런 건 또 언제 봤대?”
“대답.”
“그거야 불안하니까 기절시킨 거죠. 항복하는 척했다가 갑자기 공격하면 어떡합니까? 아, 그건 그렇고.”
순순히 대답하던 카일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자꾸 반말하는 거요? 아무리 전투력이 높아도 초면에 반말은 좀 아니지 않…….”
“아가리 묵념.”
“뭐?”
당장이라도 눈알을 부라리며 따질 기세였던 카일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
전투력 천만의 기세에 눌렸다기엔 최성민은 아무것도 안 했다.
그저 동공이 보라색으로 변했을 뿐.
“넌 그저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스트랜드인이라는 이유로 항복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구타했다. 이는 명백한 지시 위반이라는 거 인정하지?”
“인정합니다.”
카일의 입에서 너무도 쉽게 인정한다는 말이 나오자, 같이 구타하던 동료들이 당황했다.
“야, 카일…….”
“그걸 인정하면 어떡…….”
“다른 놈들은 닥치고 들어라.”
최성민이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왔던 길로 돌아가 류종익 단장과 돈 홀 부단장이 있는 자리에서 지금까지 저지른 만행을 낱낱이 고해라. 그리고 어떤 죗값이든 달게 받겠다고 말해라. 알겠냐?”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사람은 카일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세 명의 코쟁이들 역시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
“예, 그럼…….”
카일을 포함한 네 명은 군말 없이 발길을 돌렸다.
그제야 최성민의 눈에서 보랏빛이 사라졌다.
“괜찮으세요?”
최성민의 물음에 허윤지는 얼떨떨할 뿐이었다.
“네…… 괜찮아요. 근데 이게 다 무슨 상황인지 얘기해 주실 수 있어요? 성민 씨는 알고 계시는 것 같아서…….”
최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마침 허 팀장님에게 할 말도 있었는데.”
“저한테요?”
“여기서 얘기하긴 그렇고 저쪽으로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