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3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39화(43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67화
167. 협상
방법이 있다는 말에 최성민이 발길을 돌리려다가 멈췄다.
[뭔지 들어나 보지.] [분명 민도준 씨는 초월자지만 빗장을 만지면 소멸하고 말아요. 하지만 디바인 포스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죠.]마음의 준비가 필요한지 데이나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말했다.
[제가…… 드릴게요.] [뭐를?] [……디바인 포스요.]디바인 포스를 전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최성민은 놀라지 않았다.
처음부터 통찰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1천만 이상이 필요한데 그걸 주겠다고?] [그 정도는 드릴 수 있어요.] [직접 만나지 않고도 전달할 수 있나?] [물론이에요. 지금처럼 시스템끼리 연결만 되면 디바인 포스를 드릴 수 있어요. 안전 모드에 있는 저희라면 들키지 않고 전송할 수 있죠.]다른 초월자에게 데이터 전송하듯 넘길 수 있다는 것 역시 진즉에 알고 있었다.
[이거 때문에 그동안 데르키우스가 얼마나 협박했는데요. 순순히 디바인 포스를 넘기라고요.] [그렇게 여태껏 애지중지하며 지켜온 디바인 포스를 나한테는 넘기겠다는 소리군.] [그럴 수밖에요……. 당신의 도움이 아니면 앞으로 탈출할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테니까요.]최성민이 이대로 발길을 돌린다면 데이나는 영원히 감옥에서 나올 수 없다.
말하자면 데이나에게 최성민이 유일한 희망인 셈이다.
[흐음…….]최성민이 고민하는 척 뜸을 들였다.
사실 결정은 이미 다 내린 상태.
대답이 늦어지자 데이나로선 안달 날 수밖에 없었다.
[디바인 포스 1천만을 건네줄 테니 문을 열어주세요. 그러면 소멸하지 않을 수 있어요. 네? 그렇게 하실 거죠?] […….] [어서 대답 좀 해주세요. 시간이 없어요. 지금도 데르키우스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고요. 언제 찾아올지 몰라요.] [좋아. 구해주도록 하지. 그런데 말이야…….]최성민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1천만은 너무 적은 것 같지 않아?] [예? 적다니요. 그게 얼마나 많은…….] [8할.]뜬금없는 말에 데이나가 말을 멈췄다.
[네가 가진 디바인 포스의 8할 정도는 받아야겠어.] [네? 미치셨어요?]데이나가 펄쩍 뛰었지만, 최성민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미친 것도 아니고 농담도 아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무려 목숨을 구해주는 은인인데 그 정도는 내줄 수 있지 않나?] [그, 그런…….] [싫으면 말고. 내가 데르키우스한테 붙어서 모든 걸 이실직고할 테니까. 그러면 넌 어떻게 될까? 적어도 지금처럼 영혼을 초월자로 만들어서 탈출하겠다는 작전은 이제 못 써먹지 않을까?] […….]데이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그렇다고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이제 와서 데르키우스의 편에 붙는다고 그가 자비를 베풀 것 같나요? 분명 쓸모없어졌다고 버림받을 거예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 어쩌면 협상이 잘 통해서 서로 상부상조하게 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아니면 녀석의 밑에서 또 개처럼 일하게 될지도.] [그게 좋다고요?] [좋다곤 안 했어. 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단 낫겠지.] […….] [누가 잃을 게 더 많을지 생각해 보고 잘 결정하라고.]최성민이라는 버스는 막차다.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다.
그 사실이 데이나가 움직일 수밖에 없게끔 했다.
[좋아요……. 디바인 포스를 좀 더 드릴게요. 3천만 정도면 어때요?] [네가 가진 디바인 포스의 8할이 아니면 안 해.] [하, 하지만 8할은 너무 많아요.] [그럼 7할로 하지.] [5할 정도가 어떨까요?] [7할.] [아, 알았어요. 6할로 하죠…….] [7할.] […….]현재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최성민.
그가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데이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후우…… 7할로 하죠.]최성민이 씩 웃었다.
원했던 만큼의 비율이었다.
[그러지. 원래 9할로 할까 생각했었는데 많이 양보한 거야.] […….]생색을 내는 꼴이 얄미웠지만 을의 처지인 데이나로선 그마저도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
[그럼 이제 말해봐. 네가 가진 디바인 포스의 총량이 몇인지.] [1, 1억이에요.]최성민이 피식 웃었다.
[목소리가 떨리는 걸 보니 거짓말이네.] [예?] [얄팍한 수작 부리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 [사, 사실은 2억…….] [내가 수작 부리지 말라고 했지.]최성민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거짓이라는 건 통찰력을 통해 간파할 수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겠어. 괜히 속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빗장의 함정도 간파했다는 걸 기억해.] […….]데이나가 고민하는 듯 침묵하더니 조심스레 말한다.
[5, 5억 정도 있어요.] [꽤 많이 가지고 있군.]이번엔 진실이었다.
최성민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7할인 3억 5천만을 받게 생겼으니까.
‘빗장 하나를 열고서 받는 것치곤 꽤 많은 양이군.’
미소를 지은 최성민이 준비됐다는 듯 말했다.
[디바인 포스 3억 5천만을 넘겨. 그럼 받는 즉시 감옥에서 풀어주지.]순식간에 디바인 포스 부자가 된 최성민이었다.
* * *
초월자에게 있어 디바인 포스는 연료나 다름없다.
엘시스라는 첨단 기술을 이용하기 위한 연료.
그런 디바인 포스가 없으면 초월자는 텅 빈 깡통이나 다름없었다.
엘시스의 기능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상 초월자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존재가 되어버리니까.
그렇기에 데르키우스는 디바인 포스에 과도하게 집착했다.
영혼이란 영혼은 죄다 망각의 샘에 소멸시켜서 디바인 포스로 바꿔먹었다.
인간의 영혼이든 괴수의 영혼이든 간에.
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혼도 있다.
인류의 멸망을 막고 다시금 디바인 포스를 벌 수 있게 한 일등공신, 민도준.
데르키우스로선 당연히 미워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민도준, 저 빌어먹을 자식도 망각의 샘에 처넣었어야 했는데…….’
데르키우스는 민도준을 소멸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괜히 견본 세계에 빙의시켜서 이 사달을 만들다니…….’
디바인 포스야 민도준이 구해낸 원본 세계를 통해서 충분하리만치 벌어들이고 있지만…….
‘너무 욕심을 부렸어. 인구 10억짜리인 견본 세계가 망하든 말든 신경 쓰지 말았어야 했는데…….’
견본 세계의 멸망을 막아서 디바인 포스 좀 더 벌어보겠다는 생각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아니, 발목이 잡힌 건 아니지. 고작해야 쥐새끼 한 마리가 설치고 있을 뿐이니.’
최성민이 8 영웅을 모두 죽이고 인류의 멸망을 막았다는 걸 천리안으로 확인했을 때.
데르키우스는 솔직한 마음으로 기뻤다.
만나면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명계에 올라온 최성민이 에이라를 제압하는 걸 보기 전까진 말이다.
‘어떻게 민도준 같은 일반 영혼이 안내자를 기절시킬 수 있었을까?’
답은 그의 입에서 나왔다.
‘초월자라고? 나와 같은?’
처음엔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실시간으로 민도준을 지켜보는 지금은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녀석이 옥사의 문을 열었다.’
빗장을 열었다는 건 초월자라는 명확한 증거.
그것도 디바인 포스가 1천만이 넘는 초월자다.
‘일반 영혼이 초월자가 된 데다 디바인 포스도 1천만이나 있다고?’
상식적으론 불가능한 이야기.
그렇다면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다는 소리다.
‘데이나의 짓이 분명해!’
확실하다.
엘시스의 개발자인 데이나라면 일반인을 초월자로 만드는 기술 정도는 가지고 있을 터.
‘저년이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민도준을 초월자로 만든 거라면……?’
모든 정황이 맞아떨어진다.
디바인 포스야 데이나가 전해줄 수 있었으니까.
‘하…… 쥐새끼들이 감히 유일신인 나에게……!’
화가 났지만 생각해 보니 심각하게 여길 필요가 없었다.
‘데이나의 디바인 포스는 고작해야 5억. 그에 비하면 나는 무려 30억이 넘는다.’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의 크기.
물론 디바인 포스가 많다고 강한 건 아니다.
대신 그만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에 제약이 없어지니 훨씬 유리하다.
데르키우스가 감옥에서 나온 데이나와 민도준을 시선에 담았다.
안전 모드 때문에 무슨 대화를 나누는진 모르겠다.
‘필시 도망갈 궁리를 하는 거겠지.’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이 어딘가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데르키우스는 여유로웠다.
‘쥐새끼들이 도망가봤자 거기서 거기지. 명계는 내 구역이라고.’
두 연놈을 붙잡아서 어떻게 소멸시켜야 할까 생각하던 와중.
[관리자 ‘데이나’가 통신을 요청합니다.]생각지도 못한 엘시스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데이나? 저년이 무슨 수작이지?’
천리안으로 데이나를 바라보던 그가 의심의 눈을 거두고 통신을 받았다.
[데이나 선배. 드디어 탈출하셨네요?] [데르키우스…….] [120년 만에 바깥 공기 마시니까 어때요? 아니, 그보다 뭐하러 연락한 거예요? 지금 보니까 도망 다니기도 바빠 보이는데? 뭐, 그래봤자 잡히는 건 시간문제지만. 킥킥.]데르키우스가 이죽거리며 데이나를 약 올렸지만, 반응은 의외로 침착했다.
[데르키우스. 나 지금 비상 라인으로 몰래 연락하는 거야.] [알아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뒤늦게 깨달았는지 데르키우스의 목소리가 진중해졌다.
[저 인간 몰래 나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나…… 당했어.] [뜬금없이 무슨 소리?] [갈취당했다고. 옆에 있는 인간한테 디바인 포스를 다 뜯겨버렸다고.]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것이 억울하고 원통한 모양.
[무슨 일인데요?] [하아…….]한숨을 쉰 데이나가 자신이 벌인 짓부터 이실직고했다.
[솔직히 말할게. 너도 어느 정도 예상했겠지만…… 내가 민도준을 초월자로 만들었어.] [역시. 민도준을 이용해 감옥을 탈출할 계획이었군요.] [맞아. 빗장을 열게 하고 민도준은 소멸시킨다는 깔끔한 작전이었지.] [그 녀석은 일회용으로 쓰고 버릴 생각이었군요.] [당연하지.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무슨?] [민도준 이 인간이 빗장의 룬문자를 해석한 거야.] [그건 우리 같은 개발자가 아닌 이상 해석할 수 없을 텐데요?] [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아.] [그래서 둘이 빗장을 사이에 두고 한참을 서 있었던 거군요?] [역시 다 지켜보고 있었구나? 맞아. 민도준이 빗장은 손도 대지 않고 나한테 협상을 걸더라고. 문을 열어주는 대신 디바인 포스를 내놓으라고.] [그래서, 민도준에게 1천만을 전송한 겁니까?] [아니. 내가 빼앗긴 건 3억 5천만이야.] [뭐요?]생각보다 많은 수치에 데르키우스가 놀랐다.
[그렇게 많이 건네줬다고요?] [어쩔 수 없었어. 어떻게 해서든 탈출이 우선이었으니까.]한숨을 푹푹 내쉬는 데이나의 목소리에 데르키우스가 의구심을 품었다.
[근데 저한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너한테 한 가지 제안하고 싶어서.] [제안?]잠깐의 침묵 끝에 데이나가 입을 열었다.
[같이 협력해서 민도준을 소멸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