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3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40화(44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68화
168. 배신
협력하자는 그 말을 데르키우스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갑자기 무슨 개수작이에요?] [수작 아니야. 이대로는 가망이 없어서 하는 소리야. 디바인 포스가 1억 5천만밖에 안 남았다고.] [그러게 누가 7할이나 건네주래요?] [어쩔 수 없었다니까? 협력하는 척하려면!] [협력하는 척?] [넌 지금 내가 좋아서 이 인간이랑 같이 다닌다고 생각해?]데르키우스가 천리안으로 도망치는 두 영혼을 눈에 담았다.
[절 피해서 도망치려는 거 아니었어요?] [내가 바보야? 명계에서 도망쳐봐야 너한테 잡힐 거 뻔히 아는데.]‘하긴. 기껏 도망쳐봐야 내 손바닥 안이지.’
데르키우스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럼 지금 뭐 하는 건데요?] [민도준이랑 네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어. 같이 협력해서 널 칠 생각으로.] [절 치러 오고 있다고요? 도망가는 게 아니라?]어이없어진 데르키우스가 콧방귀를 꼈다.
[도망가도 모자랄 판에 뭐 하는 짓이죠?] [가족들이 잡혀 있어서 어떻게든 결판을 볼 생각인 거 같아.] [하…… 같잖은 인간 놈이.]감히 유일신인 자신을 치겠다는 발상 자체가 기분이 나빴다.
[그럼 선배님은 그 인간 놈을 돕는 척하고 있는 거고요?] [그래.] [진짜로 돕고 있는 게 아니고요?] [솔직히 말해서 너한테 악감정이 없는 건 아니야. 내 연구를 가로채고 명계까지 독식해 버렸으니까. 잠깐이지만 정말로 민도준과 협공할까 생각하기도 했고.] [그랬다면 둘 다 무사하지 못했을걸요?] [그래. 옛날이라면 몰라도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버린 널 내가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니.] [그래서 저한테 붙기로 마음을 바꾼 거예요?] [그런 셈이지. 디바인 포스도 한참 떨어지는 내가 명계의 주인에게 발버둥 친다고 별수 있겠어? 게다가 그 인간 놈.]데이나가 이를 갈 듯이 말했다.
[그 괘씸한 인간 놈에게 디바인 포스를 7할이나 뺏긴 것을 생각하면 열불이 안 날 수가 없지. 볼품없는 인간 놈을 애써 초월자로 만들어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갑질을 해대는데 너 같으면 참을 수 있겠어? 그동안 봐왔으니 내 성격 알 거 아냐?] [킥킥, 알죠. 선배 성격 지랄 맞은 거.] [힘을 합치자는 게 그래서 그런 거야. 내가 도와줄게.] [어떻게 하시게요?] [미리 환영 감옥을 설치해 놔. 그럼 그쪽으로 민도준을 유인해 갈게.]환영 감옥이란 말에 데르키우스가 킥킥 웃었다.
엘시스의 기능 중 하나로 영혼을 고문하기에 적합한 능력이었다.
[알겠다. 환영 감옥에 민도준을 가둬서 고문하자는 거죠? 디바인 포스를 되찾아야 하니까?] [척하면 척이네. 놈이 강탈한 디바인 포스만 해도 3억 5천만이야. 소멸시킬 땐 소멸시키더라도 디바인 포스는 되찾아야 하지 않겠어?] [하긴 버리기엔 아까운 양이네요.]이미 디바인 포스를 30억이나 보유한 데르키우스도 탐이 나는 양이었다.
[이해했어요. 놈을 배신하려는 이유도, 저한테 협력하려는 이유도. 그 대신 원하는 게 있겠죠?] [내가 원하는 건 빼앗긴 디바인 포스와 자유야. 그것만 돌려준다면 네가 명계에서 뭘 하든 터치하지 않는다고 약속할게.] [거절하면요?] [그럼 지금 즉시 발길을 돌려서 어떻게든 붙잡히지 않도록 도망쳐봐야지.] [음…….]데이나의 제안은 데르키우스를 고민하게 했다.
‘둘을 잡는 거야 어렵진 않지만…….’
필사적으로 도망친다면 귀찮아지긴 한다.
‘귀찮으니 그냥 제안을 받아들여?’
귀찮은 걸 떠나서 더 이상 자기 일에 터치하지 않겠다는 데이나의 약속이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데이나를 가둬둔 건 내 일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으니…….’
데르키우스로선 손해가 없는 제안.
[좋아요, 데이나 선배. 그 제안 받아들이죠.] [정말이지?] [그럼요. 저 빌어먹을 인간 녀석만 제대로 유인해 오세요. 그럼 환영 감옥으로 녀석을 고문해서 잃어버린 3억 5천만을 되찾게 해드릴 테니까요.] [알았어! 설치 위치만 알려줘.] [위치는 방금 보내드렸어요.] [아, 여기구나? 알았어. 이쪽으로 민도준을 데려갈 테니 약속 지켜야 한다?] [걱정 마세요. 계약서 써드려요?] [아니, 그럴 것까진 없고. 약속만 제대로 지켜줘.] [그건 걱정 마시라니까요.] [알았어. 그럼 믿는다?] [네. 흐흐.]잠시 후 데이나와의 통신이 종료되자마자 데르키우스가 조소를 머금었다.
‘큭큭, 멍청한 년. 그렇게 당하고도 나한테 또 당하려고 하네?’
말은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데르키우스는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뭐? 고작 인간 따위한테 디바인 포스의 7할을 넘겨? 3억 5천만? 아주 호구 인증이 따로 없네.’
실컷 비웃어주던 데르키우스가 쯧쯧 혀를 찼다.
‘데이나 저년은 전부터 그랬지. 약속이라고만 하면 전부 믿어버린다니까? 구두로 한 약속 따위는 얼마든지 깰 수 있거늘.’
그렇기에 선배였던 데이나를 감옥에 가두고 각성자 시스템을 가로채며 명계를 독식할 수 있었던 거다.
‘민도준을 고문해서 얻어낸 디바인 포스는 전부 내가 가져야지. 돌려주긴 뭘 돌려줘?’
3억 5천만을 챙긴 뒤 데이나마저 고문해 버리면 1억 5천만을 추가로 챙길 수 있다.
‘그 뒤에 벗겨 먹을 게 없는 데이나는? 바로 소멸시켜 버려야지. 큭큭.’
그리되면 진정한 초월자는 자신만 남게 된다.
영원히 명계에서 디바인 포스를 받아먹으며 독재자처럼 군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유는 무슨 자유. 데이나 그년한텐 쥐꼬리만큼도 줄 수야 없지.’
데르키우스는 데이나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함께 엘시스를 개발하던 시절, 창조주인 엘의 사랑을 독차지한 건 데이나 뿐이었으니까.
‘그때 말단으로 굴려진 걸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안 풀린단 말이지.’
몇백 년도 더 된 일에 악감정을 가지기엔 소인배 같은 마인드였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나만 잘살면 돼. 나만.’
선배든 뭐든 데이나 따위는 알 바 아니었다.
데르키우스에게 중요한 건 그저 자기 자신과 디바인 포스뿐이었으니까.
‘그러게 계약서를 써준다 했을 때 썼어야지, 쯧쯧. 뭐, 나야 좋지만. 킥킥.’
호구라서 이용하기 좋다고 생각하며 데르키우스가 엘시스의 기능창을 켰다.
[기능 – 환영 감옥]-설명 : 일정 구역에 환영 감옥 트랩을 만든다. 트랩에 발을 디딘 영혼은 즉시 설치자가 설계한 환영을 보게 된다. 설치자가 해제하기 전까진 환영 감옥에서 나올 수 없다.
-설치 시 디바인 포스 10,000,000 소모
-초월자까지 적용할 경우, 설치 시 10배 소모
엘시스의 기능 중 하나인 환영 감옥은 영혼을 고문하고 싶을 때 유용하게 쓰인다.
‘온갖 환영을 보여줌으로써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들어버리지.’
환영 감옥에 걸리는 순간 끝장이라고 봐야 한다.
그건 초월자든 누구든 마찬가지다.
초월자라 해도 정신력은 일반 영혼과 다를 바 없었으니.
데르키우스가 수많은 기능 중 환영 감옥을 택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디바인 포스를 뽑아내기엔 이것만큼 확실한 게 없었으니까.
‘그만큼 디바인 포스가 많이 들긴 하지만.’
일반 영혼만 통하는 환영 감옥은 1천만이 들지만, 초월자까지 먹히는 감옥은 무려 1억이나 든다.
‘그래도 가성비를 생각하면 이만한 게 없지.’
환영 감옥에 걸리기만 한다면 민도준을 정신적으로 무한정 괴롭힐 수 있다.
급기야 폐인이 될 정도로.
‘환영 감옥은 그야말로 고문이야. 녀석이 아무리 독종이라고 해도 무한한 고문을 견딜 순 없어.’
결국 민도준은 자진해서 토해내게 될 것이다.
데이나에게서 받아 간 디바인 포스 3억 5천만을.
‘그건 데이나도 마찬가지지.’
데이나 역시 고문해서 남아 있는 디바인 포스 1억 5천만을 뜯어낼 거다.
그 뒤에 빈털터리 초월자들을 소멸시키고 나면 상황을 잠재울 수 있다.
그리되면 남는 건 유일신으로서의 쾌적한 삶뿐.
‘감옥 설치비에 1억이 들긴 하지만 성공하면 그 이상이 들어오니.’
아까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 왔군.’
빠르게 이동한 데르키우스가 잿빛 구름으로 가득한 장소에 도착했다.
데이나에게 통신으로 보냈던 환영 감옥 설치 장소였다.
데르키우스가 천리안으로 데이나의 모습을 지켜봤다.
민도준과 함께 달리고 있는 데이나가 보인다.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군.’
미리 설치해 놔야 했기에 일부러 가까운 장소로 택했다.
‘방향을 보니 이쪽으로 유인하고 있어.’
계획대로만 된다면 민도준과 데이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킥킥거리며 회심의 미소를 짓던 데르키우스가 기능창을 열었다.
1억이라는 양의 디바인 포스를 쓸 각오로, 환영 감옥의 능력을 사용했다.
‘환영 감옥 사용.’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음? 뭐지? 왜 사용이 안 되는 거야?’
시동어를 외웠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다.
‘디바인 포스가 부족하진 않을 텐데?’
무려 30억이나 있었기에 문제는 없다.
무엇보다 부족했으면 부족하다고 메시지가 떴을 거다.
‘그런데 반응이 없다고?’
다시 한번 시동어를 외웠지만 마찬가지였다.
데르키우스가 의아함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응? 고개가 있다고?’
이상함을 인지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다.
데르키우스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팔, 다리가 가장 먼저 보였고 그다음 입고 있는 옷이 보였다.
‘이, 이게 뭐야?’
더듬더듬 위쪽으로 손을 갖다 대자 얼굴이 만져진다.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촉감.
영체이자 초월자인 데르키우스에겐 있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내, 내가 인간이 됐다고?’
당황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태생부터 영체였던 그로서는 피조물이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데르키우스가 당황하는 그때.
“어때? 인간이 된 소감은.”
눈앞에 한 인간이 나타났다.
익히 알고 있는 인간이었다.
“미, 민도준…….”
환영 감옥을 설치하기도 전에 녀석이 나타나자 데르키우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젠장, 엘시스는 왜 이럴 때 고장이 나가지고……!’
“고장이 아니야.”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민도준이 대답하자 데르키우스가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무슨 소리냐?”
“넌 당한 거야. 내가 설치한 환영 감옥에.”
“뭐?”
데르키우스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환영 감옥에 당했다고?’
그러고 보니 민도준은 검은색의 갑옷 차림에 한 손에는 엑스칼리버를 들고 있었다.
‘헌터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고? 이 명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
갑작스레 엘시스가 작동하지 않은 점이나 인간의 신체를 가지게 된 점 등.
이해되지 않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
‘정말로 내가 당했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보다 먼저 환영 감옥을 설치했다는 뜻이 된다.
데르키우스가 말도 안 된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개소리 말거라. 분명 너희가 천리안으로 이동하는 걸 봤거늘. 나보다 먼저 설치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왜 없어? 엘시스의 기능 중에 아주 좋은 게 있던데. 분신술이라고.”
“뭐? 분신술?”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었다.
놀란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되물은 것이었다.
“그 기능을 썼다고?”
“응. 네가 보던 건 진짜 내가 아니야. 데이나와 함께 달리기 시작할 때부터 분신술로 몸을 빼냈지.”
“…….”
정말로 분신술을 썼다면 데르키우스가 모를 만도 했다.
애당초 본체와 분신을 순식간에 바꿔버려서 다른 이의 시선을 피하는 기능이었으니까.
“분신술로 만든 분신은 표정 변화가 없어서 들키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데이나와 통신하느라 눈치채지 못하더군.”
“너…… 데이나와 연락한 걸 어떻게…….”
순간 데르키우스의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데이나가 배신을……?”
“배신이라니. 데이나는 처음부터 우리 편이었는데.”
“뭐?”
연이은 진실에 데르키우스가 심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처음부터…… 라고?”
“애당초 네가 말한 장소에 어떻게 먼저 올 수 있었겠어? 데이나가 장소를 공유하고 시간을 끌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데르키우스의 입이 벌어졌다.
‘내가 그 호구 같은 데이나에게 속았다니…….’
데이나의 연기력에 속아 넘어갔다는 사실이 알 수 없는 자괴감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문제는 환영 감옥에 갇힌 현실이었지만.
“이제 궁금증은 풀렸어?”
“…….”
“그나저나 아직 인간이 된 소감을 못 들었는데…….”
“…….”
“말할 생각이 없구나? 아니,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건가?”
민도준이 다가오는 듯싶더니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데르키우스의 눈이 커졌다.
‘응? 어디 갔…….’
“실감이 안 나면 몸으로 깨닫게 해줘야지.”
서걱-!
뭔가 잘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내려보니 자신의 팔 한 짝이 떨어져 있었다.
순간 데르키우스의 동공이 커졌다.
“끄, 끄아아아악!”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민도준이 눈앞에서 악마처럼 미소 짓고 있었다.
“어서 와. 환영 감옥은 처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