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3화(4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43화
43. 적과의 파티
‘이세윤?’
아는 얼굴이었다.
자신이 죽을 때 있던 헌터 중 한 명이었으니까.
‘녀석이 확실하다.’
죽는 순간까지 얼굴을 기억했던 터라 모를 수가 없었다.
비록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손을 대진 않았지만.
‘내 죽음을 방관한 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하다.’
그 자리에 있던 것만으로도 가담한 것이나 마찬가지.
녀석 또한 복수해야 할 대상이었다.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솟았지만 꾹 참았다.
‘이런 데서 녀석을 만날 줄이야.’
이세윤은 2,000레벨에 근접한 A급 헌터다.
아직은 만나기 이르다고 생각한 게 당연.
‘B급 던전에 A급 헌터가 무슨 일로?’
의문을 가지는 사이, 이세윤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누구…… 헉!”
뒤늦게 얼굴을 본 박동윤이 깜짝 놀랐다.
“이, 이세윤 헌터님 아니세요?”
이세윤은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A급 헌터.
국내에서 탑 5에 든다는 청룡 길드의 에이스이기도 했다.
“하하, 맞습니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세윤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꽃미남 헌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잘생긴 얼굴.
때문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유명한 분이신가 봐요?”
박동윤과 달리 민도준은 모르는 척 연기를 했다.
회귀가 아니었으면 모르는 얼굴이긴 했으니까.
“허, 헌터님. 이세윤 헌터 모르세요? 요새 한창 잘 나가는 A급 헌터잖아요! TV에도 자주 나오고.”
이세윤을 모른다는 사실에 당사자보다 박동윤이 펄쩍 뛰었다.
“제가 사냥 외에는 관심이 없는지라.”
정말 모르겠다는 투로 말하자 이세윤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제가 좀 더 분발해야겠네요. 어쨌든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이세윤입니다.”
“민도준입니다.”
두 사람이 악수를 끝내자마자 박동윤이 물었다.
“근데 이세윤 헌터님이 여긴 무슨 일이세요? 설마 사냥하시러 온 건 아니실 테고…….”
이세윤이라면 시조새 던전은 한참 전에 졸업했기에 묻는 질문이었다.
“아, 제가 B급 시절에 여기서 고대의 석판이라는 수집품을 얻은 적이 있는데요. 아무리 연구해 봐도 사용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던전 안에는 무슨 방법이 있진 않을까 들어가 보려고요.”
“아아, 조사차 오신 거구나.”
이세윤의 목적을 이해한 박동윤과 민도준이 고개를 주억였다.
“걱정 마세요. 사냥감을 가로채진 않을 테니. 들어갈 때만 같이 가고 안에서는 따로 행동할 겁니다.”
걱정 말라는 이세윤의 말에도 민도준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같이 들어가는 것부터가 나한텐 민폐다.’
혼자 들어가야 경험치 증폭을 누릴 수 있는 민도준에게 이세윤은 불청객이나 다름없었다.
“아, 저기 나오네요.”
이윽고 제한시간이 끝나자 입구에서 헌터들이 나왔다.
공략에 실패하고 페널티를 받았는지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저희도 이제 준비할까요?”
이세윤이 먼저 장비를 착용했다.
A급 헌터들만 입을 수 있는 고급스러운 장비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어? 저 사람 이세윤 아니야?”
“정말이네?”
“와, 페널티 받고 기분 안 좋았었는데 이런 행운이!”
“사진 찍어달라고 해야지.”
“나도 나도!”
이세윤의 주위로 조금 전에 나온 헌터들이 몰려들었다.
남자들에게도 둘러싸일 만큼 이세윤은 선망의 대상이자 인기 스타였다.
‘이세윤에 비하면 나 정도는 유명한 것도 아니었군.’
민도준도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걸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TV에 자주 나오는 이세윤을 따라갈 순 없었다.
‘덜 유명하면 좋지. 저렇게 사진 찍어줄 필요도 없고.’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이세윤을 뒤로하고 민도준이 장비를 착용했다.
츠으으읏-
혹시 몰라 갑옷만큼은 다른 걸로 바꿔 입었다.
‘고대의 갑옷을 보여주면 나중에 귀찮아질 수도 있으니.’
이세윤의 목적은 고대의 석판의 사용법을 알아내는 것.
당연한 소리지만 민도준은 사용법을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남 좋은 일을 할 이유는 없지. 그것도 이세윤 같은 놈이라면.’
때문에 알면서도 철저하게 모른 척할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A급이나 되는 녀석에게도 아우가 보이지 않나 보네?’
아까 전부터 유령 늑대를 소환해 두고 있었지만 이세윤은 모르는 눈치였다.
‘은신과는 달리 절대적인 투명화인가 보군.’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그때 사진을 다 찍은 이세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도준 씨,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팬서비스는 확실하게 해 드려야 해서요.”
“괜찮습니다.”
“준비 다 됐으면 들어갈까요? 아, 그런데 다른 파티원들은…….”
“없어도 됩니다.”
“네? 그치만 저는 사냥을 도와줄 생각이 없는데…….”
“쩔 받을 생각도 없습니다. 저 혼자 사냥할 겁니다.”
“아. 혹시 레벨이…….”
“670입니다.”
“네?”
혼자 사냥한다기에 당연히 1,200레벨은 넘을 거라 생각했던 이세윤이 깜짝 놀랐다.
“괘, 괜찮으시겠어요? 혼자 사냥하셔도?”
“걱정 마세요. 여태 그렇게 해왔으니까요. 가시죠.”
여전히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은 이세윤이 민도준을 따라 던전에 들어섰다.
* * *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민도준은 고민했다.
‘지금 죽여?’
아닌 게 아니라 이세윤 때문이다.
놈은 어디까지나 복수의 대상이었으니까.
‘놈을 죽여도 내가 의심받을 일은 없다.’
민도준은 아직 C급 헌터.
A급인 이세윤에 비하면 현격한 격차가 있다.
당연히 민도준이 죽였다고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차라리 보스에게 죽었다고 하는 게 훨씬 더 신빙성 있게 들리겠지.’
이세윤의 등을 보는 민도준의 눈이 차가워졌다.
‘문제는 지금의 내가 놈을 죽일 수 있냐는 건데…….’
압도적으로 강해진 자신이라면 기습으로 A급 헌터를 죽일 수 있지 않을까?
그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이 떠올랐다.
‘너무 위험해.’
행여나 기습이 막히면 그것으로 자신의 인생은 끝난다.
신경민에게 제대로 된 복수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게다가.
‘아까부터 보이지 않아.’
[이세윤]-설명 : ??? ??? ???
-전투방식 : ??? ??? ???
-약점 : ??? ??? ???
이세윤의 약점이 보이지 않았다.
설명도 전투방식도 마찬가지.
드러난 정보는 오직 이름뿐.
‘어떻게 된 거지?’
단순히 레벨이 높아서 보이지 않는 건 아닐 것이다.
조규찬과 다른 녀석들의 약점은 보였으니.
‘설마 나보다 강한 상대는 보이지 않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이세윤을 기습하는 건 더더욱 위험한 일.
‘어쩔 수 없군. 다음으로 미루는 수밖에.’
구태여 불확실한 싸움에 인생을 걸 필요는 없다.
그렇게 판단을 내렸을 때 이세윤이 돌아봤다.
“도준 씨, 정말 제가 안 도와드려도 되겠어요?”
“예. 전 신경 쓰지 마시고 볼일 보셔도 됩니다.”
“어떻게 그래요. 그래도 같이 파티원으로 들어온 건데.”
“정말 괜찮습니다.”
제발 꺼져달라며 속으로 외치고 있는데도 이세윤은 민도준을 걱정스레 쳐다봤다.
“그럼 제가 저 앞까지만 같이 가 드릴게요. 어차피 저도 거기까진 가야 해서.”
“그러세요, 그럼.”
자신을 챙겨주는 모습에 호의를 느낄 법도 했건만, 민도준은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했다.
죽기 전 냉담한 눈으로 쳐다보던 이세윤의 얼굴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세윤의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다 가식처럼 느껴졌다.
지금처럼 살갑게 말을 거는 것조차.
“도준 씨는 저 안 왔으면 혼자 들어가려고 했어요?”
“예.”
“무섭지도 않으세요?”
“괜찮습니다.”
그 말에 이세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표정만 보면 무슨 A급 헌터가 동네 던전에 마실 나온 것 같네.’
그만큼 민도준의 표정에서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원래 무서움이 없는 성격인가?’
전투를 본 적이 없다 보니 이세윤은 민도준을 레벨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670레벨, 딱 그 수준으로.
때문에 혼자서 던전에 들어가는 이유를 낯을 가려서라고 생각했다.
가끔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 혼자 들어가서 제한시간을 다 쓰고 나오는 경우가 없진 않았으니까.
더구나 말을 걸어도 무뚝뚝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낯가림이 있는 게 확실했다.
‘내가 괜히 파티에 껴서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한 건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 이세윤은 민도준이라는 헌터를 어느 정도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헤어지지 않고 같이 걷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나도 따로 할 일이 있어서 많이는 못 도와주지만.’
그때 전진하던 두 사람 앞에 시조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끼아아악!
민도준은 검을 내려놓고 시조새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모습이 불안해 보였는지.
“위험해요!”
촤아악!
레이피어를 든 이세윤이 바람 같은 움직임으로 시조새를 처치해 버렸다.
“괜찮으세요?”
“…….”
변화가 없던 민도준의 얼굴에 주름이 졌다.
지금 뭐하는 거냐고 따지려던 찰나.
‘잠깐, 녀석의 전투방식을 볼 수 있는 기회잖아?’
생각을 바꿨다.
“덕분에 괜찮습니다.”
놈의 오지랖에 잠시만 호응해 주기로.
“위험할 뻔했잖아요.”
이세윤은 하마터면 민도준이 죽는 줄 알고 식겁했다.
“안 되겠어요. 제 뒤로 오세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형식상 거절해 봤지만.
“말 들으세요. 제가 저 앞까지만 도와드릴게요.”
들은 체도 하지 않으려 했다.
“알겠습니다.”
민도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지시에 따랐다.
끼아악! 끼악!
세 마리의 시조새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 날아왔다.
이세윤의 레이피어가 번쩍하더니.
슈슈슉!
촤악! 촤악!
두 마리의 시조새가 저항도 못 하고 죽어버렸다.
‘공격력은 보통. 찌르기를 주로 사용하는 전사 타입이군.’
전투방식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이세윤이 한 마리의 시조새를 데려왔다.
“이놈은 도준 씨 몫이에요. 목을 붙잡고 있으니 공격 못 할 겁니다. 걱정 말고 죽이세요.”
“이럴 필욘 없는데.”
“주면 받는 거예요. 자요.”
“감사합니다.”
굳이 쩔을 해주려는 이세윤의 장단에 맞춰 민도준이 검을 들었다.
‘마음 같아선 시조새가 아니라 저놈을 죽이고 싶지만…….’
일단은 보류해야 한다.
서걱! 서걱!
“오, 근력이 꽤 높으신가 봐요? 잘 잡으시는데요?”
버프도 걸지 않았건만 시조새는 몇 번의 칼질 만에 죽어버렸다.
[경험치 +3,600] (기여도 100%)편하게 죽이긴 했지만 경험치가 별로였다.
‘이세윤, 저놈 때문에…….’
불만이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가시죠. 도준 씨.”
그렇게 몇 마리의 시조새를 더 잡고 약속한 장소까지 도달했다.
“계속해서 도와드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여기서 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감사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렸을 때였다.
끼아악! 끼아악!
마침 근처에 있던 세 마리의 시조새가 민도준이 있는 쪽으로 날아왔다.
“앗, 조심하세……!”
도와주려던 이세윤은 갑작스레 불길을 일으키는 민도준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법?’
화르르륵!
소환한 파이어 블래스트가 가까이 다가온 시조새의 몸에 직격했다.
퍼엉!
그와 동시에 민도준이 검에 버프를 걸고 튀어나갔다.
촤악! 촤악-!
후두두둑-
시조새 세 마리가 순식간에 절단됐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대미지.
“…….”
고개를 돌리자 이세윤이 경악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