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4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42화(44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170화
170. 계약
환영 감옥이 해제되자 데이나가 데르키우스를 바라봤다.
‘허…… 완전 폐인이 다 됐네.’
혼탁한 영혼의 색깔이 얼마나 처참하게 당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데르키우스에게 다가간 데이나가 비소를 날렸다.
[이게 무슨 꼴이야? 천하에 둘도 없는 유일신 데르키우스 님이?] […….] [자칭 죽음의 신이 이렇게 추한 꼴을 보이면 되겠어? 다 죽어가고 있잖아.] […….]대놓고 비꼬는데도 데르키우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민도준 씨가 어지간히 괴롭혔나 보네.’
새삼 환영 감옥의 무서움을 상기한 데이나가 원한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안에서 다 들었지? 어떻게 된 상황인지?] […….] [설마 내가 진짜로 너랑 협력할 거라 생각한 거야? 내가 또 호구처럼 당할 줄 알았어?]100년이 넘도록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데이나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어떻게 하면 데르키우스에게 복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다짐하고 다짐했지. 다음에는 절대로 호구처럼 당하지 않겠다고. 데르키우스에게 복수하겠다고.’
그렇게 꿈꾸던 상황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인간의 형상을 한 데이나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초췌해진 몰골의 데르키우스를 보니 실로 통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게 왜 남의 연구물을 가로채고 디바인 포스에 욕심을 부려? 응?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지냈으면 좋았잖아. 응?] […….] [뭐라고 대답 좀 해봐, 후배.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해보라고.] […….]다그쳐도 봤지만, 입으로 짐작되는 데르키우스의 형상에 움직임은 없었다.
그 모습에 데이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체 안에서 무슨 짓을 당했길래…….’
데이나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무표정한 얼굴의 최성민이 엘시스를 확인하는지 허공을 터치하고 있었다.
‘민도준. 정말 무서운 인간이야…….’
몇 시간 전, 데이나가 감옥에서 풀려났을 때를 상기했다.
* * *
[디바인 포스 3억 5천만을 넘겨. 그럼 받는 즉시 감옥에서 풀어주지.]최성민의 제안에 데이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수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얼른 빗장을 열어주…….] [아니지, 계약서부터 써야지.] [계약……서요?] [당연하지. 그럼 구두로 약속하는 줄 알았어? 내가 너의 뭘 믿고? 가뜩이나 빗장의 함정으로 날 소멸시키려 했으면서?]최성민은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았다.
데르키우스에게 속은 데이나처럼.
[확실하게 계약서를 쓰면 그때 풀어주도록 하지. 엘시스에 계약서 쓰기라는 좋은 기능이 있잖아?] [그, 그렇죠. 아무래도 그게 확실하죠…….] [뭐야? 반응을 보니 또다시 내 뒤통수를 칠 생각이었나 본데?] [아,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말은 아니라고 했지만, 정곡을 찔리고 말았다.
3억 5천만이나 되는 디바인 포스를 이렇게 허무하게 뺏길 순 없었으니까.
‘풀려나면 바로 환영 감옥으로 선제공격할 셈이었는데 계약서라니…….’
난감했지만 아직 희망은 있었다.
‘계약할 때 배신하지 않는다는 조건만 달지 않으면 문제는 없어.’
하지만 최성민은 데이나의 머리 꼭대기에 있었다.
[안 되겠네. 빈정 상해서라도 추가 조건을 걸어야겠어.] [추, 추가 조건이요?] [내가 널 풀어주는 대신, 넌 나한테 디바인 포스의 7할을 넘기고 추가로 내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엔 가차 없이 소멸하는 걸로 하고.] [보, 복종이라니……. 그건 너무하잖아요!]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그럼 이대로 영영 감옥에 갇혀 있을 거야? 차라리 내 밑으로 들어오는 게 낫지 않겠어?] [낫다고 볼 순 없죠! 풀려나도 족쇄에 묶인 것과 다를 바 없잖아요!] [좋아. 그럼 조건을 바꾸지. 데르키우스를 소멸시킬 때까지만 나한테 협력하는 걸로. 서로 간에 절대로 배신하지 않고. 이 정도면 괜찮지?] [으음…….]확실히 괜찮았다.
평생을 복종하는 거에 비하면 나은 조건이긴 하다.
[좋아요. 저도 데르키우스에게 복수하고 싶으니까요.] [오케이. 그럼 바로 계약서 쓰지.]그렇게 서둘러 계약을 맺었지만 데이나는 곧바로 후회했다.
‘아…… 그러고 보니 데르키우스가 가진 디바인 포스에 대해 분배하는 걸 잊었잖아?’
데르키우스를 처리할 때 분명 디바인 포스가 발생할 터.
데이나가 이에 대해 입을 열었지만…….
[그건 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무슨 소리예요! 같이 협력해서 복수하기로 했으니 디바인 포스도 당연히 나눠 가져야……!] [같이 협력하는 처지라고?]최성민의 입에서 조소가 흘러나왔다.
[계약서를 보면 넌 나한테 협력하는 걸로 되어 있어. 결코 동등한 처지가 아니야. 즉, 결정권은 나한테 있다는 소리지.] [아…….]데이나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저 인간을 돕는 입장이라고?’
다시 보니 계약서에 분명하게 쓰여 있다.
서로가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민도준한테 협력하는 것이라고.
‘이, 이러면 디바인 포스를 얻어도 분배하지 못하잖아?’
동등한 협력 관계였다면 응당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고 계약서도 효력을 발휘했을 거다.
하지만 최성민의 휘하에 들어온 이상 디바인 포스를 요구해도 들어줄 이유가 없다.
알바생의 월급이 사장 마음인 것처럼.
‘아…… 괜히 쫓기듯이 성급하게 계약해 가지고…….’
솔직히 처음 제시한 제안보다 좋아서 쉽게 넘어간 감이 있었다.
‘설마 이게 다 설계는 아니겠지?’
머리는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데이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최성민에게 완전히 낚였음을.
[데이나. 넌 날 돕기만 하면 돼. 그럼 데르키우스에게 확실하게 복수할 수 있어.] [어떻게요?]최성민이 차근차근 방법을 말해줬다.
분신술을 이용해 데르키우스를 속이고 먼저 환영 감옥을 설치해 잡는 것까지.
계획을 들은 데이나는 솔직히 놀랐다.
엘시스의 기능에 대한 이해도가 상상 이상이었기에.
[계획이 다 있으셨군요?] [물론이지.] [계획대로만 된다면 확실히 데르키우스를 잡을 수 있을 거 같아요.]데이나가 봐도 성공 가능성이 큰 계획이었다.
[문제는 네가 데르키우스를 완벽히 속여야 한다는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자신 있으니까요.] [살면서 연기 좀 해봤나 보지?] [그건 아니지만…… 예전의 제가 아니거든요. 두 번 다시 데르키우스에게 당하지 않을 거예요.]* * *
데이나가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계획대로 데르키우스를 환영 감옥에 넣었어.’
여차하면 이쪽이 당할 뻔했지만 먼저 데르키우스를 속이고 선수를 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민도준 씨는 데르키우스와 계약을 맺었겠지. 디바인 포스를 전부 토해내면 살려주겠다는 식으로.’
그러기 위한 환영 감옥이었으니 틀림없을 거다.
‘복수에 성공은 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최성민과 동등한 협력 관계로 계약했었다면 자신에게도 디바인 포스가 떨어졌을 테니까.
‘내가 그래도 큰 도움이 됐는데 양심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주겠지…….’
데이나가 조금이나마 기대했지만 어디까지나 최성민을 몰라서 하는 말이었다.
그때 최성민이 곁으로 다가오자 데이나가 입을 열었다.
[드디어 데르키우스를 잡았네요.] [그렇다고 아직 계약이 끝난 건 아니니 배신할 생각은 마. 계약 조건은 데르키우스가 소멸할 때까지니까.] [무, 무슨 소리예요? 그런 생각은 추호도 안 했다고요.] [거짓말이 어설프군.] […….]뜨끔했지만 데이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
[데르키우스에게서 디바인 포스는 받아내셨어요?] [받아냈지. 계약서 써서 확실하게.] [얼마나 받으셨나요?] [왜? 많으면 좀 떼어달라고?] [흠흠,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한몫했으니 주신다면야 사양 않고…….] [안 줘.] […….]그 단호한 목소리에 데이나가 할 말을 잃었다.
[날 소멸시키려던 초월자가 뭐가 예쁘다고 줘? 쥐뿔도 바라지 마.]조금이라도 줄줄 알았던 데이나로선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그, 그래서 얼마나 받으셨는데요?] [전부 받았지. 30억 정도 있더군.] [예에?]생각보다 많은 양에 데이나가 놀랐다.
[그, 그럼 저한테서 가져간 3억 5천만에 데르키우스에게서 강탈한 30억을 합하면 총…….] [32억이 있지. 5천만은 분신술에 쓰고 1억은 환영 감옥 비용으로 썼으니.] […….]데이나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난 고작 1억 5천만밖에 없는데 저 인간은 32억이나 가지고 있다고?’
그것도 초월자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출내기가 말이다.
[뿐만 아니라 명계의 통제권까지도 나한테 넘어왔다. 이제 이곳의 주인은 나란 말이지.] [그, 그런…….]납득하기 힘든 현실에 데이나가 한동안 패닉에 빠졌다.
최성민이 명계의 주인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자신이 만들어낸 초월자가 말이다.
‘어떡하지? 새로운 명계의 주인이 된 걸 축하해 줘야 하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고개를 숙이며 잘 보여야 하나?’
데르키우스를 처치하고 명계를 이끌 생각이었던 데이나로선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두 눈 뜨고 자리를 빼앗긴 셈이니.
‘데르키우스가 소멸하고 나면 계약은 종료돼. 그때부턴 계약으로부터 자유로워. 배신해도 페널티를 받지 않는다는 거지.’
계약이 끝나면 환영 감옥으로 뒤통수를 쳐서 디바인 포스를 강탈할 셈이었지만…….
‘어떻게 된 게 내 행동을 예상하고 있잖아?’
이미 간파된 마당이라 쉽사리 움직일 순 없었다.
‘어쩌지? 이러다가 내가 당하는 거 아니야? 잘못을 빌고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할까? 아니면 계획대로 선공을 날려? 그런다고 이길 수 있을까? 디바인 포스를 32억이나 가진 상대를? 그것도 배신할 걸 뻔히 들킨 상황에서?’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회의감이 들었다.
뒤통수를 친다고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속여서 미안하다고 싹싹 빌면 살려주기는 할까? 아니, 눈빛만 보면 그럴 것 같진 않아. 자비라곤 모르는 눈빛이야. 분명 내 디바인 포스도 뺏고 소멸시킬 거야. 진짜 그러면 어떡하지?’
데르키우스에게서 벗어났다 싶었는데 이제는 최성민이 문제다.
‘희망이 없어.’
자신감이 사라졌다.
이길 가망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발악하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인가? 으아아!’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한 그때, 최성민이 넌지시 말했다.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죽이지 않을 테니까.] [네?] [내 밑에서 일한다고 계약서 한 장만 써. 그럼 목숨만큼은 보장해 주지.] [저, 정말이에요?]반색하던 데이나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색했다.
당한 게 있어서인지 신중한 표정이 되었다.
[일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거죠?] [엘시스의 개발에 관한 일이야. 몇 가지 손보고 싶은 게 있어서. 아무리 통찰력을 가진 나라도 개발까지는 무리거든.] [아…… 그렇구…….]그렇구나 하고 끄덕이려던 데이나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잠깐만요. 지금 통찰력을 가졌다고 했어요?]최성민이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그랬나?] [조금 전에 그랬잖아요. 통찰력이 있다고. 설마 특성을 말하는 건 아니죠?] [맞는데?] [맞다고요?]데이나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럼 지금도 특성이 있다는 거예요? 대체 어떻게?] [자세한 걸 알고 싶으면 계약하던가. 난 내 사람이 아니면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까.] [아…….]결국 데이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최성민과 계약했다.
그의 밑에서 개발자로서 평생 일하기로.
물론 곧바로 후회했지만.
‘아…… 또 성급하게 계약해 버렸다. 디바인 포스를 얼마 받을지 정해두지 않았어.’
데이나의 얼굴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설마 무보수로 일하게 하진 않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을 데이나는 아직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