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4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44화 (외전)(44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외전 1화
2부 외전 1. 2회차(1)
처음 걷는 길은 새롭다.
이리저리 살펴보며 신중하게 걷게 된다.
그러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없던 긴장감이 생긴다.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 걸었던 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걸음에 망설임은 사라진다.
보폭도 커진다.
막다른 골목에 갈 일도 없어서 긴장할 일도 없다.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처음 걸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최적의 루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지금의 최성민이 그랬다.
‘전처럼 대영웅들을 차례대로 찾아서 죽일 필요는 없어. 우성재를 정신 지배한 뒤 나머지를 불러서 한꺼번에 처리하면 그만이야.’
8 영웅을 죽이기 위해서 고생한 1년.
최성민은 그 1년을 다시 반복할 생각이 없었다.
‘길어야 두 달. 그 안에 끝내고 명계로 돌아간다.’
두 달도 솔직히 길게 잡은 시간이었다.
예상하기론 한 달 내로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신 지배라는 사기적인 특성이 있었으니까.
‘스탯도 아이템도 전부 초기화돼서 F급에 불과한 몸이지만…….’
특성만큼은 그대로였다.
영혼에 각인된 1,004개의 특성은 어디 가지 않았으니까.
‘저번 회차랑은 시작점이 월등하게 다르다는 거지.’
시간 축을 돌렸고 가족은 명계에서 되살아났다.
가족을 구하겠다는 목적은 이미 달성한 것이다.
그런데도 최성민은 다시 한번 8 영웅을 죽일 생각이었다.
다름 아닌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해서.
‘명계의 주인으로서 견본 세계가 망하는 꼴을 지켜볼 순 없지.’
자신 역시 인간이었기에 인류가 망하는 걸 보고 싶을 리가 없다.
물론 그보다는 디바인 포스를 계속해서 벌고 싶다는 이유가 더 컸지만.
‘그렇다고 데르키우스처럼 무분별하게 영혼들을 소멸시키진 않을 거야.’
그동안 데르키우스는 명계에 올라오는 영혼들을 모조리 망각의 샘에 집어넣었다.
디바인 포스에 대한 욕심 때문에.
하지만 최성민은 그렇게 욕심부릴 생각이 없었다.
‘디바인 포스는 적당히만 벌면 돼. 나중에 모았다가 엿 바꿔 먹을 것도 아니니.’
명계에 올라오는 영혼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계획이 있었지만, 일단은 망각의 샘에 접근하지 못하게 차단해 두고 왔다.
‘이 부분은 명계로 돌아가서 차차 해결할 일이고…… 지금은 8 영웅을 처치하는 게 우선이다.’
이번 2회차의 견본 세계에서 할 일은 8 영웅을 죽이고 세상을 뒤바꾸는 일.
그 일은 정신 지배 하나만 있어도 쉽게 끝내버릴 수 있다.
전투력 1천만인 우성재만 정신 지배해버린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내 수준으론 우성재와 대면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야.’
물론 우성재와 눈을 맞춘다면 초라한 지금의 몸으로도 즉시 정신 지배할 수 있다.
‘근데 우성재를 마주하는 게 쉬워야 말이지.’
F급인 자신을 우성재가 만나줄 리도 없고 여차해서 공격당하면 막아낼 힘도 없다.
‘결국 우성재만큼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어.’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얼토당토않은 소리로 치부하겠지만, S급 특성이 수두룩한 최성민이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단기간에 B급을 만든다. 그리고 전투력 1천만을 넘긴다.’
B급이 되면 은신을 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성재에게 들키지 않고 접근해 정신 지배를 할 수 있다.
‘특성이 많으니 전투력 1천만쯤은 우습게 만들 수 있어.’
33억까지도 올려봤던 입장에서 우성재를 넘어서는 일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일단은 기본적인 아이템들이 필요해. 특히 단검이.’
아이템은 회귀해서 가져올 수 없었기에 최성민의 인벤토리는 텅 비어 있었다.
다행히 어디에서 수급해야 할지는 익히 알고 있다.
최성민이 집에서 나갈 채비를 하자 어머니인 정희선이 걱정스레 묻는다.
“성민아. 몸도 안 좋은데 어디 가려고?”
“아연이 다니는 공장에 들러서 서프라이즈 좀 하려고요. 저 깨어난 거 아직 모르잖아요.”
“그래도 오늘 혼수상태에서 깼는데 쉬지 않고…….”
“전 괜찮으니 어머니는 걱정 말고 식당에 가보세요. 저 보겠다고 잠깐 빠지신 거잖아요.”
“그렇긴 한데…… 정말 괜찮겠니?”
“그럼요. 보다시피 팔팔하잖아요.”
씨익 웃어 보이자 어머니의 생각이 전해져 온다.
-죽다 살아나면 사람이 달라진다더니…….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원래 이렇게 잘 웃는 아이가 아닌데…….
안심시키려고 웃었던 건데 도리어 의심만 샀다.
본래의 최성민이 말수도 없고 소심한 성격이었으니 이상하게 보일 만도 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차피 일이 끝나는 대로 기억에서 지워야 하니.’
저번과 마찬가지로 떠나기 전 가족들의 기억을 지울 생각이다.
명계로 돌아가려면 죽는 수밖에 없고 자살한 걸 알면 가족들이 괴로워할 테니.
어머니가 식당으로 발길을 돌리자, 최성민이 몸을 움직였다.
어머니한테 말한 대로 아연이의 공장으로 향할 참이다.
물론 서프라이즈나 하려고 찾아가는 건 아니다.
‘내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날, 오남기, 그 새끼가 아연이한테 찝쩍댔었지.’
오남기는 최성민을 구타해서 혼수상태로 만든 장본인이다.
빙의한 첫날에 아연이 공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서 두들겨 팼던 적이 있다.
‘이번에도 그놈을 두들겨 패야겠어. 그래야 배후에 있는 무기고 관리자 남동일까지 세트로 따라올 테니.’
초반은 저번 생과 마찬가지로 두 놈을 죽이고 F급 무기고를 털 계획이다.
‘최성민을 이렇게 만든 녀석을 가만둘 순 없지.’
공장에 도착하니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오남기의 모습이 보였다.
동생인 최아연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뭐 하냐?”
“어? 너, 넌?”
최성민을 보자 오남기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혼수상태에 있어야 할 새끼가 어떻…… 껙!”
기습적으로 주먹을 날리자 코뼈가 부러지며 맥없이 쓰러졌다.
‘한 방에 기절해 버렸네.’
아닌 게 아니라 현재의 최성민은 저번과는 차원이 다른 몸.
F급이라 하더라도 잠재 전투력이 20만에 달한다.
순발력도 벌써 100이 넘어간다.
3이어야 할 시작 스탯이 수백 개의 특성으로 인해 뻥튀기된 것이다.
‘그나마 한 방에 죽지 않은 게 다행이군.’
최성민은 거리에 오남기를 내버려 둔 채로 동생을 기다렸다.
“오빠?”
놀라던 최아연이 금세 울먹이는 표정이 됐다.
“오, 오빠! 이제 깨어난 거야?”
“응. 일어났어.”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울먹이는 동생을 보며 최성민이 미소 지었다.
진짜 가족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 느낌이었다.
* * *
“컥……!”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른 남동일이 털썩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원래는 차디찬 무기고 바닥이 핏물로 적셔져야 마땅했지만.
스르륵-
원기 회복 특성이 있는 탓에 시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 으, 으아아……!”
오남기가 두려움이 담긴 눈으로 최성민을 바라본다.
“너, 너 따위가 어떻게 E급 관리자님을……!”
“그거 전에도 했던 대사 아니냐?”
“무슨 소…… 커억!”
최성민의 단검이 오남기의 목마저 가르고 지나갔다.
순식간에 두 구의 시체가 사라지고 특성이 들어왔다.
당연하지만 이제 동화율은 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특성이 중복해서 들어왔네.’
안 그래도 강한데 특성이 중복되다니.
물론 1,004개나 되는 마당에 몇 개 더 추가된다고 큰 의미는 없다.
‘중요한 건 B급까지 빠르게 달성해서 은신을 배우는 거야.’
전투력 10만을 넘기면 B급이 된다.
잠재 전투력은 이미 기준을 훌쩍 넘겼지만 측정된 전투력이 올라야 의미가 있다.
‘사냥으로 전투력을 올리는 수밖에 없어.’
다행히 무기고에서 쓸 만한 단검을 찾아냈다.
비록 F급 단검이지만 착용하니 잠재 전투력이 40만까지 치솟는 것이 느껴졌다.
‘잠재 전투력은 40만인데 실제 전투력은 200이라니.’
갭 차이가 엄청났지만 던전에 들어간다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보름만 있으면 던전이 개방된다. 그때까지는…….’
최성민의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죽여야 할 놈은 전부 죽여야지.’
* * *
던전이 열리기까지 전투력을 올릴 방법은 살인뿐이었다.
때문에 최성민은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쓰레기들을 학살하고 다녔다.
전에 사냥했던, 일면식이 있는 쓰레기들이었다.
‘김기홍, 박광진, 양동이파, 노리카네 지고로, 양조영 등등, 많이도 죽였군.’
F급부터 B급까지 다양한 대상들을 죽였다.
죽이는 것 자체는 쉬웠다.
전투력에서나 경험에서나 그들은 최성민의 상대가 안 된다.
원기 회복 덕분에 흔적도 남지 않아서 시체 치울 일도 없었다.
‘정작 어려운 건 목격자를 남기지 않고 죽이는 거였지.’
은신이 있었다면 쉬웠겠지만 그러지 않은 탓에 주변의 시선을 신경 써야 했다.
물론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걸리지 않았다는 건 목격자 없는 암살에 성공했다는 거다.
‘너무 단칼에 죽여서 그런지 전투력은 생각보다 많이 안 올랐군.’
현재 최성민의 전투력은 4천.
아직 던전이 개방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E급으로 승급했지만, 썩 만족스러운 성과는 아니었다.
‘그래도 징집령은 피할 수 있겠어.’
던전이 개방되면 F급 헌터들은 강제로 훈련소에 입소해야 한다.
하지만 E급이 된 이상 전처럼 협회 직원들이 집으로 들이닥칠 일은 없을 거다.
최성민이 시간을 확인했다.
‘던전 개방까지 10분 남았군.’
조금 있으면 전 세계의 던전의 봉인이 풀린다.
현재 최성민이 대기하고 있는 히든 던전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전처럼 순발력의 룬과 암살자의 핏빛 단검을 챙긴 뒤 곧바로 사냥에 나선다.’
협회 측에서 모든 던전을 감시하고 있기에 솔로잉하기가 쉽진 않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던전 관리인의 던전 출입 기록을 조작하고 기억을 삭제하면 되니까.
여유롭게 던전의 봉인이 풀리길 기다리고 있는 그때였다.
[관리자 ‘데이나’가 통신을 요청합니다.]데이나로부터 연락이 왔다.
[민도준 님. 일은 잘되고 계시나요?]데이나의 호칭이 민도준 씨에서 민도준 님으로 바뀌었다.
이제 완전히 민도준 휘하에 들어왔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었다.
[물론 계획대로 잘 되고 있지. 위에서 지켜보지 않았나?] [요새 엘시스 연구에 한창이라 그럴 새가 없어서요. 안 그래도 민도준 님이 과제를 던져주고 가셨잖아요.] [그랬지.]최성민은 데이나에게 한가지 연구를 부탁했다.
설정한 등급에 따라 엘시스의 기능에 제한을 두는 연구였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가족들도 자신처럼 초월자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기능마다 제한을 걸 수 있어야 해. 엘시스에는 위험한 기능이 많으니까.’
자신과 같은 초월자이되, 기능은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 셈이다.
[그래, 성과는 있고?] [잘하면 가능할 거 같아요.] [그건 그렇고 안부나 물으려고 연락한 건 아닐 텐데?] [역시…… 민도준 님의 통찰력은 무시 못 하겠네요.] [무슨 일 있어?] [그게 아니라 사모님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요.] [사모님? 아, 예린이?]아무래도 차예린이 데이나를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보다.
[무슨 말인데?] [잠시만요. 녹음해서 전해드릴게요.]잠시 후 엘시스의 시스템으로 스피커 모양의 창 하나가 떠올랐고, 터치하니 차예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준 오빠, 얘기 들었어. 소멸했던 나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돌렸다며? 그렇게 하기까지 다른 사람의 몸으로 여태껏 고군분투했고.
기억은 안 나지만 소생시켜줘서 고마워. 나와 오빠, 우리 자식과의 추억을 지켜줘서.
오빠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다치지 말고 혹시라도 내 걱정은 하지 마. 오빠 덕분에 안전하게 잘 있으니까.
소멸했을 때의 고통도 기억 안 나니까 그 점은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해. 그럼 나중에 일 끝내고 명계로 올라오면 그때 보자! 사랑해!
실로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그래봐야 1년이었지만 어쩐지 수십 년은 지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애틋하고 간절했기 때문이리라.
[녹음은 들었어요?] [그래. 예린이한테 내 걱정 말고 잘 지내고 있으라고 전해줘.] [알겠어요. 일은 언제쯤 끝날 것 같아요?]정확히 가늠할 순 없었지만, 최성민의 통찰력이 말해줬다.
[일주일.] [네?] [일주일 안에 8 영웅을 죽이고 돌아가도록 하지.]곧이어 예정된 시각인 오전 9시가 됐고.
[끊는다.]눈앞에 임시 던전의 포탈이 열렸다.
전 세계의 던전들이 개방된 순간이었다.
“최대한 빨리 끝내주지.”
최성민이 포탈 안으로 발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