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4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45화(44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외전 2화
2부 외전 2. 2회차(2)
최성민은 데르키우스가 만들었던 임시 던전에서 준비된 아이템들을 얻었다.
순발력의 룬 100개와 암살자의 핏빛 단검, 그리고 암살자 특성까지.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최성민의 앞길은 고속열차에 탄 것과 같았다.
그야말로 탄탄대로.
고작 하루 만에 B급으로 승급했으니 말 다 했다.
‘이걸로 은신은 배웠고.’
이제는 전투력을 1천만까지 찍어야 할 차례다.
그래야 우성재에게 들키지 않고 접근할 수 있을 테니.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겠어.’
최성민은 당장이라도 우성재를 만날 셈이었다.
잠재 전투력이 벌써 1천만을 넘어섰으니까.
‘측정된 전투력은 10만인데 잠재 전투력은 1천만이라니.’
측정된 수치가 잠재 전투력을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1천 개가 넘는 특성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스탯을 뻥튀기시켜서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괴수가 한 방이었다.
등급을 막론하고 어떤 던전을 가도 시시했다.
들어가 보지 않아도 통찰력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제 사냥은 의미가 없어. 전투력은 충분하다.’
비록 은신을 써도 우성재에게 보이겠지만 전투력만큼은 최성민이 확실히 넘어섰다.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당장 공항으로 가 탑승수속을 밟았다.
“어디로 가실 예정이십니까?”
“중립국이요.”
순간 공항 직원의 눈빛이 바뀌었다.
중립국에 들어가려는 고객은 특별 관리 대상에 속한다.
“신분증 좀 주시겠습니까?”
최성민은 신분증 대용으로 헌터 관리센터에서 받은 헌터증을 내밀었다.
“F급…… 헌터이시네요?”
“네.”
“실례지만 중립국은 무슨 목적으로 방문하시는 건가요?”
“비즈니스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헌터 장비를 판매하려고 하는데 중립국에서 단가를 세게 쳐준다고 들어서요.”
“상인이십니까?”
“그렇다고 봐야죠.”
“사전에 중립국 측에 연락은 해보셨나요?”
“아니요.”
“장비는 얼마나 보유하고 계신가요? 장비의 등급은요?”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최성민은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레 대답했다.
전부 예상하던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질문은 이만하면 됐고요, 중립국에 들어가도 되는지 한 번 확인 좀 해볼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직원이 자리를 비웠다.
중립국에 연락해서 승인을 얻기 위함이었다.
‘신원만 확실하다면 방문하는 데 문제는 없지. 어차피 기록을 남기기 위한 절차일 뿐이니.’
아니나 다를까, 직원이 돌아오더니 밝은 표정을 지었다.
“다행이에요. 중립국 측에서 최성민 님의 입국 허가가 떨어졌어요.”
“그거 잘됐네요.”
“출발 시간은 1시간 후고요. 중립국은 섬이다 보니 운행 횟수가 많지 않아요. 들어갈 수 있는 인원에 제한도 있고요. 그러니 한 번 비행기를 놓치면 다시 타는 데 시간이 걸려요. 이점 양지하시고요. 또…….”
이런저런 안내를 했지만 전부 아는 사실.
직원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티켓을 받아들었다.
이제 중립국으로 가서 우성재를 처리할 차례다.
‘금방 처리해 주지.’
최성민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올라갔다.
* * *
8시간의 비행 끝에 중립국에 도착했지만 우성재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뭐? 대영웅님을 보고 싶다고?”
“예. 제가 어렸을 때부터 존경하던 분이 우성재 대영웅님이셔서요. 중립국에 온 김에 한 번만 만났으면 하는데…….”
“하, 이 새끼가.”
최성민이 간절한 톤으로 연기했지만, 부하 직원은 비웃음만 날릴 따름이었다.
“장비 팔러왔으면 얼른 팔고 갈 것이지, 뭐? 대영웅님을 뵙고 싶어? 네까짓 게 감히 대…… 컥!”
그림자밟기를 쓴 뒤 손날로 직원의 뒷덜미를 내리쳤다.
털썩-
B급 헌터인 직원이 힘없이 기절한다.
“누가 우성재의 부하 아니랄까 봐 인성하고는.”
혀를 찬 최성민은 곧장 영혼 추적을 사용했다.
[해당 장소에서 짙은 영혼의 냄새를 찾았습니다.] [다음 대상 중 하나의 영혼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우성재
└멜리사 라모스
└프랭크 라슨
└김동현
………
……
‘우성재 말고도 다른 대영웅도 중립국을 방문했었군.’
수많은 이름이 떴지만 다 필요 없다.
우성재만 찾아낸다면.
[우성재의 영혼을 추적합니다.] [취소하기 전까지 본능적으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추적 중인 대상에게 가하는 대미지가 50% 상승합니다.]본능적으로 우성재의 위치가 느껴진다.
최성민의 걸음이 주저 없이 우성재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 * *
딱- 딱-
집무실에서 쉬고 있던 우성재가 손톱을 깨물었다.
‘갑자기 웬 던전 개방이지?’
바로 어제, 전 세계적으로 던전의 봉인이 풀렸다.
혹시나 풀릴 상황을 대비한 대응 매뉴얼은 준비해뒀지만, 그날이 오늘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통찰력을 가진 나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니. 짜증 나는군.’
예상치 못한 상황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벌컥-
난데없이 집무실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온 것이다.
처음 보는 청년이었다.
“넌 뭐야?”
“불안하면 손톱을 깨무는 버릇은 여전하군.”
“뭐 하는 놈이냐?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허락도 없이…….”
우성재의 말끝이 흐려졌다.
상대를 본 순간 통찰력이 신호를 보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도망치라고.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머릿속으로 수없이 경종이 울렸다.
‘도망쳐야 한다고? 전투력 천만인 내가?’
여태껏 한 번도 통찰력의 직감을 의심한 적은 없지만, 우성재는 이번만큼은 틀렸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강한 상대가 있을 리 없잖아.’
고개를 숙이는 법을 잊어먹을 정도로 긴 시간을 절대자의 위치에서 군림했다.
그러다 보니 오만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러나 오만은 방심으로 이어지기 마련.
“헉!”
최성민의 몸에 1,004개의 특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뒤늦게 뒷걸음질을 쳤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보라색으로 변한 최성민의 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우성재. 넌 이제부터 내 말에 절대복종한다. 알겠나?”
“예, 주인님.”
“좋아. 첫 번째 지시다. 대영웅들을 모조리 중립국으로 부르도록.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명을 받들겠습니다.”
우성재가 즉시 비상 라인으로 전화를 걸었다.
대영웅들은 갑작스러운 소집 명령에 중립국으로 모일 수밖에 없었다.
* * *
“우성재 님이 무슨 일로 우릴 부른 걸까?”
“글쎄요. 저도 잘…….”
“급한 일 아닐까요? 이렇게 갑작스레 소집한 걸 보면.”
“당연히 급한 일이겠지. 그걸 누가 모르냐?”
중립국에 도착한 웨스트랜드 대영웅들이 전세기에서 내리며 의아해했다.
비행하는 내내 우성재가 부른 이유를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짐작 가는 부분이 없었다.
“잠깐, 저거 뭐야?”
“비행기가 한 대 더 오는데?”
잠시 후, 또 다른 전세기가 도착했고 이스트랜드의 대영웅들이 내렸다.
“뭐야? 우리뿐만 아니라 노란 원숭이들도 불렀어?”
“쉿, 말조심해, 프랭크. 지금부턴 마인드 컨트롤에 신경 써. 저 중에 송치현이라고 생각을 읽는 녀석이 있으니까.”
“흥, 그래봤자 A급 찌끄래기인데 뭐. 내가 속으로 욕한다고 지가 별수 있겠어?”
“그게 아니라 필요 이상의 정보를 주지 말란 얘기야.”
이윽고 대영웅들이 서로 마주했다.
이스트랜드 쪽 대영웅들도 웨스트랜드 대영웅들을 만날 줄은 몰랐는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바, 반갑습니다. 웨스트랜드 선배님들.”
“반갑습니다. 선배님들.”
곽민철을 비롯한 대영웅들이 먼저 인사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그들로선 선배 대우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당신들도 우성재 님이 부른 겁니까?”
“예. 맞습니다.”
“혹시 무슨 일로 불렀는지 아십니까?”
“그건 저희도 잘…….”
곽민철이 뒷머리를 긁적이자 프랭크가 구시렁댔다.
“쓸모없는 원숭이 새끼.”
그 소리가 S급 헌터의 귀에 들리지 않을 리 없었지만 곽민철은 꾹 참았다.
이들과 싸워봐야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대영웅으로 불러주고 이스트랜드를 지배하게 해준 것에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정확히는 그렇게 배정해 준 우성재에게 감사해야 했지만.
“다들 가시죠. 우성재 님이 기다리겠습니다.”
“그럽시다.”
일곱 명 중 가장 강한 피터 필즈를 주축으로 대영웅들이 움직였다.
우성재의 집무실 앞에 도착한 피터가 대표로 문을 두드렸다.
똑똑-
“우성재 님. 피터 필즈입니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우성재의 옆에 처음 보는 이스트랜드인이 있었다.
‘누구지?’
다들 최성민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입은 열지 않았다.
안 그래도 피터 필즈가 나서서 물었으니까.
“분부하신 대로 대영웅들을 불러 모았습니다만…… 옆에는 누구입니까?”
“이분은 신경 쓰지 마세요.”
‘이분?’
피터 필즈의 얼굴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고작해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에게 높임말을 쓰다니.
“대체 누구길래…….”
그때 가만히 있던 최성민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영웅들의 틈바구니로 여유롭게 걸어간 최성민이 쭉 둘러보며 말했다.
“중요한 건 여러분은 이제 제 수족이나 다름없다는 거죠.”
“그게 무슨…….”
누군가 반박하려고 했지만 이내 입을 다물었다.
정신 지배가 끝난 것이다.
최성민의 시선이 대영웅들을 훑어봤다.
“내가 누구냐?”
“주인님이십니다.”
“주인님이십니다.”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는 대영웅들의 얼굴에 표정은 없었다.
그야말로 인간의 감정을 잃은 듯한 무표정.
최성민의 노예가 됐다는 증거였다.
‘이로써 8 영웅 모두를 수족으로 만들었군.’
만족스럽게 웃던 최성민이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희는 쓰레기다. 그 사실은 너희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최성민의 걸음이 우성재 앞에서 멈췄다.
“지금부터 명령을 내리지. 자신이 한 쓰레기 짓을 만천하에 고하라. 하나도 빠짐없이, 증거와 같이 세상에 널리 알려라. 그 후에 너희가 만든 신분 제도와 각종 법규를 모조리 철회해라.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들을 이롭게 뜯어고치는 거다. 그러고 나면.”
씨익-
최성민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자살해라. 세상을 위해서.”
* * *
대영웅들이 자살했다.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을 세상에 낱낱이 퍼트리고서.
당연히 세상은 떠들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대영웅이라는 명성을 얻으려고 일부러 카르뮤가스를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게 했다는 우성재의 발언은 큰 충격을 몰고 왔다.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며 철석같이 믿고 있던 시민들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 후 여론이 등을 돌린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전국적으로 폭동이 일어날 조짐이 보였으나, 대영웅들이 잘못된 법들을 폐기하고 빠르게 자살한 덕분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자살한 건 대영웅뿐만이 아니었다.
‘3주만인가? 드디어 가족을 볼 수 있겠구나.’
최성민은 현재 자살해서 명계로 올라온 상태였다.
원래 대영웅들에게 명령을 내린 즉시 올라와도 됐지만 그러지 않고 일주일을 머물다 왔다.
녀석들이 제대로 명령을 이행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다행히 문제없이 잘 마무리됐어.’
세상에 8 영웅이란 쓰레기들은 사라지고 거지 같은 신분 제도 또한 사라졌다.
당장은 달라진 변화에 적응하고 수습하기 바쁠 테지만 점점 나아지고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평화라는 이름의 자리를.
‘가족들의 기억도 지워버렸으니 내가 없어도 행복하게 잘 살겠지.’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 상심할 게 뻔했기에 가족들의 기억을 지우고 자살했다.
아들인 최성민과의 추억을 멋대로 지워버린 게 미안하긴 했지만.
‘기억을 지운 것에 대한 보상은 나중에 명계로 오면 그때 할게요.’
훗날 어머니와 여동생과의 만남을 기약하며, 최성민이 명계를 거닐었다.
‘아니, 난 이제 최성민이 아니지.’
이제는 최성민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민도준으로 돌아올 때다.
자신을 기다리는 진짜 가족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오……빠? 오빠!”
데이나와 함께 마중 나와 있던 차예린이 민도준을 보더니 힘차게 달려왔다.
[자, 잠깐만, 예린아.]당황하는 민도준을 차예린이 와락 하고 안을 셈이었지만.
휙-
차예린은 민도준을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영혼의 격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아……. 뭐지?”
[예린아. 데이나한테 못 들었어? 너는 날 만질 수 없다는 거.]“아…… 초월자인가 뭔가가 돼서 그런 거야?”
[응. 대신…….]민도준이 차예린을 꼭 안아줬다.
[나는 안을 수 있지.]“난 아무런 느낌도 안 나잖아…….”
실망하는 기색의 아내를 달래주는 대신, 민도준은 미소를 짓더니 데이나를 쳐다봤다.
[데이나. 연구는 어떻게 됐지?] [엘시스의 기능에 제한을 두는 연구 말이죠?]데이나의 형상이 미소를 지었다.
[성공했어요.] [그래?]기대했던 반가운 소리에 민도준이 차예린을 쳐다봤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뚱한 표정마저 사랑스럽게 보인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마. 너도 곧 만지고 느끼게 해줄 테니까.]“어떻게?”
민도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너도 초월자로 만들어줄게. 그럼 해결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