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4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47화 (외전 완결)(44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부 외전 4화
2부 외전 4.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
명계의 휴식처이자 민도준이 10년에 걸쳐 만든 역작.
그 작은 세계는 걱정 근심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는 꿈의 낙원이었다.
“와, 여기가 파라다이스예요?”
김나연 일가는 눈을 빛내며 좌우를 둘러보기 바빴다.
산등성이에 걸쳐 있는 무지개와 시원한 바람,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꽃들과 푸른 나무들.
이런 곳이 지상낙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이었다.
[멋있죠? 명계의 주인이신 민도준 님께서 설계하고 창조하신 낙원이 이곳 파라다이스입니다.]“정말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에요.”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까?
김나연과 가족들의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엘브란도가 그 모습을 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이제 더 이상 마음고생 하지 마십시오. 이곳에선 일하지 않아도 되고, 늙어 죽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무한한 휴식을 즐기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가를 보내시면 됩니다.]“네? 음식이 있어요?”
[물론입니다. 지상의 모든 음식을 구현할 순 없지만 대부분을 이곳에서 드실 수 있습니다. 영혼 상태에서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진 특별한 음식이지요. 뿐만 아니라 각종 레저와 놀이공원을 구현한 것은 물론, 지상의 문화 콘텐츠까지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으니 그야말로 낙원이나 다름없는 곳이죠.]“스, 스마트폰까지 있어요?”
“허허…….”
“와아…….”
가족들이 하나같이 입을 벌렸다.
비참하게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천국과도 같은 세계.
김나연과 가족들은 착하게 살아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스마트폰은 나중에 인당 1개씩 보급될 겁니다. 서로 간에 연락은 물론 지상의 콘텐츠도 지켜볼 수 있도록 흡사하게 만들었으니 사용법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혜택을 누리게 해주셔서…….”
[저는 안내자일 뿐입니다. 정말로 감사해야 할 분은 명계의 주인이신 민도준 님이시죠.]“그분은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나요?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음, 그게…….]엘브란도가 곤란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였다.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도 잠시.
정해진 매뉴얼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바쁘신 몸이라서요. 만날 시간이 없을 겁니다.]“아…… 아쉽네요.”
거짓말은 아니다. 바쁘긴 바빴으니.
단지, 다른 의미로 바빴지만 말이다.
* * *
[아빠! 이 옷 어때?] [응. 괜찮네.] [이건?] [그것도 괜찮네.] [그럼 이건?] [그것도…….] [아, 뭐야. 건성으로 대답하지 말구.]옛날 만화에 나오는 마법 소녀처럼 눈을 깜빡일 때마다 옷을 바꿔입는 딸 때문에 민도준이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이만하면 되지 않았니? 지금 몇 벌이나 바꿔 입었는지 알아?] [그래도. 여기는 아빠 말고 옷 봐주는 사람이 없잖아.]하긴 이곳 파라다이스에 백화점 직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친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니.
[아무거나 입어. 어차피 봐주는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그래, 모처럼 아빠랑 데이트하는데. 그리고 봐주는 사람이 왜 없어? 놀이공원에 가면 사람 많을 거 아냐.] [오늘만큼은 다른 주민이 이용하지 못하게 막았거든.] [그래도 되는 거야?] [안 될 게 뭐 있어. 내가 만든 곳인데.]50년 전.
명계는 지금과 달리 너무도 심심한 곳이었다.
초월자이자 명계의 주인인 민도준조차도 할 게 없어서 미칠 정도로.
‘그나마 예린이를 초월자로 만들어서 심심함을 덜 순 있었지.’
명계로 복귀하자마자 민도준은 데이나를 시켜 차예린을 초월자로 만들었다.
물론 자신처럼 누군가를 죽이거나 특성을 흡수할 필요는 없었다.
약간의 디바인 포스와 데이나의 기술만 필요했을 뿐이다.
‘그때 예린이가 엄청나게 기뻐했지. 자신도 만질 수 있다며.’
초월자가 됐다는 사실보단 민도준을 만지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더 기뻐했다.
그렇게 같은 초월자가 돼서 살을 비빌 수 있었지만, 권한까지 같아진 건 아니었다.
영혼 회귀나 영혼 빙의, 분신술, 환영 감옥 같은 위험한 기능들은 전부 민도준만 사용할 수 있게 설정했다.
‘가족들에게 허용한 기능은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거나 지금처럼 외모를 20대로 유지하고 옷을 바꾸는 기능 정도지.’
별거 아니었지만, 가족들은 그래도 좋아했다.
초월자가 돼서 서로를 만질 수 있는 데다 민도준 덕분에 영생을 얻은 셈이니까.
하지만 가족들을 초월자로 만들어도 무료함을 달랠 수는 없었고.
‘결국 파라다이스를 건설하기로 한 거지.’
10년의 세월에 걸쳐 민도준은 엘시스를 이용해 파라다이스를 만들었다.
이승과 흡사하게 재현한 거대한 테마파크.
놀 거리가 부족한 명계에선 이보다 좋은 휴양처가 없었다.
‘이런 좋은 곳을 우리 가족만 이용할 순 없지.’
민도준은 명계로 온 영혼들을 무턱대고 소멸시키지 않았다.
재판소를 건설해 이승에서의 행적을 파악하고 영혼들을 구분했다.
‘선한 영혼은 파라다이스로, 악한 영혼은 가차 없이 소멸.’
이도 저도 아닌 영혼은 그냥 명계를 떠돌도록 내버려 뒀다.
독재자처럼 모조리 학살한 데르키우스에 비하면 나름 공정한 처사였다.
‘처음엔 걱정했었지. 디바인 포스가 덜 벌릴까 봐.’
하지만 생각보다 악한 영혼이 많아서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디바인 포스가 벌렸다.
‘오히려 쌓이고 쌓여서 지금은 넘칠 정도지.’
민도준이 생각난 김에 엘시스의 정보창을 열었다.
-이름 : 민도준
-존재 : 초월자
-권한 레벨 : 관리자
-보유 디바인 포스 : 3,658,201,238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디바인 포스는 줄어들지 않았다.
‘파라다이스를 건설하는 데 적지 않게 사용했는데도 오히려 증가했어.’
안내자들이 악한 영혼을 소멸시키고 있는지 지금도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다.
‘데이나에게 매년 연봉처럼 주고 있는데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군.’
공짜로 부려 먹기 미안해서 매달 100만의 디바인 포스를 주고 있다.
그 결과 현재 데이나의 디바인 포스는 7억을 넘어섰지만, 민도준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아빠, 뭐 해? 정보창 봐?] [어, 왜?] [내 옷 봐줘야지. 이건 어때?] [뭘 입어도 예뻐.] [치, 건성으로 말하지 말라니깐?] [진짜야.]빈말처럼 들리겠지만, 아니었다.
현재 민도준도 그렇고 민서연도 그렇고 20대의 외모를 유지 중이다.
누가 보면 연인인 줄 알 정도로 선남선녀가 따로 없다.
쭈글쭈글한 얼굴보다는 살면서 가장 빛났던 시기의 얼굴을 선택한 거다.
[이 옷으로 정했어.] [네가 정할 거면 아빠한텐 왜 봐달라고 한 거냐?] [그래도 참고삼아 봐달라고 한 거지. 어때?] [어울린다, 어울려.]질색하는 듯이 말했지만, 민도준의 입꼬리는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
가족들과 영생을 보낸다는 꿈을 이뤘다.
복수와 살인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민도준에겐 하루하루가 꿈만 같은 나날이었다.
그건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빠 고마워. 덕분에 초월자가 돼서 이런저런 옷도 입어보고.] [지금 생각하니 옷 바꾸는 기능은 못 쓰게 막을 걸 그랬다.] [아, 왜에~ 이게 내 삶의 낙이란 말이야.]투덜대는 민서연이 귀엽게만 보이는 민도준이었다.
[이제 다 끝났지?] [응. 준비됐어.] [그럼 가자. 둘이서 실컷 놀이기구를 타보자고.]* * *
나이가 들수록 애가 된다고 했던가?
놀이공원을 좋아할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명백한 오판이었다.
[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우!]무려 15번을 연속으로 회전하는 롤러코스터는 민도준이 만든 역작이면서도 놀이공원에서 최고 인기 기구였다.
[하아…… 너무 재밌어. 또 타자, 아빠.] [또? 이제 지칠 때도 되지 않았어?] [무슨 소리야, 아빠. 영혼이 어떻게 지쳐.]‘난 지치는데…….’
정신적으로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보면 딸보다 아들을 상대하는 게 마음이 더 편했다.
[네 오빠 수호는 밖에서 일하고 있는데 넌 여기서 놀고먹어도 되는 거냐?] [당연히 되지. 오빠는 대신 월급으로 디바인 포스를 받잖아. 난 용돈 정도만 받을 뿐이고. 게다가 오빠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일 끝나면 이런저런 영혼들을 응징했다고 얼마나 자랑을 하는데.] […….]딸이 말 한마디를 지지 않는다.
‘누굴 닮아서 성격이 저런지 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사실 미운 구석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없다.
부모의 마음이란 게 이렇다.
[그런데 손주들은 어디서 뭐 하고 있나?] [다들 파라다이스 어딘가에서 놀고 있겠지. 아들은 요즘 클라이밍에 맛 들여서 거기 있겠지만.] [넌 엄마가 돼서 걱정도 안 되냐?] [걱정할 게 뭐 있어. 세 살배기 애들도 아니고. 걱정 근심이 없는 곳이 파라다이스잖아. 아빠도 손주들 너무 걱정하지 마. 알아서 잘 놀겠지.]걱정하진 않는다.
영혼이자 초월자인 손주들이 어디 가서 다칠 일은 없을 테니.
‘그냥 보고 싶어서 그러지.’
손주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게 할아버지로서 솔직한 마음.
하지만 이미 파라다이스의 맛을 알아버린 손주들은 얼굴 보기가 영 힘들었다.
남는 게 시간이었음에도 어째서인지 손주들과 보낸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증손주들이 명계로 오려면 20년은 있어야 하지?] [그쯤이면 100세쯤 될 테니까 그렇겠지? 근데 왜? 설마 빨리 보고 싶어서?] [그럴 리가 있나. 우리 증손주들은 천수를 누리다 와야지.]‘실은 빨리 만나고 싶지만 그렇다고 죽기를 바랄 순 없으니…….’
이따금 천리안으로 보면서 위안 삼기로 한 민도준이었다.
그때였다.
민도준의 바지춤으로 진동이 느껴졌다.
[응?] [왜 그래, 아빠?]민도준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직접 개발하고 보급한 명계용 스마트폰이었다.
[잠시만. 안내자로부터 연락이 왔네?]딸에게 양해를 구한 뒤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데이먼?]-명계의 주인님께 알려드립니다. 전에 지시하셨던 견본 세계의 영혼이 조금 전 명계로 올라왔습니다.
[오, 그래? 알았어. 거기서 기다리라고 해. 내가 직접 데리러 가지.]민도준이 전화를 끊자, 듣고 있던 민서연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밝은 표정으로 받아?] [아, 예전에 아빠가 말했지? 다른 차원에서 다른 사람의 몸으로 빙의했었다고.] [응.] [그때 신세 진 사람이 있는데 나중에 명계로 올라오면 전화하라고 안내자들한테 지시 내렸었거든. 근데 지금 올라온 모양이네.] [아, 진짜? 그럼 50년을 기다린 거네?] [그런 셈이지.] [지금 가봐야 하는 거야?] [응.] [아빠가 신세 진 분이라니……. 어떤 분이야?] [어머니 같은 분이셔.] [정말? 나도 뵙고 싶다.] [됐어. 어차피 날 기억하지도 못해.] [엥? 왜?] [내가 기억을 지웠거든.]최성민과의 추억을 지운 것이 못내 미안했는데 이번에 갚아줄 때가 됐다.
‘파라다이스로 직접 안내해 드릴게요. 어머니.’
민도준이 딸을 남겨둔 채로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최성민일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2부 외전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