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4화(4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44화
44. 천재 중의 천재
“어, 어떻게…….”
민도준을 보는 이세윤의 표정엔 경악이 서려 있었다.
‘분명 레벨은 670이라 했는데?’
랭킹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상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을 터.
‘진짜 670이라고?’
그런데 좀 전의 움직임은 결코 자신이 아는 670이 아니었다.
B급 헌터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실력.
그 증거로 시조새 3마리가 널브러져 있지 않은가.
“민도준 씨…… 대체 어떻게…….”
“말했죠? 제 걱정은 하실 필요 없다고.”
“그럼 여태 실력을 숨긴 겁니까?”
“드러낼 틈도 안 주셨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민도준이 어쩌기도 전에 위험하다고 먼저 나서서 처치한 건 이세윤이었다.
“그럼 말이라도 하시지…….”
“괜찮다고 몇 번 말했는데도 계속 도와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약속한 지점까지만 도움을 받자고 생각했습니다.”
“아……!”
이세윤은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여러 차례 말하던 민도준을 떠올렸다.
그런데도 약할 거라고 착각하며 괜한 오지랖을 부린 건 자신이었다.
‘레벨만 보고 약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선입견에서 비롯된 착각임을 알았을 때 이세윤은 쪽팔려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아…… 이거 제가 괜한 오해를 한 모양이네요. 전혀 도와줄 필요가 없었던 분을…….”
“괜찮습니다.”
“본의 아니게 괴수를 몇 마리 빼앗은 격이 돼버렸네요.”
“몇 마리 잡지도 않으셨는데요, 뭘.”
민도준은 최대한 좋게 대답해 줬다.
현재로썬 녀석과 척을 져봐야 좋을 게 없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죠? 670레벨밖에 안 되시는데…….”
“글쎄요.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각성할 때 어떤 특성이 걸리느냐에 따라 강함의 척도가 달라지니까.
“직업이 대체 뭐예요? 아까 보니 마법을 쓰시던데…….”
“마검사입니다.”
“마검사? 그런 직업도 있어요?”
A급인 이세윤조차 마검사에 대해선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었다.
‘아까 마법 쓰는 걸 보니 위력도 상당한 것 같던데…….’
한 방에 시조새들을 구워버릴 정도라면 마력도 상당히 높을 터.
‘근력도 높은데 마력도 높다고?’
더구나 움직임도 재빠른 걸 보니 순발력마저 높아 보였다.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그때 민도준이 작별인사를 고했다.
“그럼 저 먼저 사냥하러 떠나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저도 따라가면 안 될까요?”
“……?”
“그게…… 마검사는 처음 보는지라. 좀 더 구경해 보고 싶어서요.”
민도준은 순간 거절하려고 했다.
적에게 자신의 전투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만큼 껄끄러운 것도 없기에.
‘아니지. 나한텐 적일지 몰라도 녀석은 아니야.’
자신을 도와주려고 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세윤에게 자신에 대한 악감정은 없음을.
그리고 마검사란 직업에 흥미를 느끼고 있음을.
‘그렇다면 내 실력을 어필해서 녀석의 호감을 산다면?’
이세윤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테고 그럼 차후에 배신하기가 더 쉬워진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민도준이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아, 감사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던전을 거닐었다.
끼아아아!
도중에 시조새가 나타나면 민도준이 앞으로 나서서 단칼에 베어버렸다.
‘와, 무슨 버프기에 칼질 한 번에 시조새가 죽어버리지?’
시조새를 죽일 때마다 푸르스름한 버프를 거는 모습을 보며 이세윤은 저것이야말로 주력 스킬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화르르륵! 퍼엉!
화염 돌풍에 적중당해 빈사 상태가 되는 시조새를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끼아아! 끼아악!
여러 마리의 시조새가 나타나도 민도준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휙- 휘익-
공격을 피하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경력 10년 차의 베테랑을 보는 듯했다.
‘이 사람은 진짜다!’
말로만 으스대는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진짜 고수.
‘여태까지 봤던 C급 중에 이 정도로 강한 사람은 없었어.’
C급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현재 유망주라고 불리는 B급 헌터들이랑 비벼도 손색이 없을 정도.
‘천재라는 게 이분을 두고 하는 말이었나?’
아무리 좋은 특성을 얻었다 해도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게 이 바닥이다.
이세윤이 봤을 때 민도준은 운과 실력,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천재 중의 천재였다.
‘이런 보석을 이제야 발견하다니.’
이제 고작 C급인데도 이러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터.
보석도 이런 보석이 없었다.
‘삼촌이 알면 좋아하겠어.’
괴수들을 처치하고 돌아선 민도준에게 이세윤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다가갔다.
“도준 씨, 안 힘드세요?”
“괜찮습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정말 숨 한 번 안 흐트러졌잖아?’
거듭 놀라던 이세윤은 민도준이 이동하자 놓칠세라 따라붙었다.
“여태 혼자 사냥하셨다고 하셨죠?”
“네.”
“경험치 독식하려고 그런 건가요?”
“그렇기도 하고, 사냥하다 보니 혼자가 편하더라고요.”
“하긴, 도준 씨 정도의 실력이면 파티원들이 오히려 걸림돌이겠어요. 하하…….”
“…….”
별다른 반응이 없던 민도준이 시조새를 발견하고 달려갔다.
빠르게 처치한 뒤 이동하자 이세윤이 따라와서 다시 말을 걸었다.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계신 걸 보니 시조새 좀 많이 잡아보셨나 봐요?”
“업적을 받을 정도로는 잡았습니다.”
“아! 10,000마리 잡으면 주는 업적이요? 그거 저도 있는…….”
다시 대화가 끊겼다.
민도준이 시조새를 처치하러 갔기 때문이다.
“대화하기 참 힘드네요. 길게 얘기하고 싶은데…….”
“…….”
“그럼 도준 씨도 고대의 석판이란 거 얻으셨어요?”
“네.”
“1개 얻으셨죠? 제가 주위 사람들한테 다 물어봤는데 이게 2개 이상은 안 나오더라고요. 사용법이 어찌 되는지 몰라도…….”
“저기, 이세윤 씨.”
“네?”
“말 나온 김에 조사하러 가 보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이러다 던전 공략하게 생겼는데.”
“아아, 그렇지. 참.”
던전에 들어온 목적을 상기하는 이세윤을 보며 이제 가겠거니 싶었지만 어디까지나 착각이었다.
“조사는 다음에 해도 괜찮아요. 급한 일도 아닌데요, 뭐.”
“…….”
그 뒤로 이세윤이 이것저것 물으며 따라붙었다.
조용할 새도 없이 질문을 퍼붓는 게 내심 귀찮았지만 민도준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적어도 나한테 관심은 있다는 거니까.’
호감까지는 몰라도 관심은 확실하게 받고 있다.
그 증거로 던전을 공략하고 밖으로 나올 때까지도 이세윤이 계속 말을 붙였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저기, 도준 씨.”
“네.”
헤어지기 전, 이세윤이 작은 목소리로 본론을 꺼냈다.
“아직 길드에 가입 안 하신 것 같은데, 저희 청룡 길드로 오실 생각은 없으세요?”
그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민도준이 고개를 저었다.
“어떤 길드라도 아직은 들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왜요?”
“당장은 혼자가 편해서요.”
“하긴…….”
허무하게 거절당했지만 이세윤은 실망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기에.
게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는 깰 수 없는 던전이 있는 법이지.’
때가 되면 한계를 느끼고 알아서 길드를 찾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위 헌터 대부분이 그랬고 민도준도 그러하리라 여겼다.
실제로 ‘아직’이라고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고.
“어쩔 수 없죠.”
그렇게 말한 이세윤이 손을 내밀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봅시다.”
가볍게 악수한 민도준은 페라리를 타고 사라지는 이세윤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쳐다봤다.
* * *
민도준과 헤어진 이세윤은 곧바로 청룡 길드로 향했다.
주차장에 페라리를 세운 그가 사무실로 들어갔다.
“어디 갔다 왔냐?”
청룡 길드장의 말에 이세윤이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뭔가 단서가 없을까 해서 시조새 던전에 갔다 왔어요.”
“고대의 석판 조사하러?”
“네.”
“시간 아깝게 뭐하러 그런 짓을 해? 그거 쓸데없다니까?”
“쓸데없긴요. 아직 밝혀지지 않아서 그렇지. 분명 쓰임새는 있을 거라고요.”
“쯧쯧, 그럴 바에 차라리 던전을 돌아. 그럼 렙업이라도 하지.”
“렙업할 던전이나 있나요. 지금 A급 던전 전부 자리 없잖아요.”
“있어.”
“있어요?”
“이번에 내가 한 자리 구했어. 아마 내일모레면 갈 수 있을 거야.”
“하아……. 좀 쉬나 했더니 또 일하게 생겼네.”
“일하면 좋지 뭐.”
그때 이세윤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을 꺼냈다.
“아, 삼촌.”
“왜.”
“요새 저희 길드 신입들 받고 있죠?”
“그렇긴 하지. 왜? 좋은 헌터라도 찾았어?”
“말도 마세요. 시조새 던전에서 만난 헌터인데 여태까지 본 C급 중에 그렇게 강한 헌터는 처음 봤다니까요?”
“C급? 시조새 던전이 C급도 들어갈 수 있나?”
“500레벨만 넘으면 되니 C급도 들어갈 수 있죠. 그만큼 엄청나게 세더라고요.”
“대체 어느 정도길래?”
“시조새 세 마리를 5초 만에 죽일 정도로 강해요. 레벨은 670밖에 안 되는데도요.”
그 말에 길드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 정도면 천재 아니야?”
“그러니까요. 레벨에 비해 엄청 세다니까요? 분명히 뜰 겁니다. 그 헌터.”
“이름이 뭔데.”
“민도준이요.”
이름을 들은 길드장이 김샜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난 또 누구라고.”
“알고 계셨어요?”
“그럼. 소문이 쫙 퍼져서 이미 웬만한 업계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
“소문이요?”
“기갑 맨티스와 타란튤라 킹을 혼자서 잡은 역대급 신인. 그게 민도준의 타이틀이야.”
“몇 렙 때 잡았는데요?”
“각각 193레벨, 354레벨.”
“헐…….”
500레벨은 넘어서 잡았을 거라 생각했건만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그뿐인 줄 알아? 혼자서 던전 브레이크도 막아서 기사도 났었어. 너튜브엔 동영상도 있다고.”
“아니, 그런 유명한 사람을 저는 왜 몰랐죠?”
“네가 혼자서 수집품 연구한다고 빨빨거리며 돌아다녀서 몰랐겠지!”
“하하…….”
버럭 소리치는 삼촌의 말에 이세윤이 뒷머리를 매만지다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엄청난데요? 왜 여태 가입 권유를 하지 않은 거예요?”
“또 다른 소문 때문이지.”
“또 다른 소문이요?”
“가입 권유한 길드마다 거절했다는 소문. 원티드 길드가 뇌물을 찔러줬는데도 방문 한 번 하고 거절했다는데 우리라고 다르겠냐?”
유명세로 따졌을 때 원티드 길드가 7위라면 청룡 길드는 5위 수준.
원티드 길드가 뇌물을 주고도 거절당했다면 청룡 길드도 가망성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계속 두들겨 봐야죠. 앞으로 A급이 될지도 모르는 신인을 잡는 게 어디 쉽겠어요?”
“야, 넌 밑에서 신인이 치고 올라온다는데 불안하지도 않냐?”
“불안하기는요. 강한 헌터는 많을수록 좋죠. 길드에 도움이 되면 저보다 세도 상관없어요.”
“말은……. 자기를 앞지르지 못할 걸 아니까 하는 소리지.”
“하하…….”
이세윤은 부정하지 않았다.
민도준이 아무리 성장이 빠르다 해도 A급인 자신을 앞서진 못할 것이다.
레벨부터가 3배 가까이 차이 났으니.
“그래서, 포기하실 거예요?”
“그럼 어떡해? 뭐, 뇌물이라도 찔러 줘?”
“뇌물이든 뭐든 환심을 사야죠.”
“원티드 길드가 1억짜리 뇌물을 줬단다. 그런데도 안 넘어왔어. 다른 길드도 마찬가지. 게다가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포상금으로 20억이 나왔고. 이런데도 뇌물이 통하겠냐, 이 말이야.”
“흠…….”
이세윤이 자기 일처럼 고민했다.
“어쩌면 물욕에 큰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 사람도 있나?”
“어쨌거나 뇌물이 안 통하면 다른 방법을 써야죠.”
“무슨 방법?”
이세윤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물었다.
“우선권 하나 갖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