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6화(4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46화
46. 공무원 헌터
‘도경원 헌터?’
공주 지부의 공무원 헌터로, 던전 브레이크를 막을 때 봤던 남자였다.
‘3개월 전에 만났기에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런 곳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다가온 도경원이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민도준 씨. 저랑 구면이죠?”
“네. 도경원 헌터님이시죠?”
“하하, 제 이름도 기억해 주시다니. 기분이 좋네요.”
도경원이 자연스레 합석했다.
“이 녀석이 도준이를 만난 적 있다고 하더니 정말이었네?”
“봐요, 선배님. 저희 정말 아는 사이라니까요?”
두 사람의 모습에 민도준이 어떻게 된 거냐는 듯 황의철을 쳐다봤다.
“아, 그게 말이야. 내가 너랑 아는 사이라고 했더니 자리 좀 주선해 달라고 하지 뭐냐? 그래서 네 얼굴도 볼 겸 만나자고 한 거다.”
알고 보니 황의철과 도경원은 친한 선후배 사이였다.
원래 헌터 업계에선 선후배를 따지지 않지만 공무원 헌터는 예외적으로 있었다.
“3달 전인가? 이 녀석이 역대급 헌터가 나타났다고 호들갑을 떨길래 그러려니 했었는데 알고 보니 도준이 너 얘기더라고.”
“그때 150레벨이 워울프 80마리를 혼자서 잡았다고 하니 선배님이 믿지 않으시더라고요. 더구나 마검사라고 하니 역정을 내시던데요?”
“도준아, 너 정말 마검사냐? 너튜브에 동영상 있다길래 찾아보긴 했다만 믿어져야 말이지.”
“네. 저 마검사 맞습니다.”
민도준에게 확답을 듣자 황의철이 신기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내 10년 동안 마검사를 시도하는 사람은 봤어도 성공한 사람은 못 봤는데, 너는 성공한 모양이구나.”
“도준 씨 정도면 완전 성공이죠! 그때 이후로 세 달밖에 안 지났는데 레벨도 벌써 700까지 올리셨잖아요.”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해대는 것이 머쓱했는지 민도준이 도경원을 향해 말했다.
“그나저나 저는 왜 만나려고 하신 거예요?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헌터들은 이해득실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괜히 자신의 팬이기 때문에 보자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스카우트 제의 좀 하려고요.”
“스카우트 제의요?”
“경원이 너, 그러려고 여기 온 거였냐?”
보아하니 황의철도 몰랐던 모양.
도경원이 옷매무새를 바로잡더니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민도준 씨, 정식으로 제의하겠습니다. 저희 지부의 공무원 헌터로 들어오지 않으시겠습니까?”
“음…….”
민도준은 고민했다.
공무원 헌터라는 제안이 솔깃해서가 아니었다.
‘양승현. 그놈이 공무원 헌터였지.’
이 상황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것이었다.
‘양승현과 접촉하려면 공무원 헌터의 도움이 필요한데…….’
원래는 때가 됐을 때 황의철을 만나 넌지시 운을 띄워보려고 했다.
양승현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
‘하지만 내 쪽에서 먼저 접근하면 나중에 놈이 죽었을 때 의심을 받을 수 있지.’
그것보다는 저쪽에서 알아서 민도준을 초빙하는 그림이 더 보기 좋을 것이다.
의심 살 일도 적어지고.
‘아직 때는 아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은 단연코 없었다.
그렇다고 딱 잘라 거절해서도 안 된다.
그저 관심 있는 척 연기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공무원 헌터는 자격시험을 쳐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물론 그렇습니다만 지부에서 뽑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생략할 수 있습니다. 단, 조건이 맞을 경우에 말이죠.”
“조건이요?”
“지부가 담당하는 지역에 기념할 만한 업적을 이뤘거나, 자신의 등급보다 높은 던전을 솔로로 30회 이상 클리어했거나, B급에 준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엔 시험 없이 통과될 수 있습니다. 물론 도준 씨는 모든 조건에 부합되는지라 프리패스하실 수 있고요.”
“흠…….”
자격은 충분하단 소리.
하지만 턱을 괴며 고민에 빠져 있자 도경원이 이때다 싶은지 장점을 어필했다.
“공무원 헌터가 되면 지금처럼 힘들게 사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라에서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니까요. 그렇다고 급여가 적지도 않습니다.”
“얼만데요?”
“등급과 레벨에 따라 다르지만 도준 씨의 경우 1억 2천만 원이 월급으로 나올 겁니다. 연봉으로 치면 14억이 넘고요.”
확실히 적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민도준이 보기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수준.
‘지금 내 계좌에 있는 돈만 해도 60억이 넘으니.’
4개월 동안 60억을 벌었다는 뜻이니 공무원 헌터의 수입이 적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레벨이 높아질수록 앞으로의 수익도 올라갈 터.
반면 공무원 헌터는 레벨 올리기가 힘들다.
‘업무 중에 개인 사냥은 금지니까.’
던전 브레이크를 예방하기 위해 항시 대기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시간이 남아도 개인 사냥을 할 수 없었다.
사냥을 하려면 어디까지나 업무가 끝난 시간이거나 비번인 날에 해야 한다.
‘그게 가장 큰 문제야.’
돈을 떠나서 하루빨리 레벨업하고 강해져야 하는 민도준으로선 공무원 헌터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도경원은 민도준이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했는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공무원 헌터의 주 업무는 아무도 공략 안 한 던전의 브레이크 타임을 초기화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투입될 뿐이고 대부분은 대기를 타기 때문에 널널한 편입니다. 그건 달리 말해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안전성을 어필했지만 그만큼 수익은 적고 렙업도 느려진다.
그런 단점을 알고 있었지만 민도준은 구태여 지적하지 않았다.
대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궁금한 점을 물었다.
“전국에 공무원 헌터들은 얼마나 있나요?”
“현재 500명 정도 됩니다.”
“얼마 안 되네요?”
“네. 때문에 다른 지부에서 지원 요청이 오면 팔려가기도 하고 그럽니다. 서로 간의 의견 교환을 위한 연락망도 구축되어 있고요.”
“지부가 다른데도 선생님을 알고 계신 이유가 그래서 그런 거군요?”
“그렇다기보다는…… 공무원 헌터끼리 가지는 친목 모임이 있는데 선배님은 거기서 뵙고 친해진 겁니다.”
“친목 모임도 하는구나…….”
왠지 부러워하는 듯한 목소리에 도경원이 냉큼 미끼를 물었다.
“안 그래도 오늘 저녁에 모임이 있는데 민도준 씨도 같이 가실래요?”
“네? 저요?”
“네. 제가 공주시에서 2시간 걸려서 여기까지 온 게 도준 씨를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오늘 있는 모임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놀란 표정을 지은 민도준이지만 어디까지나 연기였다.
‘걸려들었군.’
자신이 던진 미끼를 훌륭하게 물었다.
‘공무원 헌터들이 친목 모임을 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
그래서 일부러 모임 이야기가 나오도록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했던 것이다.
‘근데 설마 오늘 모임이 있었을 줄이야.’
단순히 다음번 모임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던진 미끼였지만 기대 이상의 수확을 얻었다.
‘그렇다고 모임에 참가할 생각은 없지만.’
민도준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근데 제가 그 자리에 끼면 이상하지 않을까요? 공무원도 아닌데.”
“괜찮아요. 예비 공무원으로서 미리 인사하는 건데요, 뭐. 부담스러우시면 잠깐 얼굴만 비치셔도 되고요.”
“그래도 제가 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 공무원을 하겠다고 정한 것도 아니고요.”
“정 그러시다면야…….”
민도준의 거절에 도경원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칫, 온다고 했으면 어떻게든 자리에 앉혀서 설득시키려고 했는데…….’
아쉬운 표정의 그를 보며 민도준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태도를 보아하니 간다고 했으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겠는걸?’
모임은 거절했지만 목적은 달성했다.
언제 모임을 가질지는 알아냈으니까.
‘이제 남은 건 장소뿐.’
장소를 알아내는 건 간단했다.
‘아우, 도경원한테 추적 스킬 사용.’
[웡!]아까부터 소환해 뒀던 유령 늑대에게 도경원의 냄새를 맡게 했다.
[소환수가 추적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소환수가 냄새를 기억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탐지합니다.] [대상과의 거리 1m]‘이제 남은 건 이대로 헤어진 후 저녁에 몰래 도경원을 따라가는 것뿐.’
그리하면 추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의심을 받지 않으면서 모임 장소를 알아내는 것 또한 가능할 것이다.
이후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카페 밖으로 나간 세 사람이 악수를 나눴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도준 씨.”
“저도 반가웠습니다.”
“공무원 헌터는 한번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그러겠습니다.”
“도준아, 바쁘더라도 가끔 이렇게 얼굴 좀 보자.”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민도준이 우두커니 바라봤다.
그러다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추적은 저녁에 하면 되니까.’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민도준이 창밖을 바라봤다.
땅거미가 지고 있다.
행동을 개시할 때다.
편한 복장으로 모자를 눌러쓰고 외출에 나섰다.
[대상과의 거리 34.91㎞]방향을 잡고 택시를 잡아탔다.
거리가 2㎞ 내외로 좁혀지자 택시에서 내렸다.
‘아우야, 안내해.’
[왕!]여기서부턴 유령 늑대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이렇게 걷자니 강철규를 추적할 때처럼 두근거렸다.
이대로 따라가면 복수의 대상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지금 추적하는 대상은 도경원이었지만 그가 있는 곳엔 양승현이 있을 터였다.
‘없으면 어쩌지?’
양승현이 친목 모임에 나오지 않을 확률.
없진 않다.
모임이라고 해서 참석률이 100%인 건 아닐 테니까.
게다가 500명이 전부 한자리에 모이는 건 아닐 것이다.
몇 차례 나눠서 모임을 가질 터.
‘사교에 관심이 있다면 나올 공산이 크지만…….’
아니라면 차선책을 생각해야 한다.
‘일단 놈이 나오길 바라는 수밖에.’
그런 마음으로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대상과의 거리 28m]‘저긴가.’
걸음을 멈추고 바라본 곳엔 한우집이 있었다.
공무원 헌터들의 모임 장소였다.
‘아마 통째로 빌렸겠지.’
창문으로 바글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전부 공무원 헌터일 것이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입구를 주시했다.
굳이 식당 안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다.
괜히 들어가서 발각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제 발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게 낫다.
1시간, 2시간.
눈을 떼지 않고 기다린 결과 공무원 헌터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나왔다.
그 무리에는 낮에 만났던 도경원도 끼어 있었다.
‘양승현은?’
5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의 얼굴을 빠짐없이 살펴봤지만 양승현을 닮은 사람조차 보이지 않았다.
‘없다고?’
양승현에 대해 아는 정보는 별로 없어도 얼굴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한다.
눈매가 찢어지고 입이 툭 튀어나온 개성 있는 얼굴이었으니까.
‘진짜 없는 거야?’
다시 한번 샅샅이 훑었지만 무리 가운데엔 없었다.
내심 실망하는 차에 무리가 멀어져간다.
‘어쩌지? 따라가야 하나?’
없다는 걸 확인하고도 계속해서 미행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