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8화(4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48화
48. 양승현
망월산의 산 중턱.
그곳에서 양승현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씨, 왜 이렇게 안 와?”
30분 이상을 기다렸건만 약속했던 누군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 짜증이 나오는 그때.
숲속에서 비쩍 마른 남성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약속 시간 4시 아니었어요? 30분이나 늦으셨잖아요.”
“흐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사실은 더 일찍 도착했는데 주변에 미행하는 사람은 없는지 둘러보고 오느라.”
“미행이라니요. 이 새벽에 누가 절 따라다녀요?”
“그래도 혹시 모르잖습니까? 누군가의 미움을 샀을지.”
“미움을 사긴 누가요. 친목 모임에도 참석하고 센터 직원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있구만.”
“그렇다면 잘하고 계시네요. 주변의 평판이 좋을수록 의심을 덜 받을 테니까요. 흐흐.”
음침하게 웃던 남성이 양승현에게 물었다.
“그래서, 가져오셨습니까?”
“물론이죠.”
양승현이 기다렸다는 듯 USB를 내밀었다.
“여기에 정보가 들어 있는 겁니까?”
“네. 던전 브레이크가 임박한 던전은 물론 투입될 공무원 헌터에 대한 정보도 들어 있죠.”
“날짜는요?”
“오늘이에요. 예상시간은 오후 2시고요, 만약 그사이에 누군가 공략해 버리면 나가리 되니까 그때는 새로운 정보로 다시 넘겨드릴게요.”
“던전은 제가 요구한 C급이겠죠?”
“그럼요. C급 리틀 스네이크 던전이에요.”
“흐음, 리틀 스네이크가 마리당 8천이니까 200마리 잡으면 160억. 딱 좋네요. 흐흐.”
실실 웃는 남자를 향해 양승현이 물었다.
“정말로 이 모든 걸 혼자서 하실 수 있겠어요?”
“걱정 마십쇼. 제 특성이 이런 쪽으로 특화되어 있으니 걸릴 염려는 없습니다.”
“참고로 투입되는 공무원 헌터는 B급이에요. 레벨은 750이지만 죽이기가 쉽지 않은…….”
“걱정 마시라니까요? 저도 B급이고 레벨도 1,000 이상이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렇지만 성함을 안 알려주시니 확인할 수가…….”
“영업 비밀이니까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바라고요, 어차피 양승현 씨도 돈만 받으면 그만 아닙니까?”
“그렇긴 하죠.”
비쩍 마른 남성이 말 나온 김에 준비한 마대자루를 가져왔다.
“선수금입니다. 확인해 보세요.”
안에는 B급 마정석 21개가 들어 있었다.
“약속했던 건 20개 아니었어요?”
“1개는 보너스입니다. 일이 잘 풀리면 10개 더 드리겠습니다.”
1억 2천짜리 31개면 37억 2천.
1,201레벨인 양승현의 연봉이 34억이었으니 그보다 조금 더 번 셈이었다.
“정보 좀 팔았을 뿐인데 1년 연봉을 벌었네요. 흐흐.”
탐욕스러운 눈으로 마정석을 바라보는 양승현의 모습에 남성은 안심할 수 있었다.
‘어디 가서 떠벌리진 않겠군.’
돈 욕심이 많은 걸 보니 배신하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럴 거 같아서 먼저 접근한 거지만.
“그럼 저 먼저 갈 테니 30분 정도 있다가 내려오십시오. 같이 움직이면 의심받을지도 모르니.”
“옙! 살펴 가십시오!”
남성이 먼저 사라지자 양승현이 마정석들을 집었다.
“흐흐흐, 이게 웬 횡재냐?”
별다른 노력도 안 했는데 수십억을 손에 쥐었다.
“이번 일이 잘 끝나면 다음에도 거래할 생각 없냐고 물어봐야겠다.”
콧노래를 부르며 양승현이 마정석들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슈우욱-
손을 갖다 대고 습득이라고 말하자 마정석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30분 있다가 오라고 했지?”
양승현이 바닥에 주저앉아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뒤쪽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다.
뻐억-!
“커허억!”
엄청난 충격이 그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누군가 주먹으로 세게 때린 것 같은 느낌.
벌떡 일어나 고개를 들었지만.
“끄으으, 뭐야?”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지만 투명화를 감지할 정도로 그의 전투력이 높진 않았다.
“대체 무슨…… 히이익!”
고개를 돌리던 양승현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랐다.
별안간 눈앞에서 남자가 나타났기 때문.
퍼억!
“컥!”
얼굴에 정통으로 주먹을 맞은 그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X, X발!”
양승현이 급히 일어나려고 했지만.
샤악!
그의 팔뚝에 단검이 스쳐 지나갔다.
[상대에게 석화의 저주를 걸었습니다.] [대상의 레벨이 높을수록 지속시간이 줄어듭니다.] [남은 시간 : 6분 39초]쩌저저적-
양승현이 일어나려던 자세 그대로 석상이 되어버렸다.
“별거 아닌 놈이었군.”
기습에 성공한 민도준이 저주받은 단검을 도로 인벤토리에 넣었다.
레벨이 높아서 걱정했건만 실제로 상대해 본 양승현은 약하디약했다.
‘약점 간파가 이럴 때 도움이 되는군.’
정보가 가려졌던 이세윤과 달리 양승현은 약점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나보다 약하거나 대등하다는 소리지.’
할 만하다고 생각됐다.
더구나 지금처럼 완전히 방심하고 있는 상대라면 더더욱.
그래서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가 뒤통수를 때린 뒤 즉시 인비저빌리티를 사용했다.
그리고 이렇게 단검으로 석화시켜버린 것이고.
“6분만 기다릴까?”
그렇게 기다린 끝에.
양승현의 몸이 원래의 피부색을 되찾으며 석상에서 돌아왔다.
“헉!”
숨을 들이켜는 양승현이 대응하기도 전에, 민도준이 검을 휘둘러 놈의 다리를 베어버렸다.
서걱-
“끄아아악!”
바닥에 쓰러진 양승현이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아파?”
“끄윽, 너, 너, 뭐야!”
“뭐긴, 너한테 볼 일 있는 사람이지.”
“X발!”
츠으읏-
양승현이 왼손에 무기를 꺼내려고 했지만.
서걱-!
“아아악!”
그전에 손목을 잘라버렸다.
“그러게 왜 무기를 꺼내려고 해.”
“끄흐흐흐흑…….”
피를 철철 흘리는 놈을 보고도 민도준은 가여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놈은 자신의 인생을 망칠 쓰레기인 데다 정황상 범행을 공모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이놈 참 골 때리네.”
악바리 근성으로 소리를 지르는 놈을 보자니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같이 있던 그놈 부르려는 거냐?”
“도와주세요! 여기 사람 있어요!”
“소리쳐 봤자 소용없다. 녀석은 이미 산을 내려갔어.”
“네가 어떻게 알아!”
“다 아는 수가 있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도 민도준이 가만히 있는 이유는 남성에게 걸어 놓은 추적 스킬 때문이었다.
[대상과의 거리 2.37㎞]이 정도 거리면 양승현이 소리를 질러도 듣지 못한다.
더구나 거리는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떠나고 있다는 소리.
그 말은 양승현이 아무리 고함을 질러도 도와줄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혹시 누가 들을 수도 있으니까.’
민도준이 다시 저주받은 단검을 꺼냈다.
샤악!
[상대에게 고통의 저주를 걸었습니다.] [남은 시간 : 6분 39초]“끄하아악!”
“쳇, 침묵의 저주 좀 걸리길 바랐는데 더 시끄럽게 생겼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민도준이 한손검으로 다시 바꿨다.
“야, 야.”
콕콕-
“아아악! 아, 아퍼! 아프다고!”
아주 가볍게 찔렀을 뿐인데도 녀석은 꽥꽥 소리를 지르며 자지러졌다.
“이거 효과 좋은데?”
“끄흐흐흑…….”
서걱!
방심한 순간 민도준이 양승현의 손가락을 베어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악!!!”
“누가 보면 팔이라도 자른 줄 알겠다?”
“끄허어어어엉…….”
민도준이 다시 한손검을 들어 올리자.
“살려줘, 살려주세요. 제발……!”
“이제 좀 대화할 준비가 됐나?”
끄덕끄덕.
세차게 고개를 흔드는 놈의 모습에 민도준이 실소를 지었다.
“결국 이렇게 될 거면서 왜 그렇게 저항을 해.”
“흐으으으…….”
“핸드폰 줘 봐. 잠금 풀고.”
핸드폰을 건네받은 민도준이 장갑 낀 손으로 뭔가를 조작하더니 말했다.
“다 털어 놔봐. 아까 그 비쩍 마른 새끼랑 무슨 짓을 꾸미고 있던 건지.”
둘 사이의 대화를 들었기에 어느 정도 상황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놈의 입으로 확실하게 듣고 싶었다.
“그, 그럼 살려주실 거예요?”
서걱!
“끄으으으아아악!”
손가락 하나가 또 잘렸다.
“이게 어디서 흥정이야? 너한텐 선택권이 없어.”
“끄흐흐흐…….”
“빨리 말하고 끝내는 게 좋을 거다. 아직 고문할 시간은 충분하니까.”
“아, 알겠습니다…….”
양승현이 고통을 참으며 범행 계획을 불었다.
“저희는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킬 생각이었습니다…….”
민도준이 고개를 주억였다.
예상대로였다.
“제가 던전과 공무원 헌터의 정보를 건네주면 그 사람이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군데?”
“모르겠습니다. 이름도 레벨도 모르지만 저한테 이런 제안을 한 것도 전부 그 사람입니다.”
“그래서 정확히 어떤 정보를 넘겼다고?”
“던전 브레이크가 임박한 곳의 위치와 공무원 헌터의 신상, 투입되는 시간 등입니다.”
“자세히 말해 봐.”
양승현은 민도준에게 던전의 위치와 범죄 시간 등을 털어놓았다.
“그럼 처리는 어떻게 하는데?”
“그 사람 혼자서 던전을 지키는 군인이랑 투입되는 공무원 헌터를 죽이기로 했습니다. 그다음엔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고요.”
“넌 그걸 알면서도 놈한테 정보를 건네준 거고?”
“예에…….”
정보만 건넸다고 죄질이 가벼운 게 아니다.
죄 없는 군인과 공무원 헌터를 위기에 빠트린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둘 다 죽어 마땅한 놈들이군.’
한숨을 쉰 민도준이 말했다.
“그렇게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킨 다음에는?”
“지나가다가 발견한 것처럼 자기가 직접 던전 브레이크를 막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놈의 목적은 던전 브레이크 포상금이다?”
“그렇습니다…….”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고 우연인 것처럼 막아서 포상금을 얻으려는 수법.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헌터가 나타나 던전 브레이크를 막는다면 그것만큼 의심스러운 일이 없을 터.
“어이가 없군. 그러면 의심받기 딱 좋을 텐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말했지만 증거는 없을 테니 자기 쪽은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 쪽에 특화된 특성이라면서…….”
민도준은 과거에도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 곰곰이 되짚어봤다.
‘생각해 보니 던전 브레이크를 막았다는 기사를 몇 번 본 것 같아.’
언제인지는 몰라도 이따금 던전 브레이크를 타이밍 좋게 막았다는 기사가 올라오곤 했었다.
‘그게 다 그 남자가 저지른 자작극이었다는 소린가?’
그런데 이상한 점은 공무원 헌터가 죽었다는 말은 어디에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무원 헌터가 죽고 나서 타이밍 좋게 누군가 나타나면 의심받기 십상일 텐데…….’
어쨌거나 양승현한테서 얻을 만한 정보는 다 얻었다.
민도준이 양승현의 핸드폰을 조작하더니 버튼을 눌렀다.
[저희는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킬 생각이었습니다…….]“녹음은 잘 됐군.”
“…….”
민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양승현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저, 전 이제 살려 주시는 거ㅈ…….”
푸욱-
민도준이 양승현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었다.
“살려주긴.”
“커허럭……!”
“네놈은 죽어 마땅하다.”
쑤욱-
심장을 관통했던 검이 양승현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털썩-
[헌터 양승현을 죽였습니다.] [특성 웨폰 마스터리를 빼앗았습니다.] [장비 7개를 빼앗았습니다.] [마정석 21개를 빼앗았습니다.]양승현이 쓰러지자 민도준이 그의 핸드폰을 머리맡에 던졌다.
‘녹음 파일이 있으니 놈의 죄가 온 세상에 까발려지겠지.’
그냥 죽였다면 양승현은 아마 무고한 피해자로 남았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민도준도 싫었다.
‘지문도 목소리도 안 남겼으니 내가 걸릴 일은 없어.’
핸드폰은 장갑을 끼고 만졌고 녹음 버튼은 양승현이 진술할 때만 눌렀다.
‘이제 해야 할 건 한 가지뿐.’
비쩍 마른 그 남자를 추적한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게 둘 순 없으니.’
해가 뜨기 전에 민도준이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