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4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49화(4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49화
49. 김병철
집으로 돌아온 민도준은 몸부터 씻었다.
피 냄새를 씻고 싶었다.
‘근래에 너무 자주 살인하고 있어.’
강철규를 비롯해서 방대식 패거리, 조규찬, 그리고 양승현까지.
밖에서 죽인 헌터들만 일곱 명이었다.
‘이렇게 죽이는 건 너무 위험해.’
자신도 알고 있다.
밖에서의 살인은 던전에서 저지르는 것보다 들킬 위험이 높다는 것을.
하지만 죽이지 않고는 못 배길 놈들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게다가 죽이기에도 딱 좋은 장소이지 않았는가?
‘이번 건까지는 들키지 않겠지만 이대로 살인한다면 안 들키는 게 더 이상하겠지.’
경찰이나 헌터 협회에서도 근래에 헌터들이 줄줄이 죽어 나가고 있음을 모르진 않을 터.
‘앞으로 죽여야 할 놈들이 11명이나 되는데…….’
아무리 증거가 없다지만 리스크를 안고서 죽일 순 없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일단 특성이나 확인해 보자.’
[특성 – 웨폰 마스터리]-등급 : S
-설명 : 어떤 무기든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무기 공격력이 2배 증가한다.
양승현에게서 얻은 특성이었다.
‘이걸로 공격력이 더 올라가겠군.’
현재 무기 공격력을 15% 올려주는 D급 특성이 있지만 이번 건 훨씬 상위 등급의 특성이었다.
‘곱 연산으로 적용되니 2.3배 올라간다고 보면 되겠군.’
안 그래도 대미지가 높은데 더 강해져 버렸다.
노획한 아이템들도 쏠쏠했다.
장비는 별 볼 일 없었지만 B급 마정석을 무려 21개나 얻었다.
25억 이상을 단숨에 벌어들인 셈이다.
‘다시 봐도 사기적이야. 헌터 사냥꾼이라는 특성은.’
회귀 후에 갑자기 생겨난 EX급 특성 덕분에 민도준은 레벨에 맞지 않게 끝없이 성장하고 있었다.
‘이걸로 특성만 12개.’
지금까지 봐선 획득하는 특성의 개수 제한도 없는 것 같았다.
‘왜 이런 특성이 생긴 거지? 아니, 그전에 내가 어떻게 회귀를 한 거지?’
그동안 의문을 가져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기에 그저 신이 자신에게 기회를 줬다고 생각했다.
‘복수를 하면서 쓰레기 같은 헌터들을 사냥하라는 뜻인가? 그런 거라면 기꺼이 받아들이지.’
민도준은 오늘 양승현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려는 쓰레기가 한 명 더 남아 있었다.
‘이름은 김병철. 레벨은 1,280.’
양승현과 거래했던 비쩍 마른 사내의 이름이었다.
양승현과 달리 민도준은 녀석의 이름과 레벨을 알 수 있었다.
약점 간파 특성으로 정보가 보였으니까.
‘정보가 보인다는 건 나보다 강한 놈은 아니라는 거다.’
때문에 민도준은 오늘 김병철을 죽일 셈이었다.
‘감히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려고 해?’
던전 브레이크로 부모님을 잃은 민도준으로선 용납할 수 없는 일.
비록 제 스스로 던전 브레이크를 막는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포상금을 얻으려는 자작극이었으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다른 사람을 해하고 영웅 행세를 하려 한다는 게 괘씸하기 짝이 없군.’
복수의 대상은 아니었지만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죽일 명분은 충분했다.
[대상과의 거리 74.31㎞]‘추적 스킬을 걸어놓길 잘했어.’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민도준이 일찍이 외출 준비에 나섰다.
던전의 위치는 알고 있으니 미리 가서 놈을 어떻게 죽일지 생각해 볼 참이었다.
* * *
김병철이 백팩에 옷가지를 쑤셔 넣었다.
오늘 할 일을 생각하면 중간에 갈아입을 옷이 필요했다.
‘흐흐, 160억이라. 생각만으로도 좋군.’
오늘은 그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날이었다.
잘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돈 벌면 뭐부터 할까?’
그는 1,280레벨의 B급 헌터.
돈이라면 부족함이 없을 레벨이었지만 그에겐 부족했다.
이것저것 살 게 많았기 때문이다.
‘먼저 차부터 바꿔야지.’
뽑은 지 3개월밖에 안 된 스포츠카가 있지만 금방 질린 탓에 바꿔야 했다.
‘집도 훨씬 크고 좋은 데로 옮기고.’
현재도 10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좀 더 크고 야경이 멋진 곳으로 옮길 생각이다.
‘예전엔 돈 많이 벌면 뭐하나 싶었는데 은근히 쓸데가 많단 말이야.’
비싼 옷, 명품 시계, 고급 외제차, 부동산 투자 등등.
그는 헌터 장비보다 외적인 부분에 돈을 더 들이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은 5년이 걸린다는 1,200레벨을 8년이 넘어서야 찍을 수 있었다.
다소 늦게 달성한 셈.
그렇기에 갖고 있는 장비도 평범한 것들뿐이었다.
전투에 도움이 되는 특성도 아니었고.
‘그래서 던전 난이도를 C급으로 요구한 거지.’
양승현에게 C급 던전을 요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자신의 수준으론 B급의 던전 브레이크를 막는 건 무리였으니까.
‘오후 2시라고 했지?’
시계를 본 김병철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거사를 위해 밥도 먹지 않았다.
‘어려울 거 없어. 군인이랑 공무원 헌터, 두 놈만 죽이면 돼.’
어차피 자신의 특성이라면 놈들을 죽여도 걸릴 염려는 없다.
‘심증은 있겠지만 상관없어. 물증이 없으니.’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진즉에 이렇게 돈 벌 걸 후회하기도 했다.
‘내 특성의 활용법은 이게 맞는 거야.’
돈을 벌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도.
정오가 넘어가자 김병철이 슬슬 나갈 채비를 갖췄다.
C급 던전의 위치는 집에서 1시간 거리.
스포츠카를 타고 이동해도 되지만 오늘만큼은 눈에 띄어선 안 되기에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읏차.”
자리에 앉은 김병철이 창밖을 바라보며 앞으로 할 일을 생각했다.
계획은 간단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인적이 드문 길로 접근해서 군인을 먼저 죽인다.
그 후 예정대로 2시에 공무원 헌터가 도착하면 그놈 역시 죽인다.
그리고 자리를 피했다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시간에 맞춰 우연히 발견한 척 다가간다.
‘그 후엔 200마리의 리틀 스네이크를 잡으면 끝.’
의심은 받겠지만 물증이 없으니 경찰도 뭐라고 하진 못할 터.
어쨌거나 자신은 적절한 때에 나타나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영웅이 되는 셈이다.
솔직히 영웅 타이틀은 줘도 가지기 싫지만.
‘영웅이고 뭐고 돈만 받으면 그만이지.’
알아보니 리틀 스네이크 한 마리당 포상금은 8천만 원.
총 160억의 포상금을 얻을 수 있다.
‘흐흐, 완벽해.’
계획에 앞서 그나마 조심해야 할 건 동선.
군인을 죽이러 갈 때는 CCTV가 없는 곳으로 움직여야 의심을 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연기도 잘해야지.’
물증이 없으니 경찰이나 협회 측에서 심리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그때를 대비한 연기도 필요하다.
자신은 그저 우연히 지나가다가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것뿐이라는 연기가.
‘그건 집에서 연습한 대로만 하면 되니까.’
솔직히 남들을 속이는 데엔 자신 있었다.
그렇기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순간에도 웃음이 나왔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이번에 투입된다는 공무원 헌터인데…….’
양승현이 보내준 정보에는 공무원 헌터의 이름, 레벨, 직업은 물론 성격까지도 적혀 있었다.
‘이제 갓 B급이 된 750레벨 헌터라…….’
김병철이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예전에 던전에서 파티원을 죽여 본 적이 있었지.’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사소한 다툼 때문이었다.
‘하도 깔봐서 둘만 있을 때 홧김에 죽였는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속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했다.
그때 알았다.
자신의 특성이 괴수보다는 사람을 죽이는데 쓸 만하다는 사실을.
‘그래도 B급 헌터는 죽여 본 적이 없단 말이지…….’
자신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자신의 레벨보다 낮은 데다가 기습을 하면 누군들 못 죽일까.
‘확실하게 죽여야 돼.’
김병철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이번 정류장은 ‘복동삼거리’입니다.]버스에서 내린 김병철이 거리를 걸었다.
조금만 더 가면 사전에 알아본 CCTV의 위치가 나올 것이다.
그곳을 피해서 근처 야산으로 들어가면 된다.
‘야산을 가로지르면 바로 던전이 나온다.’
그렇게 야산까지 걷고 있는데 뒤에 따라오는 남자가 심히 거슬렸다.
조금 전에 버스에서 같이 내린 남자였다.
‘설마 날 미행하는 건 아니겠지?’
머릿속으로 퍼뜩 섬광 같은 게 스쳐 지나갔다.
‘설마? 양승현 그 새끼가?’
만약 양승현이 배신하고 경찰에게 모든 정보를 넘겼다면?
뒤에 자신을 따라오는 남자는 십중팔구 형사일 것이다.
‘빌어먹을!’
순간 불안한 느낌과 함께 도망쳐야 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아니지. 그 새끼가 배신했을 리가 없어.’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양승현은 마정석을 받자마자 탐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그 눈빛과 표정은 절대 거짓으로 지어낸 연기가 아니었다.
‘내가 잘 알지. 그런 탐욕스러운 눈빛은.’
자신의 눈빛과 같았으니 모를 리가 없다.
‘나랑 계속 작업하자고 물고 늘어지면 늘어졌지 배신할 놈은 아니야.’
더구나 일이 무사히 끝나면 B급 마정석 10개를 더 얹어주기로 했으니 어디 가서 떠벌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 날 따라오는 저놈은 누구지?’
왜 자꾸 따라오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인해 보면 될 일.
김병철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담배를 꺼내 들었다.
불을 붙이고 담배를 피우며 경치를 구경하는 척하는 동안, 뒤따라오던 남자는 그를 지나쳐 계속해서 걸어갔다.
‘잘못 짚었나?’
그저 자신과 같이 버스에서 내린 평범한 승객이었나?
걸어가는 뒷모습을 예의 주시하던 김병철은 남자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했다.
‘내가 좀 예민하게 굴었군.’
거사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본의 아니게 의심하고 말았다.
‘양승현이 배신할 리가 없지.’
피식 웃고는 다시 걸었다.
자신이 의심했던 남자는 뒤도 안 돌아보고 끝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역시나 형사는 아니었다.
애초에 방향도 달랐다.
‘여기서부턴 야산으로.’
김병철이 방향을 꺾어 야산 쪽으로 걸어갔다.
여기서부턴 CCTV가 없는 구역이다.
그렇게 얼마간 걸었을 때쯤.
“저기…… 죄송한데 길 좀 물어봐도 될까요?”
웬 남자가 뒷머리를 긁으며 어리숙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아이 씨, 왜 하필 여기에 사람이 있어?’
야산으로 들어가야 하는 마당에 목격자가 있어선 곤란하다.
신경질이 났지만 꾹 참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길이요?”
“예. 이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던데…….”
“아. 정류장이요?”
마침 반대 방향이라 잘 됐다.
빨리 알려줘서 버스 정류장으로 보내버려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김병철이 고개를 돌려 저쪽이라고 손짓하는 찰나.
“앗, 따가!”
팔뚝에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암전이라도 된 듯 앞이 캄캄해졌다.
“뭐, 뭐야? 앞이 안 보여!”
순식간에 시력을 잃고 나서 그가 느낀 것은.
푸욱-
가슴이 꿰뚫리는 고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