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5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50화(5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50화
50. 원기 회복
양평군 옥천면에는 C급 리틀 스네이크 던전이 하나 있다.
김병철이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기로 계획한 던전이다.
‘이 근처를 돌아다니면 되겠군.’
민도준은 일찍이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김병철이 어느 쪽에서 나타날지 탐색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CCTV가 있는 곳에선 투명화를 쓰고 움직였기에 걸릴 일은 없다.
‘정면으로 들어가면 CCTV에 걸릴 테니 아마 야산으로 올라가려 하겠지.’
양승현과의 대화를 미루어보면 김병철은 상당히 철두철미한 성격인 것 같았다.
‘미행이 있을까 봐 산 주변을 둘러볼 정도였으니.’
그걸로 봐서 김병철은 CCTV가 없는 쪽으로 올 가능성이 컸다.
예상 경로가 얼추 그려졌다.
‘자차는 눈에 띄니 버스를 이용할 거야. 아마 정류장에서 내려서 조금 걷다가 CCTV가 없는 옆길로 빠지겠지.’
그 후에는 야산을 가로질러 던전 앞까지 도달할 것이다.
그러는 편이 눈에 띄지 않을 테니까.
민도준이 야산 앞에 숨어서 놈을 기다렸다.
[대상과의 거리 812m]……
[대상과의 거리 211m]……
[대상과의 거리 58m]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보며 그는 확신했다.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고.
그리고 예상대로 김병철의 모습이 보였을 때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주변에 사람도 없고 CCTV도 없고…… 지금이 적기다.’
기회라고 생각한 민도준이 뒷머리를 매만지며 어리숙한 표정으로 접근했다.
“저기…… 죄송한데 길 좀 물어봐도 될까요?”
“길이요?”
김병철의 표정을 보니 의심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예. 이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던데…….”
“아, 정류장이요?”
김병철이 고개를 돌린 순간.
츠으읏-
뒷머리를 매만지던 민도준의 손에서 단검이 생성됐다.
피잇-
“앗, 따가!”
방심한 틈에 단검으로 그어버리자.
[상대에게 맹인의 저주를 걸었습니다.]앞이 안 보여 당황하는 김병철의 모습이 보였다.
이후로는 어려울 것도 없었다.
츠으읏-
순식간에 한손검으로 무기를 변경하고는.
푸욱-
그대로 심장을 찔렀다.
[헌터 김병철을 죽였습니다.] [특성 원기 회복을 빼앗았습니다.] [장비 9개를 빼앗았습니다.] [마정석 12개를 빼앗았습니다.]‘인비저빌리티.’
김병철을 죽이자마자 투명화 스킬을 사용했다.
목적을 이뤘으니 곧장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시체는 이대로 방치해도 무관하다.
그런데.
‘어?’
김병철의 시체가 스르륵 사라지는 게 아닌가?
마치 괴수들이 연기로 변해 사라지는 것처럼.
민도준은 당황해서 도망갈 생각도 못 했다.
‘어떻게 된 거지?’
김병철의 시신은 이제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생전에 그가 입고 있던 옷가지와 소지품만 남았을 뿐.
혹시 몰라 시신이 있던 곳을 휘저어 봤지만 아무것도 걸리는 느낌이 없었다.
‘은신이라도 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고…….’
은신을 할 때처럼 스르륵 사라졌기에 가진 의문이었다.
그때 의문을 해결해 준 건 떠오른 알림이었다.
[대상의 시체를 흡수하였습니다.] [체력이 회복됩니다.]알림을 보자마자 민도준은 이게 뭔 소린가 싶었다.
‘설마?’
민도준이 새로 얻은 특성의 정보를 열었다.
[특성 – 원기 회복]-등급 : S
-설명 : 대상을 죽이면 시체를 흡수해 상처와 체력을 회복한다. 회복률은 대상의 체력에 따라 다르다.
‘시체를 흡수한다고?’
김병철의 시신이 마술처럼 사라진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래서 김병철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자신한 건가?’
김병철의 특성이 이런 쪽으로 특화되어 있다고 하더니…….
특성의 정보를 보니 납득이 갔다.
‘확실히 시신이 이렇게 사라져 버리면 증거를 찾긴 힘들겠지.’
심증은 있겠지만 물증은 남지 않는다.
마치 던전에서 살인했을 때처럼.
‘특성을 뺏고 적용된 걸로 봐서 한 타임 늦게 발동되는 모양이야.’
옷가지와 소지품들이 남았지만 발견돼도 상관은 없었다.
‘일단 자리부터 벗어나자.’
얼떨떨했지만 사건 현장에 있어 봐야 좋을 것이 없다.
투명화가 풀리기 전에 민도준이 자리를 옮겼다.
* * *
보통 범죄가 일어나면 경찰이 담당하지만 헌터 관련 사건은 헌터 협회에서 수사한다.
서울에 위치한 대한 헌터 협회.
범죄수사과 팀장 김상엽은 요즘 따라 부쩍 늘어난 살인사건에 짜증부터 냈다.
“이번엔 또 무슨 사건이야?”
“망월산에서 헌터 한 명이 죽은 사건입니다.”
부하 직원의 보고에 김상엽이 눈살을 찌푸렸다.
“또 가슴에 X표식이 있나?”
“아닙니다. 제가 직접 살펴봤는데 가슴에는 검이 관통한 자국 말고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온전히 죽었단 말이네.”
“그것도 아닙니다. 다리랑 손목, 손가락이 잘린 흔적을 봐서 고문을 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상엽이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었다.
“대체 어떤 새끼지?”
최근 들어 헌터들의 사망 사건이 부쩍 늘어났다.
모두 깔끔한 검상인 데다 X표식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전부 한 녀석이 벌인 짓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번엔 표식이 없단다.
“피해자는 누군데?”
“양승현이라는 B급 헌터로 양평 지부의 공무원 헌터입니다.”
“하필 공무원 헌터를 건드려?”
공무원 헌터는 던전 브레이크를 막는 만큼 경찰이나 소방관처럼 공명정대한 이미지가 있었다.
“그래서 범인에 대한 단서는?”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하는데, 먼저 이것부터 들어보시죠.”
부하 직원이 내민 것은 USB였다.
“이 안에 뭐가 있는데?”
“피해자의 핸드폰에서 찾아낸 녹취 파일입니다.”
안에는 여러 개의 파일이 있었는데 전부 짤막한 대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짤막한 대답들은 하나같이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려 하다니, 미친 건가?”
“포상금을 노리고 자작극을 벌일 계획이었답니다.”
“여기서 말한 정보들이 사실인지 확인해 봤어?”
“네. 던전의 위치나 시간, 투입되는 공무원 헌터의 신상 등. 전부 사실과 일치했습니다.”
“그런데 던전 브레이크는 일어나지 않았고?”
“네. 대화를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정보를 건넨 사람이고 실행자는 따로 있는 듯한데, 어찌 된 일인지 계획 당일에는 아무 일도 없었답니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데?”
“조사해 본 결과, 죽은 피해자의 목소리입니다.”
“뭐?”
어이없어하는 김상엽에게 부하 직원이 덧붙였다.
“누군가 고문을 해서 범행을 실토하게 만들어 녹음한 모양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공무원 헌터가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려고 누군가와 공모했다는 소리잖아?”
“그렇습니다.”
“하아…….”
시민들을 던전 브레이크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 헌터가 포상금을 노리고 누군가와 공모를 했다?
“이거 기자들이 딱 좋아할 만한 내용인데…….”
세간에 알려졌을 때의 여파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온다.
“용의자는?”
“그게…… 대화를 녹음한 사람이 용의자일 거라 생각은 되는데 어디에도 단서가 없습니다.”
“후우, 그럼 피해자와 같이 범행을 꾸민 공모자는?”
“그것도 누군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용의자 불명, 공모자 불명, 피해자는 범죄를 발설하고 피살.
“뭐 이런 사건이…….”
단서라곤 녹음 파일밖에 없는 사건에 김상엽은 한동안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 * *
[속보! 공무원 헌터 양 씨. 산속에서 피살된 채 발견.] [휴대폰에서 녹취 파일 발견. 던전 브레이크를 꾸민 것으로 드러나…….] [충격! 현직 공무원 헌터, 던전 브레이크 포상금을 노리고 정보 유출.] [협회 측,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지 않게 보안을 강화하기로…….] [공무원 헌터 채용률 2배로 늘리고 2인 체제 돌입하는 방안 검토…….]줄줄이 이어진 기사를 보며 민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했던 대로 양승현의 범죄가 알려졌군.’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진 민도준이 기사의 댓글을 확인했다.
└미쳤네. 공무원 헌터가 던전 브레이크를 ㄷㄷ;;
└기사 내용 잘 보면 이 새끼만 꾸민 거 아님. 공모자가 따로 있음. 얘는 그냥 정보만 넘긴 거.
└정보만 넘겼다 해도 던전 브레이크를 묵인한 건 사실이잖아요?
└어쨌든 둘 다 ㄱㅅㄲ들임.
└이참에 공무원 헌터들 싹 다 교육시켜야 함. 보안도 강화하고.
└다른 기사에 2인 체제로 강화한다고 발표 나왔어요.
└여러분 나라가 이렇게 허술합니다.
└근데 기사 보면 던전 브레이크 실행하기로 한 공모자도 있다는데 왜 브레이크 안 일어난 거?
└정보 받고 저지르려고 했는데 아니다 싶어서 잠적했겠지.
└내 생각엔 용의자한테 죽은 듯. 녹취도 피해자 본인이 직접 한 게 아니라며.
└그럼 용의자가 범행 계획 알아내고 둘 다 죽인 거임?
└이게 제일 그럴듯한 가설인 듯.
└ㄹㅇ 참 영웅이네.
└누군지 몰라도 상 줘야 함.
└어쨌든 잘 죽었다, ㅆㄹㄱ ㅅㄲ들.
댓글을 보니 양승현과 김병철에 대한 욕이 대부분이었다.
‘다행이군. 무고한 피해자로 남지 않아서.’
죄를 드러냈다는 사실에 민도준이 만족했다.
자신이 녹음을 하지 않았더라면 양승현의 죄는 영원히 덮였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11명.’
아직 복수해야 할 헌터가 많이 남았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모두 B급 이상의 내로라하는 헌터들이었으니.
‘다들 어느 정도 유명세가 있는지라 죽이기가 쉽지 않아.’
여태까지는 쉽게 죽였지만 이제부턴 보는 눈이 많아서 죽이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
하지만.
‘원기 회복이라…….’
김병철을 죽이고 얻은 특성이라면 시체를 깔끔하게 치워버릴 수 있다.
‘시체가 남고 안 남고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
시체를 없애 행방불명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꼬리가 밟힐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상처와 체력을 회복하는 효과 또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밖에서의 살인은 자제하려고 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겠군.’
리스크가 줄어들었으니 던전에서든 밖에서든 죽이는데 꺼릴 건 없다.
“도착했습니다.”
“얼마죠?”
“46,800원입니다.”
민도준이 5만 원권 한 장을 내밀었다.
“거스름돈은 안 주셔도 됩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손님!”
택시에서 내리자 기사가 재빨리 트렁크에서 캐리어를 꺼내줬다.
“그럼 즐거운 여행되십시오!”
민도준이 찾은 곳은 다름 아닌 인천공항.
‘복수도 복수지만 성장도 게을리할 순 없지.’
성장을 해야 복수를 할 수 있는 법이고, 그러기 위해 찾은 공항이었다.
체크인 카운터에 줄을 선 뒤 탑승수속을 밟았다.
“행선지가 도쿄 나리타 공항 맞으시죠?”
“네.”
캐리어를 위탁하고 미리 예약한 티켓을 받았다.
시간이 다가오자 출국 심사를 거쳐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가 일본을 찾은 이유는 여행.
물론 표면적인 이유였고, 실제 목적은 달랐다.
‘유령섬. 그곳에서 클라크를 공략한다.’
B급 히든 던전에서 네임드 보스를 잡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