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5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51화(5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51화
51. 유령섬
유령섬은 전 세계에 여섯 군데밖에 없다.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파키스탄, 몽골 등으로 아시아에만 존재하는 히든 던전이다.
그런데 다른 곳은 안 가고 왜 하필 일본으로 왔느냐?
가깝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클라크가 일본에 나타나기 때문이지.’
유령섬에는 클라크라는 네임드 보스가 있다.
단 한 개체밖에 존재하지 않는 녀석은 여섯 개의 유령섬을 순회공연하듯 돌아다니며 출현한다.
‘누가 보면 랜덤으로 나타나는 줄 알겠지만…….’
차후에 밝혀진 사실은 달랐다.
클라크가 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두 달마다 한 번씩.
‘지금은 일본을 거쳐 갈 시기지.’
아마 다음 달까지는 일본에 머물러 있다가 필리핀으로 옮겨갈 것이다.
물론 이런 정보는 회귀자인 민도준밖에 모른다.
‘지금으로선 아마 유령섬을 찾지도 못했겠지.’
전 세계에 여섯 개밖에 없는 던전인 만큼 발견하기도 쉽지 않았다.
‘어쨌거나 공략하기엔 지금이 딱 좋아.’
클라크를 잡기에는 유령섬이 알려지지 않은 지금이 적기다.
민도준이 휴가를 쓴 이유도 유령섬 때문이었다.
‘입장 레벨인 750레벨도 찍은 데다 특성들을 얻고 나서 더더욱 강해졌다.’
1,500레벨 이하면 클라크를 잡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지만 민도준은 자신감이 있었다.
1,200레벨의 헌터들도 손쉽게 처리했으니까.
‘지금 내 수준은 나조차 측정 불가능한 수준이야.’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클라크를 상대해 보면 알게 될 일.
‘일단은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게 히든 던전에 들어가는 것이 우선이다.’
[승객 여러분. 잠시 후면 목적지인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민도준은 느긋하게 비행기에서 내렸다.
‘아직 오후 2시밖에 안 됐군.’
밤에 활동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많았다.
입국 심사를 거치고 캐리어를 찾아 나온 민도준이 공항 택시를 잡아탔다.
‘딱 보니 한국인처럼 생겼는데?’
민도준을 보고 생각하던 택시 기사가 일본어로 말했다.
“어디로 가십니까?”
“치바현으로 가주세요.”
한국인이면 바가지요금을 씌우려던 택시 기사는 유창한 일본어에 내심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 가시고 뭐 하세요?”
“아, 예!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일본인이었나 싶을 정도로 유창한 발음에 택시 기사가 당황하며 액셀을 밟았다.
그 수상한 모습에 민도준이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내가 일본어를 못할 줄 알았나 보지?’
사실 민도준은 5개 국어를 할 줄 아는 남자였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정도는 마스터했지.’
10년간 던전을 돌며 해외의 헌터들을 만날 일이 은근히 많았기에 필요성을 느끼고 배운 것이었다.
“도착했습니다, 손님.”
목적지에서 내린 민도준이 캐리어를 끌며 설렁설렁 걸었다.
그러다가 보이는 숙소 중 아무 곳이나 골라 들어갔다.
“하루 묵을 방 있습니까?”
“네! 이쪽으로 오시죠.”
빈방이 많았는지 주인장이 반색하며 민도준을 방으로 안내했다.
나름 깔끔한 방의 모습에 만족한 민도준이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천천히 산책하듯 걷다가 인근 식당에서 끼니를 때운 뒤에 또다시 걸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주변 지리도 익히고 사전답사도 다녀올 겸 걷는 것이었다.
‘저기군.’
민도준이 걷다가 발견한 곳은 허름한 폐호텔.
흉가 체험하기 딱 좋은 곳으로 히든 던전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저기가 확실하다.’
지도로 찾은 사진과 대조해 보며 고개를 주억이던 민도준이 미련 없이 지나쳤다.
‘밤에 다시 온다.’
어차피 지금 들어가 봤자 던전은 찾을 수 없다.
유령섬의 입구는 특이하게도 자정이 돼야 열렸기 때문에.
그렇게 숙소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밤 10시가 되었다.
‘슬슬 걸어가면 되겠군.’
지금부터 설렁설렁 걸어가면 자정이 될 때쯤 폐호텔에 도착하리라.
민도준이 마실가는 심정으로 숙소를 나섰다.
* * *
센사키 료지는 너튜브에서 나름 주가를 올리고 있는 흉가체험 전문 BJ다.
“안녕하세요! BJ 료지입니다! 오늘은 치바현에 위치한 폐호텔에 들어가 볼 건데요. 5년 전에 살인사건도 일어났던 곳이라고 합니다. 과연 이곳에서는 귀신을 볼 수 있을지, 한 번 가 볼까요?”
셀카봉을 들고서 성큼성큼 걷던 료지가 입구 안으로 주저 없이 들어갔다.
한 줌의 불빛도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엔 겁먹은 기색 따윈 없었다.
‘귀신 따위가 있을 리가 없지.’
그는 애초에 담력이 세기로 소문난 BJ였다.
귀신을 찾겠다며 흉가란 흉가는 모두 돌아다닐 정도였으니…….
공포영화도 아무렇지 않게 보는 그였다.
‘공포영화의 귀신은 오히려 귀신같지 않다니까?’
가짜 귀신들이 나오는 공포영화는 그에게 일말의 오싹함도 선사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오싹함을 느끼고자 시작한 흉가체험이지만…….
‘흉가도 별거 없더구만.’
담력이 센 그에겐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그래도 돈벌이 수단이 되니 이렇게 흉가들을 찾아다니는 콘텐츠를 하고 있는 거지만.
“음, 폐호텔치곤 꽤나 깔끔한데요?”
어두운 복도와 호텔방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모습은 정말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히히히, 귀신들아, 좀 나와라아아아!”
일부러 귀신 소리까지 내며 도발하는 것은 귀신에 목이 마른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당당함이야말로 방송의 매력이자 시청자들이 보는 이유였다.
“일부러 귀신이 활동한다는 자정에 맞춰서 찾아왔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무섭지도 않고요.”
그렇게 건물 안을 샅샅이 보며 돌아다니던 중.
“어?”
복도 끝에서 뭔가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여러분 보셨어요? 저쪽에서 사람 형상 같은 거 보이지 않았어요?”
라이브 방송을 하던 료지가 채팅창을 보니 글들이 주르륵 올라갔다.
└ㅎㄹ 진짜 귀신이다!
└나도 봤어, 분명 사람의 형상이었어!
└와, 소오오오름!
└료지! 드디어 귀신 만난 겨? 축하해!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어.’
료지가 마른 침을 삼켰다.
간만에 온몸에 긴장이 돌기 시작했다.
“여러분, 제가 BJ 최초로 귀신을 영상에 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시간 라이브니만큼 조작은 없다는 걸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료지가 평소답지 않게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귀신이 보였던 복도 끝으로 다가갔다.
‘분명 저쪽 끝 방으로 들어갔어.’
호텔의 구조를 보면 복도 끝에는 방이 하나뿐이다.
귀신이 있다면 거기뿐.
“과연 여기 있을까요?”
료지가 기대를 갖고 방 안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귀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흐음, 잘못 본 걸까요?”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때.
[크와아앙!]눈앞에서 갑자기 유령 같은 게 나타났다.
“우와아아아악!”
깜짝 놀란 료지가 셀카봉도 놓치고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그리고 어디선가 스르륵 나타난 사람의 그림자.
얼굴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지만 귀신이 틀림없었다.
“귀, 귀신…….”
그 말만 남기고 료지는 기절해 버렸다.
* * *
‘뭐야, 기절한 거야?’
민도준이 쓰러진 료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겁만 주고 쫓아 보낼 생각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기절시켜버렸다.
‘나야 더 좋지.’
히든 던전에 들어가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기라도 한다면 필시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이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히든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 폐호텔을 찾은 민도준은 일찌감치 료지의 인기척을 느끼고 있었다.
‘저렇게 떠드는데 모를 수가 있나.’
셀카봉을 보며 대화하듯 말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너튜버였다.
‘말하는 걸 들어보니 흉가체험 하러 온 거 같던데…….’
엎어진 셀카봉을 보던 민도준이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어두웠으니 아마 내 모습은 찍히지 않았겠지.’
찍혀도 걱정은 없었다.
혹시 몰라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렸으니까.
‘깨기 전에 던전에 들어가야지.’
히든 던전의 위치는 다름 아닌 폐호텔의 복도 끝 방.
‘방 어딘가에 입구가 있다고 했는데…….’
정확한 위치는 민도준도 모르기에 방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봤다.
하지만 히든 던전을 발견했다는 알림은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민도준이 점프를 하며 천장까지 건드렸다.
그러자.
[히든 던전을 발견하셨습니다!]알림이 떠올랐다.
[치바현 유령섬 던전(히든)]-난이도 : B
-인원 제한 : 1명
-입장 제한 : 레벨 750 이상
-공략 목표 : 없음
-실패 페널티 : 없음
-제한 시간 : 6시간
-던전 브레이크 가능성 : 없음
-남은 입장 횟수 : 3회
‘이러니까 사람들이 아직도 못 찾았지.’
자정에만 발견이 되는 데다가 천장에 입구가 달려 있다면 누구라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포탈이 보이지 않은 걸 보니 내가 최초 발견자인가 보군.’
히든 던전의 포탈은 발견 전에는 보이지 않지만 발견 직후에는 보이게 된다.
때문에 민도준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방문부터 잠갔다.
자신이 들어가면 혹시라도 복도에 기절해 있는 일본인이 포탈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장 횟수도 3회인 걸 보니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게 맞아.’
유령섬의 기본 입장 횟수는 3회.
다른 누군가가 발견하고 들어갔다면 횟수가 줄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한 사람이 여러 번 들어갈 수는 없지만.’
입구를 알았으니 이제 거리낄 것은 없다.
타앗-
반투명해진 천장을 향해 뛰어오르자 민도준이 그대로 사라졌다.
* * *
탁-
천장을 넘어 지면을 밟고 착지하자 환경이 달라져 있었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유령섬인가?’
짙은 어둠이 깔린 숲속.
오직 달빛 말고는 의지할 빛이 없고 공기는 싸늘하다.
멀리서는 파도가 치는 소리도 들린다.
이곳이 유령섬인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하나의 섬이었으니까.
‘꽤 으스스하군.’
한 번도 와 본 적은 없지만 공략하는 법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때문에 민도준은 거리낌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였다.
[유령섬에 최초로 입장하셨습니다.] [특전으로 유령섬 내에서의 스탯이 20% 증가합니다.]‘이런 특전이 있었나? 나쁘지 않군.’
유령섬 한정이긴 하지만 어차피 공략하고 나면 다시 들어올 일은 없다.
화르륵-
파이어 블래스트를 등불 삼아 민도준이 숲으로 들어갔다.
버프도 미리 걸어놓고 언제든지 대비할 수 있게 준비했다.
‘이곳은 히든 던전이라고 만만히 볼 곳이 아니니까.’
대개의 히든 던전은 1명만 들어갈 수 있는 만큼 난이도가 상당히 낮다.
그러면서 보상은 크니 보너스 던전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유령섬은 다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난이도가 높은 대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준다.
‘네임드 보스가 있다는 것부터가 다른 히든 던전과 궤를 달리한다는 뜻이지.’
공략 목표와 실패 페널티가 없다는 점을 빼면 유령섬은 일반적인 던전과 다름없었다.
그 말은 잘못하면 괴수에게 죽을 수도 있다는 뜻.
때문에 유령섬이 처음인 민도준은 약간의 긴장을 한 채 전진했다.
이곳에 출현하는 들이 어느 정도로 센지 가늠할 수 없었기에.
‘아우야, 이번엔 너도 싸워야 될지도 모르겠다.’
[웡!]‘그러고 보니 여기서 출현하는 적들은 유령일 텐데…….’
이곳의 유령에게도 아우가 보일까?
그런 시답잖은 의문을 품고 전진하는 그때.
히이히히히-
귀곡성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