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5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55화(5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55화
55. 강도짓엔 강도짓
“이제 나올 때 됐다. 다들 준비해.”
키요츠구의 말에 모바일 게임을 하던 팀원들이 슬슬 일어나서 준비했다.
“벌써 3시간이 지났나?”
“게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네.”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장비나 착용해.”
팀원들이 장비를 착용하자 키요츠구가 말했다.
“조금 있으면 히든 던전에 들어간 누군가가 나올 거다. 내가 나서서 얘기할 테니까 너희는 지금처럼 무기 들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대장님. 혹시 녀석이 외국인이면 어쩌죠?”
“외국인?”
“네. 다른 나라 사람이라 말이 안 통할 수도 있잖아요.”
외국인일 거란 생각은 안 해봤는지 키요츠구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뭐 그놈도 영어나 일본어 조금은 할 줄 알겠지. 내가 영어는 어느 정도 할 줄 아니까.”
“못하면요?”
“그럼 손짓 발짓해 가며 설명해야지. 그리고 외국인이면 더 좋아. 남의 나라 히든 던전을 노렸다는 명목으로 아이템을 갈취하면 되니까.”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요?”
“두들겨 패서라도 아이템을 뺏어야지. 감히 우리나라의 히든 던전을 넘봤는데 그냥 보낼 거야?”
“흐흐, 그럴 순 없죠.”
“대장님, 혹시 죽이실 건 아니죠?”
키요츠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죽이는 건 찝찝하잖아? 적당히 손 좀 봐주자고.”
“근데 저희 얼굴이 팔릴 텐데 괜찮을까요?”
“그럴 줄 알고 내가 마스크를 챙겨왔지. 자.”
키요츠구가 팀원들에게 마스크를 건넸다.
마스크를 쓰고 무장을 한 모습이 몹시 수상해 보였지만 아이템을 뺏을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이제 나올 때가 됐는데…….”
시간을 본 키요츠구가 초조한 듯 히든 던전의 입구를 바라봤다.
3시간이 지났지만 히든 던전에선 어떠한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대장님. 그 BJ가 거짓말한 건 아닐까요? 아니면 시간을 잘못 알았거나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그때였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던전의 포탈에서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준비해!”
세 사람이 즉시 무기를 들고 경계했다.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민도준.
그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랐지만 헌터들은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무기를 들고 대치한 채 상대를 관찰할 따름이었다.
‘던전에 들어간 걸 보면 B급 헌터인 건 확실한데…….’
그다지 세 보이지가 않았다.
물론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다.
키요츠구가 여전히 경계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당신 누구야?”
“그러는 당신들은?”
유창한 일본어에 키요츠구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만약 한국인이나 중국인이었으면 남의 나라 던전을 탐냈다는 명목으로 쉽게 빼앗을 수 있었을 텐데…….’
생김새도 그렇고 말하는 투도 그렇고 일본인으로 보였기에 키요츠구는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우린 협회의 헌터들이다. 그쪽 이름부터 밝혀라.”
“내가 왜 그래야 하지?”
키요츠구의 이마에 실핏줄이 돋았다.
‘만만치 않은 놈이군.’
이름을 밝히면 레벨이라도 확인하려고 했는데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여긴 우리 관할 히든 던전이다. 무단으로 침범한 건 그쪽이니 순순히 절차에 따랐으면 한다.”
“히든 던전도 관할이 있다고? 처음 들어 보는 얘긴데?”
당연히 히든 던전은 발견하는 사람이 임자였지만 키요츠구가 억지를 부렸다.
“그쪽은 모르겠지만 최근 법이 개정되었다. 관할 내의 던전은 모두 협회의 것이다. 그건 히든 던전도 마찬가지고.”
“억지도 정도껏 하시지.”
코웃음을 치는 사내의 모습에 키요츠구가 발끈했다.
“네놈, 이름부터 밝혀라.”
“그럴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
“협회 측에 반기를 들겠다는 뜻이냐?”
“무기를 들고 강압적인 어조로 말하는데 협회고 나발이고 따를 이유는 없지.”
‘뭐지, 이 자식? B급 헌터 셋을 상대로도 안 쫀다고?’
그 알 수 없는 당당함에 키요츠구가 상대를 면밀히 관찰했다.
‘낡아 보이는 갑옷에 거대한 배틀 엑스를 들고 있는 걸 보면 전사 타입인 건 확실한데…….’
견적을 보던 키요츠구의 눈길이 상대의 배틀 엑스에 머물렀다.
서슬 퍼런 기운을 뿜어내는 것이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물건이었다.
키요츠구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그럼 이름은 됐고. 그 무기, 어디서 얻은 거지?”
“그건 왜 묻는데?”
“히든 던전에서 얻은 아이템이라면 당장 내놔야 할 거다. 이곳은 우리 관할의 히든 던전이고, 그 말은 던전에서 나오는 모든 아이템은 협회의 재산이라는 뜻이니까.”
“이거 귀속 아이템인데?”
순간 당황한 키요츠구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렇다면 돈으로라도 지불해야 할 거다. 보아하니 A급에 준하는 무기 같은데 20억은 토해내야 할 것 같군. 물론 무기값만이고 그곳에서 얻은 아이템들 역시 모두 내놔야 한다.”
어떻게든 뜯어내겠다는 의지에 민도준이 헛웃음을 지었다.
‘너무 억지잖아, 이거.’
설마 했지만 이렇게 삥을 뜯으려 할 줄이야.
‘물론 이럴 줄 알고 무기랑 얼굴을 바꾼 채로 나타난 거지만.’
그것도 일본의 살인귀라 불리는 헌터의 모습으로.
‘회귀 전엔 유명했던 놈이지.’
사카이다 하츠이치.
일본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헌터의 이름이다.
일본에서만 무려 100여 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마였으니까.
민도준이 변장한 얼굴은 다름 아닌 그의 얼굴이었다.
‘도끼를 주무기로 쓰는 악랄한 살인마였지.’
물론 일본에서만 악명을 떨쳤다면 민도준이 이렇게 세세하게 기억하진 못했을 것이다.
‘일본에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자 한국으로 숨어들어와 또다시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었지. 결국엔 잡히고 말았지만.’
그런 악랄한 녀석을 사칭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폭력이 필요할 것 같았으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내놓으시지. 던전에서 얻은 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싫다면?”
“강제로라도 빼앗겠다.”
그러면서 세 명의 헌터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다가온다.
‘결국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민도준이 헌터들을 하나씩 쳐다봤다.
‘1251, 1002, 989. 키요츠구라는 헌터만 빼면 별거 아니군.’
셋 다 자신보다 레벨이 높았지만 질 것 같지 않았다.
약점 간파로 정보가 다 보였기 때문에.
‘나보다 전투력이 낮은 건 확실해. 내가 변장한 줄도 모르고 있는 걸 보면.’
자신의 위장을 간파하지 못하는 것부터 자신보다 아래라는 증거였다.
‘죽이진 말고 적당히 괴롭혀 볼까?’
타앗!
눈 깜짝할 사이에 민도준이 한 명의 코앞에 당도했다.
“허억!”
놀란 헌터가 무기를 휘두르기도 전에 민도준의 주먹이 얼굴에 꽂혔다.
뻐어억-!
콰앙!
동료가 벽에 날아가 처박히는 모습에 놀랄 틈도 없이, 민도준이 다음 타깃의 면상에 주먹을 내질렀다.
뻐걱!
턱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헌터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혔다.
헌터들이야 워낙 튼튼하니 죽진 않겠지만 한동안 병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노오옴!”
키요츠구가 노호를 터트리며 검을 쥔 채 달려들었다.
팀원 두 명을 순식간에 쓰러트린 것은 놀라웠지만 그것뿐.
자신은 쉽게 당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채앵!
전심을 다 한 내려베기가 도끼에 가로막혔다.
잠깐 사이에 힘겨루기를 하던 키요츠구가 진땀을 뺐다.
‘크윽! 히, 힘이!’
무식한 힘이었다.
900이 넘는 근력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눈앞의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민도준은 헌터 사냥꾼 특성으로 대미지가 2배 증가된 상태였으니까.
800의 근력을 가지고도 힘겨루기를 할 수 있는 이유였다.
‘안 되겠어.’
키요츠구가 스킬로 대응하려는 그때.
파앙!
힘으로 결착을 푼 민도준이 다시 한번 검을 때렸다.
까아앙!
“크읏!”
그 무지막지한 힘에 키요츠구가 검을 놓치자마자.
뻐억!
“커흐흑!”
복부에 주먹이 박혔고 키요츠구가 토사물을 게워냈다.
“더러운 자식.”
발로 걷어차자 키요츠구가 복도 끝으로 굴러갔다.
빡-! 빠악!
이후로는 민도준의 무자비한 구타가 이어졌고 키요츠구는 반항도 못 하고 얻어맞아야 했다.
“어디서 선량한 시민을 벗겨 먹을라고.”
“끄으윽…….”
“너희들 말에 내가 속을 줄 알았나? 협회 재산? 웃기지도 않는 소리.”
쿠웅!
민도준의 도끼가 복도 바닥을 찍었다.
“어떻게 해야 내 분노가 가실까? 아주 잘게 잘게 토막을 내도 시원찮을 거 같은데.”
이 순간 민도준은 살인귀인 하츠이치를 연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보였는지 키요츠구가 이를 딱딱 부딪치며 공포에 떨었다.
‘지, 진짜로 날 죽일 셈이다.’
무시무시한 힘은 둘째 치더라도 사이코패스 같은 눈빛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사실은 살인귀 하츠이치의 얼굴이 무섭게 생겼기 때문에 그리 보인 거지만.
“사, 살려 주십시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앙?”
“살려만 주신다면 제 전 재산이라도 드리겠습니다.”
“말로만 지껄이지 말고 꺼내 봐.”
키요츠구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들을 쏟아냈다.
갖고 있던 마정석은 물론 레벨이 높아지면 쓰려고 놔뒀던 장비들과 스킬북까지.
모두 합쳐 열 개가 넘었지만 민도준이 여전히 불만 어린 표정으로 도끼를 바닥에 찍었다.
콰앙-!
“히익!”
“이게 어디서 수작질이야. 고작 이것밖에 없다고?”
다시금 살벌한 눈빛으로 노려보자 그제야 키요츠구가 꿍쳐 뒀던 아이템까지 모두 토해냈다.
총 스무 개의 아이템들.
“뭐야? 왜 멈춰? 이게 다가 아니잖아?”
“저, 정말입니다. 제가 가진 건 이것뿐…….”
“입고 있는 건 뭔데? 왜 안 내놔?”
“아…….”
키요츠구가 아쉬운 감정을 뒤로한 채 입고 있던 장비까지 해제해서 바쳤다.
대략 서른 개에 달하는 아이템들.
그중 쓸 만한 건 별로 없었지만 팔면 30억 이상 건질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모두 인벤토리로 집어넣은 민도준이 키요츠구의 뺨을 톡톡 건드렸다.
“내가 특별히 네 목숨만은 살려준다.”
“가, 감사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민도준이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불길함을 느낀 키요츠구가 물었다.
“거, 거긴 왜…….”
“네 목숨만 살려준다고 했지, 다른 놈들까진 살려준다고 안 했어.”
“아…….”
민도준은 기절한 다른 헌터들까지 깨워 힘으로 굴복시키며 기어이 아이템을 받아냈다.
많이는 아니고 어느 정도만.
‘사람을 등쳐먹을 각오를 했으면 이 정도는 뱉어내야지.’
그렇게 아이템을 뜯고 나선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며 선심 쓰듯 말했다.
“이 정도로 끝내는 거에 감사한 줄 알아라. 알겠냐?”
“네에…….”
도끼를 어깨에 걸쳐 멘 민도준이 스르륵 사라졌다.
“……헉!”
은신까지 사용하는 줄은 몰랐는지 헌터들이 헛숨을 내뱉었다.
‘역시 우리 상대가 아니었어…….’
약한 상대였으면 간파했겠지만 아무리 봐도 은신이 보이지 않는 것이 월등히 강한 실력자임이 분명했다.
‘저런 고수를 상대로 강탈하려 했다니…….’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지만 누가 그러지 않았는가.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고.
세 사람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