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5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56화(5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56화
56. 우선권
한국에 도착한 민도준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시트에 몸을 기댄 그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유령섬에서 얻은 보상들 때문이었다.
‘레벨도 반나절 만에 30이나 올리고 A급 아이템에 히든 업적까지…….’
역시 단 한 개체밖에 존재하지 않는 네임드 보스의 보상은 차원이 달랐다.
‘유령 가면과 유령 검, 이 두 개가 이번 던전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세상에 얼굴이나 무기를 변형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 있을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덕분에 일본의 살인귀로 변장해서 돈도 벌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어.’
강도짓을 하려던 일본 협회의 헌터들에게 똑같이 강도짓을 했지만 그가 잡힐 일은 없었다.
놈들은 자신을 쫓는 게 아니라 일본의 살인귀인 하츠이치를 쫓을 테니까.
‘혹시 몰라 투명화로 이동하고 숙소를 나올 때도 옷을 갈아입었으니 꼬리가 밟힐 리는 없겠지.’
어쨌거나 유령 가면은 앞으로 복수하는 데 있어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다 왔습니다.”
택시에서 내리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집에 들어가려던 민도준은.
멈칫-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집 앞에 서 있는 이세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저 새끼가 우리 집엔 웬일이지?’
난데없는 이세윤의 등장에 민도준이 미간을 구겼다.
꼴도 보기 싫은 놈이 집 앞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에 심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참아야지.’
불편한 심정을 숨긴 채 놈에게 다가갔다.
“이세윤 씨?”
“아! 안녕하세요, 도준 씨. 또 만나네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도준 씨한테 전해 줄 말이 있어서요.”
“그렇다고 집까지 찾아오시다니…….”
“아, 그 점은 죄송합니다. 전화로 얘기하긴 그렇고 얼굴이라도 뵙고 싶어서 등록된 주소지로 찾아왔는데 집에 안 계시더라고요.”
그러더니 슬쩍 민도준이 끌고 있는 캐리어를 쳐다본다.
“어디 다녀오셨나 봐요?”
“네. 휴가차 여행 좀 다녀왔습니다.”
“오, 여행 좋죠. 저도 가끔 나가는데 기분 전환할 때 좋더라고요. 하하.”
적이 자신의 집을 찾아왔다는 게 불쾌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자신과 달리 녀석은 호감을 갖고 있는 듯 보였으니.
“하실 말씀이란 게……?”
“피차 바쁘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청룡 길드장님께서 도준 씨에게 작은 호감 표시를 하려고 하는데요.”
“호감 표시요?”
“네. 저희 길드에서 우선권을 따놓은 A급 던전이 하나 있거든요. 아, 그 전에 우선권에 대해선 알고 계시나요?”
‘알다마다.’
전국의 A급 던전 수는 50여 개.
반면 국내의 A급 헌터의 수는 400명이 조금 넘는다.
던전마다 최소 3명에서 5명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면 헌터에 비해 던전이 모자라는 셈.
따라서 A급 던전부터는 자리를 예약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빠르면 하루 만에 갈 수 있지만 인기 있는 던전의 경우 최대 한 달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길드에서는 단체로 예약을 잡기가 쉽지 않았고 이에 불만을 제기하자 협회 측에서 우선권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특정 길드가 원하는 날에 우선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지.’
한마디로 특정 길드가 던전을 통째로 빌리는 것으로, 일종의 전세를 놓을 수 있는 특권이었다.
‘물론 이런 특권은 일 년에 한 번밖에 쓸 수 없지만.’
갑자기 우선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민도준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권에 대해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저희 길드장님은 우선권을 이용한 A급 던전 공략 멤버에 민도준 씨를 넣고자 하십니다.”
“저를요?”
“네. 그것도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린다는 괭이눈 호랑이 던전입니다.”
괭이눈 호랑이 던전은 1,000레벨에 들어갈 수 있는 A급 던전이었다.
B급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니만큼 인기도 많은 곳이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예약하고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하는 곳입니다. 예약하려면 입장 레벨부터 갖춰야 하는 건 알고 계시죠? 즉, 1,000레벨을 찍고 한 달은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단 소리죠. 하지만 우선권이 있는 저희와 함께하신다면 바로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한 달은 기다려야 하는 던전을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기회였다.
“저한테 바라는 게 뭐죠?”
“하하, 바라는 건 없습니다. 그저 저희 길드원과 같이 들어가셔서 공략하시면 그걸로 끝입니다. 다른 길드원처럼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을 배분하지도 빼앗지도 않을 겁니다. 도준 씨가 공략을 통해 얻은 아이템은 도준 씨 몫으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어떤가요?”
“음…….”
민도준은 고민했다.
‘설마 함정은 아니겠지?’
자신을 끌어들인 후 길드원들끼리 합심해서 죽이려는 계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청룡 길드에서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말 그대로 호감 표시인 건가?’
물론 호감을 얻으려는 이면엔 자신을 청룡 길드로 스카우트하고자 하는 저의가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런 거라면 받을 건 받고 입만 닦으면 그만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지만…….’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경쟁자인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꾸민 함정일지도.
민도준의 고민이 이어지자 부담을 가진다고 생각했는지 이세윤이 말했다.
“처음에 말했다시피 길드장님의 작은 호감 표시일 뿐이니 너무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자리를 내어줄 테니 함께 할 생각이 있는지 여쭤보는 것뿐입니다.”
“으음…… 그렇다면 하겠습니다. 저야 나쁠 것 없는 제안이니.”
“잘 생각하셨습니다.”
상대가 복수의 대상이니만큼 의중이 의심스러웠지만 상관없었다.
기습에 당하지 않을 자신은 있었으니까.
“실례지만 도준 씨 레벨이 어찌 되시죠?”
“780입니다.”
“1,000까지 찍으시려면 빨라도 다섯 달은 걸리시겠네요. 천천히 올리시면 됩니다. 어차피 우선권은 소멸하지 않으니까요. 나중에 1,000레벨 찍고 던전에 들어갈 준비가 되면 저희 길드에 연락 한 번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할 말은 다 전했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길드장님께는 도준 씨가 흔쾌히 수락하셨다고 전달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들어가서 푹 쉬십시오.”
이세윤이 사라지자 민도준이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저놈한테 내가 감사 인사를 할 줄이야…….’
그런데 고맙긴 고마웠다.
‘덕분에 A급 던전을 웨이팅 없이 공략하게 생겼으니.’
A급 던전부터는 사람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지금처럼 솔로잉을 도는 건 불가능하다.
어차피 파티를 맺어야 한다는 소리.
‘안 그래도 괭이눈 호랑이 던전을 공략하고 싶었는데 잘 됐군.’
민도준이 기대된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 * *
-얘기했어? 자리 하나 주겠다고?
“네.”
-뭐래?
길드장인 삼촌의 목소리에 이세윤이 씨익 웃었다.
“승낙했습니다.”
-오오, 역시 돈이 아니라 던전을 주길 잘한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딱 봐도 돈보단 사냥 자체에 흥미가 많은 친구 같았어요.”
-하긴, 헌터들이 원하는 게 돈 아니면 경험치지. 그래서 던전은 언제 오겠데?
“1,000레벨은 찍어야 하니까 다섯 달쯤 걸릴 거예요.”
-꽤 기다려야 하는구만.
“너무 무리하신 건 아니죠?”
-무리는 무슨. 매년 받는 우선권에서 자리 하나 넘겨준 것뿐인데.
“그래도 우리 길드원 한 명분의 수익을 공짜로 준 거나 다름없잖아요.”
-뭐 어때? 미래에 우리 길드원이 될 사람한테 투자한 셈 치지, 뭐.
“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나중에 민도준이 우리 길드원이 되면 길드의 위상도 한층 올라갈 거야. 원티드 길드를 제치고 청룡 길드를 선택했으니.
“그때가 기대되네요.”
이세윤은 언젠가 민도준이 청룡 길드에 들어오리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헌터님! 휴식 기간 좀 가지신다더니, 어떻게 된 거예요?”
박동윤이 보자마자 서운한 목소리를 냈다.
“대체 저 몰래 어디서 사냥을 하고 오신 건지…….”
쉬겠다던 사람이 자신 몰래 30레벨이나 올리고 나타났으니 서운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잠깐 지인들과 던전 좀 돌았습니다.”
“……잠깐이 아닌 거 같은데요? 며칠 사이에 벌써 30레벨이나 올리신 걸 보면…….”
750에서 780까지는 빨라도 열흘이 걸린다.
당연히 휴식 기간 내내 돌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
‘6시간 사냥해서 30레벨을 찍었다고 하면 과연 믿을까?’
어쨌거나 히든 던전에 대한 건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다.
“제가 렙업이 좀 빠르잖아요. 어쨌거나 오늘부터 사냥할 거니 던전 좀 매칭해 주세요.”
“어디로 가시게요?”
“대왕 뉴트리아 던전이요.”
대왕 뉴트리아는 시조새 다음으로 갈 수 있는 B급 던전이다.
‘더 높은 던전에 가고 싶어도 레벨이 안 되니.’
일단은 대왕 뉴트리아를 잡으며 1,000레벨까지 찍는다.
그러고 나서 청룡 길드와 A급 던전을 돈다.
계획을 세운 민도준이 박동윤과 함께 인근의 던전으로 이동했다.
* * *
광활한 숲.
호수마저 보이는 그곳을 민도준이 걷고 있었다.
대왕 뉴트리아 던전에 들어온 것이다.
‘최대한 빨리 사냥해야 돼.’
그로선 1,000레벨을 빨리 찍어야 A급 던전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하급(?) 던전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대왕 뉴트리아는 느리니까 몰이하기에 좋지.’
마침 몰이를 시키기에 딱 좋은 소환수가 옆에 있었다.
‘아우, 대왕 뉴트리아가 어떻게 생긴 줄 알아?’
[웡?]고개를 갸웃거리는 유령 늑대의 모습이 귀여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일단 생김새를 인지시켜 줄 필요가 있겠군.’
민도준이 대왕 뉴트리아를 찾아다녔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쿵- 쿵-
큰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면 그만이었으니까.
‘저기 있군.’
대왕 뉴트리아 한 마리를 발견했다.
흡사 바위가 걸어 다니는 것 같은 크기였다.
‘아우, 잘 봐. 저놈이 네가 기억해야 할 놈이다.’
[왕!]대왕 뉴트리아는 몸집이 크고 둔해 보이는 B급 괴수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는 놈이다.
걸음이 느릴 뿐이지 먹잇감을 공격할 때는 속도가 몇 배로 빨라지니까.
때문에 방심했다가 죽는 헌터들이 의외로 많았다.
맷집도 맷집이지만 몸집만큼 이빨도 거대해서 한 번 찍히면 몸이 두 동강 나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
하지만 민도준의 얼굴에 긴장하는 기색은 없었다.
유령섬에서 얻은 보상들 덕분에 자신이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어디 한번 검의 성능을 확인해 볼까?’
우우웅-
민도준의 유령 검이 새파란 빛을 뿜어냈다.
탓탓탓-
빠른 속도로 접근하자 대왕 뉴트리아가 느릿한 몸짓으로 고개를 돌렸다.
촤아악-!
쩌억- 쿠웅-!
[경험치 +8,400]떠오른 알림에 민도준이 힘없이 검을 늘어뜨렸다.
‘뭐야……? 단 한 방이라고?’
맷집 좋기로 소문난 대왕 뉴트리아가 별다른 대응도 못 한 채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