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5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57화(5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57화
57. 대왕 뉴트리아 던전
마법을 날리지도 않았다.
그저 검신에 버프 두 개를 걸었을 뿐이었다.
‘미쳤는데?’
생각 이상으로 강해진 대미지에 놀랐지만 납득이 갔다.
무기부터가 A급인 데다 현재 마력만 1,400에 근접했으니.
‘잘됐어.’
빠르게 사냥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환영이다.
‘아우야. 방금 쓰러뜨린 놈 기억하지?’
[왕!]‘그놈들과 비슷한 냄새를 추적해.’
[소환수가 추적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소환수가 냄새를 기억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탐지합니다.]여태껏 사람에게만 사용하던 추적 스킬을 괴수에게 사용하니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다수의 대상이 탐색되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대상과의 거리 42m]‘추적 스킬이 편하군.’
이제 괴수를 찾는다고 쓸데없이 걸음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스킬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직진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물론 한 마리씩 잡을 생각은 아니었다.
‘아우야, 녀석들을 한 대씩 쳐서 내 쪽으로 몰아와. 한 20마리만. 네가 놈들보다 빠르니까 다치지 않고 몰아올 수 있을 거야.’
[왕!]명령을 받은 유령 늑대가 허공을 달려가자 민도준이 움직였다.
‘아우가 몰이를 하는 동안 난 따로 사냥하고 있어야지.’
민도준이 추적 스킬을 따라 대왕 뉴트리아를 사냥했다.
촤아악-!
쿠웅-!
버프를 걸었을 때의 대미지가 얼마나 센지 여지없이 한 방이었다.
그렇게 스무 마리 정도 잡고 있을 때.
쿵-쿵-쿵-쿵-!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우가 정확히 스무 마리를 몰아온 것이다.
[왕왕!]‘그래, 잘했다, 아우야! 이제 나한테 맡겨.’
가볍게 칭찬해 준 민도준이 미소를 머금고 달려갔다.
떼거리로 달려오는 뉴트리아가 무섭지도 않은지 무리 속으로 단숨에 파고들었다.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그에게는 기껏해야 경험치 덩어리들이었다.
촤아악! 촤악!
쿵- 쿵-!
화르르륵-! 퍼엉!
대학살이 벌어졌다.
마법까지 이용하며 빠르게 처치했다.
[경험치 +8,400] [경험치 +8,400] [경험치 +8,400]베는 족족 대왕 뉴트리아가 연기로 변했다.
스무 마리를 정리하는 데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후후, 이 속도라면 1,000레벨도 금방이겠어.’
던전의 공략 목표는 대왕 뉴트리아 200마리.
10분 남짓한 시간 만에 40마리를 잡았으니 1시간 이내로 공략할 수 있었다.
민도준이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다시금 몰이 사냥을 시작했다.
* * *
차에서 대기를 타던 박동윤이 시트에 몸을 뉘었다.
민도준이 사냥하는 동안 이대로 낮잠이나 청할 생각이었다.
‘200마리를 잡으려면 시간 좀 걸리시겠지?’
붉은 부리 시조새 200마리를 잡았을 때도 3시간 정도가 걸렸다.
이번에도 아마 비슷한 속도로 공략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알람을 맞춰 놓고 눈을 붙였는데…….
똑똑-
차창을 두들기는 소리에 화들짝 잠에서 깨고 말았다.
“어? 미, 민도준 헌터님?”
“피곤하셨나 봐요.”
씨익 웃은 민도준이 뒷좌석에 올라탔다.
“아아, 죄송합니다. 분명 알람을 맞춰두고 잤는데 작동이 안 됐나 보…….”
시간을 확인하던 박동윤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헉? 들어간 지 1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나오신 거예요?”
“네. 좀 일찍 끝났습니다. 바로 다음 던전 찾아주세요.”
“헐…… 알겠습니다.”
박동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두들겼다.
“어……? 너무 빨리 나오셔서 그런지 비어 있는 곳이 없네요. 어떡하죠?”
“어쩔 수 없죠. 파티에 섞여서 하는 수밖에.”
“알겠습니다. 그럼 가장 빠른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 * *
천마산에 위치한 대왕 뉴트리아 던전.
그 입구 앞에 헌터 세 사람과 매니저 한 명이 담배를 피우며 다음 차 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니저 형, 몇 분 남았어요?”
“10분만 기다리면 나올 거야.”
“근데 제한시간 6시간을 다 쓰는 애들이 있네?”
“X신들. 대체 얼마나 약하면…….”
“우리는 셋이서도 공략하는데, 쯧쯧.”
그들은 새벽 길드라는 중위권 길드의 B급 헌터 팀으로, 길드 내에서도 손발이 잘 맞기로 유명했다.
때문에 넷이서 공략해야 할 던전도 셋이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었다.
이곳 대왕 뉴트리아 던전이 그랬다.
“어제 우리 기록이 몇이었지?”
“4시간 33분.”
“이번엔 확 앞당겨서 4시간 컷으로 공략해 볼까?”
“흐흐, 매니저 형. 우리 4시간 내로 나오면 뭐해 주실 거예요?”
“해주긴 뭘 해 줘. 그냥 무리하지 말고 원래 하던 대로 안전하게 사냥해.”
“칫, 재미없게.”
투덜대던 헌터들이 담배를 비벼 끄고 들어갈 준비를 했다.
“오늘도 셋이서 사냥하는 건가?”
“5분밖에 안 남은 걸 보니 그럴 거 같은데?”
“좋아, 오늘도 우리끼리 한 번 신기록을 세워ㅂ…….”
그때 입구 앞으로 차량 한 대가 다가오자 헌터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 누구 한 명 온 거 같은데?”
“아이 씨, 다른 사람 끼면 방해만 되는데.”
“기록은 물 건너갔네.”
차에서 내린 담당자가 헌터와 함께 이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일산 지부 박동윤 대리라고 합니다. 파티하러 왔는데, 이쪽은 저희 헌터님이십니다.”
“민도준입니다.”
민도준의 인사에 헌터들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만 까닥였다.
마치 불청객을 보는 듯한 눈빛.
매니저가 언제나처럼 길드원들 대신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새벽 길드의 매니저 오상민이고, 이쪽은 저희 길드원들입니다. 한 분씩 소개해 드리자면 김승현 헌터님은 1,001레벨로 검방 전사이자 탱커시고요, 여기 이동우 헌터님은…….”
대충 레벨이 몇이고 포지션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인데 민도준은 그다지 귀담아듣지 않았다.
‘예의가 없는 놈들이군.’
A급 헌터들도 소개할 때는 자신이 직접 한다.
그것이 헌터 업계에서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였으니까.
그런데 인사도 대충하고 매니저에게 소개를 떠넘긴다는 건 상대를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었다.
“……입니다. 그쪽 헌터분은 어떻게 되시나요?”
“아, 저희 헌터님은…….”
“783레벨. 마검사, 근접 딜러입니다.”
민도준이 짧고 간단하게 답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적지 않았다.
“마검사? 그런 직업도 있었나?”
“있어. 근력이랑 마력을 나눠서 올려야 하는 쓰레기…….”
헌터들이 조용히 말한다고 했지만 다 들렸다.
그럼에도 민도준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마검사에 대해서 몰랐다면 자신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테니까.
그때 제한시간이 지나고 던전에서 헌터 넷이 걸어 나왔다.
“아, 두 마리만 더 잡으면 됐는데……!”
보아하니 제한시간 동안 200마리를 다 못 잡은 모양이었다.
“저희도 이제 들어가죠.”
길드원들이 던전으로 향했다.
민도준도 묵묵히 그들을 따랐다.
[천마산 대왕 뉴트리아 던전]-난이도 : B
-인원 제한 : 4명
-입장 제한 : 레벨 750 이상
-공략 목표 : 대왕 뉴트리아 200마리 섬멸
-실패 페널티 : 랜덤으로 아이템 1개 파괴
-제한 시간 : 6시간
-던전 브레이크까지 남은 시간 : 51시간 21분 33초
들어가기 전에 장비를 착용하면서 길드원 한 명이 말했다.
“민도준 씨라고 하셨죠? 저희 셋은 호흡을 맞춘 지가 꽤 됐습니다. 원래도 저희끼리만 들어가려고 했었죠.”
‘그래 서 어쩌라는 거지?’
자신은 방해가 된다, 이건가?
민도준이 가만히 이야기를 들었다.
“레벨도 가장 낮으시니 웬만하면 저희 지시에 따라주십시오. 괜히 나섰다가 위험한 상황을 만들진 마시고요. 저희와 파티하려면 그것만 지키시면 됩니다.”
“…….”
의견을 묻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의 말을 따르라는 통보였다.
민도준은 어이가 없어서 대꾸도 하지 못했다.
장비까지 착용하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들어갑시다.”
네 사람이 포탈로 들어갔다.
* * *
대왕 뉴트리아는 만만한 괴수가 아니다.
단적인 예로 앞서 제한시간을 다 썼는데도 공략 못 하는 사람도 나오지 않았는가?
하지만 던전에 들어온 길드원들에겐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다.
민도준을 제외한 세 사람은 여태까지 이곳에서 훈련을 하며 호흡을 맞춰 왔으니까.
‘저놈이 잘할 수 있을까?’
세 사람이 민도준을 보며 떠올린 생각이었다.
그간 맞춰온 팀워크를 민도준이 낌으로써 망쳐버리진 않을까.
그런 걱정으로 민도준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하지만 괜한 기우였다.
“저는 따로 움직이겠습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하던 대로 셋이서 사냥하세요.”
“네? 혼자서 움직인다고요?”
“예. 그럼.”
말릴 틈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민도준을 보며 길드원들이 헛숨을 내뱉었다.
“뭐 저런 사람이…….”
“이거 대놓고 놀겠다는 심보잖아?”
그들은 민도준이 혼자서 사냥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어디 가서 농땡이를 부릴 거라고만 생각했다.
자기들도 합심해야 잡는 대왕 뉴트리아를 레벨도 낮은 헌터가 혼자 잡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차라리 잘됐네. 저놈 때문에 사냥을 망칠까 봐 걱정했었는데.”
“도통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네. 농땡이 부릴 거면 여긴 뭐 하러 들어온 거야?”
“놔둬. 막상 들어오니까 겁나나 보지. 예정대로 우리끼리 사냥하자고.”
길드원들은 민도준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은 채 자기들끼리만 움직였다.
“적 하나 발견!”
쿵- 쿵-
바위처럼 거대한 몸집의 대왕 뉴트리아가 이쪽을 보더니.
쿵- 쿵- 쿵- 쿵-!
저돌적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준비!”
각자 무기를 들고 일사불란하게 위치를 잡았다.
그동안의 훈련으로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몸으로 알고 있었다.
뀨아아앙!
뉴트리아와 부딪치기 직전.
휙-
탱커 김승현이 몸을 돌려 피하며 검으로 발목을 그었다.
피잇-
[어그로의 표식을 걸었습니다.] [대왕 뉴트리아가 잠시 동안 헌터 김승현만을 바라봅니다.]어그로를 확정 짓는 알림이 뜨자 남은 두 사람이 뉴트리아에게 달라붙었다.
“죽어!”
“이 괴물 쥐!”
김승현이 어그로를 끄는 동안 길드원들이 다리를 집중 공격했다.
추후 어그로가 풀리더라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뀨우우웅!
그렇게 신나게 때리던 중.
“어그로가 풀렸어요!”
탱커의 외침에 두 사람이 기민하게 떨어졌다.
그리고 쿨타임이 돌아올 때까지 탱커가 시선을 끌었다.
그러다가.
[어그로의 표식을 걸었습니다.]표식이 걸리면 다시 두 사람이 달라붙어 모든 대미지를 쏟아부었다.
그렇게 치열한 전투 끝에.
쿠우웅!
대왕 뉴트리아가 눈을 뒤집으며 쓰러졌고.
[경험치 +672] (기여도 24%) [경험치 +1,204] (기여도 43%) [경험치 +924] (기여도 33%)2,800이라는 경험치를 셋이서 나눠 먹었다.
탱커 김승현이 파이팅 넘치게 말했다.
“좋아. 이대로 계속 가자고.”
“잠깐. 정말 우리끼리 계속할 거야? 그 민도준이라는 사람 찾으러 가 봐야 하는 거 아냐?”
“놔둬. 그런 새끼 죽든 말든.”
“아니, 걱정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사망자가 나오면 찝찝하니까…….”
“신경 쓰지 마. 목숨이 아쉬우면 알아서 합류하겠지.”
세 사람은 민도준을 배제한 채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갔다.
“후우, 조금만 쉬었다가 가자.”
200마리를 잡아야 하는 긴 레이스니 만큼 체력 관리도 중요했다.
그렇게 휴식과 사냥을 병행하며 전진한 지 1시간이 지났을 때쯤.
“어? 이거 뭐지?”
“왜?”
“다들 공략창 한 번 봐봐.”
우연히 공략창을 열어본 길드원들이 이상함을 눈치챘다.
-공략 달성도 : 대왕 뉴트리아 190/200마리
-남은 시간 : 4시간 59분 19초
“지금 190마리 잡았다고 써 있는데, 나만 그런가?”
“아니. 나도 그래.”
“우리 분명 40마리 잡지 않았나?”
“남은 150마리는 대체 뭐지?”
시스템의 오류라고 생각이 드는 찰나.
“어? 한 마리 올랐다.”
“그렇다는 건…….”
사냥에 열중하느라 잊고 있었던 존재가 떠올랐다.
“마검사, 그 양반이?”
“말도 안 돼! 우리가 40마리 잡을 동안 혼자서 150마리 넘게 잡았다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왕 뉴트리아를 혼자서 잡더라도 이렇게 빨리 잡을 순 없을 텐데.
그것도 세 사람이 잡는 속도보다 빠르게.
“설마, 오류겠지…….”
하지만 그 말을 부정하듯 3분 정도가 지나자 공략 알림이 떴다.
“오류가 아니었어?”
“…….”
어벙한 표정의 세 사람이 잠시 후 빛에 휘감기며 던전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