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5화(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5화
5. 사자후
[스킬 – 사자후]-등급 : F
-효과 : 주변 적들을 도발한다.
-사용 제한 : 레벨 20 이상
-설명 : 어그로 끌기 좋은 스킬. 스트레스 풀기에도 좋다.
‘이게 있었지!’
민도준은 고민할 것 없이 스킬북을 집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사야 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것만큼 효율적인 스킬이 없지.’
앞으로 1년 후면 사자후 스킬은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한다.
특정 괴수가 소리에 약하다는 걸 발견하기 때문.
그 이후로는 없어서 못 살 정도가 되고 만다.
‘이 스킬만 있으면 E급 던전도 돌 수 있어.’
사자후를 고른 민도준이 다른 스킬도 둘러봤다.
급이 높은 스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모두 레벨 제한 때문에 배울 수 없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게 좋겠군.’
[스킬 – 실드 차지]-등급 : F
-효과 : 적을 밀친다.
-대미지 : 방패 방어력의 25%
-사용 제한 : 레벨 20 이상, 방패 필요
-설명 : 탱커에게 쓸 만한 스킬. 대미지는 기대하지 말자.
‘탱커가 될 생각은 없지만 사자후와 연계하면 괜찮겠어.’
방패를 구매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사자후와의 시너지를 위해서라면 감수할 수 있었다.
“계산해 주세요.”
민도준이 가져온 스킬북을 본 상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자후와 실드 차지?’
쓸데없이 소리만 지르는 스킬과 방패로 밀어치는 대미지 낮은 스킬.
모두 탱커 전용 스킬들이었다.
‘초반에 탱커는 별로라고 들었는데?’
그도 헌터 물품을 파는 업자로서 나름 들은 바가 있었다.
초반에 탱커는 필요 없다고.
탱커를 할 바에 조금이라도 더 딜을 꽂아 넣으라고.
상인이 슬쩍 민도준의 행색을 살폈다.
딱 봐도 고렙처럼 보이진 않았다.
고렙은 벌이가 좋은 만큼 비싼 옷을 입고 다녔기에.
“정말 이걸로 사시게요? 다른 딜 좋은 스킬들도 많은데…….”
“이걸로 하겠습니다.”
민도준이 거절하자 상인은 군말하지 않았다.
멋모르는 초짜 같았지만 사고 싶다는데 말릴 이유는 없었다.
“사자후는 20만 원, 실드 차지는 40만 원입니다.”
민도준이 곧바로 체크카드를 내밀었다.
다른 스킬들은 기본 60만 원이 넘는다.
그에 비하면 싸게 산 편이었다.
그만큼 비주류라는 뜻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사자후는 훗날 2억 원에 팔리는 효율성 좋은 스킬이었으니까.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십시오!”
상인의 인사를 받고 가게를 나간 민도준이 스킬북의 포장을 뜯었다.
‘습득.’
책을 펼치고 명령어를 외우자 스킬북이 사라졌다.
[사자후 스킬을 배웠습니다.] [실드 차지 스킬을 배웠습니다.]F급이 배울 수 있는 스킬 슬롯은 2개.
그 자리를 변변찮아 보이는 스킬들로 채웠지만 상관없었다.
나중에 얼마든지 다른 스킬로 변경할 수 있었으니까.
‘이제 무기와 방패를 사러 가 볼까?’
마음 같아선 사자후 스킬을 모조리 사재기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그럴 만한 돈이 없었다.
지금은 무기와 방패가 더 급했다.
‘싸고 괜찮은 매장이 하나 있지.’
그곳 역시 회귀 전에 자주 이용하던 곳이었다.
* * *
“후우…….”
헌터 관리부 박동윤 대리가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쉴 틈 없이 바쁜 그에게 잠깐의 휴식은 꿀맛과도 같았다.
“여어, 박 대리.”
입사 동기인 최태식 대리가 담뱃불을 붙이며 다가왔다.
“오늘도 바쁘냐?”
“당연하지. 넌?”
“후우, 말도 마. 오늘 와이프 생일인데 헌터들 수발드느라 야근하게 생겼다.”
“고생하네.”
“입사한 지 5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헌터들 비위나 맞춰주고 있으니 원…….”
“그러게 말이다.”
“헌터들은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는지 몰라.”
“그야 능력 믿고 나대는 거지, 뭐.”
“후우…….”
담배 연기와 한숨이 동시에 나왔다.
나란히 담배를 피우다가 최태식이 물었다.
“너 얼마 전에 신입 헌터 받았다며? 어때? 정상인이냐?”
“아, 그게…… 정상은 아니야. 다른 의미로.”
“다른 의미로?”
“평범한 실력이 아닌 것 같아. 사흘 만에 20렙을 찍었거든.”
어이없는지 최태식이 헛웃음을 흘렸다.
“이론적으로 그게 가능하냐? 못해도 한 달은 걸리는걸…….”
“가능해. 보스를 혼자 잡고 업적 보상으로 경험치를 받았다면.”
“야, 보스를 무슨 수로 혼자 잡…….”
“혼자 잡았어. 그 증거로 대왕 뿔토끼의 머리띠를 쓰고 있었거든.”
“에이, 그거야 파티원이랑 같이 잡은 거겠지.”
“던전을 혼자 들어갔는데?”
“…….”
“그뿐만이 아니야. 이후로 계속해서 던전을 혼자 깨더라니까? 그것도 2시간 이내로.”
“너 뭐 잘못 먹었냐?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진짜라니까? 내가 요즘 그 헌터님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냐? 하루에 여섯 군데를 도는데 진짜…….”
그때였다.
민도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아! 그 헌터님이다.”
박동윤이 전화를 받았다.
“네, 헌터님! 잘 주무셨습니까? 네. 네? 힘드시지 않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찾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최태식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뭐래?”
“하아…… 이번엔 E급 던전을 소개시켜 달라네?”
“뭐? 아직 F급이라면서?”
“그래서 F급도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소개시켜 달래.”
“그런 곳이면 큰 귀 원숭이 던전밖에 없잖아?”
“그렇지.”
“참나, 자신감이 대단하네. 하긴 혼자서 던전을 돌 정도면 파티로 어느 정도 해 볼 수 있겠…….”
“솔로로 들어가겠대.”
“뭐?”
최태식은 놀란 나머지 담배 피우는 것도 잊었다.
그만큼 E급 던전이 만만치 않다는 걸 담당자들도 알고 있었다.
“미쳤구만?”
“내가 봐도 그래.”
박동윤이 담배를 비벼 끄고 자리를 벗어났다.
미친 헌터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 * *
던전에는 난이도가 있다.
F급부터 S급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입장 제한이 있는데 대부분 수준에 맞게 설정되어 있다.
F급은 F급만, S급은 S급만 들어갈 수 있는 식이다.
물론 예외의 던전도 있었다.
[황룡산 큰 귀 원숭이 던전]-난이도 : E
-인원 제한 : 5명
-입장 제한 : 레벨 20 이상
-공략 목표 : 큰 귀 원숭이 80마리 섬멸
-실패 페널티 : 경험치 2,500 감소
-제한 시간 : 3시간
-던전 브레이크까지 남은 시간 : 65시간 21분 52초
입장 레벨만 맞는다면 F급도 E급 던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의 민도준처럼.
“괜찮으시겠습니까?”
박동윤이 걱정스레 물었다.
이번엔 정말 힘들어 보였다.
“아무리 사흘 만에 20렙을 찍으셨다 해도 여긴 E급 던전입니다. 만만하게 볼 곳이 아닙니다.”
실제로 입장 제한이 낮다고 들어갔다가 변을 본 헌터들이 꽤 있었다.
그만큼 큰 귀 원숭이는 꽤나 까다로운 괴수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쳐도 제가 다칩니다.”
“하아…… 그래요. 이젠 저도 모르겠습니다.”
박동윤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던전의 입구로 안내했다.
입구 앞에 서자 민도준이 명령어를 외웠다.
‘장착.’
츠으으으읏-
홀로그램이 일렁이더니 장비가 착용 됐다.
마치 파워 레인저가 변신하는 듯한 모습.
순식간에 무장한 그를 보며 박동윤이 물었다.
“못 보던 장비네요?”
“네. 이번에 번 돈으로 장만했습니다.”
[날이 선 롱소드]-분류 : 무기
-등급 : F
-공격력 : 30~35
-내구력 : 300/300
-사용 제한 : 레벨 20 이상
-설명 : 초보자를 벗어난 무기다운 무기. 날이 꽤 날카롭다.
[그럴싸한 철제 방패]-분류 : 방패
-등급 : F
-방어력 : 120
-내구력 : 300/300
-사용 제한 : 레벨 20 이상, 체력 15 이상
-설명 : 초보 탱커에게 필수라 할 수 있는 방패. 무거운 게 흠이다.
박동윤이 이마를 짚었다.
굳이 정보를 보지 않아도 체력이 높아야 방패를 들 수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헌터들이 방패를 드는 이유 역시도.
“탱커하시려고요?”
“아니요.”
“그런데 왜 방패를……?”
대개의 헌터들은 초반부터 체력을 찍지 않는다.
그렇기에 방패를 들 조건도 안 된다.
조건이 된다 해도 탱커보단 딜러가 되기를 원한다.
두 명의 탱커보다 한 명의 딜러가 더 대미지가 잘 나왔으니까.
“방패 말고 차라리 쌍검을 쓰시지 왜 탱커를…….”
“탱커 아니라니까요.”
박동윤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민도준은 고개를 돌렸다.
이해시켜야 할 이유가 없었다.
“들어가겠습니다. 1시간 후에 뵙도록 하죠.”
그가 어두컴컴한 동굴 안으로 사라지자 박동윤이 고개를 저었다.
“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박동윤은 민도준이 1시간은커녕 공략에 실패할 것이라 단정 지었다.
* * *
어둠 속을 걸어가자 밝은 빛이 터졌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뜨자 숲이 보였다.
민도준은 어느새 숲속에 있었다.
큰 귀 원숭이들의 무대였다.
저벅- 저벅-
민도준이 주변을 경계하며 걸었다.
그만큼 큰 귀 원숭이는 만만한 괴수가 아니다.
적어도 50레벨은 되어야 잡을 만한 놈들이다.
박동윤이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끼익-!
나무 뒤에서 큰 귀 원숭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부채처럼 커다란 귀를 가지고 있는 원숭이의 생김새.
사람과 같은 크기인 데다 원시인처럼 창을 들고 있다.
끼이익-!
녀석이 인상을 구기며 이를 드러낸다.
영역을 침범한 적에 대한 경고.
하지만 경고에도 불구하고 민도준은 검을 쥐며 달려들었다.
휘잉-
단순한 내려 베기에 놀란 원숭이가 뒤로 훌쩍 물러났다.
꽤나 기민한 움직임이었다.
끼익- 끼이!
갑작스러운 선공에 화가 난 모양.
큰 귀 원숭이가 창을 찌르며 공격했다.
깡!
방패로 간단하게 막은 민도준이 곧장 검을 휘둘렀다.
핏-!
원숭이의 몸에 상처가 생겼다.
끼이!!
화난 원숭이가 다시금 창을 찔렀지만 민도준은 이미 방패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적이 공격할 땐 막고 있다가 빈틈이 보이면 방패를 거두고 검을 휘두른다.
다소 교과서적인 공격.
그 공격에 원숭이가 조금씩 상처를 입었다.
끼익!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원숭이가 분한 표정을 지으며 도망갔다.
안타깝게 잡진 못했지만 민도준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곧 있으면 나타날 녀석을 알기에.
끼이이! 끼이이!
잠시 후, 예상대로 다쳤던 원숭이가 동료 둘을 이끌고 나타났다.
삼 대 일의 상황.
늘어난 적에 당황할 법도 했건만 민도준은 침착하게 방패를 들었다.
그리고 찔러오는 공격을 막았다.
깡! 깡! 깡-!
막고 나면 휘두른다.
방패를 가진 헌터의 정석적인 공격이다.
피잇-
끼익!
핏-!
끽!
장기적인 방어에 원숭이들이 좀처럼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자잘한 피해만 보고 있다.
끽! 끽!
후퇴를 결심한 원숭이들이 피를 흘리며 도망쳤다.
어찌나 빨랐는지 방패를 들고 있던 민도준은 쫓아갈 엄두도 못 냈다.
잠시 후.
끼이익! 끼이익! 끼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도망쳤던 원숭이 무리가 새로운 동료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무려 여섯 마리로 늘어난 상대.
‘이건 막기 힘들겠는데?’
큰 귀 원숭이가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어설프게 부상을 입히면 도망간 원숭이가 동료들을 불러오기 때문.
따라서 큰 귀 원숭이를 상대할 때는 퇴로를 차단하고 확실하게 죽여야 한다.
아니면 도망가지 못하게 발목을 노리거나.
멋모르고 건드렸다가 놓치는 날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대에게 도리어 포위당할지도 모른다.
현재 민도준이 그런 상황이었다.
완벽하게 포위당한 상황.
‘상관없지.’
그럼에도 민도준은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이럴 줄 알고 사자후라는 비장의 스킬을 배운 거니까.
“크-허-어-어-엉-!!!”
엄청난 고함 소리가 큰 귀 원숭이들의 고막을 때렸다.
끼이에에엑!
끼이이이익!
안 그래도 청각이 예민한 큰 귀 원숭이들이 귀를 접고 괴로워했다.
그러더니 온몸이 굳어버렸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피부가 돌로 변하더니 석상이 되어버렸다.
‘실드 차지.’
시동어를 외우자 몸이 알아서 방패를 세우더니 원숭이들을 향해 돌진했다.
쿠웅!
방패로 석상 하나를 밀어버리자 다른 석상끼리 부딪치며 볼링핀처럼 무너졌다.
퍼억!쿵!
와르르-!
[1인 공략자의 목걸이 효과로 경험치가 1.5배 증가합니다.] [경험치 +90] [경험치 +90] [경험치 +90]석상이었던 원숭이들이 모조리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잡기 힘들다는 E급 원숭이를 단숨에 처치한 순간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원숭이 학살은 지금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