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6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62화(6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62화
62. 살쾡이눈 호랑이
“네?”
김진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호, 혼자서 전부 처리하겠다고요?”
“네.”
민도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애초에 보스를 잡기 위해 던전에 들어온 그다.
이 순간을 위해 던전에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혼자서 잡기엔 조금 힘들겠지만 불가능하진 않아.’
가능성이 보이기에 자신 있게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김진우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이 많은 숫자를 어떻게 상대하려고요?”
광폭화 호랑이 50마리에다 생채기 하나 나지 않는 보스까지.
아무리 민도준이라도 이길 가능성은 전무했다.
“일단 두고 보세요.”
그리 말한 민도준이 보스에게 다가갔다.
상처가 거의 없는 보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템을 뺏길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군.’
행여나 팀원들이 보스에게 상처를 냈을까 봐 한달음에 달려왔던 그다.
자신이 보스를 마무리해도 기여도에 따라 아이템을 뺏길 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우려와 달리 보스의 몸엔 생채기도 없어 보였다.
‘기껏해야 한 명당 1%의 기여도 일려나?’
팀원들은 자신의 생각보다 더 약한 듯했다.
‘하긴 호랑이 한 마리도 겨우 죽이는 딜 가지곤 상처를 줄 순 없었겠지.’
보스인 살쾡이눈 호랑이는 몸집만큼이나 맷집도 상당하다.
특히 일정 대미지 이하를 완전히 무효화시키는 녀석이라 어쭙잖은 대미지로는 상처를 낼 수 없다.
아무리 A급 헌터라도 말이다.
‘잘됐어. 아이템을 독차지할 수 있어서.’
일단 잡기만 하면 보스의 보상은 자신의 것.
‘주위에 보는 눈이 있으니 전력으로 상대하면 안 되겠군.’
김진우와 최다혜의 시선을 의식한 민도준이 검을 들었다.
‘아우야, 넌 뒤에서 보고만 있어.’
[왕!]유령 늑대라는 비장의 카드는 숨기기로 한 민도준이 보스에게 달려들었다.
크오옹-
새로운 먹잇감의 등장에 보스가 호기심 어린 눈길로 쳐다봤다.
우우웅-
화르륵-
마나 소드와 인챈트 소드로 인해 푸른빛과 불꽃이 더해졌는데도 보스의 표정은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그저 신기한 빛을 내뿜는 벌레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격당하기 전까지만이었다.
쫘아악-!
검격이 다리 사이를 지나가자 살가죽이 벌어지며 핏물이 터져 나왔다.
키흐아오옹!
갑작스러운 아픔에 놀란 보스가 펄쩍 뛰어올라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이대로 놓칠 민도준이 아니다.
쫘악! 쯔아악!
키흐아용! 키야아아옹!
집요하게 달라붙으며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그래 봐야 다리밖에 닿지 않았지만 피가 튀는 걸 보면 착실하게 대미지는 박히고 있었다.
크와오오오옹!
자신을 따라오며 고통을 주는 생물에 비로소 위협을 느꼈는지 보스가 괴성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야광이던 눈동자가 한층 더 진해졌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민도준은 알고 있었다.
‘광폭화다.’
괭이눈 호랑이처럼 살쾡이눈 호랑이도 광폭화를 쓴다.
하지만 둘의 효과는 완전히 달랐다.
‘괭이눈 호랑이는 괴력이 세 배 증가하지만 이놈은…….’
날렵함이 세 배로 증가한다.
그 증거로 현재 민도준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내고 있었다.
휙- 휙휙-
어떻게 보면 괴력보다 까다로웠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화르르륵-
민도준이 파이어 블래스트를 만들어 일직선으로 날렸다.
목표는 보스의 눈알.
스피드가 빨라진 보스라면 당연히 피했어야 했지만.
퍼어엉!
크와아오오옹!
눈알에 정통으로 허용하고 말았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놈은 붉은색을 인지하지 못하니까.’
보스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보이지 않으니 피할 생각도 못 했겠지.’
그래도 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은 감았는지 시력은 잃지 않았다.
크오오오오옹-
잔뜩 화가 난 보스가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퍼억-!
“큭!”
보스의 앞발에 적중당한 민도준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하지만 대미지 감소 특성과 방어구 덕분에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캬아아옹! 캬아아옹!
단단히 화가 났다는 듯 보스가 사정없이 민도준을 때렸다.
‘젠장, 너무 빨라.’
순발력이 900이 넘어가는 민도준이었지만 보스의 공격을 전부 피해낼 순 없었다.
퍼억!
“크윽!”
몇 번의 공격을 허용하면서도 민도준은 끝까지 검을 휘둘러 놈의 발바닥에 상처를 냈다.
전투를 지켜보던 김진우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저런 상황에서 반격까지 한다고?’
반응하기 힘들 만큼 빠른 공격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반격하는 모습은 단순히 대미지만 세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저렇게 맞는데도 아직까지 멀쩡하다니…….’
탱커인 자신도 한 방 맞으면 데굴데굴 구르는 마당에 민도준은 몇 번이나 맞았는데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유지했다.
‘단순히 대미지만 높은 게 아니야.’
체력, 순발력, 전투센스까지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
자신과는 비교하기도 민망한 수준.
그의 실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딱 봐도 수세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위험한데…….’
김진우가 초조한 얼굴로 전투를 지켜봤다.
자신도 도와주고 싶지만 저런 상황에 끼어 봐야 방해만 될 것이다.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건 민도준도 인지하고 있었다.
‘갑옷의 내구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가고 있어.’
몸으로 공격을 막을 때마다 고대의 갑옷의 내구력이 쑥쑥 빠져나갔다.
내구력에 따라 추가 방어력이 주어지는 갑옷이니만큼 방어력도 점점 깎이고 있었다.
‘버티는 것도 이젠 한계야.’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그래 봤자 자잘한 상처일 뿐.
‘빨라도 너무 빨라.’
광폭화만 아니었다면 어떻게 해 봤겠지만 지금으로썬 승산이 없다.
‘어쩔 수 없나?’
팀원들의 시선 탓에 여태껏 숨겨두고 있었던 카드를 꺼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화르르륵- 퍼엉!
캬아아옹!
쿨타임이 돌아온 파이어 블래스트를 다시 한번 눈알에 맞춘 민도준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엇……!”
설마 도주를 택할 줄은 몰랐던 김진우가 놀란 눈으로 쳐다봤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이었으니.
크허어엉!
크르르릉!
도망가지 못하게 주변을 장악하고 있던 호랑이들이 민도준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서걱- 서걱!
몇 마리가 있어도 민도준의 상대가 될 순 없었다.
그럼에도 호랑이들은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계속해서 덤벼들었다.
마치 보스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것처럼.
촤악- 촤악-
가로막은 호랑이들이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그 사이를 다른 호랑이가 메꾸고 또 메꿨다.
주변에 있던 모든 호랑이들이 민도준의 발길을 붙들기 위해 한데 모였다.
그 사이 보스가 타버린 눈꺼풀을 깜박이며 정신을 차렸다.
크르르르르릉-
잔뜩 화가 난 보스가 두리번거리며 먹잇감을 찾았다.
자신의 부하들과 싸우고 있는 놈의 모습이 보인다.
타닷- 타닷- 타닷!
몸집이 커서 그런지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진다.
이제는 도망칠 구석도 없는 상황.
하지만 민도준은 애당초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좋았어.’
비장의 카드를 보다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괴수들을 한데 모은 것이었다.
“크-허-어-어-엉-!!!”
사자후가 울려 퍼지자 모여 있던 보스와 호랑이들이 일제히 공격을 멈췄다.
일순간이지만 사자후를 터뜨린 민도준을 동료로 인식한 것이다.
‘지금이다!’
전투에서 잠깐의 틈은 승리의 열쇠가 된다.
타앗!
보스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민도준이 검을 역수로 쥐었다.
낙하하는 속도 그대로 목덜미에 꽂아 넣었다.
크허어어어옹!
검이 목 깊숙이 들어갔는데도 한 방에 죽지 않았다.
보스가 머리를 흔들며 민도준을 떨쳐내려 했다.
박혀 있는 검을 꽉 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애썼다.
‘3, 2, 1.’
쿨타임을 카운트한 민도준이 다시금 사자후를 터뜨렸다.
“크-허-어-어-엉-!!!”
그러자 보스를 비롯한 호랑이들이 움직임을 멈췄고.
촤아악-!
검을 뽑았다가 다시 한번 목에 찔러 넣었다.
쿠웅-!
[살쾡이눈 호랑이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192,000] (기여도 96%) [A급 마정석이 나왔습니다.] [중급 랜덤 박스가 나왔습니다.] [윤기 나는 호랑이 가죽갑옷이 나왔습니다.] [파티 룰에 따라 자동으로 룰렛을 돌립니다.] [획득자는 민도준입니다.]알림을 뒤로하고 민도준이 남아 있는 호랑이들을 베어 넘겼다.
목석처럼 가만히 있는 놈들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경험치 +13,200] (기여도 100%) [경험치 +13,200] (기여도 100%) [경험치 +13,200] (기여도 100%) [레벨이 올랐습니다!]다소 힘겨운 싸움이었지만 지치진 않았다.
보스와 호랑이들을 죽이고 특성으로 체력을 회복했기에.
‘아우까지 전투에 참가시켰으면 더 쉽게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면 주변의 시선이고 뭐고 참전시켰을 테지만 사자후가 있기에 애당초 그렇게까지 위험할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도준 씨!”
저 멀리 김진우와 최다혜가 달려오고 있었다.
한껏 들뜬 표정이다.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로 보스를 혼자 잡으실 줄이야!”
“정말 대단했어요!”
도움은커녕 관망하기만 한 게 미안한지 두 사람이 칭찬을 늘어놓았다.
전투에 끼어들지 않는 거야말로 민도준이 바라던 바였는데도.
“몸은 괜찮으세요?”
“네.”
“그렇게 싸우고도 멀쩡하시다니…….”
김진우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혼자서 50마리의 호랑이는 물론 보스까지 처치했다.
더는 놀랄 일도 없었다.
“으으…….”
그때 기절했던 딜러들이 뒤늦게 눈을 떴다.
“어떻게 된 거야?”
“보스는?”
단 한 방에 나가떨어진 두 사람은 아직도 보스에 대한 두려움에 주위를 둘러봤다.
“도준 씨가 처치했어.”
“뭐? 정말?”
“혼자서?”
믿지 못하는 팀원들을 위해 김진우가 그의 활약상을 들뜬 목소리로 늘어놨다.
하지만 직접 보지 못한 딜러들은 여전히 믿기 힘든 눈초리였다.
“아무리 도준 씨가 강하더라도 혼자서는 무리지.”
“그래. 우리가 전력을 다했는데도 대미지조차 안 박히던 놈이잖아.”
“그런 놈을 도준 씨가 잡았다니까? 다혜야, 너도 봤지?”
“그럼요. 처음부터 끝까지 봤는데 진짜 대단했어요!”
두 사람이 한마음으로 칭찬하니 딜러들은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대미지도 안 박히던 놈을 혼자서 잡으시다니…….”
그러면서 민도준을 경외심이 담긴 눈빛으로 쳐다봤다.
보스의 위협이 사라지니 이후의 공략은 어렵지 않았다.
예정대로 밤을 지새우며 체력을 비축한 뒤에 날이 밝자 사냥을 재개했다.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던전 브레이크 시간이 120시간으로 초기화됩니다!]“드디어 나간다!”
팀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기뻐했다.
죽을 뻔한 이곳을 빨리 탈출하고 싶었다.
24시간을 굶어서 배가 고프기도 했고.
“수고하셨습니다, 헌터님들!”
무사히 밖으로 나오자 청룡 길드 매니저가 다섯 사람을 반겼다.
반기는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세윤 헌터?”
“후후,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헌터님이 여긴 어떻게?”
“당연히 고생하신 여러분을 마중 나왔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민도준을 마중 나왔음을 팀원들도 모르지 않았다.
민도준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내였으니까.
“그나저나 몸 상태가 다들 안 좋네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아, 그게요……!”
이세윤이 묻자 김진우가 민도준의 활약상을 자랑스레 늘어놓았다.
“예? 민도준 헌터님 혼자서 보스를 잡았다고요?”
“그렇다니까요? 저희는 진짜 죽다 살아난 거예요.”
“괭이눈 호랑이 던전에 보스는 없을 텐데요?”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맞아요. 저희도 똑똑히 봤어요.”
다들 입을 모아 자신들이 보고 겪은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중 한결같이 하는 말은 민도준이 혼자서 보스를 죽였다는 것이었다.
“A급 보스를 혼자서…….”
아무리 이곳이 A급 던전 중에서 난이도가 낮다고는 해도 보스는 보스다.
그것도 A급 보스.
B급 헌터 혼자서 상대할 수준이 아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역대급 천재 헌터.
그것이 이세윤이 보는 민도준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청룡 길드로 영입해야 돼.’
그런 마음으로 이세윤이 민도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유를 모르는 민도준은 그 미소가 기분이 나빴지만.
‘재수 없게 왜 웃고 X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