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6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65화(6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65화
65. 흥신소
647위 – 길충수 (1991년생) – 레벨 1,350 (B급)
길충수는 현재 복수 대상 중 가장 레벨이 낮은 녀석이다.
‘지금의 나라면 놈을 죽일 수 있다.’
현재 민도준의 레벨은 1,011.
레벨 차이가 나긴 하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은 A급인 이세윤도 이길 자신이 있었으니까.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어. 놈을 찾아서 처리해야 돼.’
하지만 민도준이 길충수에 대해 아는 정보는 극소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지금은 연쇄살인마로 알려지지도 않았지.’
지금은 아니지만 길충수는 차후 연쇄살인마로서 악명을 떨치게 된다.
‘사상 최악의 헌터 연쇄살인마라고 난리도 아니었지.’
놈은 헌터이면서 일반인을 죽이는 취미를 지녔다.
7년 동안 놈에게 살해당한 피해자만 120여 명.
달리 말하면 7년 동안 한 번도 붙잡히지 않을 정도로 용의주도한 인물이었다는 뜻이다.
‘지금도 살인을 저지르고 있겠지.’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놈은 과거에서부터 꾸준히 살인을 해왔다.
매스컴에서 워낙 떠들었던 터라 어느 정도는 기억한다.
그러다가 탈옥했다는 기사를 보긴 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겼으니까.
‘그런 놈이 내 앞에 나타날 줄이야.’
킬킬거리며 몸뚱이를 찌르던 놈의 얼굴이 눈앞에 선연하다.
빠드득-
과거를 생각하면 이가 갈리는 일이었지만 복수의 순간까지는 이빨을 드러낼 수 없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을 때 놈을 찾아서 죽인다.’
민도준이 고개를 들어 5층 건물 꼭대기에 걸린 간판을 쳐다봤다.
[한길 기획]흥신소였다.
길충수를 찾기 위해선 흥신소의 도움이 필요하다.
물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얼굴도 바꾸고 핸드폰도 놔두고 왔다.
자신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유령 가면이 이럴 때 좋군.’
민도준은 지금 누가 봐도 40대 중년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따라 한 게 아니라 유령 가면으로 창작해낸 얼굴이었다.
‘내가 헌터인 것도 티를 내면 안 돼.’
그렇게 일반인으로 위장한 민도준이 건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의 계단을 오르자 한길 기획이라고 적힌 철문이 보였다.
‘초인종도 없나?’
어쩔 수 없이 문을 두드렸다.
쿵쿵-
“계십니까?”
쿵쿵쿵-
작지만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철컥- 철컥-
잠금 여러 개가 풀리며 문이 살짝 열렸다.
“누구?”
“여기서 사람을 찾아준다고 들었습니다만.”
“예약했습니까?”
“아니요.”
얄짤없이 문이 쿵하고 닫혔다.
민도준이 다시 두들기자 문이 열렸다.
“아, 거참! 예약 없이는 안 돼요. 돌아가요.”
“돈이라면 준비했습니다. 말이라도 좀 들어주십시오.”
민도준이 손에 든 돈 가방을 들어 보였다.
현찰이 많이 들었을 것 같은 넉넉한 크기.
남자의 눈빛이 달라졌다.
“잠시 기다리세요.”
문이 닫히고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끼익-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서자 여러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험악한 인상에 모두 한 덩치 하는 사내들.
“이쪽에 앉으시죠.”
하지만 대표는 따로 있었는지 마른 체구의 남자가 나서서 소파에 앉기를 권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한길 기획의 대표 안철민이라고 합니다. 성함이……?”
“강한수입니다.”
즉석에서 지어낸 이름이었다.
“네, 강한수 씨. 먼저 어떤 의뢰인지 묻기 전에 저희 기획을 찾게 된 경로를 여쭈어도 될까요?”
“우연히 땅에 떨어진 광고 명함을 주웠습니다.”
“광고 명함엔 전화번호밖에 없을 텐데요?”
“지나가다가 마침 간판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민도준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간파하듯 쳐다보던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 알겠습니다. 그럼 여긴 어떤 일로 오셨죠?”
“사람 좀 찾으려고요.”
“사람 찾기는 우리가 전문이지. 뭐, 짝사랑? 아니면 초등학교 동창?”
다 틀렸다는 듯 민도준이 고개를 저었다.
“원수입니다.”
“원수라…… 어디 얘기 좀 들어봅시다.”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됐다.
“제가 찾고자 하는 사람의 이름은 길충수입니다. 아는 건 그것뿐이고요, 몇 달 전에 제 여자 친구를 살해한 놈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더러 살인자를 찾아달라고?”
“네.”
“어떻게 된 일인지 좀 더 자세히 말해 보세요.”
민도준이 그럴듯하게 거짓을 늘어놓았다.
“여자 친구가 살해당한 건 여섯 달 전이었습니다. 그때 저희는 밤에 해변에서 바닷바람을 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여자 친구에게 접근했습니다. 자기를 길충수라고 소개한 남자가 술을 먹자고 헌팅을 걸었다더군요.”
날짜와 시간은 거짓이었지만 사건 자체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미래에 길충수가 저지를 범죄 중 하나를 각색해서 말하고 있는 거였으니까.
“여자 친구는 당연히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그 남자가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답니다. 마침 제가 나타나자 남자는 곧바로 도망쳤습니다만……. 저는 그때 쫓아갈 생각도 못 했습니다. 바보같이……. 다음 날 여자 친구가 실종될 줄은 몰랐거든요.”
민도준은 슬픔과 후회가 반쯤 섞인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끝마쳤다.
“아니, 그러니까 증거가 있는 게 아니라 정황상 살해했다고 보는 거네요?”
“예……. 여섯 달이나 소식이 없다 보니 살아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분명 그 길충수라는 새끼가 살해했을 겁니다.”
이를 악물며 분노를 드러낸 민도준이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아는 건 얼굴이랑 이름밖에 없습니다만, 놈을 찾아주신다면 정말 크게 사례하겠습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민도준이 고개를 숙이자 대표가 난색을 표했다.
“아는 게 얼굴이랑 이름뿐인 사람을 우리가 무슨 수로 찾아…….”
“그래도 꼭 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기 때문에…….”
“후우, 내가 흥신소 경력만 7년이지만 살인범을 찾아달라는 적은 처음이네.”
“단순히 찾는 걸로 그치지 않고 잡아다 주십시오. 응징은 제가 할 테니까요.”
“아니, 찾기도 힘든 사람을 납치까지 하라니? 아무리 흥신소라도 그런 것까진…….”
말도 안 끝났는데 민도준이 스윽 가방을 내밀었다.
“선수금 5천입니다.”
“…….”
대표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지다가 이내 민망했는지 표정을 고쳤다.
“우리가 돈이면 다 들어주고 그런 사람들이 아니…….”
“놈을 잡게 되면 1억을 더 드리겠습니다.”
“…….”
“사람 찾는 비용이 얼만지는 모르지만 이름밖에 없는 사람을 찾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제 전 재산을 걸고 이렇게 부탁드리는 겁니다.”
“흐음…….”
대표가 한참을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받아들이겠습니다. 대신 조사해 보고 아무것도 안 나와도 환불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꼭 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믿을 곳은 여기뿐이라…….”
“좋습니다. 그럼 그때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와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다시 알려주시죠. 여자 친구분의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도요.”
“이런 말 하긴 민망하지만 저희가 사귄 지 얼마 안 돼서 여자 친구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이름뿐입니다.”
“전화번호나 같이 찍은 사진은?”
“……없습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큰돈이 걸려 있는 만큼 포기할 순 없었다.
“후우, 알겠습니다. 정보가 한정적이긴 하지만 한 번 알아보고 연락드리도록 하죠. 연락처 좀 주시겠습니까?”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핸드폰이 없는데 날짜를 잡고 다시 찾아오면 안 될까요?”
“핸드폰이 없다고요?”
대표가 수상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더니.
“몸에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예? 아, 물론입니다.”
옆에 있는 떡대에게 눈짓을 줬다.
“일어나 보세요.”
민도준이 조심히 일어나자 떡대가 그의 몸을 더듬었다.
“앞에는 없고. 뒤 좀 보겠소.”
그러면서 어깨를 잡아 휙 돌렸다.
민도준이 종이처럼 휘청거렸다.
몸을 딱 붙잡고 다시 더듬거리더니 그제야 손을 놓았다.
“아무것도 없슴다.”
신분을 증명할 길이 없자 대표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성함이 뭐라고 하셨죠?”
“강한수입니다.”
“생년월일은요?”
“78년 2월 21일입니다. 그런데 제 정보도 살인범을 찾는 데 꼭 필요한 정보입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만…….”
“약속은 지키겠습니다. 그놈만 잡아다 주시면 1억 원 현찰로 지급하겠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대표는 의심을 접었다.
거침없이 대답하는 모습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눈빛이 간절한 게 진심처럼 보였다.
그렇게 사건이 벌어진 장소와 시간 등, 알맹이 없는 정보만 제공한 민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 또 오면 될까요?”
“일주일 후에 찾아주시죠.”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민도준이 사무실을 떠나자 대표가 떡대에게 물었다.
“어땠어?”
“운동을 했는지 몸은 탄탄하지만 헌터는 아닙니다.”
“그래? 일반인 확실하지?”
“네. 아까 휘청이는 거 보지 않으셨습니까?”
“음.”
대표가 떡대에게 만지라고 시킨 건 헌터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헌터라면 일반인인 떡대의 힘에 밀리지 않을 테니까.
“헌터가 아니라니 안심이 되네.”
헌터한테 크게 데인 적이 있던 대표에게 확인 작업은 중요했다.
“형님, 근데 어쩌자고 덜컥 수락하신 겁니까? 설마 먹튀하시려는 겁니까?”
“먹튀는 무슨. 우리도 번듯한 사업체야. 의뢰받았으니까 수행해야지. 1억 원 날릴 거야?”
“흐흐, 그럴 순 없죠.”
“걱정 마. 1억은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대표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 * *
정확히 일주일이 흐르고.
민도준이 약속한 시간에 흥신소를 다시 찾았다.
쿵쿵쿵-
“누구세요?”
“접니다, 강한수.”
문은 처음과 달리 바로 열렸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표가 버선발로 마중 나왔다.
표정을 보니 좋은 소식이 있는 모양.
“어떻게 됐나요?”
“의뢰인님이 말씀하신 분을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