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6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66화(6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66화
66. 저승사자
의뢰인을 찾았다는 말에 민도준의 동공이 커졌다.
기쁘면서도 분노를 표하는 오묘한 감정이 얼굴에 드러났다.
“의뢰인님의 말씀대로 놈을 찾아서 감금해 놓은 상태입니다.”
“당장 볼 수 있을까요?”
“그전에 돈은…….”
“돈은 이미 준비해 왔습니다.”
민도준이 가방을 들어 보였다.
“놈이 맞는지 확인되면 그때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시죠.”
민도준은 대표와 덩치들을 따라 승합차에 탑승했다.
달리는 내내 민도준은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차가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로 들어섰다.
“내리시죠. 이 근처에 데려다 놨습니다.”
대표를 따라 내린 민도준이 산길을 올랐다.
덩치 넷이 민도준 옆에 가까이 붙었다.
흡사 도망가지 못하게 둘러싼 모양새였다.
“으븝, 으븝!”
얼굴에 검은 봉투를 쓴 누군가가 손이 묶인 채 무릎 꿇고 있었다.
그의 양옆에는 또 다른 덩치 둘이 지키고 있었다.
“저자입니다.”
가까이 간 민도준이 대표에게 말했다.
“얼굴 좀 볼 수 있을까요?”
“보여 드려.”
대표의 지시에 옆에 있던 덩치가 봉투를 벗겼다.
“으읍, 으읍!”
청테이프를 입에 붙이고 열심히 발악하는 남자의 모습에 민도준이 굳은 표정이 되었다.
전혀 모르는 얼굴.
“이놈이 길충수라고요?”
“그렇습니다.”
민도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닌 거 같은데요?”
“확실합니까?”
“확실합니다. 얼굴만큼은 똑똑히 기억합니다.”
“쯧쯧, 유감이구만. 차라리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달라진 대표의 말투에 민도준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
“무슨 뜻이죠?”
“무슨 뜻이긴. 가만히 있었다면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는 뜻이지. 흐흐흐.”
실실 쪼개고 있는 대표와 덩치들을 보니 어느 정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사기를 친 겁니까?”
“흐흐, 그걸 이제 알면 어떡해. 곧 있으면 땅속에 묻히게 생겼는데.”
민도준은 녀석들이 자신을 암매장하려고 이런 으슥한 곳까지 유인했음을 알아차렸다.
이쯤 되자 민도준도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길충수, 그 새끼 어디 있어?”
“어허, 보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안 되지.”
길충수의 역할을 맡았던 사내는 어느새 연기를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덩치들이 청테이프와 묶인 손을 풀어줬다.
“얘기를 들어보니 보스가 네 여자 친구를 죽인 모양인데 너무 원망하지는 마. 보스의 성향을 봐선 그냥 죽이지 않았을 거야. 아마 마지막까지 즐겁게 해 줬을걸?”
“푸흐흐흡.”
“크윽큭큭.”
조롱하는 부하들을 무시하고 민도준이 대표에게 물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죠? 돈 때문입니까?”
“뭐 그런 것도 있는데, 보스의 얼굴을 본 녀석을 그냥 보내줄 순 없잖아?”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겠다고?”
“흐흐, 그래. 솔직히 말하면 돈이 더 탐나긴 하지. 사람 하나 묻어버리고 1억 챙길 수 있으면 남는 장사 아니야?”
“흐흐흐.”
대표와 덩치들의 비웃음 속에 민도준이 달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예상대로 길충수의 부하들이었군.”
“저 X신이 뭐라는 거냐?”
“헌터인 길충수를 너희들이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그 말에 좌중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 이 새끼, 보스가 헌터인 건 어떻게 알았어?”
“내가 너희 흥신소를 우연히 찾아왔다고 생각하나?”
민도준이 길충수에 대해 아는 정보는 두 가지였다.
연쇄살인마라는 것과 과거에 흥신소를 운영했다는 점.
애당초 길충수의 부하들이 운영하는 흥신소임을 알고서 찾아온 것이다.
“길충수의 부하들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이걸로 확실해졌군.”
“너 뭐하는 놈이야? 형사야?”
“나?”
민도준이 고개를 좌우로 뚜둑거렸다.
“저승사자.”
“푸흡! 저승사자?”
“크크큭.”
어이가 없다는 듯 비웃던 덩치들이 이내 무서운 얼굴로 정색했다.
“이 새끼가 미쳤나.”
무거운 공기가 삽시간에 주변을 장악했다.
그럼에도 저승사자라는 미친놈은 겁먹은 기색이 없었다.
“야, 가서 저 새끼 버르장머리 좀 고쳐 줘라.”
“예, 형님.”
덩치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사무실에서 민도준의 몸을 수색했던 떡대였다.
‘무슨 자신감인지 몰라도 일반인이면 내가 이기지.’
조폭 생활할 때 꽤나 주먹 좀 친다고 인정받았던 그다.
누구를 상대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파앗!
가타부타할 것 없이 기습적으로 날린 주먹.
덩치와 달리 매서운 공격이었지만.
‘어쭈?’
눈앞의 남자는 스텝 한 번으로 가볍게 피했다.
“어디서 복싱 좀 배웠나 본데? 근데 어쩌냐? 복싱은 나도 배웠거든?”
남자의 움직임이 놀랍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우연일 터.
연속적인 펀치는 피하지 못할 것이다.
파바바바박!
근데 예상과 달리 전부 피해버렸다.
탁-!
더구나 가볍게 잡기까지.
뿌드드드득-
“끄, 끄아아아아악!”
떡대의 주먹이 종이쪼가리처럼 구겨졌다.
남자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빠각-
발로 덩치의 무릎을 차 기괴한 방향으로 꺾어버렸다.
“아악, 으아아아악!”
힘없이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는 떡대의 모습은 불쌍하다 못해 안쓰러울 정도.
그제야 대표와 덩치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저런 괴력과 스피드는 일반인으로선 불가능하다는 걸 인지한 것이다.
‘X발…… 헌터였어?’
덩치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다.
다들 덩치에 걸맞게 한주먹 한다지만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헌터를 이길 순 없었다.
지켜보던 대표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X됐다…….’
과거에 그는 헌터인 줄도 모르고 의뢰인한테 까불었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흥신소에 찾아오는 의뢰인이 헌터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그래서 확인까지 했지만…….
‘설마 헌터일 줄이야…….’
감쪽같이 속고 말았다.
‘젠장! 벌집을 건드리다니……!’
성공한 40대 사업가인 줄 알았건만 헌터라니.
‘누구지? 은퇴한 초창기 헌터인가?’
40대의 외모 탓에 초창기 헌터로 오해하고 있는 차에 민도준이 다가왔다.
저벅저벅-
점점 거리가 좁혀지자 덩치들이 안절부절못했다.
그 모습에 민도준이 속으로 조소를 머금었다.
‘거스트 블레이드 한 방이면 이런 벌레들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지만…….’
이런 곳에서 굳이 전력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 없듯이.
“오, 오지 마!”
덩치들이 두려워하는데도 민도준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앞에 있던 덩치 둘이 안주머니에 숨기고 있던 사시미를 빼 들었다.
“죽어어어!”
그렇게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지만.
빠드득- 빠드득-
“아아아악!”
“끄아아악!”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움직임으로 무릎을 부러트려 강제로 꿇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본 대표가 식은땀을 흘렸다.
‘움직임을 보니 도저히 이길 가망이 없어.’
그도 그럴 게 근력과 순발력이 500만 넘어도 일반인의 눈으로는 제대로 쫓기 힘들다.
하물며 민도준의 근력과 순발력은 700이 넘는다.
아이템이라곤 유령 가면 하나만 착용했는데도 말이다.
털썩-
민도준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대표가 눈치껏 무릎을 꿇었다.
“뭐해, 이 새끼들아! 다들 꿇지 않고!”
덩치들도 대표를 따라 무릎을 꿇었다.
대표가 최대한 비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죄송합니다, 헌터님. 저희가 주제도 모르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대답만 잘하면 살려 주마.”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너희 길충수의 부하들이지?”
“그렇습니다.”
“길충수는 어디에 있나?”
“이 시간이면 아마 비밀 아지트에 있을 겁니다. 제가 안내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다른 놈들은 필요 없겠군.”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지옥이 펼쳐졌다.
서걱- 서걱-
어느새 검을 꺼낸 민도준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덩치들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
“아아…….”
대표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 참극을 지켜봤다.
이런 광경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만큼 잔인하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처음 보는 광경도 펼쳐지고 있었다.
‘신체가 사라지다니?’
부하들의 머리가 허공으로 튀어 오르다가 몸통과 함께 스르륵 사라지고 있었다.
핏자국과 옷가지만 남고 시신은 어디에도 없는 기이한 광경.
어느새 주변엔 대표 말고 남아 있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시체도.
꿀꺽-
“안내해라.”
“네…… 넵!”
* * *
길충수는 각성한 지 9년이나 되는 1,350레벨의 헌터다.
하지만 보통 6년 정도면 달성한다는 1,350레벨을 9년 동안 달고 있다는 점에서 빠른 성장이라고 볼 순 없었다.
게을렀기 때문일 수도 있고 특성이 안 좋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이유는 남다른 취미 생활 때문이었다.
바로 인간 사냥.
3주에 한 번씩 갖는 인간 사냥을 기획하느라 괴수 사냥은 뒷전이 되는 일이 많았다.
“일어났어?”
“헉.”
잠에서 깨어난 여성이 눈앞의 사내를 보더니 본능적으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손발이 노끈으로 묶여 있어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 이것 좀 풀어 주세요.”
“내가 왜?”
“…….”
그녀는 자신을 묶은 사람이 눈앞의 남자임을 알아차렸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다.
어둡기만 한 이곳에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폐공장이야. 내가 주로 사냥하는 곳이지.”
사내의 말에 그녀가 두려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사냥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저, 저한테 왜 이러세요. 보내주세요.”
“살려주세요, 보내주세요. 어휴, 지겨워. 귀에 딱지 앉겠다.”
투덜거린 길충수의 손에서 단검이 나타났다.
츠으으읏-
지켜보던 여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 헌터?’
어쩌면 사냥이란 의미가 괴수 사냥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눈에 한 줄기 희망이 스쳐 지나갔다.
일반인이 보는 헌터의 이미지는 영웅이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투둑- 툭-
사내가 단검을 그어 노끈을 잘라주고는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녀의 손발이 자유로워졌다.
“가, 감사합니다.”
“응? 뭐가?”
“……풀어 주셔서요.”
“아, 이거? 그냥 강간할 때 거치적거리니까 풀어 준 건데?”
“…….”
태연하게 흘러나온 강간이라는 말에 그녀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게 무슨…….”
“내가 헌터인 건 알았지? 그러니까 도망가도 소용없어. 나 달리기 엄청 빠르거든. 뭐, 빨리 죽고 싶으면 도망가든지.”
“…….”
길충수가 말하면서 주섬주섬 바지춤을 헤쳤다.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으면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이참에 너도 즐겨도 좋고.”
“사, 살려주세요. 제발…….”
“아, 지겨워. 왜 다들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거지? 어차피 죽일 거라니까?”
여성이 무릎까지 꿇고 두 손을 싹싹 빌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절대로 신고하지 않을게요. 약속할게요. 제발…….”
“너 그럼 신한테 맹세할 수 있어?”
“그럼요, 당연하죠. 맹세할게요. 그러니…….”
“안 되겠다. 진심이 안 보이잖아.”
길충수가 단검을 다시 소환했다.
“그냥 죽어라.”
“꺄앗!”
목을 그으려던 길충수가 순간 멈칫했다.
암살자인 그의 레이더망에 인기척이 걸린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보, 보스!”
이쪽으로 다가오는 한길 기획의 조폭의 모습이 보였다.
방해를 받은 길충수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안 대표! 내가 연락 없이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
길충수가 대표와 함께 온 남자를 보고서 말을 멈췄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옆에 그 아저씬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