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6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68화(6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68화
68. 잠입
목이 잘린 길충수의 시체가 사라진다.
땅에 떨어진 머리도 마찬가지다.
그와 동시에 떠오른 메시지.
[헌터 길충수를 죽였습니다.] [특성 강인한 정신을 빼앗았습니다.] [장비 8개를 빼앗았습니다.]암살자인 그에게서 쓸 만한 장비는 얻을 수 없었다.
좋은 특성이라도 얻기를 바랐지만…….
[특성 – 강인한 정신]-등급 : A
-설명 : 자신에게 걸리는 모든 디버프 효과를 무효화한다.
특성도 기대와는 달리 비전투용이었다.
‘디버프 무효화?’
저주받은 단검의 효과가 걸리지 않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전투용이 아니라서 아쉽군.’
암살자라서 그에 걸맞은 특성을 지녔을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특성이었다.
‘놈이 생각보다 약한 이유가 있었어.’
9년 동안 1,350레벨밖에 찍지 못한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민도준의 발길이 여성에게 향했다.
어깨를 움츠린 여성이 여전히 두려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그녀의 입장에선 사람을 고문하고 죽인 민도준이 두렵지 않을 리가 없었다.
“괜찮습니다. 해치지 않을 테니 너무 무서워하지 마세요.”
민도준이 나름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자 여성의 긴장이 조금은 풀어졌다.
“다친 데는 없으세요?”
“아, 네…….”
“아까 그놈의 말이 사실인가요?”
“네? 어, 어떤…….”
“클럽에서 수면제 먹고 잡혀왔다는 거요.”
“아……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클럽에서 혼자 술 마시고 있던 건 맞아요. 깨어나 보니 여기였고요…….”
민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은신을 이용해 술에 몰래 약을 타고 데려왔을 것이다.
“이제 안전하니 집으로 가셔도 좋습니다.”
“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여기서 보고 들은 것은 어디 가서 말하지 마시고요.”
“그, 그럴게요.”
살짝 겁먹은 표정의 그녀가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그대로 현장을 벗어났다.
‘뭐 어디 가서 말한다 해도 꼬리 밟힐 염려는 없겠지만.’
시체도 남지 않은 데다 40대로 변장했기 때문에 민도준이 경찰에 추적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길충수가 설마 종교 활동을 하고 있을 줄이야.’
사이코패스는 종교 활동을 통해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고 심신의 안정을 찾으려 한다지만 설마 길충수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것도 자신이 복수해야 할 대상의 교단에.
‘안 그래도 김베드로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잘 됐군.’
김베드로는 대천진리회(大川眞理會)라는 사이비 교단의 교주다.
원래는 천주교인이었고 이름도 세례명으로 개명까지 했지만 괴수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로 사이비에 빠져 교주까지 됐다.
60세가 넘는 할아버지지만 대천진리회에서는 거의 신으로 숭상받는 존재이며 헌터이다.
‘60세가 넘는데 헌터면 한마디로 초창기 헌터라는 뜻이지.’
초창기 헌터는 10년이라는 괴수 역사를 견뎌 온 만큼 레벨도 높은 편이다.
‘검색해 보면 현재 김베드로의 레벨은 2,433이다. 나랑은 격차가 심해.’
이세윤보다도 레벨이 높았으니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도 안 되지만.
‘언젠가는 죽여야 할 놈이니만큼 미리 끈을 만들어두면 좋겠지.’
민도준이 혼자 남은 폐공장을 둘러봤다.
길충수가 말하지 않은 단서라도 있나 둘러봤지만 별다른 건 없었다.
‘죽기 전에 내뱉은 정보니까 믿어도 될 거야.’
사이코패스라서 그다지 신뢰는 가지 않았지만 굳이 죽는 순간까지 거짓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뭐, 정보가 맞는지는 확인해 보면 알겠지.’
길충수에게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김베드로를 추적하기로 한 민도준이 폐공장을 벗어났다.
* * *
청룡 길드의 사무실.
길드장 이한석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 이세윤에게 물었다.
“민도준 헌터는?”
“아직 연락 없습니다.”
“열흘이나 지났는데 아무 말도 없다고?”
“좀만 더 기다려 보세요. 고작 열흘이잖아요. 그리고 민도준 헌터가 우리한테 꼭 답을 줘야 하는 입장은 아니죠. 우린 그저 호감 표시만 했을 뿐이니.”
“그래도 우리 덕분에 A급 던전에 가서 보스도 잡은 거 아니야. 그때 파티였던 애들한테 들어보니 랜덤 박스에 마정석에 또 무슨 호랑이 갑옷까지 얻었다던데.”
민도준이 보스를 잡았을 때 같은 파티였던 김진우 일행도 아이템의 목록을 봤었다.
길드장이 획득한 아이템을 알고 있는 건 그때문이었다.
물론 아는 건 이름뿐이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죠. 민도준 헌터가 잡았으니 민도준 헌터 거죠. 거의 혼자서 잡았다면서요. 게다가 저희 길드원들의 목숨도 구해줬으니 대가를 바라면 안 되죠.”
“야……! 넌 대체 누구 편이야?”
“객관적인 시선에서 말하는 거예요. 저희가 민도준 헌터한테 요구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기회는 우리가 제공한 건데…… 후우…….”
길드장이 한숨을 쉬었다.
“이거 우리 공은 생각도 안 하고 이대로 입 닦는 거 아니야?”
“철면피라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아…… 이거 참.”
애당초 사업가의 마인드로 길드를 차린 길드장으로선 자신의 투자가 원금은커녕 휴지조각으로 변해 버릴까 봐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지켜보자고요. 확실히 얼굴 도장은 찍었으니까. 내일 당장 계약하자고 연락 올지 누가 알아요?”
이세윤의 말에 길드장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 * *
흑해 길드는 베일에 싸인 암살자 길드다.
길드의 이름조차 세간에 알려지지 않을 만큼 자신들의 존재를 철저하게 감춰왔다.
그간 수백 명을 살해했음에도 걸리지 않은 걸 보면 얼마나 철두철미한지 알 수 있었다.
그런 흑해 길드에게 협회 내부에 스파이를 심는 것 따위는 일도 아니었다.
“협회에서 특별한 소식은 없나?”
중년인이 묻자 부하가 빳빳한 자세로 말했다.
저번에 종신형을 선고받은 부하가 아닌 다른 부하였다.
“예, 아직 수사에 진전은 없다고 합니다.”
“쯧, 사칭범에 대한 단서가 이리도 없다니.”
중년인은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초조한 기색은 없었다.
“마음 같아선 하루빨리 그 괘씸한 놈을 잡아서 본때를 보여주고 싶지만 급할수록 일을 망치기 쉬우니 기다려야겠지.”
언젠가는 그물에 걸릴 날이 오기를 바라며 중년인이 여유롭게 연기를 뿜어냈다.
“교단과의 관계는? 아무런 마찰 없이 잘 유지하고 있나?”
“그렇습니다. 그쪽에서도 저희에게 우호적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하긴 여태까지 우리가 조달해 준 인간이랑 약물이 몇 갠데 당연히 그래야지.”
중년인이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지금처럼 관계를 잘 유지시키도록. 그래야 때가 됐을 때 놈들이 지키고 있는 성물을 가져올 수 있을 테니까.”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 협회측 첩자에게도 감시를 소홀히 하지 말라고 전하고.”
“예!”
* * *
던전의 입구가 파란색으로 변하더니 민도준이 나왔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박동윤이 후다닥 차에서 내렸다.
“수고하셨습니다, 헌터님. 힘들진 않으셨어요?”
“괜찮습니다.”
10시간동안 암석 도마뱀을 사냥했는데도 피곤한 기색이 없다니.
‘피곤해 보였다면 말하기 껄끄러웠을 텐데 잘 됐어!’
마침 할 말이 있었던 박동윤에겐 잘된 일이었다.
“저기, 헌터님.”
“네.”
박동윤이 짐짓 긴장어린 어조로 말했다.
“저희가 함께한지도 6개월이 넘었잖아요? 그런데 한 번도 식사를 같이한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뒷말은 들어보지 않았지만 민도준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오늘 불금이고 하니 괜찮으시면 같이 식사나 하심이…….”
“죄송합니다. 선약이 있어서요.”
“아…….”
박동윤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나름 용기를 낸 말이었지만 단박에 거절당하고 말았다.
‘저랑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우린 이대로 비즈니스 관계로 남자고요.’
속말을 삼킨 민도준이 차량에 올라탔다.
“집으로 갑시다.”
“아…… 네.”
가까스로 멘탈을 붙잡은 박동윤이 차를 몰았다.
* * *
선약이 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약속을 위해 옷을 미리 사두기까지 했으니까.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지.’
금요일 저녁.
불금이라고 놀기 바쁜 그 시간에 민도준은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것도 으슥한 길만 골라서.
‘눈에 띄어 봐야 좋을 건 없으니.’
그러다 보니 중간에 담배 피우는 고등학생 무리도 마주쳤지만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지나쳤다.
그와 달리 학생들은 관심이 많은듯했지만.
“아저씨, 일로 와 봐요.”
민도준은 무시하고 걸었다.
그러자 두 명이 달려와서 앞을 막아서기까지 했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요?”
“우리 보고 쫄았어요?”
“너희랑 놀아줄 시간 없다.”
“하, 이 아저씨 보소?”
그 말이 실수였는지 학생들이 우르르 민도준을 둘러쌌다.
“삥만 뜯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몇 살이에요, 아저씨? 20대는 아니죠?”
“얼굴 왜 이렇게 삭았어요?”
“X같은 얼굴 더 X같이 만들어드릴까요?”
“가진 거 다 뱉어 봐요. 그럼 얌전히 보내드릴게.”
“하아…….”
민도준이 그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었지만 호전적인 학생들을 도발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하아? 한숨을 쉬어?”
“X발, 우리가 우습냐?”
“아저씨 죽이고 소년원 갈까? 어?”
딴엔 위협한답시고 바닥에 거칠게 담배를 던졌지만 민도준에겐 어린애가 투정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얘들아.”
민도준이 주먹을 들었다.
그리고 아주 약한 힘으로 벽을 후려쳤다.
콰아앙-!
후두두둑-
“…….”
학생들이 얼어붙은 얼굴로 떨어지는 벽돌을 쳐다본다.
“10초 안에 속옷까지 벗는다. 실시.”
“시, 실시……!”
학생들이 부리나케 옷을 벗기 시작했다.
“10초 지났는데 안 벗은 놈이 있네?”
“죄, 죄송…….”
짜악-
쿵-
뺨을 맞고 고개가 돌아간 학생이 바닥에 쓰러졌다.
기절이었다.
“시간 없거든? 5초 준다.”
학생들의 옷 벗는 속도가 빨라졌다.
옷들을 한데 모은 민도준이 불길을 일으켰다.
화르르륵-
“히익!”
재도 남기지 않고 싹 태워버린 민도준이 남학생들의 알몸 따윈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말도 없이 가던 방향으로 뛰었다.
약속 시간에 맞추려면 지체할 새가 없었다.
‘여기가 맞나?’
불 꺼진 가로등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어두컴컴한 길목.
그곳에 홀로 서 있던 민도준이 시간을 확인했다.
‘다행히 늦진 않았군.’
그렇게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자 봉고차 한 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정확히 민도준 앞에 서더니 차량의 문이 열린다.
“오랜만입니다, 길충수 씨. 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