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6화(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6화
6. 사재기
큰 귀 원숭이는 까다로운 괴수다.
힘이 센 건 아니지만 무기를 사용할 줄 알고 움직임도 기민하다.
거기다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줄행랑을 치고는 동료들을 불러온다.
만만하게 봤다간 금세 불어난 적들에 의해 꼬챙이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민도준이 현재 그런 상황이었다.
끼이익! 끼이익! 끼익!
여섯 마리의 큰 귀 원숭이들이 민도준을 둘러싸고 있었다.
손에는 하나같이 창이 들려 있다.
피할 공간이라곤 없는 상황.
동시에 찌른다면 방패 하나만으론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지 원숭이 한 마리가 신호를 내렸다.
끼이이익!
그와 동시에 창을 찌르는 원숭이들.
민도준이 스킬을 시전한 것도 이쯤이었다.
“크-허-어-어-엉-!!!”
큰 귀 원숭이들이 창을 내미는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퍼억!
쿠웅!
와르르!
실드 차지로 밀어버리자 석상들이 조각조각 부서졌다.
[경험치 +90] [경험치 +90] [경험치 +90] [E급 마정석을 획득하였습니다.]‘운이 좋군.’
기꺼운 알림에 민도준이 씨익 웃었다.
200마리는 잡아야 나오는 E급 마정석을 42마리 잡고 얻을 줄이야.
‘이걸로 일당은 벌었다.’
E급 마정석의 판매가는 500만 원.
E급 헌터의 하루 평균 수익을 번 셈이었다.
더구나 민도준은 이제 막 첫 던전을 돌았을 뿐이었으니.
-공략 달성도 : 큰 귀 원숭이 42/80마리
-남은 시간 : 2시간 32분 12초
반 이상을 잡는 데 고작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약속대로 1시간 만에 깰 수 있겠어.’
민도준이 원숭이 사냥에 박차를 가했다.
* * *
“허허…….”
연락을 받고 찾아온 박동윤은 던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민도준을 보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로 1시간 만에 클리어할 줄이야…….’
던전은 한 번 들어가면 포기하고 싶어도 나올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공략을 진행하거나 제한 시간을 흘려보내야 나올 수 있다.
제한 시간이 다 지나지도 않았는데 민도준이 나왔다는 건 한 가지 경우밖에 없었다.
던전 클리어.
무엇보다 120시간으로 초기화되어 있는 던전 브레이크 시간이 그 증거였다.
‘이 사람은 진짜 미쳤어!’
나쁜 의미가 아니었다.
등급에 비해 미치도록 강하다는 뜻이었다.
“헌터님, 정말 1시간 만에 나오셨네요. 힘드시지 않으셨어요?”
“아니요, 별로.”
“대, 대단하십니다. 혹시 다치신 데는…….”
“없습니다.”
눈으로 봐도 그랬다.
민도준의 몸엔 생채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S급 특성이라도 갖고 있는 건가?’
몹시 궁금했지만 헌터에게 특성을 물어보는 건 실례였다.
특성이야말로 헌터의 능력을 결정짓는 비장의 수였으니까.
그래도 레벨 정도는 물어볼 수 있었다.
“헌터님, 실례지만 레벨이……?”
“23입니다.”
“허!”
불과 사흘 전에 각성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성장세.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요. 렙업이 상당히 빠르셔서요.”
“빠르긴요. 아직 두 자릿수밖에 안 되는데.”
회귀 전 5,000레벨에 근접했던 민도준으로선 성에 차는 성적은 아니었다.
“하하, 겸손도 참……. 그나저나 시장하시죠? 점심 드시러 가시겠습니까? 제가 아는 국밥집이 있는데…….”
“아니요. 저는 던전이나 돌겠습니다. 다른 큰 귀 원숭이 던전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밥은 드시고 하시지…….”
“괜찮습니다.”
박동윤은 설득하길 포기한 듯 태블릿을 조작하며 던전을 찾았다.
“비어 있는 곳을 찾으시는 거죠?”
“네.”
“20분 거리에 하나 있네요. 가시죠.”
* * *
국내의 던전 수는 약 5,000개.
그중 E급 던전은 1,700개였고 큰 귀 원숭이 던전은 전국에 300개 정도가 있었다.
민도준이 속한 수도권만 해도 100개 정도.
따라서 던전이 모자란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후우, 이걸로 일곱 군데인가?’
오늘 하루 민도준이 공략한 던전만 일곱 군데.
모두 큰 귀 원숭이 던전이었다.
“헌터님. 이제 그만하실 거죠? 더 도실 건 아니죠?”
박동윤이 두려운 표정으로 물었다.
벌써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정말 감사합니다!”
박동윤이 진심으로 좋아했다.
민도준이 끝까지 하자고 했으면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대신 추가 수당을 받겠지만 그렇게까지 일하고 싶은 맘은 없었다.
차를 집 앞에 세운 박동윤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저기, 헌터님.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37레벨입니다.”
“헉!”
12시간 전만 해도 불과 23이었던 사람이 37이 되었다?
경악할 만한 속도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이 속도라면 내일쯤엔 E급으로 승급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죠.”
50레벨이 넘으면 E급으로 승급한다.
그리고 스킬 슬롯이 추가된다.
‘분명 얼마 전까진 1렙이었잖아?’
F급에서 E급까지 걸리는 시간은 빨라도 두 달.
그런데 눈앞의 헌터는 고작 일주일 만에 E급을 찍을 기세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랭킹에 적힌 레벨이 그 증거였으니.
‘하긴 E급 던전을 혼자서 돌았으니 폭렙 할 만하지.’
그렇다 해도 너무 빠른 속도였지만 박동윤은 그러려니 생각했다.
의문을 품기엔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오늘도 부산물을 많이 얻으셨겠네요. 던전을 일곱 군데나 돌았으니…….”
“몇 가지 장비랑 필요 없는 스킬북. E급 마정석 4개 정도 얻었네요.”
“…….”
박동윤은 놀라서 말도 하지 못했다.
개당 500만 원짜리를 4개나 얻었다니.
‘하루에 2,000만 원이면 거의 C급 헌터 수입이잖아?’
박동윤이 놀라든 말든 관심 없는지 민도준이 차에서 내렸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아, 네! 헌터님! 살펴 가십시오!”
과도한 인사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 민도준이 문을 닫고 집으로 걸었다.
그 뒷모습을 보며 박동윤이 생각했다.
‘C급 헌터, 그 이상까지도 올라갈 사람이다.’
자신이 관리하는 헌터가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장차 유명해진다면?
담당자인 자신의 위상 또한 올라갈 것이다.
박동윤은 민도준의 가치를 C급 헌터 이상으로 매겼다.
* * *
마정석 감별사 한상준은 아침부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정석을 팔러 온 민도준 때문이었다.
“이, 이게 다 뭡니까?”
“E급 마정석입니다.”
“그건 아는데 이 많은 걸 어떻게…….”
한상준의 앞에는 네 개의 마정석이 있었다.
그것도 전부 E급.
처음에 F급 열 개를 가져왔을 땐 모아놓은 걸 가져왔겠거니 했다.
그런데 오늘도 네 개를 가져왔다.
하루에 한 개 구하기도 힘든 게 마정석인데 다음날 네 개를 구했다고?
‘어떻게 구한 거야? 이 사람?’
의문이 들었지만 민도준에게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빨리 처리해 주시죠.”
“아, 죄송합니다! 확인했으니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그 말에 민도준이 곧바로 몸을 돌렸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민도준이 사라지자 한상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정석을 금고에 보관했다.
그러곤 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조금 전에 나간 그 헌터 말이야.”
“아, 민도준 헌터님이요?”
“그래. 그 사람 뭔가 수상하지 않아?”
“네? 뭐가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마정석을 여러 개씩 가져오더라고. 알잖아. 마정석 구하기 힘든 거.”
“정말요? 이상하네요.”
“그치? 이상하지?”
“아니, 다른 게 아니라…… 그 헌터님 각성한 지 일주일도 안 됐거든요.”
“뭐?”
한상준이 깜짝 놀랐다.
“그게 사실이야?”
“네. 며칠 전에 보안 요원이 요 앞에서 각성 이펙트를 목격했다고 하더라고요.”
“…….”
한상준이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듣고 보니 더욱 수상했다.
혼자서 그 많은 마정석을 구했을 거란 가능성은 배제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 * *
[입금 20,000,000원]문자를 본 민도준은 무심하게 스마트폰을 도로 넣었다.
2,000만 원이란 거금이 들어왔음에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랭킹 1위였을 때는 하루에 20억도 벌어봤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돈이었다.
헌터 도매상가를 다시 찾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자후 스킬 좀 미리 사 놔야지.’
사자후는 1년 후면 2억 원에 팔리는 고가의 스킬이다.
지금은 비록 20만 원에 팔리고 있지만 갖고만 있으면 1,000배의 이득을 볼 수 있어 투자 가치가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돼. 여유 있을 때 사재기해야지.’
120레벨까지는 큰 귀 원숭이 던전에서 사냥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때문에 당분간은 돈 쓸 일이 없었다.
딸랑-
“어서 오십시오!”
매장에 들어간 민도준이 곧장 상인에게 다가갔다.
“여기 사자후 스킬 있나요?”
“네? 사자후요?”
몰라서 되묻는 것이 아니었다.
사자후 스킬을 찾는 사람을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있긴 있습니다만…….”
“몇 개 있나요?”
상인이 모니터를 터치하며 재고를 확인했다.
“5개 있네요.”
“전부 주세요.”
“예?”
비주류 스킬을 고른 것까진 이해할 수 있다 치자.
그런데 남은 재고들까지 달라니?
“하나만 사셔도 될 텐데 왜……?”
“그것까지 설명해야 하나요?”
민도준이 날카롭게 받아쳤다.
굳이 설명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냥 궁금해서…….”
“싫으면 다른 데로 가죠.”
“아, 아닙니다! 팔겠습니다!”
물론 상인으로서도 팔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인기가 없어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 스킬북을 재고까지 털어 사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개당 20만 원 해서 모두 100만 원입니다.”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론 기분이 좋았지만 그는 몰랐다.
개당 20만 원씩 팔아넘긴 스킬북이 훗날 2억으로 오를 줄은.
“수고하십시오.”
민도준은 기분 좋게 매장을 나갔다.
그리고 다른 매장에 들어가 똑같이 사재기를 했다.
“어서 오십쇼!”
“여기 사자후 스킬 있나요?”
“네? 아아, 그럼요!”
“있는 대로 다 주세요.”
“네? 저, 전부요?”
그때마다 상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상관없었다.
사자후는 사재기를 규제할 만큼 인기 있는 스킬이 아니었으니까.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오히려 상인들은 창고에 썩히던 골칫덩이를 치워줘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민도준은 곳곳의 매장을 돌아 스킬북을 사재기할 수 있었다.
‘더는 없는 건가?’
모든 스킬북 매장을 돌아다녀서 구한 사자후만 100개.
2,000만 원을 쓰고 200억 원을 확보한 셈이었다.
‘이 정도면 차후에 쓸 자금으론 충분하군.’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필요한 아이템을 살 수도 있고 다른 무언가에 쓸 수도 있다.
쓰임새가 무궁무진한 것이 돈이었다.
그래 봤자 모두 복수를 위한 자금줄이었지만.
‘랭킹 시스템.’
[국내 랭킹 순위]1위 – 신경민 (1995년생) – 레벨 2431 (A급)
2위 – 강혁수 (1981년생) – 레벨 2426 (A급)
3위 – 정혜원 (1995년생) – 레벨 2420 (A급)
—————
———-
—–
34,119위 – 민도준 (2000년생) – 레벨 37 (F급)
현재 신경민은 국내 랭킹 1위의 A급 헌터.
아직 S급이 아닌 이유는 레벨이 3,000 미만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민도준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
‘계속해서 성장해야 돼.’
지금은 신경민을 만나봤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다.
복수하려면 그에 걸맞게 강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압도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평범한 성장으론 따라잡을 수 없다.
물론 민도준은 전생에서도 압도적인 성장으로 1위에 올라섰다.
복수라는 S급 특성 덕분이었다.
‘하지만 1위를 찍기까지 10년이 걸렸지.’
10년은 너무 오래 걸린다.
전생보다 빠른 성장이 필요했다.
‘7년, 아니, 5년 이내로 복수한다.’
5년도 꽤 긴 시간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신경민에게 복수하기까지의 시간이었다.
복수할 대상은 신경민 말고도 14명이나 더 있었다.
18,982위 – 심진섭 (1999년생) – 레벨 140 (E급)
심진섭이 그중 한 명이었다.
‘조만간 찾아가 주마.’
복수라는 장작이 민도준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