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7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70화(7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70화
70. 천제의 등장
말로만 듣던 신의 등장에 신도들이 웅성거렸다.
“우오오!”
“신이시여!”
눈을 뒤집으며 광기를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천제가 조용히 하라는 듯 손을 들어 올리자 신도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반갑습니다, 성도님들. 대천진리회의 교주 김베드로입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신도들의 얼굴은 흥분으로 가득했다.
신이라고 믿는 존재가 눈앞에 있었으니 오죽하랴.
“저를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마 대부분이 처음 보실 겁니다. 그래서 인사차 이 자리에 서게 됐는데 이것도 운명이겠지요.”
천제가 다소 느린 어조로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그럼에도 자리에 있는 신도들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떼지 않았다.
상제가 설교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집중도였다.
그러다가 천제가 그윽한 눈으로 신도들을 볼 때면.
‘헉. 처, 천제님이 나를 보셨어.’
‘아아, 천제님!’
연예인이라도 만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곽기덕도 예외는 아니었다.
‘헛? 천제님이 유독 이쪽을 쳐다보시는데?’
기분 탓이 아니었다.
연설을 하면서도 천제의 시선은 곽기덕에게 한참이나 고정되어 있었다.
‘설마 날 보고 계시는 건가?’
고액의 헌금을 냈다는 정보가 천제의 귀에 들어갔는지 그의 시선은 꽤 오랫동안 곽기덕에게 머물러 있었다.
‘교단의 신이라는 분의 시선을 한 몸에 받다니!’
곽기덕으로선 기쁘지 않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입 밖으로 기쁨을 표출할 순 없었다.
천제의 말씀을 귀담아들어야 했기에.
대신 눈짓으로라도 옆자리의 길충수와 기쁨을 나누고자 했다.
‘봤지? 천제님이 나를…… 어?’
그런데 옆자리에 있던 길충수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곽기덕이 의아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리 봐도 없다.
‘이상하다? 아까 전만 해도 있었는데?’
사실 민도준은 천제가 단상으로 올라오기도 전에 맨 뒤쪽 구석진 자리로 피신한 상태였다.
혹시나 천제와 눈이 마주칠까 봐.
‘잘못하면 유령 가면으로 변장한 사실이 들킬 수 있어.’
상대의 전투력이 높으면 자신의 위장이 간파당할 수 있다.
단언컨대 김베드로는 자신보다 전투력이 높다.
근거는 다름이 아니다.
[김베드로]-설명 : ??? ??? ???
-전투방식 : ??? ??? ???
-약점 : ??? ??? ???
약점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김베드로의 레벨은 2,433이지만 내 레벨은 1,050이야.’
민도준이 아무리 강해졌다지만 그래 봐야 B급 헌터다.
레벨이 깡패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나도 나름 강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약점도 보이지 않다니…….’
물론 자신보다 강할 거라는 걸 염두에 뒀기에 단상에 올라오기도 전에 피신한 거지만.
‘약점 간파로 정보가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전투력이 나보다 높다는 거겠지?’
단순히 레벨이 높다고 보이지 않는 건 아닐 것이다.
조규찬이나 양승현 같은 헌터들은 레벨이 높았는데도 정보가 보였으니까.
아마도 투명화나 유령 가면처럼 전투력을 기준으로 정보의 유무를 알 수 있는 듯했다.
‘어쨌거나 날 보진 못했겠지.’
천제가 만약 민도준을 봤다면 지금처럼 태연하게 연설하고 있진 않을 것이다.
‘예상보다 일찍 김베드로를 만나게 됐어.’
추적하는 데 몇 달은 걸릴 거라 예상했는데 이렇게 쉽게 만날 줄이야.
어쨌든 잘된 일이다.
추적 마법을 걸어둘 수 있으니.
‘아우, 저 늙은이한테 들키지 않게 추적 스킬을 걸어.’
[와앙!]유령 늑대가 신도들의 머리 위를 가로질러 천제의 앞까지 도달했다.
그럼에도 천제는 유령 늑대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연설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소환수가 추적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소환수가 냄새를 기억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탐지합니다.]목적을 달성한 민도준이 속으로 미소 지었다.
이제 언제라도 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죽이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럴 힘도 없었고.
‘더 강해져야 돼.’
민도준은 연설을 마치고 열렬한 환호 속에 뒷문으로 사라지는 천제를 말없이 노려만 봤다.
* * *
쌔애애앵-!
열 개의 바람의 칼날이 암석 도마뱀의 몸 사이사이로 들어갔다.
카가가가가각!
와르르르-
놈이 3초도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 사이 검으로 다른 도마뱀의 미간을 때리자.
까앙! 까앙-!
쩌저적-!
균열이 일더니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허…….”
그 모습을 파티원들은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나설 시간도 없었으니까.
“마, 마검사가 이렇게 센 직업이었다니…….”
검을 몇 번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처치하는 것도 놀랍지만 마법 한 방에 괴수를 죽이는 건 더 놀라웠다.
“저기 민도준 씨? 죄송하지만 우리 몫도 좀 남겨주시면…….”
“차라리 혼자 사냥할까요?”
그 말에 파티원들이 반색하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민도준도 바라는 바였다는 듯 냉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같이 사냥하면 방해만 되니까.’
솔플을 지향하는 민도준으로선 파티가 달갑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선권으로 던전을 빌릴 수도 없었다.
다섯 번의 기회는 진즉에 다 써버렸으니까.
A급 던전을 돌려면 어쩔 수 없이 파티를 해야만 했다.
‘파티를 하면 경험치도 줄지만 제대로 실력 발휘하기도 힘들어.’
남들의 시선이 있다 보니 유령 늑대를 활용하지도, 유령 검을 해머로 바꾸지도 못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은 초장부터 힘을 드러내서 아예 파티원들의 몫을 빼앗는 것이었다.
그리하면 지금처럼 혼자 사냥해도 뭐라 하지 않을 테니까.
‘오히려 반기는 눈치던데.’
어쨌거나 파티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사냥할 시간은 없다.
최대한 빨리 강해져서 김베드로를 죽여야 하니까.
‘놈이 어디로 도망가는 건 아니지만…….’
위치를 알고 있는데도 죽이질 못하니 답답한 게 사실이었다.
그렇게 10시간 동안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사냥한 결과 5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후우…….”
던전을 공략하고 나온 민도준은 자신을 괴물 보듯 쳐다보는 파티원들을 뒤로하고 박동윤에게 다가갔다.
“힘드셨죠, 헌터님. 여기 음료수라도 드십시오.”
“감사합니다.”
음료수로 목을 축인 민도준이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박동윤이 익숙하다는 듯 집으로 향했다.
10시간짜리 A급 던전을 공략하고 나면 다른 던전을 돌 시간은 없다.
어차피 예약도 꽉 차 있어서 매일매일 도는 것도 불가능했다.
“다음 스케줄은 언제죠?”
“내일은 사람이 몰려서 안 되고 모레 오전 10시로 잡혀 있습니다.”
“자리가 없으면 하위 던전이라도 잡아주세요.”
“아, B급 던전이라도요?”
“네. A급 던전에 못 들어가면 B급이라도 가야죠.”
“아, 알겠습니다.”
일말의 휴식도 용납하지 않는 그의 근성에 박동윤이 혀를 내둘렀다.
하루라도 빨리 강해지고 싶은 민도준으로선 던전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낮에 집으로 돌아온 민도준은 샤워 후 곧장 침대에 누웠다.
밤새 사냥을 했기 때문에 밤낮이 바뀌어버렸다.
4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나 저녁을 먹은 뒤에 외출 준비를 했다.
마침 오늘이 금요일이었기 때문.
평소처럼 길충수로 위장한 민도준이 약속 장소에서 대기했다.
정확한 시간에 봉고차가 나타났다.
“오늘도 나오셨네요, 길충수 씨. 타세요.”
민도준은 사냥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예배에 참석했다.
‘김베드로의 위치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교단에 대해 알아 둬서 나쁠 건 없으니까.’
민도준은 교단을 다니며 조금씩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김베드로를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다행히 정보를 얻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곽기덕이라는 더할 나위 없는 정보제공자가 있었으니까.
“길 씨는 저번에 화장실 가느라 천제님 못 봤지?”
“네, 언제 또 오신 데요?”
“아직 그런 얘기는 없지만 거의 1년에 한 번 얼굴을 비치신다더라고. 지금은 다른 교단에 들르시느라 바쁘고.”
“교단이 여기 하나가 아니었어요?”
“충남이랑 경북 쪽에 하나씩 해서 총 세 군데라 하던데?”
정보를 얻은 민도준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천제님 뵙고 싶었는데…….”
“장이 안 좋아서 뵐 수나 있겠어? 그 과민성…… 뭐라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요.”
“그래, 그거 때문에 긴장하면 똥 나온다며?”
몇 번 대화하고 친해져서 그런지 곽기덕은 민도준에게 스스럼없이 대했다.
“이번엔 긴장 안 하면 되죠.”
“쯧쯧, 젊은 사람이 건강해야지. 나중에 나처럼 늙고 싶어?”
“아직 젊으신데요, 뭘.”
“허허, 이 친구 농담도 할 줄 아네?”
두 사람이 웃음기를 띠며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오늘은 얼마 준비하셨어요?”
“50만 원.”
“그렇게 큰돈을 헌금으로 내면 아깝지 않으세요? 가뜩이나 빚도 있으신데…….”
“나도 알아. 내 코가 석 자인 거. 하지만 딸이 헌터로서 승승장구할 수 있다면 이까짓 돈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하긴 헌터만 되면 그까짓 돈은 푼돈이나 마찬가지죠.”
동의하듯 말하긴 했으나 민도준은 헌터가 된다고 다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괴수를 죽이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으면 S급 특성이 뜬다 해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지.’
설사 적성에 맞는다 하더라도 F급 특성이나 비전투 특성이라도 뜨면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괴수만 잡을 수 있으면 연봉 1억은 거뜬히 벌겠지만 어디까지나 생명수당임을 알아야 한다.
“그럼 길 씨. 다음 주에 또 보자고.”
“네, 아저씨.”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민도준은 몇 시간 눈을 붙이다가 다시 사냥을 나갔다.
한시라도 빨리 레벨을 올려야 한다.
* * *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두 달이 흘렀다.
그동안 민도준은 1,350레벨까지 올릴 수 있었다.
‘두 달 동안 300레벨 올린 건가?’
평범한 헌터라면 1년 3개월이 걸렸을 레벨을 겨우 두 달 만에 답파했다는 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대로 한 달만 더 사냥하면 A급이 되겠군.’
1,500레벨이 되면 A급으로 등급이 오른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B급과 A급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
1,499레벨과 1,500레벨이 엇비슷해 보여도 아이템과 스킬 면에서 보면 1.4배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
‘못해도 A급은 돼야 김베드로를 상대할 수 있어.’
하루빨리 A급을 찍고 싶다고 생각한 민도준이 오랜만에 TV를 켰다.
[헌터 관련 소식입니다. 지난달 사자후 스킬에 숨겨진 효능이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헌터들이 너도나도 찾아 나서면서 현재 사자후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합니다.]천정부지라는 말에 민도준의 눈이 반짝였다.
[지난달 20만 원에 불과했던 가격은 현재 5천만 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매물도 부족한 바람에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고작 5천만 원이라……. 아직 팔 때는 아니군.’
민도준은 사자후의 가격이 2억까지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혹시나 더 올라갈지도 모르지만 2억 밑으로는 팔 생각이 없었다.
[한편 사자후는 F급 도발 스킬로, 별다른 효능이 없는 줄 알았지만 일부 괴수들을 석화시키고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를 알아낸 사람은 청룡 길드의 A급 탱커 김모씨로, 우연히 스킬을 쓰다가 발견하게 되었다고…….]‘역시 김진우가 퍼트린 모양이군,’
민도준은 스킬북을 미리 사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3,000레벨이 되었다고?’
설마 하는 마음에 랭킹을 확인해 보니 정말이었다.
‘하긴 그 새끼의 사냥 속도가 빠르긴 했지.’
회귀 전 민도준은 신경민과 사냥해 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염력이라는 특성을 이용한 사냥법은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있을 만큼 독특했다.
‘회귀 전에도 렙업 속도가 빠르긴 했지. 녀석이 돌연 잠수만 타지 않았어도 국내 1위는 내가 아니라 신경민이었을 거야.’
신경민의 레벨링은 민도준도 인정하는 바였다.
물론 지금의 민도준보다 빠르진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26번째로 S급이 된 신경민 헌터는 기쁘다며 덤덤하게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편 헌터 업계에선 국내 최초로 S급 헌터가 나타난 만큼 S급 던전이 등장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으며…….]더 볼 것도 없는지 민도준이 TV를 껐다.
‘S급 던전이야 당연히 나타나겠지.’
여태까지의 던전은 헌터의 수준에 맞게 순차적으로 나타났다.
마치 게임을 공략하면 다음 난이도가 열리는 것처럼.
던전이 처음부터 높은 난이도로 나타났던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서 진즉에 인류는 멸망했겠지.’
어쨌거나 S급 헌터가 등장한 만큼 S급 던전도 곳곳에 생길 터.
어디인지는 미리 알 수가 없다.
물론 회귀자인 민도준은 알고 있었지만.
‘총 다섯 개가 생기겠지만 S급 헌터가 한 명뿐이니 일단은 하나가 생긴다고 봐야지.’
민도준은 S급 던전이 어디에 생기는지도 알고 있다.
그리고 S급 던전 인근의 땅값이 반토막이 난다는 것까지도.
‘우리 집만 아니면 된다.’
남의 집 땅값이 떨어지든 말든 민도준과는 무관한 일.
‘동창 한 명이 그쪽에 사는 걸로 기억하는데 말해 줘야 하나?’
민도준은 고개를 저었다.
땅값이 떨어질 거라고 말해 봐야 어느 누가 믿겠는가?
게다가 회귀 이후로 동창들하고는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진정으로 친구라 부를 만한 애들이 없었으니까.
‘전부 돈 좀 빌려달라는 애들뿐이었지.’
미래의 동창들은 전부 민도준의 돈을 탐내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고.
‘폰 번호를 바꿔야 하나? 자꾸 연락 와서 귀찮게 하네.’
헌터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최근 동창들의 연락이 늘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동창들이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심지어 같은 학교도 아닌데 연락 오는 경우도 있었다.
진지하게 번호를 바꿀 생각을 하는 차에.
띠로로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