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7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74화(7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74화
74. 저녁 약속
아침이 되자 이천식이 부리나케 출근 준비를 했다.
어제 미행을 하느라 피곤했는지 늦게 일어나버렸다.
이제는 헌터 이천식이 아니라 신입 수사관 김현준이 되어야 했다.
이천식이 가방을 걸치고 허둥지둥 집을 나섰다.
뒤에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시작해 볼까?’
아침 일찍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민도준이 이천식을 미행했다.
어딜 저리 바쁘게 가는지는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으리란 마음으로 편하게 따라붙었다.
어제보다 거리가 가까웠지만 걸릴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았다.
‘여차하면 인비저빌리티를 쓰면 돼.’
놈은 자신보다 레벨이 낮으니 필요할 때 투명화를 쓰면 들킬 일은 없으리라.
택시를 탈 것 같았던 이천식은 의외로 지하철을 이용했다.
아침부터 사람들과 부대낀 모습을 보니 출근하는 직장인 같았다.
‘헌터가 출근할 데가 어디 있겠어.’
하지만 녀석의 목적지는 예상과 달랐다.
‘대한헌터협회?’
마치 자신의 직장이라도 되는 듯 당당히 들어가는 이천식의 모습에 민도준이 잠시 멈칫했다.
‘헌터가 저긴 무슨 일로?’
단순히 볼일이 있어서 들어간다기엔 발걸음이 너무도 당당했다.
‘설마 여기서 근무하는 건 아니겠지?’
대부분의 헌터들은 협회에서 일하지 않는다.
만만한 F급 괴수만 잡아도 협회 직원의 연봉을 상회하는데 누가 일하고 싶겠는가?
오히려 협회에서 일한다고 하면 재능 낭비라며 이상한 놈 취급받기 일쑤다.
운동선수가 공부해서 선생님이 되겠다는 것처럼 분야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민도준도 의문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쫓아가 보면 알겠지.’
헌터 장비를 착용해 마력 스탯을 올린 민도준이 CCTV가 없는 곳에서 투명화를 사용했다.
스르륵-
[남은 시간 : 3분 16초]마력이 2,000 가까이 되다 보니 3분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빠르게 달렸다.
아무리 달리고 뛰어도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유령 걸음 장화가 이럴 때 좋군.’
협회 안으로 들어갔지만 아무도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보이지도 않고 발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당연했다.
민도준의 눈에 데스크의 여직원과 인사를 주고받는 이천식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김현준 씨.”
“안녕하세요.”
이때만 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나가는 사람마다 이천식을 김현준이라고 불렀다.
‘뭐지? 이 녀석의 이름은 이천식일 텐데?’
이천식이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차마 같이 탈 수 없었던 민도준이 계단을 빠르게 올랐다.
층마다 엘리베이터를 따라잡으며 그가 어디에서 내리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이천식은 금방 내렸다.
그가 향한 곳은 3층의 범죄수사과였다.
“현준아, 왔냐?”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항상 일찍 오던 녀석이 왜 이제 왔어? 까딱하면 지각할 뻔했잖아?”
“죄송합니다. 어제 늦잠을 자서요.”
“어제 하루 비번이라고 원 없이 놀았나 보네. 쯧! 따라와. 오늘 할 일이 태산이니까.”
선배와 함께 사라지는 이천식을 뒤로하고 민도준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스르륵-
다행히 시간에 맞춰서 투명화가 풀렸다.
‘그런 거였군.’
민도준은 이천식이 왜 김현준으로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다른 신분으로 위장 잠입한 거였어.’
헌터로서 협회에 잠입하면 수상하게 보일 수 있으니 일반인으로 위장한 것이다.
‘아마 목적은 수사 동향 파악 및 감시겠지.’
흑해 길드는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암살자 집단.
범죄수사과에 자신의 길드원을 스파이로 넣어둔다면 수사망을 피하는데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다.
지금처럼 사칭범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무슨 정보를 듣고서 미행하나 싶었는데 협회에서 일하고 있었군.’
그 말은 아직 이렇다 할 단서는 없다는 소리다.
‘김상엽 팀장처럼 단순히 심증만 가지고 미행하는 거겠지.’
그렇다고 협회에서 시킨 짓 같지는 않았다.
조금 전 선배 수사관과의 대화에서도 노느라 늦잠 잔 걸로 알고 있지 않았는가?
‘단독으로 행동하고 있거나, 아니면 흑해 길드의 지시를 받았거나.’
둘 중 하나였지만 어쨌거나 이천식이 자신을 의심하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일단은 모르는 척 지켜봐야겠군.’
여기서 더 파고들었다간 일만 커질 테니 넘어가기로 했다.
협회의 스파이였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으니.
‘어쩌면 미행을 그만둘지도 모르는 일이고.’
당분간은 이천식을 건들지 않기로 한 민도준이 몸을 돌렸다.
* * *
열흘이 흘렀다.
그동안 민도준은 운전면허 시험을 봤다.
물론 회귀한 그로선 연습할 필요도 없었다.
필기, 실기 모두 최단 시간으로 합격하고 저번에 계약한 외제차까지 받았다.
스포츠카가 아니라 일반 세단을 고른 데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스포츠카는 너무 눈에 띄니까.’
벤츠 역시 눈에 띄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스포츠카만 봐온 민도준의 입장에선 평범한 차라고 생각됐다.
‘그나저나 이놈은 언제까지 미행하는 거야…….’
민도준은 이천식이 몇 번 미행을 하다가 그만둘 줄 알았다.
하지만 과소평가였다.
‘열흘이 넘도록 하루도 빠지지 않다니…….’
유령 늑대를 통해 알아본 결과 이천식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민도준의 꽁무니를 쫓아다녔다.
퇴근하고 나면 곧장 민도준의 집으로 향할 정도로 그의 열정은 대단했다.
그러다 쉬는 날이라도 되면 하루를 온전히 민도준을 감시하는 데만 써버렸다.
‘이 자식은 쉬고 싶지도 않나?’
미행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으면 몰라도 알고 있으니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밖에 다니는 것조차 껄끄러울 지경.
‘이놈 때문에 교단에도 못 가다니…….’
미행이 있다 보니 저번 주에 갔어야 할 예배도 한 번 빼먹었다.
‘오늘은 꼭 가야 돼.’
교단을 두 번이나 빠질 수는 없었다.
‘아우, 밖에 가서 나 미행하는 놈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면 한 번, 없으면 두 번 짖어.’
빠르게 확인하고 온 유령 늑대가 짧고 명료하게 보고했다.
[왕!]‘역시 오늘도 있구나.’
민도준이 낙담했다.
보기와 다르게 꽤나 우직한 면이 있는 스토커였다.
‘어쩌지? 오늘도 빠지기엔 좀 부담스러운데…….’
민도준은 그동안 미행이 있는 줄 알면서도 평범하게 행동했다.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교단의 정보를 모으는 것도 중요해.’
가장 베스트는 이천식이 의심을 접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지만…….
‘그날이 오늘일 리는 없겠지.’
체념한 민도준은 어떻게 하면 이천식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고 나가볼까?’
민도준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천식은 아예 아파트 안으로 들어와 현관문이 열리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다른 사람이 나오면 수상하게 볼 것이다.
‘아니면 걸어가다가 골목 같은 곳에서 투명화를 쓸까?’
민도준이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돌연 행적을 감추면 미행이 들킨 걸로 오해할 수도 있다.
돌발행동은 금물이었다.
‘후우…… 그것도 아니면 놈을 그냥 죽여 버려?’
만약에 이천식이 미행하는 걸 흑해 길드가 알고 있다면 그를 죽이는 건 최악의 수가 된다.
이천식이 죽으면 흑해 길드에서 가장 먼저 자신을 의심할 테니까.
그리되면 흑해 길드의 표적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고민하던 민도준이 스마트폰을 들었다.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전부 고등학교 동창들이 건 전화였다.
어지간히도 연락하고 싶었는지 며칠 전부터 이렇게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내가 헌터가 됐다는 걸 알고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고 전화한 거겠지.’
괜히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회귀 전의 녀석들은 헌터가 돼서 축하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결국에는 돈 좀 빌려달라고 구걸했다.
목적이 분명한 놈들이었다.
‘하도 부탁해서 빌려줘 봤더니 웬걸?’
갚는다, 기다려 달라, 말만 할 뿐이지 정말로 갚는 놈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이후로 싹 다 연을 끊었지.’
그런 경험 덕분에 민도준은 초장부터 동창들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쯤은 전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뚜루루루루-
신호음이 가고 곧이어 놀란 목소리가 들린다.
-헉! 도, 도준이냐?
“그래. 오랜만이다, 상형아.”
민도준이 전화를 건 사람은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김상형이었다.
-야, 내 이름 기억하네?
“당연하지. 짝꿍이었는데.”
-왜 이제야 연락한 거야? 내가 얼마나 전화했는데!
“그동안 바빠서 연락할 틈도 없었어.”
-하긴 너 헌터됐으니까 바쁘긴 하겠다.
“내가 헌터된 줄은 어떻게 알았냐?”
항상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대체 어떤 경로로 퍼졌기에 이토록 많은 전화가 걸려오는지.
-형찬이가 말해줬지.
“임형찬?”
회귀 전에 미로 던전의 위치를 팔던 같은 반 동창이었다.
‘잊을 수가 없는 놈이지.’
레벨이 낮아 들어가지 못할 걸 알고도 정보를 팔아먹은 쓰레기였으니까.
‘이번 생에서도 나한테 정보 팔려고 전화했었지, 아마?’
던전 브레이크를 막고 미로 던전을 막 찾았을 때 전화 온 적이 있었다.
물론 정보고 나발이고 최단 시간으로 공략해 버렸지만.
‘지금도 내가 공략한 줄은 모르고 있을 거야.’
그 이후로는 연락을 안 해서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형찬이 헌터관리센터에서 일하잖아. 네 레벨 봤다더라고.
“아, 그래? 근데 자기 입으로 말했어? 내가 헌터됐다고?”
-아니. 우리가 물어보니까 말하던데?
‘역시.’
자신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임형찬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을 리는 없다.
-그건 그렇고 도준아, 시간 있냐?
“있으면?”
-졸업하고 우리 한 번도 못 봤잖아. 오랜만에 만나서 술 한잔해야지.
‘고맙게도 내가 하려던 말을 먼저 해주네.’
민도준이 씨익 웃었다.
“그래. 만나자. 6시에 만나서 저녁 먹는 거 어때?”
-오케이. 내가 다른 애들도 부를게.
“여자애들도 부를 거냐?”
민도준의 반은 남녀합반이었다.
동창 중엔 당연히 여학생도 있었다.
-글쎄? 어떡할까? 네가 원하면 안 부를게.
“아니야, 몇 명 불러봐. 올지 모르겠지만.”
-도준이 너 온다고 하면 당빠 나오지! 크크.
“그럼 네가 적당한 데로 장소 정해서 문자 찍어줘.”
-오케이. 이따가 보자.
그렇게 약속을 잡고 통화를 끝낸 민도준이 외출 준비에 나섰다.
‘오랜만에 친구들 좀 만나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