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7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78화(7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78화
78. 노림수
노친네라는 말에 김베드로의 눈썹이 팔자로 휘었다.
“고얀…….”
난데없이 나타난 이방인 때문에 또다시 즐거운 시간을 방해받은 그가 어둠의 기운을 뿜어냈다.
숨이 멎을 듯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기세 좋게 등장하긴 했지만 민도준은 속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여전히 약점이 보이지 않아.’
김베드로를 처음 봤을 때 민도준의 레벨은 1,050.
지금은 350이나 오른 1,400레벨이었지만 여전히 놈의 정보는 온통 물음표뿐이다.
‘이래서 내가 최소 A급은 넘겨야 한다고 했던 건데…….’
원래는 1,500레벨 이후에 싸울 생각이었건만 본의 아니게 일찍 칼을 빼 들게 됐다.
곽기덕 아저씨의 딸이 위험할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할 수 없었으니까.
‘냉정하게 모른 척했어야 했나? 아니야. 일단 왔으니까 잊어버리자.’
눈앞에 적을 두고서 딴 생각할 겨를은 없다.
그것도 2,433레벨의 A급 헌터를 두고서.
민도준이 빠르게 상황을 살폈다.
곽선영이 눈물범벅으로 김베드로에게 깔려 있었고 그 옆에는 어떤 여성이 잠들어 있었다.
‘녀석이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알만하군.’
곽선영이 이쪽을 쳐다봤지만 그녀는 현재 민도준을 알아보지 못했다.
길충수가 아니라 다른 얼굴로 변형한 상태였기에.
‘여기서 싸우면 두 사람이 전투에 휘말리겠어.’
일단 김베드로를 두 사람과 떼어놓을 필요성이 있었다.
김베드로가 일어나더니 흉흉한 기세로 걸어왔다.
“외부인이 지하에 숨겨진 이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을 터인데, 어떻게 알고 온 것이냐?”
“수행원 한 명 족치니까 알려주더라고.”
애써 여유로운 척 웃은 민도준이 유령 검에 버프를 둘렀다.
[복수 특성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 [헌터 사냥꾼 특성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 [선수필승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이 한 방으로 겁 좀 줘야지.’
8배로 증폭된 대미지가 검신에 담겼다.
타앗-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민도준이 검을 휘둘렀다.
“멍청한 녀석.”
김베드로가 가소롭다는 듯 배리어를 펼쳤다.
콰앙-!
폭발음과 함께 김베드로가 뒤로 튕겨 나갔다.
볼썽사납게 구를 뻔했지만 가까스로 자세를 유지했다.
여유롭던 그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
“대화 도중에 공격을 하다니.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이로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베드로는 속으로 적잖이 놀란 상태였다.
‘검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이런 대미지라니?’
얕봤다간 큰코다치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헌터 장비를 착용했다.
츠으으읏-
“장비를 착용하게 만드는 놈은 실로 오랜만이구나. 좋다. 무슨 연유로 날 공격하는지는 몰라도 여기 들어온 이상 살려둘 수 없지. 진심으로 상대해 주마.”
“노인네가 많이 외로웠나 봐. 말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건방진 자식. 얼굴엔 이상한 가면이나 쓰고 말이야.”
‘역시 녀석의 눈엔 유령 가면이 보이나 보군.’
그 말은 김베드로의 전투력이 민도준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
‘일단 방금의 공격으로 싸울 공간은 확보했다.’
힐끗 보니 자고 있던 여성이 폭음소리에 깨어나고 있었다.
‘내가 시선을 끄는 동안 빨리 가라.’
다행히 곽선영이 일어난 여성을 데리고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됐어.’
이제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다.
만족한 민도준이 김베드로를 주시했다.
장비를 착용한 그의 모습은 신성해 보이는 이곳과는 거리가 멀었다.
칠흑의 로브를 입고 해골지팡이를 들고 있었으니까.
“어디서 굴러들어온 놈이냐? 바른대로 말하면 고통 없이 죽여주지.”
“흑해 길드에서 보낸 전언이라고 생각해라.”
그 말에 김베드로의 눈빛이 달라졌다.
“네놈들, 역시 성물을 노리고 있었구나.”
‘성물?’
갑자기 성물이라는 말이 나오자 민도준이 내심 놀랐다.
‘흑해 길드와 커넥션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찔러본 건데 웬 성물?’
민도준은 교단이 수면제를 구하게 된 배경에 어떤 세력의 도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그리고 그 세력을 흑해 길드라고 가정하고 찔러본 것이었는데 들어맞은 모양이다.
‘그런데 성물 얘기가 나올 줄이야.’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일단 흑해 길드인 척하는 편이 정보를 얻기에 좋을 것 같다.
“오랫동안 노리고 있었지.”
“내 그럴 줄 알았다. 어쩐지 네놈들이 먼저 접근한 게 께름칙했었는데 이런 꿍꿍이가 있었구나.”
김베드로의 눈빛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지팡이와 로브 자락에서 어둠이 넘실거리는 듯하다.
“성물을 노리고 온 이상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마라.”
그걸로 대화는 끝이었다.
지팡이 끝에서 어둠의 화살이 쏟아져 나왔다.
쿠콰콰콰쾅!
민첩하게 몸을 날려 피하긴 했지만 대리석 바닥이 조각이 났다.
‘해골지팡이를 들고 있을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역시 흑마법사였군.’
회귀 전 민도준은 김베드로의 직업이 뭔지도 몰랐다.
그만큼 놈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적었다.
죽기 전에 본 것이라곤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녀석의 얼굴뿐이었기에.
‘흑마법사 스킬은 구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마검사와 마찬가지로 흑마법사는 비주류 직업에 속한다.
하지만 쓰레기라고 평가되는 마검사와 달리 흑마법사는 강력한 직업으로 손꼽힌다.
한마디로 마법사라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유니크한 직업인 셈.
‘이거 힘들겠는데.’
가뜩이나 전투력도 높은 상대가 유니크 직업까지 지녔으니 난이도가 더욱 올라갔다.
‘스킬들을 알고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지금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래에선 어느 정도 흑마법사의 스킬들이 공개된 상태.
어떤 유형의 스킬이 있는지는 숙지하고 있었다.
퍼퍼펑-!
대리석이 깨지며 어둠의 화살들이 빗발쳤다.
유도 공격이 아니었기에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쥐새끼 같은 놈.”
요리조리 피하던 민도준이 기회를 보다가 단숨에 접근했다.
터어어엉!
그의 공격이 배리어에 간단히 막혔다.
처음의 일격과는 소리부터가 달랐다.
선수필승의 효과를 써버린 탓이다.
민도준이 재빨리 자리에서 벗어났다.
후속 공격을 할 새는 없었다.
어둠의 화살이 달려들었기에.
“크흐흐, 불쌍하구나. 도망만 다니다가 기회를 봐서 때린 게 고작 검격 한 번이라니.”
은근히 긴장했었던 김베드로가 여유를 되찾았다.
“처음의 일격보다는 약해졌구나. 아마 일회성 공격이었겠지.”
김베드로는 여유롭게 어둠의 화살로 민도준을 추격했다.
콰쾅! 콰쾅!
대리석 바닥이 난장판이 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벌레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만큼 재미있는 건 없었기에.
그 와중에도 민도준은 침착하게 화살을 피해냈다.
‘방심하면 안 돼. 집중하자.’
거리를 좁힐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화살을 쏟아냈기에 피하는 데만 급급했다.
하지만 민도준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숨겨둔 카드가 많았으니.
‘내가 이길 방법은 하나다. 숨겨둔 카드를 활용하는 것.’
그에겐 마법 제어, 광폭화, 유령 늑대, 무기 변형 등 김베드로가 상상하지 못할 비장의 수가 많았다.
‘전투력에서 차이가 난다면 이런 걸 활용하는 수밖에.’
물론 김베드로 역시 모든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민도준은 자신했다.
녀석의 카드보다는 자신의 카드가 훨씬 더 강할 거라고.
“네놈, 정말 흑해 길드가 맞긴 한 건가? 이렇게 약해가지고 날 암살할 수나 있겠느냐?”
비아냥거림에도 민도준은 묵묵히 화살을 피하고 있었다.
그러다 잠깐의 빈틈이 보이면.
타앗-
순식간에 접근해 유령 검을 휘둘렀다.
터어엉!
여지없이 막히는 그의 공격.
그리고 다시금 이어지는 화살 피하기.
“쯧쯧.”
김베드로는 알 수 없었다.
자꾸 이런 어쭙잖은 공격을 시도하는 이유를.
하지만 민도준이 뭔가 노림수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얼른 숨겨둔 카드를 꺼내 보거라.’
하지만 좀처럼 먼저 꺼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좋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보여주지.’
김베드로가 화살을 날리다가 빈틈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의 빈틈은 이전과 달랐다.
다분히 의도적인 빈틈.
민도준은 그 빈틈에 이끌리듯 달려들어 왔다.
‘크크, 걸렸군.’
김베드로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팡이를 겨누자 허공에서 나타난 검은 밧줄이 민도준의 사지를 묶었다.
어둠의 구속이라는 흑마법사의 대표적인 스킬.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이처럼 정직하게 달려오는 상대라면 더할 나위 없이 쉽다.
‘물론 전사라면 힘으로 쉽게 풀 테지만.’
아무래도 좋다.
잠깐이라도 놈을 묶어둘 수 있다면.
“전사들이 날 이길 수 없는 이유가 뭔지 아나?”
사지가 결박된 민도준이 구속을 풀기 전에 김베드로가 달려갔다.
턱-
그러고는 머리에 손을 갖다 댔다.
“함정에 제 발로 걸려들 정도로 멍청하다는 거다.”
곧장 스킬을 시전했다.
슬립.
잠을 재우는 지극히 간단한 스킬.
하지만 전투 중에 걸리면 치명적인 스킬이 아닐 수 없다.
잠을 잔다는 건 항거불능이 된다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끝났다.’
스킬이 들어가자 김베드로는 확신했다.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뻗을 거라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대에게 슬립을 걸 수 없습니다.] [디버프가 무효화됩니다.]‘뭣?’
슬립은 마력에 따라 성공 확률이 올라가는 스킬.
마력이 3,000에 육박하는 그로선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스킬을 걸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떠오르진 않는다.
실패했다고 뜨지.
‘이게 어찌 된…….’
순간 김베드로는 속박을 풀고 자신의 팔을 잡는 민도준을 보았다.
덥석-
“잡았다.”
김베드로가 재빨리 배리어를 발동시키려 했지만.
“이미 늦었어.”
어느새 단검을 꺼낸 민도준이 김베드로의 팔을 잘랐다.
[상대에게 맹인의 저주를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