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8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81화(8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81화
81. 갇혀 있는 여성들
곽선영과 김예슬이 천제로 변한 민도준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끝까지 오르자 막힌 벽이 나타났다.
“여기예요. 아무리 봐도 나가는 버튼을 못 찾겠더라고요.”
“흠.”
민도준도 버튼이 있을 만한 곳을 살펴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혹시?’
벽이 아니라 계단 근처를 더듬어보니 난간에 작은 버튼이 있었다.
드르륵-
“아…… 거기 있었네요.”
밖으로 나가니 들어올 때 봤었던 서재가 나타났다.
“이제부터 붙잡힌 척 연기를 하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오버해서 하라는 게 아니라 두려운 표정만 연기해 주시면 됩니다. 아셨나요?”
“네.”
“알겠어요.”
“그럼 저도 천제처럼 굴어야 하니 실례 좀 하겠습니다.”
민도준이 여성들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품으로 끌어왔다.
그 행동에 여성들이 움찔거리며 놀랐지만 금세 이해했다.
여자들을 노리개 취급하는 천제라면 마땅히 이렇게 행동할 테니까.
‘이제 가까운 수행원을 찾아서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가장 가까운 대상과의 거리 72m]메시지를 본 민도준이 양쪽에 여성들을 끼고서 유령 늑대의 안내를 받았다.
신전 밖으로 나와 숲길을 걷자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여유롭게 연기를 내뿜던 그가 민도준을 발견하더니 불에라도 덴 듯 화들짝 놀랐다.
“처, 천제님!”
수행원이 황급히 담배를 비벼 끄고서 달려온다.
“여,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내가 뭐 못 올 데라도 온 것이냐?”
민도준은 최대한 천제의 말투를 흉내 내서 말했다.
그렇다고 목소리까진 바꿀 수 없는 법.
그 사실을 눈치챘는지 수행원이 의아한 낯빛을 띠었지만.
‘헙.’
노기를 띤 천제의 얼굴을 보자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얼굴만큼은 의심할 나위 없는 천제였으니까.
“내가 못 올 데라도 왔냐고 물었다.”
“아, 아닙니다. 소인은 그저 이 시간에 천제님을 뵀다는 게 신기하여…….”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던 수행원이 천제의 양옆에 있는 여성들을 쳐다봤다.
자신의 시선에 움찔하며 두려워하는 여성들이 보인다.
“그런데 이것들은……?”
이것이라고 칭하는 걸로 보아 수행원마저 여성들을 얼마나 하등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었다.
“도망치던 년들을 붙잡은 것이다.”
“아, 그러십니까? 어쩐지 지하가 약간 소란스럽더라니…….”
전투의 소음이 어느 정도 들렸던 모양이다.
“이리 넘기시지요. 제가 감옥까지 데리고 가겠습니다.”
“알았다.”
민도준은 순순히 여성들을 넘겨줬다.
곽선영과 김예슬이 놀란 눈으로 쳐다봤지만 이어진 말에 표정을 거뒀다.
“다른 노리개의 상태도 볼 겸 나도 따라가겠다. 감옥까지 앞장서라.”
“예? 아, 알겠습니다.”
감옥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민도준의 계획임을 눈치채자 여성들은 남자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
“뭐 이렇게 굼떠? 빨리빨리 따라와, 이년들아!”
남자가 여성들을 막 대하자 민도준이 짐짓 무서운 눈초리로 말했다.
“흑해 길드에 넘겨야 할 상품이다. 조심히 다루거라.”
“아, 그,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남자가 좀 전과는 달리 조심스러운 태도로 여성들을 이끌고 갔다.
연기가 들통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실제로 긴장한 그녀들은 겁먹은 표정을 곧잘 지어냈다.
‘음?’
남자가 안내한 곳은 수풀에 가려진 어느 동굴이었다.
철문이 두꺼운 쇠사슬로 칭칭 감겨 있는, 군사시설의 방공호를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처, 천제님?”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수행원이 민도준을 보더니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문을 열어라.”
촤르르륵-
수행원이 철문의 자물쇠를 따고 빠릿빠릿한 움직임으로 쇠사슬을 풀어냈다.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등으로 밝혀진 통로가 나왔다.
저벅저벅-
남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쇠창살로 이루어진 감방들이 나왔다.
‘이런 곳이 있었다니.’
과거에 죄수들을 가두었던 곳처럼 감옥의 환경은 열악했다.
방 곳곳에 알몸으로 가운 하나만 걸친 여성들이 추위에 떨며 갇혀 있었다.
“히이익!”
민도준을 발견한 여성이 히스테릭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데도 도망가려는 듯 계속해서 바닥을 밀었다.
“이 X년이! 어디서 감히 천제님을 보고 그런 태도를 취한단 말이냐!”
안내하던 수행원이 쇠창살을 발로 차며 겁을 주자 여자가 몸을 움츠렸다.
“됐다, 그만해라.”
“하지만 천제님! 이년이 감히…….”
남자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민도준이 말하지 못하도록 목을 움켜쥐었기 때문.
“한 번만 더 내 말에 토를 달면 혓바닥을 뽑아버리겠다. 알겠느냐?”
손을 놓자 남자가 그제야 헐떡거리며 대답했다.
“커흑, 컥…… 네, 죄송합니다.”
헌터의 완력을 몸소 체험한 수행원이 두려운 눈빛을 하며 다시 여성들을 이끌었다.
감방을 지나가는 동안 민도준은 자신을 공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여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왠지 악당이 된 느낌이야.’
김베드로가 얼마나 괴롭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대략 스무 명쯤 되나?’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감금당해 있을 줄은 민도준도 몰랐다.
걷다 보니 어느새 감옥의 끝에 도달했다.
철컥철컥-
마지막 방의 쇠창살을 연 남자가 곽선영과 김예슬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문을 잠갔다.
두 여성이 두려움과 당황이 섞인 눈빛으로 민도준을 쳐다봤다.
‘절 믿고 가만히 있으세요.’
민도준의 눈짓을 읽었는지 여성들이 고개를 숙이며 연기에 들어갔다.
“여자들은 여기 있는 게 전부더냐?”
“예? 그, 그렇습니다.”
“빠진 년들도 있는 것 같다만.”
“아…… 아마 몇몇 애들이 다른 곳으로 데려가 재미를 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뭐라?”
혹시나 싶어 찔러봤는데 여성들이 더 있었던 모양이다.
노기가 역력한 음성에 남자가 움찔거렸다.
“시, 심심하면 갖고 놀아도 된다고 하셔서…….”
“그놈들에게 당장 하던 짓 멈추고 여자를 데리고 오라 전해라. 안 그럼 죽음을 면치 못할 거라고.”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할 이야기가 있으니 이곳에 있는 전원에게 신전의 중앙홀로 모이라고 전해라.”
“예? 전원이요?”
“그래. 한 명도 빠짐없이 전원이 모여야 한다.”
“자, 장로님들도 부를까요?”
“부르거라. 올 때 반드시 성물도 가지고 오라 전하고.”
“네, 분부 받들겠습니다!”
수행원이 사라지자 민도준이 감옥에 갇힌 곽선영과 김예슬을 힐끔 쳐다봤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 기다리고 계세요. 곧 구해드리겠습니다.”
여성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후에 동굴 밖으로 나왔다.
숲길을 걸어 다시 신전으로 돌아왔다.
내부의 널찍한 중앙홀에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단상에 있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길 10분.
지시했던 수행원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다 불렀느냐?”
“예! 분부하신 대로 빠짐없이 불렀습니다만…… 어찌 된 일인지 지하에 있는 인원들이 안 보여서 그쪽은…….”
“지상에 있는 인원만 부르면 됐다. 장로들은?”
“불렀으니 곧 올 겁니다.”
알겠다고 손을 휘저은 뒤 기다리자 잠시 후 장로 가운을 걸친 노인 둘이 나타났다.
노인들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천제시여.”
“김 장로, 이 장로.”
천제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걸 눈치챈 장로들이 고개를 들었지만 의문은 금세 지워졌다.
다시 한번 쳐다본 얼굴은 영락없는 천제인 데다 자신들의 이름도 알고 있지 않은가?
“그간 강녕하셨나이까.”
“성물은 가져왔느냐?”
인사도 받지 않고 대뜸 성물부터 확인하는 모습에 장로들은 자신들이 알던 천제가 맞구나 싶어 의심을 접었다.
“가져오너라.”
장로의 지시에 수행원 하나가 끌차를 끌고 왔다.
끌차 위에는 네모난 유리 상자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정사각형의 형체가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성물이라고?’
민도준은 성물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회귀 전에도 유명했던 S급 아이템이었으니까.
‘이건 마력의 핵이잖아?’
S급 보스를 잡으면 낮은 확률로 나온다는 아이템.
손에 쥐어 본 적은 없지만 파티원이 획득하는 걸 본 적은 있었다.
‘심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지는 걸 보면 마력의 핵이 확실해.’
그 구하기 힘들다던 마력의 핵이 여기에 있었을 줄이야.
가까이 다가가서 정보를 확인하려 했지만 유리 상자 때문에 건드릴 수가 없었다.
약간의 힘을 줘봤지만 의외로 깨지지 않았다.
‘강도를 보아하니 일반인은 깰 수 없는 특수유리로 만들어졌어.’
일반인의 힘으론 어떤 도구를 이용해도 유리를 깰 수 없을 것이다.
즉, 헌터가 아니고서는 성물을 만지기란 불가능한 일.
‘어째서 마력의 핵이 성물로 둔갑했는지는 모르지만 의외의 수확이군.’
민도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데 장로가 물었다.
“천제시여. 그나저나 저희는 무슨 일로 부르셨나이까?”
그 말에 민도준이 고개를 들었다.
신전에는 장로를 포함하여 대략 스무 명의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었다.
무슨 일로 불렀는지 궁금한 탓이리라.
“내가 부른 건 다름이 아니다. 너희들한테 통보할 게 있어서다.”
통보라는 말에 사람들이 의아한 낯빛을 띠었다.
“무슨 통보인지…….”
“지금 이 시간부로 감옥에 갇힌 여자들을 풀어 주겠다.”
“……!”
그 말에 좌중이 술렁거렸다.
그만큼 천제의 말은 파격적이었다.
“어, 어째서 풀어 주신단 말씀이십니까?”
“다른 계획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런 건 없다. 그저 불쌍하니까 풀어 주겠다는 거다.”
“그랬다가 세간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교단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민도준이 끌끌 웃었다.
“세상에 알려질까 두려워하는 걸 보니 잘못했다는 건 인지하고 있나 보구나.”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이제 와서 그년들을 풀어 줄 순 없습니다!”
장로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민도준이 가까이 다가갔다.
“김 장로, 이 장로.”
“예.”
“내 덕분에 여자들과 재미 좀 봤지?”
“그, 그렇긴 합니다만…….”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한 번씩은 여자들을 건드렸을 거야. 그렇지?”
스무 명에 가까운 수행원들이 일동 침묵을 지켰다.
표정에 억울한 기색도 없는 걸로 보아 다들 인정하는 모양이다.
“생판 모르는 남자들한테 범해지며 동물처럼 사육당하고 있는 여자들이 불쌍하지도 않나?”
“이제 와서 왜 그러시는 겁니까? 모든 것이 천제님의 뜻 아니었습니까?”
“그깟 여자들이 뭐가 불쌍하다고 이러시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장로들의 눈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풀어 줄 수 없다는 강경함이 들어 있었다.
민도준이 큭큭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연기는 집어치우지.”
“……?”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젊은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 아닛?”
“처, 천제가 아니었어?”
놀람도 잠시.
서걱-
어느새 꺼낸 검으로 민도준이 장로들의 머리를 동시에 베어버렸다.
툭- 투둑-
떨어진 머리통을 비현실적으로 바라보던 수행원들이 다시 천제를 쳐다봤다.
아니, 이제는 자신들이 아는 천제가 아니었다.
검을 든 웬 젊은 청년이 악귀처럼 미소 짓고 있었다.
“너희는 모두 죄를 지었다.”
민도준이 가까이에 있던 남자를 베며 말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단 한 놈도 살아나가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