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8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84화(8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84화
84. 협회장의 부탁
중년 남성이 협회 안으로 들어서자 보안 요원이 손을 들어 막았다.
“지금 공사 중이라서 관계자 외엔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남성은 대답 대신 헌터등록증을 내밀었다.
거기엔 A급 공무원 헌터라는 신분과 함께 황의철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협회장님의 호출로 왔습니다만.”
“아! 그, 그렇습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잠시 후, 인이어로 내용을 전달받은 보안 요원이 다급하게 안내했다.
“이, 이쪽으로 오시죠. 협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협회장실로 올라간 황의철은 곧 두 팔 벌려 환영하는 협회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서 오게! 의철이!”
“오랜만입니다, 협회장님.”
두 사람이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자네 같은 영웅들 덕분에 편안히 잘 지내고 있지. 자, 이리로 앉게.”
협회장이 하대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친근함의 표시였다.
결코 그의 위치가 높기 때문이 아니었다.
요즘 시대는 일반인에 불과한 협회장보다 10년 경력의 A급 헌터가 더 힘이 있는 세상이었으니.
협회장이 황의철을 반갑게 맞이하는 것도 당연했다.
“딸아이가 있던 걸로 아는데. 잘 크고 있는가?”
“네. 올해로 스물한 살입니다.”
“오, 그럼 각성할 때가 됐을 터인데?”
“아직 만으로는 열아홉 살이라 몇 달 더 지나야 됩니다.”
“허허, 아버지를 이어서 딸아이도 헌터가 된다면 집안에 경사가 아닐 수 없겠구먼.”
“마음 같아선 각성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왜 그런가?”
“헌터란 직업이 너무 위험하니까요.”
“그래도 요즘같이 흉흉한 세상엔 힘없는 일반인보단 헌터가 더 낫지 않겠는가?”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고요.”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다.
알고 지낸 지 6년이 넘은 탓에 서로의 가족사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없었다.
한 가지.
황의철이 모르는 부분이 있긴 했다.
“협회 입구에서 공사 중이라고 통제를 하던데 무슨 일 있었습니까?”
최근에 사건에 대해 황의철은 모르고 있었다.
외부로 퍼지는 걸 막기 위해 협회장이 철저하게 정보를 숨겼기 때문이었다.
“대외적으론 내부 공사 중이라고 발표하긴 했지만 뭔 일이 있긴 있었지.”
“혹시 저를 부른 이유도…….”
“맞네. 그와 관련된 일이네.”
한숨을 내쉬던 협회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황의철의 표정도 같이 어두워졌다.
“그런 일이…….”
“그래서 말인데…….”
협회장이 본론을 꺼냈다.
“자네가 전설의 보검을 맡아주겠나?”
“……제가 말입니까?”
“그래. 나한텐 믿고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자네밖에 없네.”
“…….”
“오래 맡아달라는 건 아니야. 내부 좀 정리하고 보안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만. 딱 그때까지만 자네가 갖고 있었으면 하네.”
“그동안 헌터의 손에 맡기지 않은 것도 사라질 걸 걱정해서가 아닙니까?”
인벤토리는 아이템을 보관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지만 동시에 위험한 장소이기도 하다.
헌터가 목숨을 잃으면 인벤토리에 있던 아이템도 전부 사라지기 때문.
협회가 그동안 밖에 보관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몇천억짜리 아이템을 한낱 개인에게 맡기는 것도 불안하기도 했고.
“지금으로선 달리 선택지가 없네. 밖에 보관했다간 또다시 무슨 일이 터질지도 모르니…….”
“그래서 제 인벤토리에 넣어 놓자고요?”
“그렇네.”
“그러다 제가 죽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A급 헌터인 자네가 죽긴 왜 죽나? 그래도 당분간은 던전 출입을 자제하면서 몸을 사리는 게 좋겠지. 아니면 아주 낮은 던전을 돌던가.”
“…….”
“물론 그로 인해 받은 물질적 손해는 이자까지 쳐서 톡톡히 보상해 줌세. 어떤가?”
황의철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단순히 아이템 하나를 인벤토리에 보관하는 어려울 것 없는 부탁이었지만…….
그 아이템 하나가 수천억을 호가한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이런 아이템을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크흠, 그것까진 알 필요 없고 할 텐가, 말 텐가?”
“말겠습니다.”
예상외의 대답에 협회장이 깜짝 놀랐다.
“아니, 왜? 보상은 섭섭잖게 해주겠다지 않은가?”
“출처도 모르는 물건을 맡기에는 영 찜찜해서요.”
“자네, 6년 동안 봐 놓고도 날 못 믿나? 이건 어디서 훔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물건이 아니야.”
“그렇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어디에서 어떻게 구했는지. 그걸 듣기 전까지는 물건은 맡지 않겠습니다. 아니면 다른 사람을 찾아보시던가요.”
“……알았네. 내 설명하지.”
강경하게 나오자 협회장은 결국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저번에 세계 각국의 협회장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어 미국에 갔었는데 말이야……. 거기서 누굴 만났는지 아나?”
“누구요?”
“저스틴 워커.”
그 이름에 황의철이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미국 랭킹 1위.
뿐만 아니라 세계 랭킹 1위로도 유명한 S급 헌터.
그가 바로 저스틴 워커였으니까.
“그런 유명한 헌터가 나한테 먼저 말을 걸더라고. 아는 친구가 한국에 있어서 그런지 한국인을 보면 반갑다며.”
여기까진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였다.
“그러더니 잠깐 시간 좀 낼 수 있냐고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서는 나한테 S급 보스를 잡고서 나온 아이템이라면서 그걸 건네주더라고.”
“전설의 보검을 말입니까?”
“그렇지. 자기가 한국에 갈 때까지만 보검을 비밀리에 맡아달라고 하더군.”
“아니, 자기가 쓰거나 갖고 있으면 되지 그걸 왜요?”
“나도 똑같이 물어봤지. 그러니까 일종의 재산 분할이라고 생각하라는 거야. 은행 여러 곳에 자산을 나누는 것처럼.”
“그래서. 그 말만 믿고 가져오신 거예요?”
“나도 알아. 수상한 느낌이 든다는 거.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니고 저스틴 워커잖아. 이유가 뭐가 중요하나? 세계 랭킹 1위의 헌터와 연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데.”
“그렇다고 의심도 하지 않고…… 하…….”
다소 무모한 행동에 황의철이 이마를 짚었다.
그로선 전혀 몰랐던 이야기다.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지을 것 없네. 아이템만 잘 보관했다가 저스틴이 올 때 주면 그만이니까.”
“그 아이템을 갖고 있었기에 지금 이 사달이 난 것 아닙니까?”
뭔가 떠올랐는지 황의철이 눈을 번뜩였다.
“혹시 저스틴 워커가 우리를 엿 먹이려고 이러는 건…….”
“예끼, 이 사람아! 세계 랭킹 1위의 헌터를 모함할 셈인가? 이건 단순히 아이템을 보고 눈이 돌아간 테러분자의 소동일 뿐이야.”
“하지만 신분도 위장하고 들어왔다면서요. 그럼 처음부터 계획하고 들어왔다는 얘긴데…….”
“그건 조사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조사할 대상이 살아 있어야 말이죠.”
“그런 쓰잘머리 없는 의심일랑 하지 말고 범죄수사과 팀장에게 말해서 검이나 받아가게. 약속했지? 사실대로 말하면 물건을 맡아주겠다고.”
“…….”
어쩐지 찜찜했지만 황의철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제가 위험에 처하면 저스틴 워커부터 의심해 보셔야 합니다. 정보가 새어나갈 곳은 그 사람밖에 없으니까요.”
“또 그 소리. 위험에 처할 일도 없을 테니 걱정 말고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시간 좀 보내게. 지부에는 내가 말해 둘 테니 당분간 일은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황의철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사이비 종교에 납치된 스무 명의 여성들, 병원에서 무사히 회복 중.] [경찰, 대천진리회에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대대적인 조사 착수.] [대천진리회의 실체를 알게 된 교인들, 제 발로 나와.] [충남, 경북에 있는 교단마저 발길 뚝.]뉴스 기사를 본 민도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교단이 붕괴되는 건 시간문제다.’
신으로 추앙받던 김베드로가 죽은 데다 납치 감금 사실마저 낱낱이 드러났다.
결코 종교로서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납치된 여성들도 다들 무사한 것 같군.’
병원에서 회복 중이라는 기사를 보면 곽선영과 김예슬이 책임지고 데려다준 모양이다.
‘얼굴에 대한 약속까지 지킬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김베드로도 죽이고 성물도 얻었다.
교단까지 없어질 판국이었으니 이걸로 일단락됐지만…….
‘어쩐 일인지 미행이 안 붙는단 말이지.’
요즘 들어 이천식의 발길이 뜸하다.
‘이제 의심을 접은 걸까?’
하루도 빠지지 않던 이천식이 보이지 않으니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뭐, 접을 때도 됐지.’
그동안 의심 살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으니 정말로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잘됐어.’
방해꾼도 없으니 이제 마음 놓고 편하게 사냥을 다니며 1,500레벨을 찍어주면 된다.
‘그전에 아이템 좀 개봉해 볼까?’
민도준이 인벤토리에서 선물 상자 두 개를 꺼냈다.
그동안 갖고 있던 중급 랜덤 박스였다.
‘하나는 센터에서 B급 승급 기념으로 받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살쾡이눈 호랑이를 잡고 얻은 거였지?’
딱히 쓸 일이 없어서 놔두고 있었다가 이제야 열어볼 생각이 들었다.
‘C급에서 A급까지 나오는 거지?’
이왕이면 A급 아이템이 나오면 좋겠지만 뭐가 됐든 상관없다.
돈이라면 차고도 넘치니.
‘사용.’
상자 하나를 쥐고 명령어를 말하자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중급 랜덤 박스를 사용하셨습니다.] [상급 랜덤 박스를 획득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응?’
랜덤 박스를 열었더니 또다시 랜덤 박스가 나왔다.
그것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어서.
[상급 랜덤 박스]-분류 : 소모품
-등급 : A
-효과 : 무작위로 A급 아이템 획득
-사용 제한 : 레벨 1,500 이상
-설명 : 정성스레 포장되어 있는 선물 박스. 알 수 없는 선물이 담겨 있다.
상급 랜덤 박스는 중급과 달리 무조건 A급이 나오는 아이템이다.
C급이나 B급이 걸릴까 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이거 지금 시세로 10억 정도 하지 않나?’
중급 랜덤 박스가 3억이었으니 순식간에 7억을 번 셈이다.
‘기대도 안 해서 그런가? 기분은 좋네.’
7억쯤은 나흘이면 버는 돈이었지만 한순간에 공돈이 들어왔으니 좋지 않을 턱이 없다.
‘상급 랜덤 박스는 레벨이 안 되니 다음에 쓰도록 하고…….’
민도준이 남아 있는 중급 랜덤 박스를 집었다.
‘사용.’
빛과 함께 상자가 사라지고.
‘응?’
그 자리에 조그만 무언가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