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8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87화(8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87화
87. 거래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는지 이세윤이 놀랐다.
‘고대의 석판?’
고대의 석판은 그가 쓰임새를 알아보려다 포기한 수집품이었다.
‘다른 아이템과 조합도 해 보고 시조새 던전도 몇 번 들어가 봤지만…….’
고대의 석판의 쓰임새는 알아낼 수 없었다.
‘그런데 그걸 도준 씨가 알고 있다고?’
이세윤이 미심쩍은 눈빛으로 확인하듯 물었다.
“정말 그 아이템의 쓰임새를 알고 계신가요?”
“네.”
“못 믿겠는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민도준이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인벤토리를 조작하다가 뜬금없이 아이템 하나를 착용했다.
츠으으읏-
내구력이 얼마 없어서 구석에 처박아뒀던 고대의 갑옷이었다.
“이런 갑옷 본 적 있으세요?”
낡아빠진 갑옷의 외견은 얼핏 보면 F등급 아이템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이세윤은 갑옷에서 느껴지는 미미한 마력을 놓치지 않았다.
‘최소 B급 이상 아이템 같은데?’
아이템에 관심이 많은 그로서도 처음 보는 갑옷이었다.
이세윤이 손을 뻗어 은근슬쩍 만져보려 하자 민도준이 어림도 없다는 듯 갑옷을 해제해 버렸다.
아쉬워하는 표정의 이세윤을 보며 민도준이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고대의 석판을 사용해서 얻은 갑옷입니다. 석판의 쓰임새를 알면 이런 것도 얻을 수 있죠.”
“뭔가 범상치 않은 갑옷 같은데…… 옵션이 뭐예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등급이라도 알려주세요. B급? A급?”
“스킬북을 주시면 당장에라도 알려드리겠습니다. 물론 석판의 사용법도요. 그전까진 어떤 정보도 알려주지 않을 겁니다.”
“…….”
아마 다른 사람이라면 그러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며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이세윤은 달랐다.
‘어, 어떡하지?’
그토록 알고 싶었던 고대의 석판의 사용법과 처음 보는 아이템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아…… 미치도록 알고 싶다!’
마음 같아선 스킬북을 주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민도준을 가입시킬 명분을 잃고 만다.
‘삼촌한텐 책임지고 가입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었는데…….’
거래에 응한다면 민도준의 가입은 물 건너간다.
고민이 길어지자 민도준이 재촉했다.
“하실 거예요? 마실 거예요?”
“…….”
“싫음 말고요. 어차피 저는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스킬북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해외를 통해 구하면 그만이고요. 반면 고대의 석판의 쓰임새는? 제가 말하지 않는 한 몇 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겠죠.”
몇 년이 아니라 한 달이면 풀릴 정보였지만 그런 사실을 이세윤이 알 턱이 없었다.
“계속 고민하실 거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바빠서.”
“자, 잠깐만요!”
엉덩이를 들려고 하자 이세윤이 다급하게 멈춰 세웠다.
“거래하겠습니다! 대신 스킬북은 정보를 듣고 나면 드리겠습니다.”
“스킬북 먼저 주시면 정보를 드리죠.”
“도준 씨, 그러지 말고 제 입장도 생각해 주시죠. 그 갑옷이 정말로 석판으로 얻은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잖아요?”
“자기 입장을 챙기시는 분이 스킬북 때문에 원치 않는 거래를 해야 하는 사람 입장은 생각 안 하시나요?”
“그건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불확실한 정보만 믿고 스킬북을 내어줄 순 없잖아요. 저도 눈으로 직접 보는 게 있어야죠.”
이세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가 본 거라곤 출처를 알 수 없는 갑옷뿐이었으니 믿기 어려우리라.
“알겠습니다. 제가 양보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어쨌든 거래는 받아들이겠다는 거죠?”
“네! 먼저 정보를 증명해 주시면요!”
“그러면 시조새 던전부터 잡아주시죠. 석판을 사용하려면 던전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아…… 역시!”
이세윤이 쾌감에 주먹을 쥐었다.
시조새 던전에 단서가 있을 거라는 자신의 생각이 들어맞았다.
“어디죠? 석판을 쓰는 장소가?”
“말로 설명할 순 없고, 직접 안내해 드리죠. 던전부터 잡아놓고 다시 연락 주세요.”
민도준이 일어서려 하자 이세윤이 다시 막았다.
“잠시만요. 지금 가능한지 알아보고요.”
이세윤이 사무실을 나가더니 얼마 안 있어 상기된 얼굴로 돌아왔다.
“30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던전이 있답니다.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네.”
“그럼 가시죠!”
앞장서는 이세윤의 모습에 민도준이 실소를 지었다.
‘어지간히 급했나 보군.’
잠시 후 민도준은 이세윤의 페라리를 타고 던전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차 안에선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민도준은 더러운 방법으로 길드에 가입시키려 한 이세윤을 결코 좋게 볼 수 없었고, 이세윤도 그 사실을 알기에 입을 다물었다.
어찌 됐건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이상 좋아질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함께 움직이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리라.
‘이렇게 된 이상 석판에 대한 정보라도 얻어야지.’
기왕 이렇게 된 거 이세윤은 뻔뻔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민도준을 길드에 가입시키겠다는 작전은 어차피 불발됐으니 개인적인 호기심이라도 채울 셈이다.
“다 왔습니다. 내리시죠.”
붉은 부리 시조새 던전에 도착한 두 사람이 장비를 착용하고 대기했다.
이윽고 포탈의 색이 파란색으로 바뀌더니 사람들이 나왔다.
“어? 저 사람은……?”
“이세윤 헌터야!”
“정말이네?”
던전에서 나온 헌터들이 이세윤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이, 이세윤 헌터님이시죠?”
“괜찮으시면 같이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예, 물론이죠.”
이세윤은 방긋 웃으며 헌터들과 사진을 찍었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또…….’
민도준은 고개를 저으며 자연스레 옆으로 빠졌다.
‘이 와중에도 뻔뻔하게 사진이나 찍다니.’
이세윤의 실체를 안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떤 의미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이세윤이 다가왔다.
“가시죠.”
포탈에 들어간 두 사람이 잠시 후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 * *
땅거미가 지는 저녁 시간에 입장한 것과 달리 던전 안은 대낮처럼 밝았다.
“이쪽으로.”
민도준이 앞장서자 이세윤이 그 뒤를 따랐다.
끼아아악!
도중에 붉은 부리 시조새가 등장했지만.
퍼어엉!
민도준의 파이어 블래스트를 맞고 폭죽처럼 터져버렸다.
‘뭐, 뭐야?’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이세윤이 적잖이 놀랐다.
‘대체 얼마나 세기에 터져버리지?’
민도준이 마검사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오늘처럼 같이 시조새 던전에 들어와 본 적이 있었으니까.
‘그때는 단순히 구워버릴 정도의 화력이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세졌는지 시조새가 조각조각이 났다.
‘이렇게 강해졌을 줄이야…….’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은 사내였지만 이미 늦었다.
‘판단을 잘못했어.’
스킬북을 담보로 협박할 게 아니라 최대한 공손하게 나갔어야 했다.
더러운 수를 쓰더라도 목적만 이루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것이 패인이었다.
‘이번 거래가 끝나면 완전히 돌아서겠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다.
전부 자신이 자초한 일이었다.
씁쓸한 표정으로 민도준을 따르던 이세윤이 일순 멈췄다.
민도준이 걸음을 멈췄기 때문이다.
“도준 씨? 무슨 일 있습니까? 왜 안 가고…….”
“스킬북.”
등을 돌린 민도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혹시 모르니 스킬북 먼저 받아야겠습니다. 그 후에 다시 안내해 드리죠.”
“정보가 확인되면 드린다고 했잖아요.”
“여기까지 들어와서 제가 정보를 숨기겠습니까? 반대로 이세윤 씨가 정보만 가로채고 입 닦으면 저는 어떡하라고요. 가뜩이나 약자에 속하는 제가 강자인 이세윤 씨한테 대항할 수도 없을 텐데.”
‘나보다 더 강해 보이는데 무슨…….’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이세윤은 반박하는 대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안 그럴게요. 믿으세요.”
“여태까지 한 행동으로 봐서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데 어쩌죠?”
“흠…….”
민도준의 그 강경함에 이세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도준 씨를 믿고서 스킬북을 드리죠. 먼저 믿음을 저버린 건 저니까요.”
이세윤이 망설임 없이 인벤토리에서 스킬북을 꺼내 건네줬다.
[스킬 – 매그넘 버스트]-등급 : A
-효과 : 범위 속성 대미지
-대미지 : 무기 공격력의 150%+마력의 400%
-사용 제한 : 레벨 1,500 이상, 인챈트 소드 필요
-설명 : 무기에 인챈트 소드가 걸려 있을 때만 사용 가능한 스킬. 속성에 따른 범위 대미지를 준다.
원했던 스킬북을 받았지만 민도준은 하나도 고맙지 않았다.
‘저 새끼 때문에 이걸 이제야 구하다니…….’
오히려 욕지거리만 나왔다.
이세윤이 사재기만 안 했어도 진즉에 구했을 스킬북이기에.
‘습득.’
손에 있던 스킬북이 발광하며 사라졌다.
“어? 벌써 배우셨어요?”
“예. 그쪽이 맘 바뀌어서 언제 또 달라고 할지 모르니까요.”
“하하, 석판에 대한 정보만 제대로 알려주신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머쓱하게 웃는 이세윤의 모습이 꼴 보기 싫은지 민도준이 고개를 돌렸다.
“도준 씨, 그럼 약속대로 석판을 사용할 수 있는 곳까지 안내해 주시죠.”
“여기입니다.”
“예?”
민도준이 수풀을 치우자 작은 동굴 하나가 나타났다.
“여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아…… 여기 있었구나.”
동굴을 살펴보던 이세윤이 안으로 들어갔다.
민도준이 그 뒤를 따랐다.
사람 한 명 너비의 좁은 동굴인지라 일렬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도준 씨, 여기 막다른 벽인데요?”
“거기에 고대의 석판을 갖다 대세요.”
이세윤이 지시에 따르자 석판이 사라지며 문이 열렸다.
쿠르르르르-
‘이럴 수가!’
무슨 짓을 해도 반응하지 않았던 고대의 석판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쓰임새를 몰랐던 이세윤으로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이, 이건……!”
숨겨진 공간 속에 가져가라는 듯 아이템이 전시되어 있었다.
민도준이 보여줬던 고대의 갑옷이었다.
‘석판은 갑옷을 얻기 위한 열쇠였나?’
감격에 겨운 눈으로 쳐다보던 이세윤이 갑옷에 손을 댔다.
“오오.”
인벤토리에 들어온 갑옷의 정보를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올 스탯 25에 내구력만큼의 추가 방어력이라니……!’
이세윤이 갑옷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민도준은 뒤에서 살기 어린 눈빛을 띠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아까 길드 사무실에서는 위험요소가 많아 죽이지 못했지만, 증거도 목격자도 남지 않는 이곳이라면 마음 놓고 죽일 수 있었다.
민도준이 이세윤의 뒤통수를 보며 살의를 품었다.
[복수 특성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 [헌터 사냥꾼 특성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