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8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88화(8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88화
88. 반성하는
죽일 마음으로 노려보던 민도준이 결국엔 시선을 거뒀다.
‘역시 죽이면 안 되겠지.’
마음 같아선 이세윤의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뒷일이 문제였다.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다.’
단둘이 던전에 들어갔다가 민도준 혼자 나오면 당연히 의심받을 터.
갑자기 나타난 보스에게 죽었다고 둘러대기에는 던전의 난이도가 너무 낮았다.
‘B급 던전 보스에게 A급 헌터가 죽을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이세윤 같은 2,200레벨의 실력자가 실수해서 죽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우니.
‘당연히 나를 의심하겠지.’
민도준이 기습으로 죽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 얼굴을 본 사람이 없었다면 이런 걱정은 안 했을 텐데…….’
민도준의 얼굴은 이미 던전의 입구를 지키는 군인과 이세윤의 팬들에게 노출이 됐다.
목격자들이 없진 않은 셈.
‘죽여선 안 돼.’
후일을 생각하면 지금 죽일 수 없었다.
의심받을 가능성은 되도록 남겨놓아선 안 된다.
“이제 그만 나갈까요?”
감상을 끝낸 이세윤의 말에 민도준이 말없이 등을 돌렸다.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그와 달리 동굴을 나온 이세윤은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하는 바를 이뤘으니까.
‘드디어 석판의 비밀을 풀었어……!’
그동안 고대의 석판의 사용법을 알고자 얼마나 노력했던가.
다른 수집품과 조합하는 것은 물론 시조새 던전도 몇 번을 들어갔는지 모른다.
삼촌한테 구박도 여러 번 받았다.
“도준 씨 덕분에 고대의 석판도 써보고 고대의 갑옷이라는 것도 얻었네요. 대체 이런 정보는 어떻게 알아내신 거예요?”
“그냥 우연히 돌아다니다가 알아낸 겁니다.”
“고대의 석판이 이렇게 쓰이는 줄은 몰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민도준이 자신을 죽이려 한 줄도 모른 채 이세윤이 손을 내밀었다.
화해의 악수였지만 민도준은 받아주지 않았다.
“공략이나 빨리 끝내고 나가죠.”
“아…… 네.”
던전을 나가려면 시조새 200마리를 잡고 공략을 끝내야 했다.
“뭉쳐 다니면 비효율적이니까 서로 흩어져서 잡죠.”
그 말만 남긴 민도준이 자리를 떠났다.
스킬북도 받았겠다, 더 이상 던전에 있을 이유가 없던 그로서는 한시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이세윤 때문에 시간만 낭비했어.’
석판에 대한 정보를 넘긴 건 아깝지 않다.
어차피 한 달 뒤면 정보가 풀리고 시조새 던전은 단숨에 핫플레이스가 될 것이다.
지금의 괭이눈 호랑이 던전처럼.
‘정보를 넘긴 대신 5천만 원짜리 스킬북을 받았으니 완전 손해를 본 건 아니지만…….’
진정으로 아까운 건 시간이었다.
‘이 빚은 나중에 목숨으로 되갚아주마.’
지금은 일단 빠르게 시조새를 잡아야 한다.
시조새를 찾아다니던 민도준이 잠깐 멈춰서 장비창을 살폈다.
‘이제 1인 공략자의 목걸이는 필요 없어.’
목걸이의 사용 제한은 1,499레벨 이하.
1,500레벨이 넘는 민도준이 착용해 봤자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한다.
민도준이 장비창에서 목걸이를 빼냈다.
‘참 오래도 썼네.’
초창기에 히든 업적으로 얻고 나서 지금까지 쭉 써온 목걸이였다.
‘덕분에 엄청난 레벨업을 했지.’
솔로잉시 1.5배 경험치 효과는 그만큼 무시할 수 없는 옵션이었다.
‘이것 때문에 파티보다는 솔로잉을 위주로 돌았었지만…….’
이제는 파티든 솔로잉이든 가리지 않아도 된다.
얻는 경험치는 똑같으니까.
민도준이 김베드로를 죽이고 얻은 목걸이를 꺼냈다.
‘해골 목걸이라…….’
마력 옵션 164에 밤이 되면 16을 추가로 올려주는 아이템.
평범하지만 마력을 많이 올려줘서 나쁘지 않은 아이템이었다.
‘당분간은 이걸로 만족해야지.’
목걸이를 착용한 민도준이 상태창을 불러왔다.
-이름 : 민도준 (2000년생)
-레벨 : 1,500
-등급 : A
-전투력 : 450,133
-국내 랭킹 : 479위
-세계 랭킹 : 25,256위
-근력 : 1,273 체력 : 1,351
-순발력 : 1,240 마력 : 2,301
-미분배 스탯 : 0
-특성 : 복수(S), 헌터 사냥꾼(EX), 마검사(S), 불굴의 의지(B), 빠른 성장(S), 약점 간파(S), 강인한 체력(D), 무기 연마(D), 화염 저항(D), 튼튼한 장비(C), 선수필승(B), 웨폰 마스터리(S), 원기 회복(S), 강인한 정신(A), 전장의 화신(S)
-스킬 : 인챈트 소드(A), 마나 소드(A), 파이어 블래스트(A), 유령 늑대 소환(A), 인비저빌리티(A), 거스트 블레이드(A), 매그넘 버스트(A)
‘마력이 벌써 2,300을 넘었어.’
초반을 제외하면 여태까지 마력만 찍은 데다 장비 옵션도 그렇게 맞추고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다른 헌터들 같았으면 골고루 찍었겠지만…….’
민도준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마검사 특성이 알아서 골고루 스탯을 올려주니까.
‘덕분에 다른 스탯도 전부 1,000이 넘어가.’
특성도 15개나 되고 국내 랭킹도 500위 안으로 들어왔다.
10개월 만에 이룩한 것치곤 엄청난 성장세였다.
‘전투력도 45만이 넘는 게 과거에 2,500레벨이었을 때랑 수준이 같아.’
고작 1,500레벨밖에 안 되는데 2,500레벨과 동급의 전투력이라니.
과거에도 S급 특성으로 승승장구하던 자신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 정도면 이세윤 따위는 쉽게 이길 수 있겠는데……?’
민도준이 아쉬운 마음으로 뒤를 돌아봤다.
이미 멀어졌기에 이세윤은 볼 수 없었다.
‘목 닦고 기다려라. 조만간 죽여줄 테니.’
다음으로 기회를 미룬 민도준이 시조새를 찾아 다시 달렸다.
끼아악!
세 마리의 시조새가 보이자 유령 검을 들었다.
파이어 블래스트를 소환한 뒤 무기에 버프를 걸었다.
검신에 화염이 옮겨붙으며 시전할 준비가 되자.
‘매그넘 버스트.’
다가온 시조새 무리에게 새로 배운 스킬을 먹였다.
꽈아아앙-!
검을 내지른 전방으로 부채꼴의 화염이 폭사했다.
[경험치 +3,600] (기여도 100%) [경험치 +3,600] (기여도 100%) [경험치 +3,600] (기여도 100%)가루만 날리며 사라지는 시조새들의 모습에 민도준이 살짝 놀랐다.
‘생각보다 센데?’
범위기라서 약할 줄 알았는데 선수필승 효과 때문인지 상당히 강력했다.
이세윤 때문에 저기압이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조만간 이 스킬을 그대로 먹여주마.’
민도준이 복수를 다짐하며 다시금 사냥에 나섰다.
* * *
A급 헌터 둘이서 작정하고 사냥하니 200마리를 잡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오히려 찾아다니는 게 일일 정도였다.
“수고하셨습니다, 헌터님.”
헤어졌던 이세윤을 던전 밖에서 다시 만났다.
“공략창 보니까 엄청 빠르게 잡으시던데요?”
딱히 경쟁하려던 건 아니지만 레벨이 더 높은 이세윤으로선 빠르게 잡는 민도준이 은근히 신경 쓰였다.
그래서 세어봤더니.
“제가 70마리 잡을 동안 도준 씨는 130마리 잡더라고요.”
사냥 속도가 두 배 정도 차이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혹시 몰라서 하울링도 쓰지 않았는데…….’
민도준은 자신의 사냥 속도에 내심 놀랐다.
하울링을 이용한 몰이 사냥을 한다면 훨씬 더 단축시킬 수 있으리라.
“진짜 대단하시네요. 새로 배운 스킬 덕분인가요?”
“…….”
민도준은 대꾸도 않고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왜 친한 척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어, 어디 가세요?”
“집에 갑니다.”
“제가 태워다 드릴게요.”
“됐습니다. 택시 타고 가면 됩니다.”
그러면서 민도준이 이세윤을 쏘아보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다시는 보지 맙시다.”
다시 마주하는 날이 네놈의 제삿날이 될 거라는 말을 삼킨 채, 민도준이 멀어졌다.
“아, 이거 참…….”
이세윤이 난감한지 한숨을 내쉬었다.
석판의 쓰임새를 알아낸 건 기꺼운 일이었지만 민도준에게 미운털이 박혀버렸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마음 같아선 화해하고 싶은데 잘 안 되네…….”
그 역시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기에 후회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겠는가?
또다시 한숨을 쉰 이세윤이 페라리를 타고 길드로 향했다.
삼촌에게 보고하기 위함이었다.
‘지금 시간이면 길드에 계시겠지?’
물론 이실직고할 생각은 없었다.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스킬북을 넘겨줬다는 걸 알면 삼촌이 노발대발하리라.
‘스킬북을 준다는 말에도 넘어오지 않았다고 둘러대면 돼.’
실제로 무슨 일이 있어도 길드엔 들어오지 않겠다고 못을 박지 않았는가?
마음을 다잡고 청룡 길드에 도착하자 길드장 이한석이 버선발로 마중 나왔다.
“어? 저 오는 줄은 어떻게 알고 나와 계세요?”
“영업팀에게 들었다. 민도준 헌터랑 시조새 던전에 들어갔다며?”
“아, 네.”
이세윤은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던전엔 무슨 일로 들어간 거야?”
“별일 아니에요. 민도준 헌터가 볼 일 있다고 태워 달라 해서요.”
“그래서 계약은? 성공한 거야?”
이세윤이 고개를 저었다.
“뭐야? 스킬북을 담보로 잡았는데도 우리 길드에 안 들어오겠대?”
“네.”
“이런 젠장! 그럼 괜히 돈만 쓴 거야?”
“샀던 스킬북이야 다시 되팔면 되죠.”
“되팔아도 원가에 팔순 없을 거 아냐?”
‘그까짓 거 뭐 얼마나 손해 본다고…….’
내심 한숨을 쉬는 조카의 마음도 모른 채 이한석이 계속해서 열을 냈다.
“가입도 안 하겠다는 놈을 뭐하러 태워줬어? 지 혼자 가게 놔두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그럼?”
“민도준 헌터의 화를 샀다는 게 문제지.”
이한석이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흐흐, 열 좀 받긴 받았나 봐?”
“말도 마세요. 완전 죽일 듯이 쳐다보던데요?”
“제깟 놈이 그래 봤자지. 이제 1,500레벨밖에 안 되잖아?”
“그렇긴 한데…….”
이세윤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민도준에게 등을 내줬을 때의 섬뜩한 느낌을.
그랬기에 이한석의 비웃음에도 따라 웃지 못했다.
“삼촌.”
“왜.”
“이건 제 느낌인데…… 민도준 헌터는 우리 생각보다 더 강한 것 같아요. 이렇게 적으로 돌려선 안 될 만큼…….”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야?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다시 화해해야 할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와서 화해라니? 엿 먹이는 작전도 네가 생각한 거잖아?”
“그땐 제가 잘못 판단했어요. 적으로 돌리는 게 이렇게 불편할 줄은 몰랐죠.”
“됐어! 어차피 가입할 마음도 없는 놈 기분 맞춰줘서 뭐해? 신경 꺼.”
이한석의 말에도 이세윤은 쉽게 마음을 놓지 못했다.
‘이대로 민도준 헌터와 척지면 큰일 날 것 같은데…….’
이세윤은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 *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운 와중에도 민도준은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세윤을 죽일 수 있을지.
‘죽이는 건 어렵지 않아. 문제는 그 이후지.’
이세윤을 포함해서 앞으로 복수해야 할 대상은 아홉 명.
복수를 완성시키려면 되도록 의심받지 않는 선에서 조용히 암살해야 한다.
하지만 2,200레벨의 유명 인사를 암살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녀석이 혼자 있는 때를 노리면 좋겠지만 그럴 기회가 있을지…….’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알아보고 항상 눈에 띄는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녀석을 암살하기는 쉽지 않은 법.
‘그렇다고 같이 던전에 들어가자고 할 수도 없고…….’
같이 들어갔다가 혼자 나오면 무슨 변명을 해도 의심받기 십상이다.
‘일단 미행하면서 혼자가 되길 기다려야 하나?’
기회를 노리다 보면 언젠가는 찾아오겠지.
그런 마음으로 눈을 붙였다.
아니, 붙이려고 했다.
지이잉- 지이잉-
밤늦게 전화가 오는 바람에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이 시간에 누구야?’
핸드폰을 확인해 본 민도준이 놀란 눈을 했다.
‘이세윤?’
저장해 놓진 않았지만 번호는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는 보지 말자고 못을 박아놨기에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민도준이 전화를 받으며 냉랭한 목소리를 냈다.
“무슨 일이시죠?”
-밤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도준 씨. 늦었지만 이 말은 꼭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잠시 숨을 고른 이세윤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길드에서의 일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제 와서요?”
-도준 씨와 헤어지고 제 잘못을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많이 반성했습니다. 아무리 도준 씨를 가입시키고 싶다고 해도 그런 짓을 저질러선 안 되는 거였는데…… 이제 와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
얼핏 보면 진심 같았지만 민도준이 보기엔 한없이 가식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말인데 저희 집에 도준 씨를 초대하고 싶습니다. 화해의 의미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