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8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89화(8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89화
89. 초대
‘자기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
그 말을 듣자마자 민도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새끼가 무슨 꿍꿍이지?’
화해의 의미라곤 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집까지 초대하는 거죠?”
-……하하. 이거 미운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혀버렸네요. 뭐 제가 한 짓이 있으니 그렇게 반응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근데 정말로 다른 뜻이 아니라 화해의 의미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어서 마련하는 자리이니 오해는 말아주세요.
“…….”
민도준이 잠깐 고민했다.
화해하고 싶어서는 아니다.
그런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단지.
‘어쩌면 놈을 죽일 기회이지 않을까?’
이 기회를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될 뿐.
당장에 거절할 줄 알았던 민도준이 아무런 말도 없자 통화 너머에서 살짝 기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떡하시겠습니까?
“…….”
-정말 화해하고 싶어서 그러니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탁인데 저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속는 셈 치고 가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혹시 내일 저녁에 시간 괜찮으신가요?
“네.”
-그럼 내일 제가 집 앞까지 모시러 가겠습니다. 그때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죠.
“그러시죠.”
-감사합니다, 도준 씨. 오늘 일은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늦은 밤에 전화해서 죄송하고요, 그럼 편히 주무십시오.
통화를 끊은 민도준은 여전히 이세윤이 저자세로 나오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 * *
아파트 단지 앞으로 페라리 한 대가 나타났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도준 씨! 타세요.”
이세윤의 외침에 민도준이 가볍게 혀를 차며 옆자리에 앉았다.
‘하여간 눈에 띄게…….’
민도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세윤 이놈은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는 타입이라고.
‘관심종자 새끼.’
욕지거리를 날리는 줄도 모르고 이세윤이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그럼 저희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이세윤이 주절주절 이야기를 꺼냈지만 민도준은 묵묵부답이었다.
‘친해지려는 노력은 가상하다만…….’
민도준은 마음을 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제의 일을 차치하더라도 미래에는 자신의 죽음을 보고 비웃을 놈이었으니까.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싹을 잘라버린다.’
이세윤은 아마 자신이 화가 났다고만 생각하지 죽이고 싶어 하는 줄은 꿈에도 모르리라.
“다 왔습니다. 내리시죠.”
차에서 내린 민도준의 눈앞에는 드라마에서나 봤을 법한 100평 규모의 전원주택이 있었다.
삐이이-
이세윤이 초인종을 누르자 대문이 열렸다.
“들어오시죠.”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널찍한 마당이 보인다.
구경하며 걸어가는데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세 사람이 버선발로 마중 나왔다.
“어서 오세요, 민도준 씨죠?”
“아, 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들어오세요.”
중년 여성이 웃는 낯으로 말하자 민도준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설마했는데 가족이 있었군.’
집으로 초대한다기에 단둘이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잘됐어. 바라던 바다.’
민도준은 애당초 밥이나 먹자고 초대에 응한 것이 아니었다.
가족들을 미끼로 삼을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서 들른 것이었다.
‘이분은 어머니인 것 같고 이쪽은 동생들인가?’
힐끔 시선을 돌리니 고등학생 정도의 남학생과 중학생 크기의 여학생이 보인다.
“헌터님, 들어가시죠.”
이세윤의 재촉에 민도준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밖에 서 있던 가족들이 뒤따라 들어온다.
‘뭔가 이상한데…….’
함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세윤이 기습해도 막을 수 있도록 머릿속으로 충분히 대비하고 있었으니까.
“어머니, 식사는요?”
“아, 아직 준비 못 했는데…… 손님이랑 조금만 기다려 줄래? 금방 끝나.”
“아, 그래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이세윤이 민도준을 쳐다봤다.
“음식 만드는 동안 집 구경이라도 하실래요?”
“그러죠.”
민도준이 이세윤을 따라 집 안을 둘러봤다.
드라마에서 본 것보다 더 넓고 좋은 전원주택이었다.
신축 건물인지 벽지도 디자인도 세련되고 깔끔했다.
2층에 위치한 테라스에서 전망을 구경하고 있는데 아까 봤던 여학생이 올라왔다.
“식사 준비 다 됐다고 오시래요.”
“그래, 고마워.”
이세윤이 미소를 지으며 여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순간 민도준은 움찔하던 여학생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뭐지?’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도 전에 이세윤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식탁에는 잔칫상이라도 차린 것 마냥 온갖 산해진미가 가득 놓여 있었다.
“식사 시작합시다.”
“맛있게 드세요!”
“많이 드세요, 헌터님.”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와 함께 식사가 시작됐다.
‘독이라도 탄 건 아니겠지?’
설사 탔다고 해도 초인의 몸이 된 민도준에게 웬만한 독은 통하지 않으리라.
마음 놓고 젓가락을 놀리며 식사에 열중했다.
“맛있네요.”
“정말요? 다행이네요. 입맛에 맞아서.”
민도준의 평가에 중년 여성이 입을 가리며 호호 웃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솔직한 평가였다.
음식들은 상당히 맛있었다.
‘이런 집밥을 먹어 본 지도 꽤 오랜만이고.’
집에 항상 혼자 있는 민도준으로선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간단한 인스턴트로 배를 채우기 일쑤였기에 이런 따뜻한 밥상은 오랜만이었다.
“민도준 씨는 헌터이신 거죠?”
“그렇습니다.”
“우리 세윤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같은 길드에서 일하시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요, 이래저래 몇 번 보다가 알게 됐습니다.”
중년 여성이 고개를 주억이자 이번엔 민도준이 물었다.
“이쪽은 이세윤 씨 동생들인가요?”
“아, 내 정신 좀 봐. 그러고 보니 소개를 안 했네요.”
중년 여성이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을 정식으로 소개했다.
예상대로 어머니와 동생들이 맞았다.
‘그렇다면 이세윤이 맏아들이겠군.’
민도준이 다시 물었다.
“아버님은요?”
만약 돌아가셨다면 실례되는 질문이었겠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일이 아직 안 끝나서 오늘은 늦게 들어오실 거예요.”
“아하.”
민도준은 식사를 하며 틈틈이 질문을 던졌다.
사소한 정보라도 얻기 위함이었다.
물론 의심을 살 만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래 봤자 건질 만한 정보는 없었지만.
“음식들은 전부 어머님이 하신 거예요?”
“그렇죠.”
“혼자서 준비하시느라 힘들었겠어요.”
“아니에요. 저야 세윤이가 주는 돈으로 재료 사서 만들기만 하면 되는데요, 뭘.”
그러면서 어머니가 아들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처음에 헌터가 됐다고 했을 때는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세윤이 덕분에 얼마나 풍족하게 지내는지 몰라요. 정말 자랑스럽다니까요.”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 타임을 가질 때도 어머니의 칭찬은 끊이지 않았다.
‘어머니가 아들을 칭찬하는 거야 당연하지만…….’
입이 닿도록 칭찬하는 바람에 민도준은 오히려 의심이 들었다.
‘뭔가 쥐어짜듯이 말하는 것 같단 말이지.’
민도준이 마주 앉은 동생들을 살펴봤다.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이 그의 머릿속에 의문을 불러왔다.
후식까지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호호, 또 놀러 와요. 우리 세윤이 좀 잘 챙겨주시고요.”
“네, 그럼.”
배웅 나오는 가족들을 뒤로한 채 민도준과 이세윤이 집을 나왔다.
“도준 씨, 식사는 만족하셨나요?”
“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아하하, 다행이네요.”
이세윤이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화가 풀린 줄 아는 모양이지만 어디까지나 음식에 한해서 잘 먹었다고 말한 것뿐이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제가 태워다 드릴게요.”
“됐습니다. 택시 타고 가면 됩니다.”
잘 풀린 줄 알았는데 갑자기 냉랭하게 나오니 이세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편하게 제 차 타시지 않고…….”
“전 이게 더 편합니다.”
“그래도…….”
“저 태워줄 시간에 가족들이랑 좀 더 시간 보내세요. 그럼.”
민도준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충분히 멀어졌다고 생각됐을 즈음에야 뒤를 돌아봤다.
‘이 정도면 안 보이겠지?’
그가 따로 가겠다고 말한 데엔 이유가 있었다.
‘그래야 집 안을 감시할 수 있을 테니까.’
가족들의 행동에서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기에 잠깐이라도 감시해 보기로 했다.
츠으으읏-
헌터 장비를 착용해 마력을 높인 민도준이 인비저빌리티를 사용했다.
스르륵-
[남은 시간 : 4분 36초]모습을 숨긴 민도준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감시를 끝내고 빠져나와야 한다.
유령 걸음 장화 덕분에 발소리가 나지 않으니 마음껏 달렸다.
금세 집 앞에 도달한 민도준이 가볍게 담을 넘었다.
그리고 미리 열어둔 2층의 테라스로 점프해 집 안으로 침입했다.
투명화 상태로 계단 앞까지 가니 1층에서 이세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음식 미리 준비하라고 했어, 안 했어?”
“미, 미안해…… 시간이 없어서…….”
“중요한 손님이라고 말했잖아! 그깟 시간도 못 맞춰?”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에 민도준이 놀랐다.
아들이 어머니를 꾸짖는 상황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이세윤이 화를 낸다는 사실이었다.
‘저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계단을 내려가 부엌의 상황을 살펴봤다.
“미안해, 세윤아. 엄마가 잘못했다…….”
“당신이 왜 내 엄마야? 나랑 피 한 방울도 안 섞였으면서. 여기 있는 새끼들이나 당신 자식이지.”
“세윤아……! 동생들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
“가르치려 들지 마. 당신한테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들을 나이는 지났으니까. 엄마 노릇 하려거든 당신 자식들이나 챙겨. 난 신경 끄고. 그리고…….”
이세윤이 얼어 있는 동생들을 쳐다봤다.
“너희들은 내 말이 우습냐? 내가 손님 있을 때는 편안한 표정 지으라고 했잖아. 그렇게 굳어 있으면 손님이 이상하게 생각 안 하겠어?”
“…….”
“이젠 대꾸도 안 하네?”
“……지마.”
“뭐?”
“우리 엄마한테 그따위로 말하지 말라고…….”
눈을 부라리고 있는 남동생의 모습에 이세윤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얜 아직도 현실 감각이 없네.”
“…….”
“너 내가 누군지 몰라? 2,200레벨의 A급 헌터가 어느 위치인지 실감이 안 돼?”
“엄마한테 막말하지 말라고!”
“넌 나한테 교육 좀 받아야겠다.”
이세윤이 남동생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려 하자 여동생이 재빨리 핸드폰을 들었다.
“뭐야? 나 찍게?”
“…….”
“그래서 세상 사람들한테 내 실체 까발리게?”
이세윤이 당당히 카메라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어디 한번 해 봐. 그런데 그 동영상 올리기 전에 나부터 죽여야 할 걸? 영상이 풀리는 즉시 내가 너희 가족 전부 죽일지도 모르니까.”
“…….”
“목숨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잘 생각해. 그게 싫으면 이 집에서 나가던가. 지금 누구 때문에 호의호식하고 있는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쯧.”
흥이 깨졌다는 듯 이세윤이 남학생의 머리에서 손을 놓았다.
“이 집에선 내가 법이야. 알아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