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8화(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8화
8. 120 레벨
“어휴…….”
사무실에 앉아있던 박동윤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 그 모습을 지나가다 본 고영민 차장이 걱정스레 물었다.
“박 대리. 아침부터 표정이 안 좋네? 무슨 일 있어?”
“아, 아닙니다, 차장님.”
“뭔데? 말해 봐. 헌터 때문이야?”
“네, 그렇긴 한데…….”
고영민 차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그렇지. 하여간 헌터 중에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어. 어떤 새끼야? 누가 우리 박 대리를 못살게 구는 거야? 응?”
“…….”
“맞춰 볼까? 저번에 들어온 신입 때문이지?”
“네…….”
“그래,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사회생활도 안 해본 어린놈이 헌터가 되면 꼭 이런 문제가 생겨요. 자기가 뭐 대단한 존재라도 된 것처럼 군다니까?”
“…….”
“말해 봐. 그놈이 뭐라고 했어? 이제 막 헌터됐다고 무시하고 갑질해?”
“그건 아니고…….”
“그럼?”
“잠을 못 자게 해서요.”
그 말을 들은 고영민 차장이 인상을 더욱 구겼다.
“이거 순 양아치네. 잠을 재우지 않아? 지가 뭔데 자라 마라야? 이거 인권위에 신고해야…….”
“아,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고요.”
“응? 그럼?”
“늦게까지 던전을 도느라 잠을 못 자게 한다는 뜻이었어요. 요즘 맨날 자정이 넘어서 퇴근하거든요.”
“뭐? 그렇게 늦게?”
헌터들을 픽업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헌터들의 퇴근 시간이 곧 담당자의 퇴근 시간이었다.
그 사실을 고영민 차장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늦게 퇴근하는 줄은 몰랐다.
“네. 진짜 피곤해 죽겠어요.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진다니까요?”
“아니, 근데 무슨 던전을 자정까지 돌아? 그 시간까지 일하는 헌터가 있어?”
대부분의 헌터는 저녁이 되기 전에 귀가한다.
그러다 보니 밤에는 파티가 모이지 않았다.
고영민 차장이 의문을 표하는 건 이 때문이었다.
던전 사냥은 기본적으로 파티를 요구하니까.
하지만 누구나 파티를 하는 건 아니다.
“그 헌터는 파티 사냥을 안 해요.”
“뭐?”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솔로잉만 고집했어요.”
그 말에 고영민 차장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쯧쯧 거리며 혀를 찼다.
“멍청하게 솔로잉을 고집하다니. 왜 그런 헛짓거리를 할까? 네가 좀 말리지 그랬어.”
고영민 차장은 당연히 솔로잉에 실패했을 거라 단정 지었다.
던전을 혼자서 깬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쯧쯧, 온갖 페널티를 다 먹었겠네. 레벨도 1일 거고.”
“그 헌터분 레벨 120인데요?”
“……?”
잠깐 사고가 정지한 고영민 차장이 장난치지 말라는 듯 박동윤을 노려봤다.
“농담 아니에요.”
“얌마. 내가 알기로 그 신입 헌터 등록한 지 3주밖에 안 된 걸로 아는데 뭐? 120레벨?”
“진짜예요. 던전도 매일 일곱 군데씩 돌아서 픽업하느라 죽을 맛인데…….”
“하루에 일곱 군데? 그것도 솔로로?”
“네.”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그렇게 돌면 던전 하나에 1시간도 안 걸리겠다?”
“네, 맞아요.”
“…….”
그 진지한 태도에 말문이 막힌 고영민 차장이 태블릿을 들었다.
“진짜 기록 조회해 본다? 아니기만 해 봐.”
회사 전산망에서 박동윤의 헌터 관리목록을 조회하자 그가 관리하는 세 명의 이름이 나왔다.
“민도준, 맞지?”
“네.”
그중 등록한 지 3주밖에 안 된 민도준의 이름을 누르자 여태껏 입장한 던전의 공략 여부와 시간 등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클리어, 클리어, 클리…… 어. ”
모조리 클리어였다.
그리고 큰 귀 원숭이 던전의 공략시간은 전부 1시간 내외였다.
“미친…… 이게 말이 돼?”
“이제 제 말 믿으시죠?”
“아니, 보고도 못 믿겠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저도 처음엔 믿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놀랍지도 않아요.”
“그 헌터가 지금 120레벨이라고?”
“네.”
고영민 차장은 내친김에 랭킹까지 조회해 봤다.
21,281위 – 민도준 (2000년생) – 레벨 120 (E급)
“정말이네?”
믿기 힘들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증거가 눈앞에 있었으니까.
“박 대리.”
“네.”
“그동안 고생했다.”
“……네?”
박동윤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동안 고생했다니?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차장님. 저 혹시 잘리는…….”
“너 이제 민도준만 맡아라.”
“네?”
“나머지는 다른 애들한테 넘길 테니 이제부터 민도준만 신경 쓰라고.”
“아…… 정말 그래도 되나요?”
“그래. 그동안 셋 다 관리하느라 고생했다. 이제 잔챙이들은 신경 쓰지 마. 오직 민도준 헌터만. 오케이?”
“아, 알겠습니다.”
“앞으로 크게 될 헌터니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고영민 차장은 민도준의 진가를 일찍부터 알아봤다.
* * *
‘예상보다 빨리 달성했어.’
근래에 쉴 틈 없이 원숭이 던전만 돌던 민도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3주 만에 목표치인 120레벨에 달성할 줄은 그도 몰랐으니까.
‘이제 던전을 바꿔야겠어.’
큰 귀 원숭이 던전은 오늘부로 졸업이다.
언제까지고 E급 던전에서 놀 수는 없다.
이제는 좀 더 높은 물에서 놀 필요가 있었다.
‘D급 던전에 도전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템 교체가 필수였다.
이번에 도전할 던전은 사자후가 먹히지 않았기에 지금 장착한 장비로는 턱도 없었다.
민도준이 아침부터 헌터 관리센터를 방문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아이템을 맞추려면 이틀간 모아뒀던 마정석들을 모두 팔아야 했으니까.
“아, 민도준 헌터님?”
몇 번 봐서 눈에 익었는지 마정석 감별사 한상준이 아는 체를 했다.
“마정석 팔러 오셨습니까?”
“네.”
“보름 만에 오셨네요?”
“네. 그래서 양이 조금 많습니다.”
“아, 정말요?”
한상준은 얼마나 많이 가져왔을지 내심 기대했다.
‘열 개 정도는 가져왔으려나? 흐흐.’
하지만 민도준이 테이블 위로 쏟아내는 마정석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이, 이게 다…….”
“E급 마정석 40개입니다.”
37레벨부터 120레벨이 될 때까지 모아뒀던 마정석이었다.
“이, 이걸 고작 보름 만에 구하셨다고요?”
“네.”
“믿기지가 않는데…….”
민도준은 말을 아꼈다.
의문을 풀어줄 이유도 없을뿐더러 믿건 안 믿건 자신은 돈만 받으면 그만이었으니까.
“얼른 처리해 주시죠.”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일일이 확인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고개를 끄덕이자 한상준이 마정석을 꼼꼼하게 살폈다.
혹시나 가품은 아닌지 감별하는 것이었다.
마정석은 다른 헌터 아이템과 달리 일반인이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따로 감별사가 존재했다.
“전부 E급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금액은 계좌에 즉시 지급될 겁니다.”
“네. 그럼.”
민도준이 몸을 돌리자 한상준이 고개를 숙였다.
“살펴 가십시오!”
평소와 다른 대우에 민도준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센터를 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한상준이 생각했다.
‘저 사람은 거물이다.’
감별하는 마정석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한상준으로선 민도준은 거물 고객이나 다름없었다.
띠링-
[입금 200,000,000원]센터를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민도준은 거액의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군.’
120레벨 장비들을 맞추기엔 부족함이 없는 금액이었다.
어김없이 헌터 도매상가를 찾은 그가 매장을 둘러봤다.
“손님, 이쪽으로 오시죠! 구경은 공짜입니다. 한 번 둘러보고 가세요!”
“거기, 잘생긴 형님! 저희 가게로 오세요. 싸고 좋은 아이템 있습니다!”
민도준이 지나갈 때마다 상인들의 호객 행위가 이어졌다.
매장이 밀집되어 있다 보니 서로가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엔 옷깃을 잡아끄는 상인도 없지 않아 있었다.
“손님, 저희 가게로 오…….”
“놓으시죠.”
민도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하자 옷깃을 잡은 상인이 잽싸게 손을 놓았다.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여도 매장을 둘러보는 고객들은 전부 헌터였다.
일반인은 어쩌지 못하는 괴수들을 처리하는 진짜 사냥꾼들.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상인이 연신 머리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지난달 헌터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병원 신세를 졌다던 동료 상인을 떠올렸다.
‘난 죽었다!’
하지만 상인의 걱정과 달리 민도준은 아무런 말 없이 자리를 벗어났다.
고작 옷깃을 잡은 일에 신경 쓸 시간은 없었다.
딸랑-
“어서 오십시오!”
민도준이 찾은 곳은 스킬북 매장.
이곳에서 괜찮은 스킬 세 개를 골라야 한다.
‘사자후와 실드 차지는 지워야겠어. 당분간 쓸 일이 없으니.’
나중에 사자후가 필요할 때 다시 배워야겠지만 그건 1,000레벨이 넘었을 때의 일.
당장은 사자후를 지우더라도 스킬 슬롯 하나를 더 확보해야 했다.
‘어떤 게 좋을까.’
진열된 스킬북들을 쭉 둘러보던 민도준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스킬 – 아이스 스피어]-등급 : E
-효과 : 낮은 확률로 동결시킨다.
-대미지 : 마력의 250%
-사용 제한 : 레벨 120 이상
-설명 : 얼음의 창을 날려 대미지를 준다.
[스킬 – 라이트닝 스피어]-등급 : E
-효과 : 낮은 확률로 감전시킨다.
-대미지 : 마력의 250%
-사용 제한 : 레벨 120 이상
-설명 : 전격의 창을 날려 대미지를 준다.
‘공격용으로는 이 두 개가 좋겠군.’
앞으로 들어갈 던전을 생각하면 콤보로 쓰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스킬.
‘나머지 하나는.’
[스킬 – 에너지 실드]-등급 : E
-방어력 : 마력의 350%
-사용 제한 : 레벨 120 이상
-설명 : 마력을 둘러 몸을 보호한다.
‘이걸로 정한다.’
민도준이 고른 것은 전형적인 마법사 전용 스킬.
마력을 올렸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마검사 전용 스킬은 아직까진 쓸모없으니까.’
심진섭의 특성을 빼앗기 전까지는 마법사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전부 얼마입니까?”
세 가지 스킬북을 본 상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 스킬들이군요. 다 해서 900만 원입니…… 어?”
민도준의 얼굴을 기억한 상인이 눈을 크게 떴다.
“저번에 사자후랑 실드 차지 구입하신 분 아니세요?”
“그렇습니다만.”
“탱커 아니셨어요?”
“아닙니다.”
상인은 당황했다.
그때 스킬을 고르는 걸 보고 영락없는 탱커인 줄 알았건만.
“마, 마법사셨구나…….”
“네.”
따지고 보면 마검사를 지향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마법사라고 봐야 했다.
‘근데 마법사가 왜 탱커 스킬을 사 간 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상인은 물어볼 수 없었다.
결제를 마친 민도준이 빠르게 매장을 나왔으니까.
‘습득.’
[스킬 슬롯에 ‘사자후’가 있습니다. 제거하고 배우시겠습니까?] [스킬 슬롯에 ‘실드 차지’가 있습니다. 제거하고 배우시겠습니까?]‘배운다.’
승인하자 세 개의 스킬북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스킬 슬롯이 새로운 마법사 스킬들로 채워졌다.
‘다음은 장비다.’
민도준은 장비 매장을 찾았다.
많고 많은 매장을 지나 그가 선택한 곳은 구석에 있는 허름한 매장.
회귀 전에 자주 이용했던 곳으로 싸고 다양한 장비들을 파는 가게였다.
‘이걸로 할까?’
진열된 장비들을 보던 민도준이 지팡이 하나를 집었다.
[고목나무 스태프]-분류 : 무기
-등급 : E
-공격력 : 13~23
-효과 : 마력+18
-내구력 : 900/900
-사용 제한 : 레벨 120 이상
-설명 : 마법사들을 위한 지팡이. 그냥 때려도 아프다.
동 레벨에선 최고라 할 수 있는 무기였다.
가격은 무려 1,500만 원.
마검사로 전향하면 다른 무기로 바꿔야 하지만 민도준은 아까워하지 않았다.
‘내구력만 괜찮으면 제값에 팔 수 있으니.’
헌터 장비를 보면 내구력이 표시되어 있다.
장비를 되팔 때는 이 내구력이 얼마나 남았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얼마 사용하지 않고 되판다면 거의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껴서 사용하면 문제는 없다.’
그랬기에 민도준은 돈을 쓰는데 거침이 없었다.
투구, 갑옷, 장갑, 신발, 액세서리 등, 동렙 기준 최고급으로만 골랐다.
물론 마력 옵션 위주로.
“전부 계산해 주세요.”
“이, 이걸 다요?”
“네. 얼마죠?”
계산기를 두들겨 본 상인이 조심스레 말했다.
“6,400만 원입니다만…….”
그러면서 민도준의 눈치를 살폈다.
그만한 돈이 있느냐는 의미.
하지만 의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민도준이 내민 카드를 긁고 결제승인 화면이 떴기 때문.
“감사합니다, 손님! 안녕히 가십시오!”
장비들을 착용하고 나가는 민도준을 향해 상인이 허리를 굽혔다.
‘순식간에 6,400이 증발했군.’
그럼에도 민도준은 아까워하지 않았다.
돈이 충분할 정도로 남기도 했거니와.
-이름 : 민도준 (2000년생)
-레벨 : 120
-등급 : E
-전투력 : 3,909
-국내 랭킹 : 21,281위
-세계 랭킹 : 3,151,458위
-근력 : 6, 체력 : 21
-순발력 : 33, 마력 : 155
-미분배 스탯 : 0
-특성 : 복수(S), 헌터 사냥꾼(EX)
-스킬 : 아이스 스피어(E), 라이트닝 스피어(E), 에너지 실드(E)
덕분에 마력이 엄청나게 높아졌으니까.
‘이 정도면 D급에 도전하기에 충분하지.’
스펙을 확인한 민도준이 장비를 해제한 뒤 박동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헌터님! 밤새 잘 주무셨습니까?
“던전 하나 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오늘도 큰 귀 원숭이 던전이시죠?
“아니요. 거긴 졸업했습니다. 이제부턴 D급 던전에 갈 겁니다.”
-네? D급이요?
놀란 목소리의 박동윤이 이내 걱정스레 말했다.
-아무리 헌터님이라도 혼자서 D급은 힘들지 않을까요?
“네. 그래서 이번엔 파티로 들어갈 겁니다.”
-아, 그렇구ㄴ…… 네에?
“파티로 간다고요.”
-…….
뜻밖이었는지 수화기 너머에선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