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9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90화(9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90화
90. 위선자
[남은 시간 : 7초]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본 민도준이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스르륵-
CCTV가 없는 안전한 곳에서 투명화가 풀렸다.
안에서 본 광경은 솔직히 충격이었다.
특히 이세윤이 소리치는 모습이 그랬다.
‘가족들이랑 저렇게 사이가 안 좋을 줄이야.’
아니, 엄밀히 말하면 가족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라 배다른 가족인 것 같았으니까.
‘아마 이세윤은 아버지하고만 피가 이어져 있겠지.’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엄마와 배다른 동생들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흔히 찾아볼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키워주신 어머니한테 저런 태도라니…….’
이렇게 가족들을 싫어하는데도 이세윤이 집으로 초대한 이유는 뭘까?
처음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아마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부른 거겠지.’
가족과의 화목한 모습을 이용해 자신을 좋게 포장하려는 의도가 뒤늦게나마 보였다.
‘위선자 새끼.’
그래도 가족들한테 화를 낸 걸 보면 자신과 진짜로 화해할 마음이 있긴 한가 보다.
‘스킬북으로 엿 먹일 때는 언제고 화해는 무슨.’
당연한 소리지만 화해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빠른 시일 내에 죽여야겠다는 마음만 더 커져갔다.
‘그러면 되겠군.’
이세윤을 죽일 간단하면서도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역시 초대에 응하길 잘했어.’
회심의 미소를 지은 민도준이 집의 위치를 기억한 뒤 유유히 자리를 벗어났다.
* * *
민도준과 식사를 한 지 일주일이 흘렀다.
운전대를 잡고 신호를 기다리던 이세윤의 표정에 초조한 기색이 떠올랐다.
‘도저히 모르겠단 말이야.’
식탁에서의 분위기는 분명 좋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렸겠거니 생각했는데 이후로도 민도준은 자신을 쌀쌀맞게 대했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화해하려고 아버지한테도 걸지 않는 안부 전화를 민도준에게 걸었지만 헛수고.
미운털이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화해하려는 내 마음을 왜 이토록 몰라주는 거지?’
아무리 더럽고 치졸한 방법으로 가입시키려 했기로서니 이 정도 노력을 보였으면 용서하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짜증 나네.”
부아아아아아앙-
홧김에 액셀을 세게 밟았다.
이대로 미친 듯이 달리고 싶었지만 서울 도심에서는 조금만 가도 신호에 걸리기 일쑤였다.
‘민도준이고 가족이고 다 짜증 나.’
아버지는 왜 자기 마음대로 그런 아줌마랑 재혼을 해서 애를 둘씩이나 낳는단 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가 될 사람인데 내 동의는 구했어야지.’
동의 없이 재혼한 아버지도, 난데없이 나타나 엄마라고 주장하는 그 사람도, 주제도 모르고 대드는 버릇없는 동생들도.
전부 다 짜증 나기만 하는 인간들이다.
‘저번에 그 자식이나 팰 걸 그랬나?’
배다른 동생의 건방진 눈빛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차창을 열고 한 손을 밖으로 걸치며 신호를 기다렸다.
“어? 저 사람 이세윤 아니야?”
“어디, 어디?”
길가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이세윤이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얼굴이었던 그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꺄악! 나보고 손 흔들었어!”
“아니야, 이년아! 날 본 거야.”
“와, 진짜 잘생겼다.”
피식 입꼬리를 올린 이세윤이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래. 나한테는 팬들이 있잖아. 가족 따위는 필요 없어.’
돈, 명예, 힘.
모든 걸 갖춘 마당에 더 필요한 게 무엇이랴.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지이잉-
무심코 문자를 확인한 이세윤은 순간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았다.
[개새끼. 너 같은 쓰레기가 형이라니.]배다른 남동생의 문자였다.
이세윤이 운전하면서 한 손으로 답장을 보냈다.
[뭐라고? 너 술 마셨냐?] [그래. 마셨다. 이 개새끼야.]‘이게 미쳤나?’
이세윤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당장에라도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참았다.
혹시나 문자 내용을 캡처해서 인터넷에 뿌릴지도 몰랐으니까.
[고등학생이 술 마시면 안 되지.] [까고 있네. 착한 척 집어치워. 역겨우니까.] [야. 나 운전 중이니까 문자 하지 마라.] [네가 우리 가족한테 저지른 영상들 다 퍼트릴 거야.]‘영상들?’
남동생의 문자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너 몰래 찍어 놓은 영상 많아. 나중에 다 터뜨리려고 모아뒀지.] [내가 그동안 얼마나 참아왔는지 넌 모를 거야.] [영상 풀리면 우리 다 죽인다고 협박했지? 상관없어. 내가 얼마나 또라이인지 보여줄게.] [너 같은 새끼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것만으로도 난 만족해.]‘이, 이 자식이 진짜 미쳤나……!’
이세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영상을 퍼뜨리면 다 죽인다고 협박하긴 했지만 사실은 블러핑에 불과했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이 잃을 것도 많다는 말처럼, 이세윤은 그동안 쌓아온 평판을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렇게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나오면 곤란한 건 오히려 이세윤이었다.
‘받아라, 좀!’
곧장 전화를 걸어봤지만 받지 않는다.
이세윤이 다급하게 손가락을 놀렸다.
[너 어디야. 만나서 얘기해.] [ㅎㅎㅎ 내가 퍼트린다니까 쫄리나 보지?] [너 많이 취한 거 같다. 데리러 갈게.] [그럼 양자산으로 와.]‘양자산이 어디야?’
내비게이션을 찍어보니 1시간 거리라고 뜬다.
‘학교에 있을 시간에 산에는 왜 있는 거야?’
의문이 들었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서 술 마시기 위한 거라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어쨌든 넌 죽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려줬는지는 몰라도 만나자마자 귀퉁이를 후려갈길 것이다.
이세윤이 분노를 담아 액셀을 밟았다.
* * *
‘어디 있어, 이 새끼.’
양자산에 도착한 이세윤이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책로를 올랐다.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는데 저 멀리 사람이 보였다.
이세윤이 길게 입꼬리를 찢었다.
‘찾았다.’
얼굴을 보니 놈이 확실했다.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달리자 놈이 숲으로 도망간다.
하지만 일반인의 주력으로 헌터를 뿌리치기란 불가능.
둘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야, 어딜 도망가.”
이세윤이 남동생의 앞을 가로막았다.
남동생이 놀란 표정을 짓자 이세윤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설마 못 따라잡을 줄 알았어? 헌터가 그리 만만해?”
“…….”
남동생이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 행동에 이세윤이 피식 웃었다.
“왜? 도움 요청하게? 그럴 거면 이런 이름 모를 산이 아니라 사람들이 북적한 도심으로 불렀어야지.”
“…….”
“불러놓고 도망가는 건 무슨 심리야? 설마 진짜로 올 줄 몰랐던 거야?”
“…….”
“표정을 보니 진짠가 보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남동생의 얼어 있는 표정이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게 왜 불렀어. 그것도 이런 으슥한 산중에.”
“…….”
“왜 아무 말이 없어? 막상 불러놓고는 겁먹은 거야? 문자로 지껄이던 패기는 어디로 간 거야?”
이세윤이 다가서자 남동생이 굳은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동영상 퍼뜨린다며. 어디 한번 해 봐. 설마 지금 이 장면도 찍고 있는 건 아니지?”
혹시나 싶어 주위를 쓱 둘러봤지만 카메라라고 할 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으슥한 게 죽이기 딱 좋은 곳이네.”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섰다.
남동생도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았다.
둘 사이의 거리가 엎어지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근데 이 자식이 이렇게 컸었나?’
가까이서 보니 어쩐지 남동생의 키가 더 커진 느낌이었다.
‘나보다 아래였던 것 같은데…….’
아직 고등학생인 남동생은 24살인 이세윤보다 키가 작았다.
그런데 지금은 비등한 눈높이.
오히려 180센티인 자신보다 살짝 높았다.
게다가.
‘술 냄새가 나지 않아.’
술을 먹었다는 놈한테서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
‘거짓말을 한 건가?’
어째서?
잠깐 사이에 생각해 봤지만 녀석이 거짓말할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굳이 찾자면.
‘날 유인하려고?’
그렇다면 왜?
유인해서 뭘 할 작정인 걸까?
그것도 이런 으슥한 곳에서.
당장에 떠오르는 가정은 하나였다.
‘동영상이 있다는 건 거짓말이고, 이번 기회에 동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여기로 불러낸 거라면?’
어딘가에서 찍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라이브로 방송이 나가고 있을 수도 있어……!’
이세윤이 다시 한번 주위를 살펴봤다.
보다 면밀하게.
‘찾았다!’
아까는 대충 둘러봐서 몰랐는데 다시 보니 돌무더기 사이에 정말로 핸드폰이 있었다.
‘저게 만약 라이브 방송이라면…….’
조금 전 남동생을 비웃은 것과 죽이기 좋은 곳이라며 위협하던 모습이 전파를 탔을 것이다.
‘그건 안 돼!’
소리 없는 절규를 외친 이세윤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무더기에 달려갔다.
‘제발 라이브가 아니길……!’
핸드폰을 낚아채고 곧바로 살펴보던 이세윤이 이상한 듯 고개를 모로 꺾었다.
‘전원이…… 꺼져 있어?’
저벅-
뒤에서 들린 발소리에 이세윤은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바로 뒤에 남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해도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남동생이 기습적으로 칼을 휘둘러도 A급 헌터가 다칠 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세윤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일반인을 상대로 겁을 먹었다고?’
말도 안 되는 일.
헌터가 아니고서야 등을 내주기가 이렇게 불안할 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등 뒤가 불편하다 못해 따끔했던 적이.
이세윤이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리고 보았다.
자신을 향해 검을 내려치는 남동생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