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9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91화(9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91화
91. 이세윤
대응할 새는 없었다.
남동생이 내려친 검이 이미 이세윤의 어깨를 파고들고 있었으니까.
스거억-!
“끄, 끄아아악!”
팔이 통째로 잘려나가며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렇게 고함지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세윤이 본능적으로 헌터 장비를 착용하며 뒤로 물러났다.
거리를 벌린 그의 머릿속에서는 쉴 새 없이 경종이 울리고 있었다.
가까이 있으면 죽는다고.
“크윽…… 너, 너 누구야?”
이세윤은 눈앞의 상대가 남동생일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분명 얼굴은 남동생이었지만 다른 사람일 거라고 확신했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검을 들고 있는 건 둘째 치고, 일반인에게 헌터를 벨 만한 힘은 없을 테니까.
‘잠깐, 저 검은……?’
일렁거리는 검의 모습이 눈에 익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검이다.
“서, 설마 민도준?”
“맞췄네?”
씨익 웃던 남동생의 얼굴에 변화가 생겼다.
“헉!”
그 모습을 본 이세윤이 헛숨을 삼켰다.
자신이 아는 민도준의 얼굴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어, 얼굴을 마음대로 변형시키다니…….’
그런 스킬이 있다는 건 여태까지 듣도 보도 못했다.
아니, 스킬인지 아이템인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물론 그보다도 민도준이 자신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지만.
“저, 정말 민도준이라고?”
“보면 모르나?”
얼굴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터라 아직도 긴가민가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민도준이 확실했다.
‘그래서 키가 컸었던 건가……?’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던 이유도 짐작이 갔다.
‘아마 정체가 들킬까 봐 그런 거겠지…….’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이세윤이 눈을 부라렸다.
화해하려고 애썼던 그였지만 자신을 공격한 이상 좋게 볼 수가 없었다.
“남동생인 척 문자를 보낸 것도 너냐?”
“그래.”
문자를 주고받은 걸로 봐서 핸드폰은 분명 남동생의 것일 터.
‘학교에서 몰래 훔쳐온 것이겠지.’
은신 스킬이 있다면 훔치는 거야 어렵지 않으리라.
“……왜지?”
“뭐가.”
“왜 날 이리로 유인한 거지?”
“멍청한 질문이군. 당연히 죽이려고 그런 거지.”
이세윤이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잘린 팔의 단면에서 계속해서 피가 흐르고 있다.
살기등등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민도준의 모습이 아직도 적응되지 않았다.
“대체 왜……? 왜 날 죽이려는 거냐? 설마 스킬북 때문이냐? 그까짓 스킬북 좀 못 사게 막았다고 사람을 죽이려 들어!?”
악에 받친 그 목소리에 민도준은 어이가 없었다.
“이거 누가 보면 내가 악당인 줄 알겠어?”
“맞잖아, 이 새끼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동생을 죽이려던 쓰레기가 있었는데…… 어디 갔지?”
“그, 그건 말로만 그런 거야! 내가 미쳤다고 남동생을…….”
“죽였겠지. 넌 충분히 그러고도 남아.”
“네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지껄여!”
목청을 높인 이세윤에게 민도준이 조소를 날렸다.
“적어도 미래에 날 방해할 쓰레기라는 건 알고 있지.”
그러면서 검 대신 인벤토리에서 보랏빛의 단검을 꺼냈다.
“천천히 가지고 놀아주마.”
민도준이 저주받은 단검을 들고 달려갔다.
아무리 2,200레벨의 헌터라도 한쪽 팔을 잘라낸 이상 제대로 된 저항은 할 수 없을 터.
‘그것도 놈이 무기를 드는 오른팔을 잘라버렸으니.’
이미 승부는 기울었다.
같이 던전에 들어가서 놈의 전투방식을 봐둔 게 주효했다.
“깔보지 마라!”
이세윤이 익숙지 않은 왼손으로 레이피어를 들고 찌르기를 시도했지만.
한발 빠르게 회피한 민도준이 놈의 팔뚝에 단검을 그었다.
그 순간 놈의 피부가 금빛으로 변하더니.
샤악-
‘……?’
제 살을 벤 것처럼 민도준의 팔뚝에서 따끔한 통증이 전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팔뚝에 기다란 자상이 생겼다.
반면 단검이 스쳤던 이세윤의 팔뚝은 상처 하나 없이 온전했다.
‘공격을…… 반사한다고……?’
10년 후의 미래를 알고 있는 민도준조차 반사 스킬에 대해선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 특성인가?’
스킬인지 특성인지는 몰라도 피부가 변할 때 공격을 반사한다는 건 확실했다.
그 증거로 단검이 닿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팔뚝에 상처가 생기지 않았는가.
더구나 떠오른 메시지까지.
[저주를 걸 수 없습니다.] [저주가 무효화됩니다.]길충수의 디버프 무효화 특성이 아니었다면 영락없이 저주에 당하며 상황이 급변했을 것이다.
‘이런 수를 숨겨두고 있었군.’
보아하니 자동으로 발동되는 능력은 아니다.
그랬다면 기습으로 팔이 잘리지도 않았을 테니까.
‘타이밍에 맞춰서 직접 사용하는 거겠지.’
어찌 보면 기습이 성공한 게 다행이었다.
놈에게 대응할 시간을 줬다거나 대놓고 공격했었다면 팔이 잘린 건 이세윤이 아니라 자신이었을 테니까.
레이피어를 들고 호기롭게 맞서던 이세윤이 돌연 등을 돌려 달아났다.
승산이 없자 도주를 택한 것이다.
‘예상한 바다.’
민도준이 단검을 집어넣고 유령 검을 들었다.
화르르륵-
도망치는 이세윤을 향해 불덩이를 날려줬다.
뒤를 돌아본 이세윤이 불덩이에 놀라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됐다는 듯 불덩이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반사 능력을 쓰기 위함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이미 그의 카드는 간파한 상태.
이세윤의 몸이 황금색으로 변하자마자 민도준이 불덩이의 방향을 바꿔버렸다.
“어?”
설마 마법이 움직일 줄은 몰랐던 이세윤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빛으로 빛나던 피부가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지금이다.’
연속으로 사용하지 못할 거라고 판단한 민도준이 주저 없이 파이어 블래스트를 먹였다.
퍼어엉!
“크하악!”
머리에 불구덩이를 뒤집어쓴 이세윤이 발라당 넘어졌다.
그 사이에 거리를 좁힌 뒤 검으로 이세윤의 가슴을 찔렀다.
푸욱-
“커헉!”
피를 토하던 녀석의 움직임이 서서히 멎는다.
[헌터 이세윤을 죽였습니다.] [특성 반사를 빼앗았습니다.] [장비 14개를 빼앗았습니다.] [스킬북 19개를 빼앗았습니다.] [수집품 4개를 빼앗았습니다.]아직 전력을 다 발휘하지도 않았는데 2,200레벨의 A급 헌터가 죽었다.
다소 허무한 죽음.
‘김베드로를 상대할 때보다 훨씬 쉬웠어.’
그야 당연했다.
팔 하나를 자르고 시작했으니 쉬울 수밖에.
더구나 김베드로는 자신보다 전투력이 높았지만 이세윤은 아니다.
쉽게 죽인 감이 없지 않지만 까딱했으면 반사 특성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었다.
‘일단 빨리 수습하고 여기부터 벗어나야 돼.’
아무리 인적이 드문 산이라지만 행여나 목격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
싸우는 소리가 나름 요란했으니.
그렇다고 증거가 남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대상의 시체를 흡수하였습니다.] [체력이 회복됩니다.]지금처럼 이세윤의 시체가 말끔히 사라졌으니까.
특성 덕분에 단검에 베였던 상처도 깔끔히 회복됐다.
‘남은 것만 처리하면 문제는 없을 거야.’
콰직- 콰직-
민도준이 이세윤의 핸드폰과 지갑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이로써 문자 내용은 남지 않아.’
남아있는 옷들은 파이어 블래스트로 싹 태워버렸다.
민도준이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들었다.
남동생의 핸드폰이었다.
이세윤의 짐작대로 학교에서 몰래 훔쳐온 것이었다.
빠직-
손으로 완전히 뭉개버렸다.
이로써 어디에도 증거는 남지 않는다.
굳이 찾자면 이세윤의 핏자국뿐.
‘혹시 모르니 흙으로 덮어 지우자.’
뒤처리를 모두 끝내고 났을 때 인기척이 들렸다.
“여기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렸는데?”
한 등산객이 두리번거리며 다가왔다.
하지만 그의 눈엔 나무와 수풀 말고는 그 어떤 특이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투명화로 모습을 숨긴 민도준이 이미 자리를 벗어났으니까.
* * *
세상 사람들은 대한헌터협회에서 폭발 테러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괜한 분란을 조장할까 봐 협회에서 철저하게 숨긴 탓이다.
물론 그보다는 보검의 존재를 알리기 싫은 이유가 더 컸지만.
“흐흐, 제깟 놈들이 숨겨봤자지.”
하지만 보검의 존재를 처음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흑해 길드의 길드장, 안광현이다.
그는 협회가 전설의 보검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 폭발 테러 이후에 어디로 옮겼는지도 알고 있었다.
‘황의철에게 전설의 보검이 있단 말이지?’
정찰병에 의하면 폭발 이후 협회에 드나든 헌터는 황의철 한 명뿐이라 한다.
‘협회장이 폭발 때문에 아무리 정신머리가 없어도 또다시 건물에 보관하진 않았을 테지.’
필시 믿을 수 있는 헌터의 인벤토리에 보관하고자 했을 것이다.
‘황의철의 인벤토리라면 충분히 안전한 편이지. 믿음직하고.’
안광현은 황의철을 잘 알고 있었다.
10년 경력의 초창기 헌터인 데다 2,000레벨이 넘는 A급 공무원 헌터.
그런 공적인 정보를 떠나서 사적으로도 여러 번 만났던 사이였다.
안광현 역시 10년 경력의 초창기 헌터였으니까.
‘의철이 그 자식이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미였지. 그래서 재미없기도 했고.’
같이 여러 번 파티를 해 봤기에 성향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트러블도 많았지. 나랑은 성향이 완전 정반대인 놈이었어.’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협회장의 신뢰를 얻고 있는 그에게 전설의 보검이 있음을.
‘S급 아이템이니만큼 레벨이 높은 헌터에게 맡겼을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보검의 보관자로는 황의철이 유력했다.
“석재야.”
안광현이 문밖에서 대기 중인 수하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황의철의 감시는 잘하고 있느냐?”
“물론입니다. 두 명의 감시 전문 길드원들이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위장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길드장님께서 명하신 대로 보검을 확인하는 즉시 저희 쪽으로 보고하도록 말해 놨고요.”
“그런 지시를 내리긴 했다만 아마 확인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바깥에서 보검을 꺼낼 정도로 멍청한 녀석은 아니니.”
“그렇습니까?”
“어쨌거나 황의철 그놈이 보검을 갖고 있는 건 확실하다. 적당한 때가 되면 녀석을 기습해야 하니 잘 감시하고 있도록.”
“알겠습니다.”
부하가 대답하면서도 몸을 가늘게 떨었다.
‘듣기로는 황의철이 길드장님의 옛 동료라던데…….’
그런 동료를 아무렇지도 않게 기습하겠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인정 따위는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는 냉혈한.
길드장의 무서운 점이 바로 이런 점이었다.
‘역시 대단하신 분이셔.’
그러다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길드장님.”
“왜?”
“타깃을 기습하신다고 하셨는데 저희 실력으로 가능할까요? 아시다시피 타깃은 2,000레벨이 넘는 반면 저희들은 높아 봐야 1,500레벨에 불과하니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그건 걱정하지 마라.”
안광현이 두 눈을 번뜩였다.
“그땐 내가 직접 나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