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9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93화(9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93화
93. 남한산성
“수고하셨습니다. 이건 이사비.”
민도준에게서 봉투를 받은 이삿짐센터 직원이 흠칫 놀랐다.
생각보다 두툼했기 때문.
“고생하셔서 조금 더 넣어드렸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뭉치로 보아 조금이 아니다.
거의 두 배는 넣었음을 직감한 직원이 허리를 굽혔다.
“다음에 이사할 일 있으면 또 불러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직원이 사라지자 민도준이 거실로 향했다.
멋들어진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강 뷰라 그런지 좋긴 좋군.’
새로 이사한 곳은 한강이 보이는 50층 높이의 고급 아파트.
매매가가 40억이라 웬만한 사람은 구입하지 못하지만 민도준은 주저하지 않고 사버렸다.
집값이 계속해서 오를 거라는 걸 알기에.
‘인근에 던전이 없으니 집값은 계속해서 상승할 거야. 차후에 S급 던전이 나타날 위치도 아니고.’
그런 반면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투자한 땅은…….
‘망해버렸지.’
예정대로 S급 던전이 생성된 바람에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몇 달 전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던 그 얼굴이 눈앞에 선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어차피 자신이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땅값이 떨어질 거라고 말해봐야 믿지도 않았을 테니.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고.’
어쨌든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하고 나니 기분이 새로웠다.
‘부모님의 아파트는 당분간 팔지 말자.’
부모님이 남기신 유산이니만큼 일단은 갖고 있을 생각이었다.
팔아봤자 몇억 되지도 않고.
전망은 이쯤 구경하기로 하고 침대로 몸을 뉘었다.
내일부턴 새로운 던전에 가야 하니 체력을 비축해둬야 한다.
* * *
날이 밝자마자 민도준은 박동윤과 함께 남한산성으로 이동했다.
도착하니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관광 명소란 이유 때문은 아니다.
“오빠아아!”
“여기 좀 봐줘요!”
“헌터 오빠아아아!”
다름 아닌 A급 헌터들을 보려고 찾아오는 팬들 때문이었다.
‘시끄러워 죽겠네.’
다른 A급 던전 중에서도 이곳은 특히나 팬들이 많았다.
평소에도 사람이 많은 관광 명소인 데다가 정부에서 최초의 A급 던전이라고 홍보를 잔뜩 해 놨기 때문이다.
‘최초의 A급 던전은 무슨. 따지고 보면 최초는 암석 도마뱀 던전이지.’
던전은 각성자의 성장률에 맞춰서 생성된다.
마치 게임에서 만렙을 찍고 더 이상 할 것이 없으면 제한이 하나씩 풀리듯이.
때문에 최초라는 타이틀은 A급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낮은 암석 도마뱀 던전에 주어지는 것이 맞다.
실제로 가장 먼저 생긴 A급 던전이니까.
한데 정부는 남한산성을 최초의 A급 던전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정부는 항상 이렇게 변명했다.
헌터들이 A급을 찍고 나서 생성된 던전 중에서는 최초라고.
‘그런 거라면 최초의 1,600레벨 던전이라고 소개했어야지.’
하지만 정부는 끝까지 남한산성을 띄워줬고 그들의 의도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명소가 되고 말았다.
‘덕분에 이렇게 원치 않는 관심도 받고 말이지.’
차에서 내린 민도준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걸어갔다.
“저 사람도 헌터인가?”
“응? 어디서 본 얼굴인데?”
“그 사람 아니야? 너튜브에서 던전 브레이크 막았던.”
“아! 그 마검사?”
“근데 여긴 왜 왔지?”
“벌써 1,600레벨을 찍은 건 아닐 텐데?”
수군거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민도준이 헌터들 앞에 섰다.
“아, 남은 한 분이 이제 도착하셨네요. 헌터님이시죠?”
“네.”
“반갑습니다. 여섯 명 다 모였으니 통성명해 보죠. 저는 흑염 길드의 전진식이라고 합니다. 레벨은 1,850이고요, 암살자이며 딜러 포지션입니다.”
“나이스 길드의 조태웅입니다. 1,720렙 마법사고 원거리 딜러입니다.”
“플레임 길드의 김한섭입니다. 1,775레벨의 도끼 전사로…….”
다들 돌아가며 레벨과 직업 등을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레벨이 낮거나 이름값이 떨어지는 길드가 나오면 은근슬쩍 미소를 지었다.
우월감을 느끼며 은근히 깔보고 있는 것이다.
‘같은 팀인데도 저러고 싶을까? 쯧.’
민도준이 속으로 혀를 찼다.
헌터들이 서로를 비교하는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다마는 그래도 팀원들끼리 저러는 건 쓸데없는 감정 낭비가 아닌가?
이윽고 민도준의 차례가 오자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민도준입니다. 1,600레벨의 마검사로 근접 딜러입니다.”
“마검사?”
생소한 직업에 헌터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소속은요?”
“일산 지부입니다.”
“지부……? 그럼 헌터관리센터라는…….”
길드도 없다는 얘기에 몇몇 인원들이 은근히 미소 짓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깔보는 듯한 눈빛.
‘이래서 모르는 사람이랑은 파티 맺기 싫다니까.’
이런 면에선 길드에 들어가는 게 오히려 더 편했다.
같이 호흡을 맞춰온 길드원이라면 저런 시선을 받을 이유도 없으니.
‘마음 같아선 솔로잉을 돌고 싶지만 우선권이 없으니 원…….’
1인 공략자의 목걸이를 쓰지 못하는 이상 굳이 솔로잉을 고집할 이유는 없지만.
‘저런 시선을 받으며 파티에 얽매일 바에 혼자 사냥하는 게 낫지.’
파티는 사냥하는 데 있어서 여러모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잠깐 비웃는 것 같던 헌터들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에게 꽂혔다.
“엠페러 길드의 김지훈입니다. 2,001레벨이고 한손검 전사입니다. 포지션은 근딜입니다.”
2,000레벨이 넘는다는 말에 헌터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섯 명 중에서 압도적으로 레벨이 높았기에.
“에, 엠페러 길드……?”
“허허…….”
놀란 건 레벨뿐만이 아니었다.
엠페러 길드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길드였으니까.
‘순위로 치면 1위라고 봐야지.’
파티원들의 눈에서 부러움이 쏟아졌다.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길드였으니까.
아마 엠페러 길드에서 영입 제안만 온다면 위약금을 주고서라도 길드를 옮길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물론 민도준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이미 약점 간파를 통해 확인한 정보였으니까.
‘약점 간파가 보이는 걸 보면 이 중에 나보다 센 녀석은 없어.’
그래서인지 2,000레벨이 넘는다는 말에도 감흥이 떨어졌다.
그도 그럴 게 과거에 4,000레벨이 넘는 파티원들과 레이드를 하던 민도준이다.
2,000레벨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일 수밖에 없다.
‘저 정도 레벨이면 다음 던전으로 가도 될 텐데 왜 여기서 사냥하지?’
놀람보다는 의문이 들었다.
“하하, 이 중에서 제가 제일 고렙일 거라 생각했는데…… 리더는 정해졌네요.”
1,850레벨이라던 전진식이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으며 리더 자리를 양보했다.
레벨이 높은 사람이 리더를 맡는 것이 헌터 업계의 불문율이었다.
김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양하지 않았다.
당연히 자신이 될 거라 여기고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을 맡았다.
“저희가 탱커와 서포터가 없는 딜러 조합이니만큼 한 마리씩 차근차근 처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장비부터 착용하고 들어가도록 하죠.”
김지훈의 말에 헌터들이 군말 없이 장비를 착용했다.
A급 헌터들이라 그런지 장비들도 휘황찬란했다.
“오빠, 멋있어요!”
“가서 더러운 괴수들을 처치해 주세요!”
여섯 명의 헌터들이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입구로 들어갔다.
* * *
[남한산성 거대 지네 던전]-난이도 : A
-인원 제한 : 6명
-입장 제한 : 레벨 1,600 이상
-공략 목표 : 거대 지네의 푸른 등껍질, 붉은 등껍질 1개씩 획득
-실패 페널티 : 대미지 5% 감소 디버프 (지속시간 1년)
-제한 시간 : 12시간
-던전 브레이크까지 남은 시간 : 115시간 16분 51초
사방이 온통 흙으로 뒤덮인 굴 안.
습기로 가득 찬 그곳에 파티원들이 긴장한 얼굴로 무기를 들었다.
“아시다시피 이곳 공략 목표는 아이템 수집입니다. 지네의 등껍질을 두 종류 모아야 하죠.”
파티원 누구나 등껍질을 획득한다면 그걸로 공략은 종료된다.
즉, 푸른 등껍질과 붉은 등껍질을 하나씩만 얻으면 그만.
“하지만 등껍질을 얻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네를 수백 마리는 잡아야 겨우 드랍될 정도니까요.”
파티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이 중에 지네 던전을 공략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우리의 목표는 제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지네를 잡아서 등껍질을 얻는 것입니다. 괜히 설렁설렁했다가 페널티를 받으면 그것만큼 손해가 없으니까요.”
대미지 5% 감소 페널티는 특히나 딜러에게 뼈아프지 않을 수 없다.
“전투방식은 원거리 딜러 두 명이 선공하면 근접 딜러 네 명이 달라붙어서 빠르게 죽이는 방식으로 가겠습니다. 그럼 출발하죠.”
리더역을 맡은 김지훈이 앞장서자 파티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어둠을 밝히기 위해 마법사가 화염 마법을 띄워놓으며 천천히 전진했다.
김지훈이 앞장서면서도 이따금 뒤를 돌아 낙오된 일행이 없는지 확인했다.
‘다들 잘 따라오는군.’
자신이 리더로서 이것저것 설명하긴 했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다들 레벨이 높은 걸 보면 어느 정도 지네 던전을 클리어한 경험이 있으리라.
‘한 명만 빼고.’
김지훈이 고개를 돌려 뒤따라오고 있는 한 사람을 쳐다봤다.
일렁거리는 검을 쥐고 있는, 파티에서 레벨이 가장 낮은 헌터.
‘민도준이라고 했지?’
마검사라는 직업도 독특했지만 들고 있는 무기도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다.
‘정말 저 사람이 엠페러 길드의 영입 리스트 1위라고?’
국내에서는 엠페러 길드를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원티드, 청룡 등 다른 쟁쟁한 메이저 길드도 엠페러 길드에 비비지 못한다.
인지도, 매출, 기업 성장률, 헌터 레벨, 복리후생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 1위를 찍었으니까.
그런 만큼 많은 헌터들이 들어오고 싶어 하지만 엠페러 길드는 어중이떠중이들을 받을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최고의 길드라는 명성에 걸맞게 최고의 인재들만을 영입했다.
하지만 역대급 인재로 소문이 났다고 해서 바로 영입 제안을 넣진 않는다.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독자적인 방법으로 검증을 하는데, 그 방법에 엠페러 길드 소속 헌터들을 동원했다.
영입 리스트에 올라온 헌터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가 언젠가 던전에서 마주치게 되면 직접 실력을 검증하는 방법.
일반인인 영업 직원보다 헌터의 눈이 더 정확할 테니 실력 검증으로는 이보다 적합한 방법이 없었다.
‘확실해. 민도준이라는 이름에 마검사라는 직업을 보면 영입 1순위에 올라와 있던 헌터가 맞아.’
팀원의 머릿수를 체크하는 척하며 슬쩍슬쩍 쳐다보던 김지훈이 민도준과 눈이 마주치자 냉큼 고개를 돌렸다.
‘저 헌터가 정말로 1순위에 올라갈 만한 실력자일까?’
아닌 척하고 있지만 김지훈의 관심은 오직 민도준에게 쏠려 있었다.
그는 민도준의 실력을 검증해서 엠페러 길드에 보고할 생각이었다.
물론 할 짓이 없어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영입에 성공하면 계약금의 2%만큼 인센티브가 주어진댔지?’
공돈을 벌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그러기 위해선 민도준이 인재라 불릴 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곧 있으면 알게 되겠지.’
잠시 후, 어둠 속에서 지네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등갑이 푸른색으로 빛나는 몸길이 15미터의 거대 지네였다.
“푸른 빛깔 거대 지네다!”
“다들 전투 준비하세요!”
파티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다가오는 지네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마법사들, 선공 시작하세요!”
이미 그럴 생각이었는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법들이 날아들었다.
퍼퍼펑!
콰아앙!
고통에 꿈틀거리던 지네가 화가 났는지 빠른 속도로 기어왔다.
동시에 딜러들이 달려가 사방에서 스킬들을 퍼부었다.
마법사들도 연이어 마법을 날렸다.
탱커가 없다는 게 흠이었지만 여섯 명의 딜러들이 내뿜는 화력은 지네 한 마리를 순식간에 도륙 내기에 충분했다.
스으으으-
여러 조각으로 절단당한 지네가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다들 호흡이 잘 맞네요.”
“생각보다 쉽게 잡았는데요?”
파티원들이 첫 전투를 자축하는 사이, 김지훈은 놀란 눈으로 민도준을 보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다른 사람은 보지 못했을지 몰라도 그는 봤다.
민도준의 실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