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9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98화(9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98화
98. 엠페러 길드
[거대 지네의 붉은 등껍질이 나왔습니다.] [파티 룰에 따라 자동으로 룰렛을 돌립니다.] [획득자는 김지훈입니다.]“나왔다!”
제한 시간을 3시간 남겼을 때 공략 목표인 붉은 등껍질이 나왔다.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던전 브레이크 시간이 120시간으로 초기화됩니다!]페널티를 받지 않는다는 기쁨도 컸지만 파티원들은 무엇보다 갑갑한 동굴에서 나와 햇빛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그 누구도 사망자가 둘이나 나온 던전에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헌터님, 벌써 나오셨어요?”
던전을 나오자 가장 먼저 반긴 사람은 박동윤이었다.
다른 파티원들은 솔로잉을 하느라 매니저를 대동하지 않았다.
“어? 왜 네 명뿐이에요? 다른 두 명은…….”
“…….”
파티원들의 표정을 본 박동윤이 입을 다물었다.
던전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건 한 가지 의미밖에 없었다.
주변에 있던 팬들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수군거렸다.
“왜들 저러지?”
“무슨 일 생겼나 봐.”
“어? 그러고 보니 두 명이 없는데?”
“들어갈 땐 분명 여섯 명이었잖아?”
“안 나왔나 봐.”
“못 나온 거겠지…….”
던전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건 죽음을 의미한다.
그 사실을 팬들도 알고 있는지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금세 숙연해졌다.
“헌터님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관할 지부에 연락해서 빨리 오라고 할게요.”
던전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경위서를 위한 진술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길드들이 섞여 있는 경우엔 관할 센터에서 조치하도록 되어 있다.
“10분만 기다려 주시면 도착한답니다.”
박동윤의 연락으로 인근 센터에서 직원이 왔다.
파티원들이 일대일 면담 형식으로 진술을 시작했다.
“진술이 끝난 분은 가셔도 좋습니다.”
먼저 끝난 김지훈이 파티원들과 악수하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도준 씨,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손을 맞잡은 김지훈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진짜로 힘 숨기신 거 아니에요?”
“제가 뭐하러 그러겠습니까?”
정색하는 민도준을 보며 김지훈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그렇겠죠? 어쨌든 그 정체불명의 괴수를 잡아주신 덕분에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또 뵀으면 좋겠네요.”
“예.”
“그럼.”
김지훈이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그 모습을 잠시 동안 쳐다보던 민도준이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이제 나한테는 신경 안 쓰겠지.’
하지만 민도준은 몰랐다.
김지훈이 멈춰 서서 자신의 뒤통수를 쳐다보고 있는 줄은.
‘하여간 의심스러워.’
김지훈은 아직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색하는 민도준의 모습이 더없이 수상해 보였다.
‘모종의 이유로 힘을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해.’
김지훈이 스포츠카를 타고 곧장 길드로 향했다.
* * *
1위와 2위는 한끗 차이처럼 보이지만 엠페러 길드는 달랐다.
이름 있는 메이저 길드들을 통틀어도 모든 수준에서 엠페러 길드가 웃돌았다.
시설만 봐도 그랬다.
대학교 캠퍼스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 시설이 전부 엠페러 길드 소유였다.
괜히 국내 1위 길드로 불리는 게 아니다.
딸칵-
차에서 내린 김지훈이 본관 건물로 들어섰다.
“어떻게 오셨…… 아! 안녕하세요. 김지훈 헌터님.”
안내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이 아는 체를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김지훈은 길드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A급 헌터.
더구나 얼굴까지 잘 생겼으니 모를 수가 없다.
“안녕하세요, 세은 씨.”
“어머, 제 이름도 다 아시고…….”
홍조를 띠는 그녀를 무시하고 김지훈이 말했다.
“길드장님 들어오셨어요?”
“네. 오신지 한참 됐는데……. 그나저나 사냥하고 오시는 길인가 봐요? 옷이 지저분한 게 제가 세…….”
“죄송합니다. 지금 시간이 없어서요.”
김지훈이 여직원을 지나쳐 엘리베이터를 탔다.
길드장실에 다가서자 비서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길드장님 계시죠?”
“네, 잠시만요.”
비서가 안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문을 열어줬다.
안으로 들어가니 풍채 좋은 남자가 그를 반겼다.
길드장이자 현직 랭킹 2위 헌터인 강혁수였다.
“지훈이! 말도 없이 여긴 무슨 일이야?”
“안녕하세요. 길드장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뭔데 그래? 우선 앉아서 얘기하지.”
강혁수가 비서에게 차를 내오라 지시한 뒤 소파에 앉았다.
거대한 덩치 때문에 소파가 좁아보였다.
“돈 빌려달라고 이리 급하게 찾아오진 않았을 테고. 무슨 일인데 그래?”
“제가 조금 전에 남한산성에 있는 던전을 다녀왔는데요. 거기서 영입 리스트 1순위에 올라온 헌터를 만났거든요?”
“1순위면…… 민도준?”
길드원도 알고 있는 사실을 길드장이 모를 리가 없었다.
더구나 영입 1순위에 오른 인재라면 더더욱.
“그 마검사 헌터랑 같이 파티한 거야?”
“네.”
“실력 검증을 해봤겠군. 어땠어?”
“아, 그게…….”
김지훈은 솔직하게 말했다.
“처음엔 최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건이 일어났었단 말이에요.”
“무슨 사건?”
그때 비서가 차를 내왔다.
“마시면서 천천히 얘기해 봐.”
“네.”
김지훈이 진술할 때처럼 자세한 경위를 설명했다.
다 들은 강혁수가 까끌까끌한 자신의 턱수염을 매만졌다.
“그리마처럼 생긴 괴수? 내 헌터 생활 10년 동안 그런 이야긴 처음 들어보는데?”
“정말이에요. 잠깐 봤었는데 엄청나게 빠른 놈이었어요.”
“그런 괴수가 있었다고 치자. 그래서? 그놈을 민도준 헌터가 잡았다, 이거야?”
“네. 두 번의 일격으로 처치했다더라고요. 아, 제가 본 건 마지막 일격이었지만요.”
“빠르기만하고 엄청 약한 놈이었던 거 아냐?”
“그렇다 해도 마지막 일격 때 보여준 민도준 헌터의 움직임이 2,000레벨 못지않게 빨랐었어요.”
“그러니까 민도준 헌터가 일부러 힘을 숨기고 있다?”
“네.”
“네가 잘못 본 건 아니고?”
“정말이에요. 근력은 어떨지 몰라도 순간적인 검격이랑 전투 센스만큼은 저도 감탄할 정도였는걸요.”
“그런데 지네 잡을 때는 계속 헛방질만 쳤다며?”
“그러니까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거죠.”
강혁수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훈아. 너도 알다시피 우리 길드 영입 조건이 얼마나 까다롭냐? 아무리 내가 아끼는 후배라도 그런 불확실한 검증은 인정해 줄 수 없다.”
“영입 리스트 1위 헌터라면서요. 제가 좀 찾아봤는데 민도준 헌터의 행적이 아주 화려했더라고요.”
“그래. 여러 보스들을 솔로로 잡은 데다 던전 브레이크도 막아서 기사도 났었지. 그 당시 올라온 너튜브 영상은 현재 5천만 뷰를 찍었고 짧아도 3년 걸릴 거 1년도 안 돼서 A급까지 올린 희대의 헌터. 그게 민도준이지.”
민도준에 대해 줄줄 꿰고 있는 강혁수를 보며 김지훈이 놀랐다.
자신이 몰랐던 부분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잘 아시면서 왜 아직도 영입 제안을 안 하시는 거예요?”
길드장의 이유는 단순했다.
“검증이 안 됐잖아?”
“아니…… 이 정도면 검증도 필요 없는 거 아니에요? 레벨을 빨리 올린 것부터가 강하다는 증거인데…….”
“그것만 가지고는 증거가 될 수 없지. 경험치를 올려주는 특성이나 아이템의 힘일 수도 있으니. 그리고 레벨만 높아선 아무 소용없어. 괴수를 잡는 데는 오직 실력만이 중요하지.”
“보스를 솔로킬한 전적이 있잖아요. 그 정도면 충분히 강한 것 같은데…….”
“그거야 소문일 뿐이고 정말로 솔로킬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잖아? 내가 항상 말하는 게 뭐야?”
“직접 보기 전까지는 믿지 마라……?”
“그래. 소문은 소문일 뿐이야. 직접 실력을 보고 검증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믿어선 안 된다고.”
손님으로 가장하고 매장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미스테리 쇼퍼처럼, 엠페러 길드는 길드원들을 통한 실력 검증을 우선시했다.
“검증이 없으면 영입할 생각은 절대 없어. 아까도 말했지만 지훈이 네가 잠깐 봤다는 실력도 인정해 줄 수 없고.”
“그러다 다른 누가 채 가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채 가긴 누가 채 간다고? 여태까지 센터 소속으로만 활동하고 있는 거 보면 몰라? 민도준 걔는 길드에 들어올 마음이 없는 놈이야. 우리 같은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가 손을 내밀면 모를까.”
“그럼 내밀면 되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검증은 끝나야지. 뭘 믿고 덥석 계약해?”
“계약 전에 던전에서 실력 테스트를 해 보면 되지 않나요?”
“테스트랑 실전이랑 같아? 내가 원하는 건 모의고사만 잘 치는 헌터가 아니라 실제 시험을 잘 치는 헌터야. 그리고 여태까지 지켜온 우리 길드의 룰이 있는데 민도준 헌터만 편의를 봐 줄 순 없지.”
“…….”
길드장은 의견을 굽힐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렇게 되면 민도준을 길드에 가입시키고 공돈을 벌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어떻게든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 이건가?’
물론 김지훈은 이렇게 되리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
“민도준 헌터의 실력만 검증하면 두말 않고 가입시키겠다는 거죠?”
“아무렴. 그런데 가능하겠어? 민도준이가 힘을 숨긴다며.”
“방법이 없진 않죠. 대신 길드장님이 조금 도와주셔야 되지만.”
“무슨 방법인데?”
김지훈이 씨익 웃었다.
“힘을 숨긴다면 힘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죠.”
* * *
민도준은 박동윤의 차를 타고 센터로 향하고 있었다.
S급 마정석을 팔기 위함이다.
‘어차피 마정석은 대체에너지로만 쓰이는지라 시세 변동이 크지 않아. 지금 팔아도 큰 손해는 없어.’
갖고 있어 봐야 짐만 될 뿐이니 시간 날 때 팔아버리는 게 나았다.
‘일단 상급 랜덤 박스나 까 볼까?’
언젠가 써야지 생각했는데 지금이 적기인 것 같았다.
‘4개나 있으니 이 중에 하나는 쓸 만한 게 나오겠지.’
상급 랜덤 박스에선 무조건 확정 A급이 뜬다지만 필요 없는 아이템이라도 나오면 말짱 꽝이었다.
때문에 좋은 아이템은 바라지도 않았다.
어느 정도 쓸 만한 아이템이라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민도준이 차 뒷좌석에서 인벤토리의 랜덤 박스를 터치했다.
‘사용.’
빛과 함께 사라지며 나온 것은.
[상급 랜덤 박스를 사용하셨습니다.] [스킬북 : 죽음의 일격을 획득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쓰지도 않는 스킬북이었다.
‘꽝이네.’
고작 3억짜리 아이템.
랜덤 박스가 10억임을 감안하면 팔아도 손해였다.
‘아직 나에겐 3개의 박스가 남아 있어.’
심기일전하여 박스를 사용해 봤지만.
[태양의 목걸이를 획득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이름 모를 궁수의 깃털 부츠를 획득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민도준이 쓸 만한 것은 없었다.
‘태양의 목걸이는 체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이고 깃털 부츠는 활 사용 시 순발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이야.’
둘 다 그에게는 하등 필요 없는 아이템.
민도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한 개밖에 안 남았는데…….’
원체 뽑기 운이 지지리도 없었던 터라 도박 자체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행운의 부적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부적이 그에게 알 수 없는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