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9화(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9화
9. 첫 파티
던전 공략의 기본은 파티 사냥이다.
인원 제한이 1명이 아닌 이상 굳이 솔로잉으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혼자 들어가는 건 미련한 짓이지.’
그럼에도 민도준이 여태 혼자 움직인 건 1인 공략자의 목걸이 때문이었다.
솔로잉시 경험치를 1.5배나 증가시켜주는 목걸이.
‘그것만 없었으면 나도 파티로 공략했겠지.’
그런 압도적인 메리트를 포기하고 민도준은 이번에 파티를 구하겠다고 나섰다.
‘심진섭을 만나려면 어쩔 수 없다.’
17,629위 – 심진섭 (1999년생) – 레벨 153 (D급)
민도준이 120레벨을 찍는 동안 심진섭은 어느덧 D급에 올라있었다.
민도준이 놈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두 가지였다.
첫째는 그의 특성이 마검사에게 필요한 S급 특성이라는 점.
둘째는 경기도 광주시에 거주하는 개새끼라는 점.
이 외에 알고 있는 정보는 없다.
심진섭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이것만으로 놈이 어디에 나타날지 알 수 있지.’
경기도 광주시에 살고 있고 이제 막 D급이 된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워울프 던전. 거기밖에 없다.’
놈이 돌고 있을 던전을 특정할 수 있었다.
‘거기가 놈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D급 던전이니까.’
전국의 D급 던전은 약 1,500여 개.
그중 150개가 워울프 던전이고 수도권에만 50개가 있었다.
거기서 광주 헌터 관리센터의 관할 구역만 따지면?
‘다섯 군데로 좁힐 수 있다.’
즉, 다섯 군데 중 한 곳에 심진섭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었다.
‘잘하면 놈과 만날 수 있어.’
집 주소를 모르는 민도준이 심진섭을 만나기 위한 계획은 간단했다.
그가 나타날 것 같은 던전으로 계속해서 파티를 매칭하는 것.
그러다 같은 파티원이 되면 던전에서 몰래 죽여 버릴 심산이었다.
‘사람을 죽이는데 던전만큼 깔끔한 곳은 없으니.’
던전은 일종의 밥상이었다.
괴수들을 사냥하라고 만들어진 밥상.
그래서인지 공략이 끝나면 던전은 판을 새롭게 정리한다.
마치 손님이 나가면 테이블을 깨끗이 치우는 것처럼.
‘때문에 던전에서 죽으면 시체도 못 건지지.’
이런 환경은 심진섭을 죽이고 증거를 인멸하기에 제격이었다.
대신 우연히 파티로 만나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흥신소를 이용하면 편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 뒤탈이 없기론 이 방법이 가장 깔끔하다.’
복수의 대상이 한두 명도 아닌데 첫 단추부터 삐끗할 순 없는 법.
자연스럽게 만나기엔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었다.
“도착했습니다.”
박동윤은 그런 민도준의 생각은 추호도 모른 채 던전 앞에다 차를 세웠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근 지역에서 모인 헌터와 담당자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일산 지부에서 왔습니다. 저희가 좀 늦었죠?”
“아닙니다. 시간 맞춰서 오셨네요.”
“이제 다 모인 겁니까?”
“네. 헌터분들은 서로 인사 나누시죠.”
다른 지부 담당자의 소개에 민도준이 파티원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민도준이라고 합니다.”
“박태민입니다.”
“김도경입니다.”
“강한국입니다.”
간단히 통성명을 마친 민도준이 파티원들의 면면을 살펴보곤 실망을 금치 못했다.
‘심진섭은 없군.’
놈이 나타날 장소를 다섯 군데로 특정했다지만 우연히 마주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소가 엇갈릴 수도 있고 놈이 활동하는 시간이 아닐 수도 있었으니까.
‘최대한 빨리 공략해서 매칭을 계속해 보는 수밖에.’
마음 같아선 다른 던전으로 변경하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럴 순 없었다.
“다들 이쪽으로 오시죠.”
던전을 통제하던 군인과 이야기를 끝낸 담당자들이 헌터들을 입구 앞으로 안내했다.
그러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백석역 워울프 던전]-난이도 : D
-인원 제한 : 4명
-입장 제한 : 레벨 120 이상
-공략 목표 : 워울프 80마리 섬멸
-실패 페널티 : 랜덤으로 스탯 1 감소
-제한 시간 : 4시간
-던전 브레이크까지 남은 시간 : 63시간 21분 42초
“자, 다들 던전 정보 확인하시고 포지션 정해 주세요.”
담당자의 말에 헌터들이 자연스레 모였다.
여태 수백 번의 파티를 맺어본 터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포지션 정하기 전에 서로 레벨부터 불러보죠? 전 155입니다.”
강한국이라는 남자의 말에 헌터들이 차례로 말했다.
“저는 151입니다.”
“전 150입니다.”
다들 150이 넘는 D급이었다.
당연했다.
D급 던전엔 D급이 도전하는 게 마땅했으니까.
하지만 워울프 던전의 레벨 제한은 120부터였다.
“전 120입니다.”
그래서 민도준이 레벨을 밝혔을 때 파티원들은 뭐라고 따질 수 없었다.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은 갖췄으니까.
다만 하나같이 똥 씹은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하, 120……. 음. 뭐, 어쨌든 제가 레벨이 제일 높으니 오더 좀 내리겠습니다. 동의하시죠?”
“넵.”
“그러세요.”
“좋습니다. 그럼 각자 직업이랑 포지션을 말해 보죠.”
강한국은 민도준의 대답은 듣지도 않았다.
마치 120레벨의 의견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저는 도끼 전사고 근접 딜러입니다.”
“쌍검 전사, 근접 딜러입니다.”
“전사가 둘이네요. 탱커가 없는데 뭐 상관없겠죠. 전 마법사고요, 당연히 원거리 딜러입니다. 그쪽은?”
강한국이 민도준을 보며 물었다.
“마법사에 원딜입니다.”
“아…….”
강한국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직업이 겹치네요. 마법사는 한 명만 있어도 되는데…….”
마치 120레벨 마법사는 필요 없다는 뉘앙스.
그도 그랬다.
레벨이 낮으면 대미지가 낮게 마련이고, 대미지가 낮으면 원딜보단 앞에서 시선이라도 끄는 근딜이 더 도움 되는 편이었으니까.
“혹시 스킬은 뭐 배우셨어요?”
“아이스 스피어, 라이트닝 스피어, 에너지 실드요.”
“아…… 다 공격 스킬이랑 방어 스킬뿐이시네.”
보조 스킬이라도 있기를 바랐는지 강한국의 얼굴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금 힘들겠지만 해보죠. 워울프 던전은 제가 몇 번 돌아봤으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저만 따라오세요.”
“오, 정말요?”
“그럼 강한국 씨만 믿겠습니다.”
내심 걱정했었는지 파티원들이 다소 안심했다.
반면 걱정의 근원인 민도준은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공략할 뿐.’
그뿐이었다.
“준비됐으면 장비 착용해 주세요.”
담당자의 말에 헌터들의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일렁였다.
츠으으으읏-
순식간에 장비를 착용한 그들에게서 일반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
그때 민도준의 지팡이를 본 강한국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목나무 스태프?”
“어, 진짜네?”
“헐.”
차 한 대 값이나 다름없는 그 무기에 파티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제 보니까 착용한 장비들도 전부 비싼 것들이잖아?’
‘레벨이 딸리니 장비에 올인한 건가?’
다들 민도준보다 레벨은 높았지만 유흥이나 도박에 탕진하느라 무기에 투자할 돈이 없었다.
그나마 강한국이 든 지팡이가 제일 비쌌지만 그래 봤자 천만 원짜리에 불과했다.
“자, 장비 다 착용했으면 들어갑시다.”
부러운 마음을 애써 감춘 강한국이 파티원을 이끌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헌터님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뒤에서 응원하던 담당자들은 던전 입구가 닫힌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몸을 돌렸다.
“휘유, 이제 4시간은 있어야 나오겠구만.”
“스케줄도 없는데 이제 뭐 하지?”
“그동안 볼링이라도 치러 갈까요?”
“그거 괜찮겠네요.”
대화를 나누던 담당자들이 박동윤을 쳐다봤다.
“박동윤 대리라고 하셨죠? 시간 있으면 같이 가실래요?”
“아니요, 저는 차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왜요? 아직 4시간이나 남았는데…….”
“왠지 금방 나올 것 같아서요.”
그 말에 담당자들이 실소를 지었다.
던전의 제한 시간이 4시간으로 맞춰진 건 그럴만한 난이도이기 때문이다.
빨리 공략한다 해도 3시간 안팎이지 더 줄이긴 힘들다.
더구나 120레벨도 껴있는 파티라면 더더욱.
하지만 박동윤은 알고 있었다.
그 120레벨의 보잘것없어 보이는 헌터야말로 진짜 실력자라는 사실을.
* * *
울창한 숲.
그 한가운데에 민도준과 파티원들이 서 있었다.
“사냥에 앞서 주의 사항 말씀드릴게요.”
리더 역할을 맡은 강한국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절대 흩어지지 마세요. 워울프는 각개격파에 능한 괴수이기 때문에 흩어지면 답도 없습니다. 반드시 함께 행동하고 한 마리씩 차근차근 잡으면 쉽게 깰 수 있습니다. 아셨죠?”
파티원들이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민도준은 무표정이었다.
각오를 다질 정도로 어려운 괴수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남들 눈엔 그 모습이 오히려 긴장하는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민도준 씨?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제가 있으니 별일 없을 겁니다.”
“…….”
“자, 이번엔 전투 방식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전사 두 분이 앞장서시고 그 뒤를 저희가 따라가겠습니다. 한 마리씩 잡을 테니 너무 겁먹지 마시고요. 적이 보이면 제가 마법으로 선공을 치겠습니다. 그놈을 우선으로 잡아주시면 됩니다. 다들 아셨죠?”
“네.”
“그럼 출발하죠.”
파티원들이 무기를 앞세운 채 조심스레 전진했다.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건 게임이 아니었으니까.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현실이었으니까.
그런 긴장된 분위기와 달리 민도준은 약간의 불만이 있었다.
‘조심스러운 건 이해한다만…….’
느려도 너무 느렸다.
조금이라도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움찔거리며 주위를 둘러보기 일쑤였으니.
‘이 속도로 언제 80마리를 찾아서 죽일 건지…….’
민도준으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정지! 전방에 한 마리 발견!”
그때 워울프를 발견한 전사 한 명이 소리쳤다.
‘멍청한…….’
하지만 귀가 밝은 워울프가 그 소리를 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아우우우우우-!
하울링을 하던 거대 늑대가 어느 순간 지면을 박차며 달려왔다.
몸집 탓인지 멀다고 생각한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
“고, 공격!”
강한국이 공격 지시를 내리며 속으로 스킬명을 외쳤다.
‘파이어 스피어!’
지팡이 끝에서 생성된 불의 창이 워울프에게 날아갔다.
푸화악-!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썼는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고.
‘X발’
아쉬운 대로 하위 스킬을 날려야 했다.
‘파이어 볼트!’
펑펑- 펑!
다행히 불꽃들은 워울프의 몸통에 정확히 명중했다.
“됐어!”
하지만 유의미한 대미지는 아니었는지.
“으억!”
워울프가 도끼 전사 한 명을 밀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죽어!”
그때 남아있던 전사가 쌍검을 휘둘렀지만.
피잇- 핏-!
얕았는지 깊은 상처는 낼 수 없었다.
으르릉-
오히려 화만 잔뜩 난 워울프가 쌍검 전사를 물어뜯으려는 순간.
쐐에엑-
어디선가 나타난 얼음의 창이 워울프의 눈을 찔렀다.
깨에엥!
그리고 얼음의 창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나타난 전격의 창이 같은 부위를 찔렀다.
파지지지직-
깨엥- 깨엥-!
사라지려던 얼음의 창을 타고 전류가 흐르자 대미지가 증폭됐다.
벌벌거리며 경련하던 워울프가 맥없이 쓰러졌다.
털썩-
[경험치 +168] (기여도 84%)‘나쁘지 않군.’
나름 괜찮은 경험치에 민도준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워울프가 주는 경험치는 200.
그중 84%가 민도준에게 들어왔다.
괴수를 잡는데 얼마나 기여했느냐에 따라 경험치가 나뉜 것이다.
‘기여도 시스템이 없었으면 억울할 뻔했군.’
경험치 분배 시스템에 만족하는 민도준과 달리 파티원들은 현재 멘붕 상태에 있었다.
‘워울프가 이렇게 쉽게 죽다니.’
그중 누구보다 충격을 받은 건 강한국이었다.
‘대, 대체 어떻게?’
단 두 방의 마법으로 워울프를 처치하다니.
물론 자신도 대미지를 먹이긴 했지만 그래 봤자 12%의 기여도.
쌍검 전사의 기여도는 더 낮다고 봤을 때 거의 민도준 혼자서 처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미지가 그렇게 세다고? 나보다 레벨도 낮은데?’
약점을 노린 데다 속성 및 특성 효과를 봤기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강한국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으윽, 어떻게 됐어요?”
그때 몸통박치기에 나가떨어졌던 도끼 전사가 돌아와 워울프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죽어서 연기로 변한지라 찾을 순 없었다.
“워울프는 어디 갔죠?”
“죽었어요.”
“정말요? 역시 강한국 씨는 대단…….”
“제가 아니에요.”
“네?”
강한국이 민도준을 쳐다봤다.
“저분이 죽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