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
10화 – 첫 실전(1)
-20km 구보. [20km/20km] (달성!)
-스쿼트 500회. [500/500] (달성!)
-팔굽혀펴기 200회. [200/200] (달성!)
-윗몸 일으키기 300회. [300/300] (달성!)
-턱걸이 150회. [150/150] (달성!)
“후우··· 오늘 과제도 어찌 끝마쳤네!”
서준은 스마트폰 액정에 비쳐보이는 5개의 ‘달성!’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살짝 고개 들어 바라본 하늘에는 아직 태양이 중천에 떠있었다.
“과제 달성 속도가 어째 점점 빨라지는 것 같네.”
불과 몇 주전만 해도 하루를 전부 소비해야만 완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간 휴식시간이 끝나기 전에 모두 완료할 수 있었다.
거의 세배 이상 빨라진 상태.
그리고 서준은 그 모든 것들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서준의 신체는 고작 몇 주 가지고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상태였다.
1년은 오로지 신체 단련에만 투자해야 겨우 이룰까 말까 한 정도.
하지만 초월자 학원의 과제 보정 효과 때문인지, 서준은 1년이란 시간을 몇 주로 단축시킬 수 있었다.
거기에 강의를 듣고만 있어도 무언가 강해지는 것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학원이란 말이지.”
서준은 스마트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은 항우의 과제도 할 수 있겠는걸.”
서준이 항우의 강의를 들은지도 어언 1주일. 하지만 과제를 수행한 건 3일에 지나지 않았다.
더하여 강의를 들은 것은 고작 두 번.
그 이유에는 몇 가지 사정이 있었는데 일단 예상했다시피 항우의 과제 또한 마구잡이로 휘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항우는 그냥 휘두르라 말했지만 일정 속도, 힘 그리고 목적 의식이 없으면 카운트 자체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창이라는 무기를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물론 헌터 전용 상점에 가면 널리고 널린 게 무기였고, 그것은 프로 헌터뿐만 아니라 준비생들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준에게 그것을 살 돈이 없었다.
프로 헌터들의 장비는 한두 푼 하는 것이 아니었고, 서준은 지금 당장 생활비에 급급한 상황이었다.
하여 서준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기다란 막대기를 휘둘러 보았고, 다행히 창으로 인식하는지 카운트가 되었다.
사실 창이라기 보다는 봉이라 부름이 바람직하나 제천대성의 말대로 초월자들 사이에서 둘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모양이었다.
“제대로 된 창이라도 구하고 싶은데···”
그래도 막대기와 창은 엄연히 다른 법.
실전 창은 아니더라도 연습용 창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고 보니 초월자 학원에서는 아이템 같은 건 안 파나?”
왜 현실에서도 강의가 있으면 그에 따른 교재나 교보재 같은 것들도 묶어서 팔지 않은가.
서준은 생각이 난 김에 초월자 학원을 둘러보았다.
“어, 있다!”
서준은 떨리는 마음으로 해당 링크를 클릭했다. 그러자 각종 무구들의 사진들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모조품] – 미스틸테인. [모조품] – 엑스칼리버. [모조품] – 롱기누스의 창..
.
“와··· 이게 그냥 훈련용이라고?”
서준은 넋을 놓고 그것들을 감상했다.
무기를 보는 눈이라고는 일절 없는 서준이었지만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앞에 모조품이라는 단어만 없었다면 진품이라 해도 모를 것들.
서준은 그때서야 합격생들이 만들었다는 말이 곧 초월자들이 만들었다는 말과 같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현실에 가져와 팔면 수백 억은 족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준은 수많은 무구들 중에서 롱기누스의 창을 클릭해보았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찔렀다 전해지는 성창(聖槍).
.
“이놈의 인과율은 진짜···”
1억이었다. 물론 모조품임을 감안하더라도 1억이면 거저준다고 볼 수 있었다.
말했다시피 현실에서는 수백억 그 이상의 가치를 할테니까.
하지만 지금의 서준으로서는 꿈도 못 꿀 금액이었다.
“차라리 눈 딱감고 대출 받아서 이걸로 장사를···”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과 동시에 스마트폰 화면에 알림창이 하나 떠올랐다.
(본 제품은 합격생들이 후배 수강생들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서 2차 판매를 엄격히 금합니다.)
“그럼 그렇지.”
서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단순히 경고에 지나지 않을 수 있으나 초월자 학원을 경험해본 바, 이를 무시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결국은 돈이란 소리네…”
돌고 돌아 돈이었다.
그러나 현재 서준으로서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것이 바로 몬스터 사체 운반 업무였다.
그리고 그 일당은 20만원. 1억만 해도 500일을 숨만 쉬고 일해야 했다.
물론 서준이 직접 레이드를 뛴다면 지금의 몇 배는 더 벌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 헌터가 아닌 일반인의 던전 레이드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각성자라 할지라도 레이드는 불법이었다.
“그래서 아카데미를 들어가려 한건데···”
정부가 공인한 헌터 아카데미를 다니는 생도들은 관계자의 동의 하에 임시 자격증이 발급된다.
그리고 그 수익은 단연 레이드를 한 생도들의 몫.
이를 두고 초기에는 헌터 아카데미를 정부가 밀어주는 것 아니냐 하며 말이 많았다.
하지만 너도 나도 각성자가 판을 치기 시작하자 프로 헌터 협회 스스로가 이러한 제약을 받아들였다.
한 마디로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제약.
해서 서준도 일단 헌터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수련과 동시에 돈을 벌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틀어졌다.
“일단은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서준은 아쉬운 마음을 털어내었다.
“쉬는 시간 끝! 다들 일합시다!”
그리고 때마침 쉬는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외침이 들려왔다.
사체 운반 업무는 단순히 운반만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쓸모 있는 부위만 운반하는 것이 바로 운반 업체에서 하는 일이었다.
사체 자체가 가치 있는 몬스터가 있었지만, 일부 몬스터들은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사체에서 쓸모 없는 부위를 골라내고 쳐내야 했으며, 그건 당연 운반 업체의 몫이었다.
이 4성급 만티코어라는 몬스터는 꼬리, 뿔, 이빨 그리고 힘줄과 가죽만이 가치가 있었다.
콰직. 척.
서준은 능숙하게 만티코어의 사체들을 해체했다.
가죽을 갈라 매끄럽게 벗겨내고, 한 번의 칼질에 쑤욱, 뽑혀져 나오는 힘줄.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버벅이다 혼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서준이 이 일을 한지 어언 9년.
지금은 눈감고도 웬만한 몬스터의 사체들을 작업할 수 있었다.
“이야··· 어떻게 힘줄을 그렇게 바로 찾아내냐. 뭐 투시라도 하는거야?”
“하하, 그냥 이쯤 있는 것 같아 질렀는데 바로 나오네요.”
물론 그걸 감안해도 서준의 작업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지만.
‘이것도 강의 효과인가.’
서준은 괜시리 더 신이 나 작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런 서준을 바라보던 만철.
“병원에서 대체 뭔 일이 있었는지···”
만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사체 더미로 걸어갔다.
들썩.
그런데 문득, 만티코어의 사체더미가 들썩였다.
들썩들썩.
‘응? 뭐지?’
만철은 사체로 다가갔다. 그리고 뭔가 싶어 확인하려던 바로 그때.
“키에엑!”
갑자기 사체 더미 사이에서 소름끼치는 괴성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그곳에서 절대 들려서는 안되는 그런 소리였다.
“뭐야?”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행동을 멈추고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
‘뭐지?’
그리고 그건 서준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향했을 바로 그때.
파악!
갑자기 사체 더미를 헤치고 튀어나온 무언가. 커다란 덩치와 흉포한 짐승의 모습을 한 사족보행의 몬스터.
“키에에에엑!!”
다름 아닌 만티코어였다.
“만티코어!”
“살아있는 만티코어가 왜 여기에 있는거야! 다 죽어있던 것 아니었어?”
“그런거 따질 시간 없어! 다들 도망쳐!”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어버린 현장. 혼비백산으로 도망치는 사람들.
서준도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건 각성자 뿐이다.
100여년 전, 초기 각성자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렇게 알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연구가 이루어졌고, 그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건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각성자들 뿐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이들을 헌터라 불렀고, 대격변 초기에는 영웅이라 칭송했다.
서준은 각성자다. 마나를 사용할 자격을 갖춘 사람.
하지만 마나를 사용하지는 못한다.
아무리 강의로 단련 되었다고는 하지만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서준은 고민도 하지 않고 도망쳤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돌려 만티코어를 바라봤다.
그런데.
“아저씨!”
“도망쳐라 서준아! 나는 걱정하지말고 빨리 도망쳐!”
“키에에에에엑!!”
그런 서준의 시야로 만철을 향해 포효하는 만티코어가 보였다.
사체 더미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만철.
우뚝.
서준의 뜀박질이 그대로 멈추었다.
“뭐하고 있어! 빨리 도망치라니까!”
그리고 그런 서준을 향해 만철이 소리친다. 하지만 서준은 듣지 않았다.
자신은 이대로 도망치면 살 수 있었다. 그동안 단련해온 것들이 있었으니 충분히 만티코어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철은 아니다.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일반인에 불과한 만철은 얼마 가지도 못해 만티코어에게 잡힐 것이다.
그리고 종잇장처럼 몸이 갈기갈기 찢겨지겠지.
헌터들은? 아까까지만 해도 박서윤이 있었잖아.
서준은 바로 고개를 털었다.
웃기는 소리다.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설령 박서윤이 있다 하더라도 이곳에 없으면 늦는다.
지금 해야한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 만철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대체 누가?
서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찰나의 고민. 그리고 행동은 빨랐다.
서준은 목이 부서질듯 휙휙,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무렇게 내던져져 있는 철봉을 발견하고는 뛰어가 붙잡았다.
그건 공사판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기다란 철봉이었다.
서준은 그 철봉을 말아쥐었다.
시간을 끌어야 한다. 마나를 사용할 수 없었기에 만티코어를 잡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만티코어는 4성급 몬스터다.
프로 헌터도 힘들어 하는 몬스터를 자신이 잡을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러나 그간 단련한 것이 있으니 시간 정도는 끌 수 있으리라.
그러니 프로 헌터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건 여기서 자신밖에 할 수가 없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
그럼에도 어떤 망설임이, 어떤 두려움이 서준을 붙잡고 늘어진다.
바로 그때.
환청처럼 석가모니의 말이 서준의 귓가에 파고 들었다.
[그대는 우주다. 세상을 관찰하며, 어디에서 왔고, 이 세상은 무엇이고, 이제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는 우주.]감정이 내려앉는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심장은 당장이라도 폭발할듯 방망이질치지만 머리는, 이성은 그 어떠한 것보다도 차갑게 식는다.
타닥, 서준은 한치의 주저함도, 망설임도 없이 땅을 박찼다.
주변 풍경이 휙휙 지나가며 만티코어와의 간격이 빠르게 좁혀진다.
그리고 그것을 놈도 알아차린 것일까.
만철을 쫓던 놈이 돌연 서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키에에에엑!!”
이어지는 찢어질듯한 포효.
엄청난 살기가 서준을 덮쳐오며 정신이 아려온다. 그러나 서준은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파바박.
만티코어 또한 네 다리로 바닥을 긁듯이 서준에게 달려들었다.
둘 사이의 거리는 더욱 빠르게 좁혀지며 가까워진다.
거대한 몸집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소름끼치는 압박감이 서준을 덮쳐온다.
후욱!
이어서 만티코어의 날카로운 앞발이 서준을 향해 휘둘러진다.
아찔한 감각.
그 사이로 케이론의 말이 감각처럼 파고든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움직이면 늦어! 눈으로 보는 순간 움직여라. 판단을 감각에 맡기란 말이다! 그것이 바로 육감이다!]서준은 그 모든 것들을 똑바로 직시했다.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만티코어의 앞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만, 서준이 행동을 인지했을 때는 한껏 뒤로 젖힌 몸과 그 눈앞으로 만티코어의 앞발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쌔액!
뒤늦게 매서운 파공음이 귓가를 가른다.
“키에에에에엑!!!”
공격이 빗나갔다는 것에 화가 난 놈이 더욱 매섭게 포효한다.
서준은 뿌득, 다리에 힘을 주어 뛰어 올랐고 놈은 그 순간을 놓쳐버렸다.
“키엑?”
서준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지자 놈이 당황한다.
보이는 허점.
공격해야하나? 하지만 대체 어떻게?
그 답을 알려주듯 항우의 목소리가 파고든다.
[역발산은 단순히 힘을 의미하지 않는다. 패기라는 기세! 믿어라! 너의 일격이 산을 가를 것임을 한치의 의심도 하지 마라.]서준은 움켜쥔 철봉을 더욱 단단히 말아쥐었다.
휘두른다. 찌른다. 벤다.
지금 이 순간, 서준은 그 어떠한 공격 방법도 떠올리지 않았다.
그저 가른다.
아니, 갈라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그게 바로 산을 뽑아내는 힘. 역발산(力拔山)이다.]그리고.
콰아앙!!
손아귀로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과 함께 엄청난 폭발음이 터져나왔다.
짙게 피어오르는 먼지 안개. 조금의 시간이 지나 안개가 흩어졌고.
“맙소사···”
“어, 어떻게···”
그곳엔 알 수 없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도망치던 사람들은 저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그 기막힌 현장을 바라봤다.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게 반으로 갈라진 만티코어.
아니, 저걸 갈라졌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 도망칠 필요가 없어진 현장에 사람들은 멍하니 그 중심에 서있는 존재를 바라볼 뿐이었다.
순간 서준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리며 무언가를 알려왔다.
서준은 그때서야 정신을 퍼뜩, 차렸다.
“어라?”
그리고 고개를 갸웃.
“이게 왜 뚫리지…?”
서준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어리둥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