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 출격 드림팀 (3)
드림팀의 던전 레이드, 그러니까 서준의 던전 레이드는 하루 종일에 걸쳐 행해졌다.
그리고 하나 둘 레이드하는 던전이 늘어날 때마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메뉴얼처럼 규격화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번째, 서준이 던전 레이드 우선권을 이용해 던전을 예약한다.
두 번째, 드림팀이 던전에 들어가 레이드를 한 뒤, 사체를 서준의 키비시스에 담는다.
세 번째.
꾸드드드드득!!
“하나!”
그 과정에서 서준의 정신 나간 행동을 지켜본다.
네 번째.
콰직. 퍽.
서준과 만철의 신기(神技)에 가까운 해체 작업을 구경한다.
다섯 번째, 서준이 다시 던전 레이드 우선권을 이용해 던전을 예약한다.
이 과정이 무한 반복이었다.
말 그대로 무한 반복이었다.
“좋아! 다음 던전으로 가자!”
어떻게 된 게 끝이 없었다!
“어, 어···”
“가, 가요. 가야죠. 그렇죠···”
“하하하···”
서준의 일행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런 서준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안 좋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일단 던전 레이드를 하면 할수록 실적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원래라면 이렇게 실적을 쌓는 것은 불가능했다.
보통 A급 헌터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
B급에서 A급으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평균 2년으로 상정한다.
승급에 필요한 실적, 그러니까 던전 레이드 자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돈이 되는 던전은 그 경쟁이 치열하다.
더불어 한국의 5대 길드의 독점까지 생각하면 2년도 빠른 시간이었다.
하지만 서준 덕분에 그 실적이 단번에 쌓이고 있었다.
상위 등급의 헌터 자격증은 그에 따른 혜택이 무궁무진했으니, 실적을 쌓는 것이 하등 나쁠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서준이 그 대가로 분배금을 홀로 독차지 하는 것도 아니었다.
공평하게 1/N.
심지어 서준이 없었으면 상당히 힘들었을 법한 던전 레이드에서조차 서준은 더 많은 배분을 요구하지 않았다.
가끔 다른 이들이 활약을 못해도 탓하지 않았다.
되려 서준이 나서서 그 빈자리를 메꿔주었다.
그리고 공평하게 1/N.
그것은 다른 이들을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다른 팀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더욱 고군분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해서 팀원들은 자신의 한계에 한계치까지 부딪혀야만 했다.
그리고 팀원들은 아직 7~8성 몬스터 레이드는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
아무리 잠재력이 뛰어난 이들이라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이제 막 프로 헌터가 된, 혹은 프로 헌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들이었으니까.
그렇기에 7~8성 던전 레이드에서의 실전은 목숨을 걸어가며 겪어야만 하는 경험들이었다.
말 그대로 실제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경험.
“키에에에에엑!!”
아니나 다를까, 서윤이 몬스터들 사이에 고립되어버렸다.
주위를 쓱, 둘러보자 다들 자기 할 일에 바빠 그 광경을 놓친 것 같았다.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을 움켜쥐며 순식간에 그 사이를 파고 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휩쓸리는 몬스터 무리들.
“서윤씨. 파고드는 건 좋았는데, 그 뒤를 생각하셨어야죠.”
“아, 적당히 치고 빠져나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무리인가 봐요. 고마워요.”
“그래도 시도는 좋았어요.”
서준은 고개를 돌려 이하윤을 향해 말했다.
“이하윤. 서윤씨가 들어가는거 보면 네가 그 빈자리를 메꿨어야지. 나 몰라라 하면 어쩌자는거야?”
“하지만 내가 빠지면 몬스터가 새어나가잖아.”
“민율이랑 수연이는 가만히 있냐? 그리고 민율이가 후방 지원으로 빠져있긴 하지만 쟨 원래 근접이 주특기인 애야. 네가 잘난 건 알겠는데 팀원을 좀 믿어.”
“······알았어.”
이어 서준은 뒤쪽에 빠져있는 민율에게 소리쳤다.
“민율아, 너도 서윤씨가 고립되어 있는 거 같으면 곧장 지원해줬어야지!”
“미안 대장! 전투 하느라 시야가 좁아졌나봐.”
마지막으로 수연.
“야 수연아! 너도 다음 레이드부터는 후방에 빠져있지 말고 앞으로 나와. 워 메이지를 꿈꾼 다면서 언제까지 보호 받으면서 싸울거야?”
이렇게 그 부족하고 위험한 상황들을 서준이 적당히 커버해주니, 이들은 안전하게 경험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었다.
게다가 레이드가 거듭될수록 서로 간의 합을 맞춰가며, 그 실력이 실시간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실제로 팀원들은 알지 못했지만, 던전 레이드를 시작하기 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서준이 처음 던전 레이드를 계획할 때, 이러한 부분을 고려한 것도 있었다.
‘이대로만 가면 오늘 안에 프리패스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겠는데.’
물론 돈이 최우선 목표였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훈련과도 같은 던전 레이드는 계속해서 행해졌고.
그 결과.
“브에에에에···”
수연이 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수연의 모습에 이때다 싶었는지 팀원들이 한 마디씩 소리쳤다.
“서, 서준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그래 대장! 오늘은 그만하자!”
“이, 이러다 몬스터가 아니라 과로사로 죽겠어!”
저마다 간절한 눈빛으로 서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서준은 잠시 고민했다.
“음··· 아직 돈이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하지만 이어지는 서준의 중얼거림에 다들 안색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이놈아! 애를 죽일 생각이냐? 아니, 그 전에 나부터 죽겄다 염병할.”
그러자 만철 또한 이제 한계에 다다랐는지 서준에게 한 소리했다.
하지만 서준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만철에게 말했다.
“에이, 죽이다뇨.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아저씨, 드래곤도 만지고 또 리치 두개골로 축구도 하셔야죠. 제가 약속했잖아요.”
“······이런 씨펄.”
솔직히 그건 그냥 내뱉은 말이었다.
왜 다들 무언가 시작하기 전에 포부처럼 한 번씩 내뱉는 허황된 이야기들 있지 않은가.
저것도 그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아니, 제기랄. 애초에 저건 가능한 이야기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지금 서준의 기세를 보아하면 조만간 진짜로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에 리치 두개골로 축구를 한다니.
“염병···”
만철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서준은 그런 만철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팀원들에 이어 만철까지 저렇게 말할 정도니 오늘 무리를 하긴 한 것 같았다.
그리고 다들 힘들어 하니 오늘은 이쯤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그러자 드디어 살았다며 다들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아저씨. 지금까지 정산된 게 얼마죠?”
“기다려봐라.”
서준의 말에 만철은 품 속에서 정산서를 냉큼 꺼내들었다.
“세금 떼고 수수료 떼면···”
그리고 계산을 하는 듯 잠시 뜸을 들이더닌 곧 말을 내뱉었다.
“대충 90억··· 이런 씨펄.”
만철은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였다.
일 년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고 하루였다.
하루 만에 90억의 수익이라니.
“······인생 염병이다.”
단순 계산으로 드림팀의 인원인 5로 나누면 1인당 무려 18억에 달하는 수입이었다.
그것도 단 하루만에.
하지만.
“역시 아직 2억이 부족하잖아···”
서준이 프리패스 이용권을 구매하기에는 아직 모자란 금액이었다.
“대, 대체 어떤 돈벌레가 붙은거야 대장···”
“제, 제발 돈 이야기 하지마···! 나 이제 돈 소리만 들으면 우욱, 브에에에에에···”
수연은 계속해서 토를 거듭하고 있었다.
서준은 그런 수연의 모습에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수강생 시절에 비하면 모이는 속도가 그야말로 천지차이였다.
수강생 시절에는 거의 대회를 통해서만 돈을 모을 수가 있었다.
물론 하루에 버는 금액만 본다면 대회 상금이 더 많긴 했다.
하지만 대회는 매일 같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반면에 지금은 언제 어느 때든 던전을 레이드할 수 있었다.
이렇게만 계속 된다면 프리패스 가격인 20억은 물론.
앞으로 예정된 초월자 고급 강의의 인과 또한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또 그것뿐이랴.
『[만독불침! 한서불침! 금강불괴! 궁극의 신체 단련! (강사: 아틀라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빛의 속도로 달려보자! (강사: 티알피)]』
이처럼 꼭 커리큘럼에 포함되지 않은 강의라도 좋은 개별 강의들을 마음 껏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수강하는 강의들이 빡빡한 터라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가능했다.
게다가 초월자 상점의 영약과 장비들까지.
‘그러고보니 다음 초월자 상점 인과가 어떻게 되었었지?’
서준은 생각난 김에 곧장 초월자 상점을 확인했다.
60억 다음으로 측정된 인과는 무려 150억.
3배가 조금 안되는 증가 수치였다.
그리고 지금처럼만 모을 수 있다면 사실 모으지 못할 금액은 아니었다.
“······”
그런데 문제는 이 다음, 그러니까 증가폭이었다.
서준의 삼단전(三丹田) 그릇은 그 끝을 모를 정도로 넓고 또 깊었다.
그 초월자 강사들 마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 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따라서 그 그릇을 채우기 위해서는 영약을 거의 물처럼 들이켜야 했다.
그런데 지금 이대로라면 이 다음 인과는 최소 300억이 넘어가버린다.
그것도 ‘최소치’로 잡아서.
그리고 다시 600억. 또 하면 1,200억.
그리고 또 그 다음은··· 거기에 앞으로 들어야 할 수강료까지···
그 순간.
툭.
서준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쿠구구구궁···!
서준 주위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서준의 마력에서 기반한 것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하단전(下丹田) 깊숙한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울분.
다만, 그 울분을 기(氣)로 착각한 써클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전신으로 폭사시킨 결과물일 뿐이었다.
쿠구구구구궁···!!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서준 주변의 공기가 잘게 떨려오고 있었다.
“내 이놈의 학원을 그냥!!!!”
돌연 서준이 고개를 홱, 치켜들었다.
동시에 서준의 눈이 팀원들에게 향했다.
“가자··· 가자··· 돈 벌러 가자···!”
희번뜩한 두 눈.
어째 눈동자에 검은색이 보이지 않았다.
팀원들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서준의 눈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스르륵.
갑자기 은신술로 모습을 감추는 민율.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슈슉!
수연은 마치 단거리 텔레포트를 사용한 듯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타닥, 탁!
서윤과 이하윤은 할 수 있는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결국 비각성자인 만철만이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염병.”
만철의 중얼거림에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거 봐, 죽겠다고 난리치더니 다 짜내면 된다니까. 에이, 나 혼자서라도 간다! 아저씨! 출발하시죠!”
“씨펄···”
그렇게 도착한 던전.
우우웅··· 콰앙!
“다 나와! 다 튀어나오라고!!”
서준의 두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
한편.
흑룡 길드 최상층.
콰아앙!
“김서준···!!”
그곳엔 류진철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던전이 휩쓸렸다.
그것도 흑룡이 독점하고 있던 레이드 구역만.
마치 김서준은 일부러 노리기라도 하는 것인지 흑룡 길드가 독점하던 구역만을 골라 레이드 했다.
그렇기에 던전이 휩쓸리다시피 했음에도 일반 중소길드의 피해는 거의 전무하다시피했다.
정확히 말한다면 피해는 오롯이 한국의 5대 길드의 몫이었다.
만일 김서준이 무분별하게 던전을 레이드 했다면 이야기는 또 달랐을지 모르겠다.
무분별한 던전 레이드는 결국 다른 이들의 이득을 빼앗는 것과 다름 없었으니까.
그러면 결국 또 다른 독점 체제의 재생산이나 다름 없었다.
지배자가 흑룡에서 드림팀으로 바뀌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 여론을 힘입어 흑룡은 반격에 나설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서준은 그러지 않았다.
오직 타겟은 흑룡이라는 듯 다른 구역은 일체 건들지 않았다.
수 십년간 흑룡이 독점하고 있던 구역만을 쏘다니며 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었다.
막고 싶어도 던전 레이드 우선권 때문에 막을 명분도 없었다.
결국 던전 레이드 우선권 자체를 걸고 넘어져야 하는데 그것도 안된다.
그건 애초에 프로 헌터 시험에서 김서준에게 수작질을 하고자, 자신들이 먼저 내어준 결과물이었으니까.
“이래도···! 이래도 가만히 보고 있어야만 하나?”
“······”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칼리아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지금이야 하나의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문제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김서준의 행보를 보면 이러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날 터.
결국 피해는 계속 누적될 것이고 그 길의 끝에서 흑룡이 무너지는 건 예정된 사실이나 다름 없었다.
따라서 서준의 앞길을 막아설 수작을 부려야 하는데···
막상 그러자니 검성(劍星)의 경고가 눈에 밟혔다.
검성이 직접 찾아와 경고한 이상,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만일 검성의 경고를 무시하고 김서준에게 수작을 부린다면 검성과의 전쟁을 감안해야만 했다.
물론 진리회는 충분히 검성을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류진철을 위시한 한국의 5대 길드는 그렇지가 않았다.
검성의 타격도 만만치 않겠지만, 그 대가로 5대 길드는 한국에서 소멸을 각오해야했다.
사실 진리회 입장에서는 이깟 5대 길드 따위는 어떻게 되던 상관 없었다.
하지만 진리회는 표면적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한 국가의 특정 인물을 상대로 진리회의 이름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진리회는 어디까지나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구원 종교 단체였으니까.
그렇기에 칼리아가 한국에서 암암리에 활동하기 위해서는 류진철을 반드시 필요로 했다.
한 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곧··· 기회가 올 거예요.”
칼리아는 이런 말밖에 할 수가 없었고, 류진철의 표정은 와락 일그러졌다.
‘류진철!!’
귓가에 맴도는 서준의 목소리.
‘다음은 너다.’
꽈드득!!
“시건방진 놈이···!”
류진철의 두 주먹만이 부들부들 거릴 뿐이었다.
#
“미, 미쳤군···”
이태범은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신설된 드림팀의 실적 그래프가 가히 절벽처럼 치솟아올라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게 던전이 생성되자마자 채가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그 속도는 또 어찌나 빠른지, 던전의 생성 속도가 레이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흑룡의 정예 레이드팀들이 던전 레이드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흑룡의 자금줄이 마르기 시작했다.
실적만 따져도 웬만한 중소 길드의 한달치 성과를 하루 만에 갱신하고 있는 수준.
더욱 놀라운 것은 7~8성 수준의 던전임에도 이런 속도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허허···”
이태범은 그저 웃음밖에 새어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협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어디선가 협회 직원 한 명이 헐레벌떡 이태범에게 뛰어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상당히 다급한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직원이 숨을 잠시 고르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드, 드라우그 던전이 생성되었다고 합니다!”
“뭐라?”
이어진 협회 직원의 말에 이태범은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드라우그 던전.
그건 말 그대로 드라우그가 출몰하는 던전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라우그는 지난 레이드 배틀 때.
서준이 들어간 던전 마력핵이 과부하를 일으키면서 등장했던 몬스터이기도 했었다.
등급만 무려 10성 몬스터에 달하는 몬스터.
물론 10성 몬스터는 S급 헌터 수준에서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드라우그는 단순히 10성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요소가 있었다.
다름 아닌 정신계의 몬스터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정신 공격은 웬만한 S급 헌터는 물론이고 이태범 본인조차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드라우그를 처리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명.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5인의 영웅, 영성(靈星)뿐이었다.
이태범은 협회 직원에게 물었다.
“영성님께는 연락을 넣었나?”
“바로 넣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영성님이 언제 답을 주실지는···”
그리고 들려오는 협회 직원의 말에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령(神靈)을 다루는 영술사, 영성(靈星).
영성은 영술 수련을 위해 아무도 모를 곳에 칩거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영성과의 연락은 영성이 남기고 간 특별한 방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어떤 영적 교감이니 뭐니 하는 것이었는데···
솔직히 이태범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답변 또한 들쭉날쭉이었다.
어떨 땐 하루만에 오는가 한 편, 또 어떨 땐 두달 만에 답이 오곤 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한국에서 드라우그 던전을 처리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영성뿐.
“영성님이 빨리 연락을 받기를 바라는···”
잠깐.
이태범은 순간 멈칫했다.
일단 상황만 놓고 보면 영성의 답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정말 만에 하나 영성의 연락이 늦어 진다면.
그리하여 브레이크가 일어나 드라우그가 던전 밖으로 튀어나온다면.
상상도 못할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드라우그 던전은 반드시 처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드라우그의 정신 공격을 버틸 수 있어야 했다.
한국에서는 오직 영성만이 가능하다.
정확히는 대격변의 영웅들도 가능은 하나, 드라우그는 실체가 없는 몬스터.
그 처리까지 완벽히 하기에는 오직 영성만이 가능하다.
아니.
‘김서준 헌터님이라면···?’
정확히는 그러했었다.
물론 서준이 상대했던 드라우그는 마도학으로 구현된 드라우그였다.
던전 마력핵이 과부하를 일으켰다고는 하나, 온전한 드라우그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이태범은 어쩌면 서준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능한 것과 서준이 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아무리 프로 헌터가 목숨을 걸고 돈을 버는 직업이라지만 정도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왜일까.
어째… 서준은 돈만 주면 해결해 줄 것 같기도 했다.
찰나의 고민.
“그··· 김서준 헌터님은 아직도 레이드 중이신가?”
이태범은 협회 직원을 향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