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 시칠리아 소탕 작전(1)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작스러운 서준의 말에 사무엘레가 물어왔다.
밀거래는 또 무엇이고, 마피아 한 명의 몸값 시세가 얼마냐니.
무엇보다 저 거대한 구형 모양의 물체는 또 뭐란 말인가.
“총리님. 사실···”
그 순간, 엘레나가 한 발 나서며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알바노가 호텔을 습격했던 일부터 시작해.
카탄차로에서 서준이 활약했던 것까지 모두.
“세, 세상에!!”
“그, 그런 일이!”
그 모든 이야기를 들은 세 사람은 다시 한 번 눈을 부릅, 뜰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라고 카탄차로의 상황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마력 폭탄이 설치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그 문제는 차후로 미뤄둔 것 뿐이었다.
섣불리 건드렸다간 9만명의 시민들이 크게 다칠 수 있었을 뿐더러, 지금 당장 어찌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들이 제시한 일주일.
그 안에 시칠리아를 정리하고 재협상을 하려던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9만명의 시민이 일순간에 몰살당할 뻔 했다니.
“아아···”
사무엘레는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자신의 판단 하나로 9만명의 시민들이 학살당할 뻔 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한다는 총리가 무고한 시민 9만명을 방관한 것이다.
사무엘레는 자신에 대한 지독한 혐오감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을 막아준 서준에 대한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저 동양인 헌터가 아니었다면, 지금 마주하고 있는 사실은 9만명의 생존이 아니라 학살 소식일 터였다.
그리고 그 소식은 빠르게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져나갔을 것이고.
아마 그랬다면 이탈리아는···
“정말··· 정말···”
사무엘레는 이 감사의 마음을.
이 은혜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김서준 헌터님.”
사무엘레는 주저앉은 자세로 그저 고개를 푹, 숙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아, 아뇨. 그럴 것 까지는···”
그런 사무엘레의 모습에 서준은 당황한 기색으로 손사래를 쳐보였다.
하지만 사무엘레는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준은 멋쩍게 한 번 웃어보이고는 화제를 돌렸다.
“뭐, 아무튼. 마피아 놈들 15만 명의 몸값으로 얼마를 받아내야 적절할까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말을 잇지 못하는 사무엘레 대신, 협회장 마르첼로가 한 발 나서며 서준에게 물었다.
“어··· 그게 그러니까요.”
서준은 자신이 생각했던 계획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일명 마력 폭탄을 이용한 시칠리아 소탕 작전.
시칠리아로 들어가는 비밀통로와 더불어 마력 폭탄의 재활용.
그리고 체사레가 속속들이 말해준 프란체스코의 계획을 듣고나서 떠올린 계획이었다.
그렇게 모든 설명이 끝나고.
“그럼··· 그럼 네가 너무 위험해진다.”
가만히 듣고있던 안토니오가 한 발 나서며 말했다.
물론 안토니오가 듣기에도 서준의 계획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아니, 저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다.
“자칫 일이 틀어졌다간 네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모든 것은 서준의 희생이 전제 조건이 되어야 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마력 폭탄을 터트리고 서준이 어떻게 빠져나올 것이란 말인가.
따라서 저 계획은 즉, 같이 자폭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었다.
지금도 서준은 희생이라고 할 만큼 이탈리아에 많은 것을 해주었다.
자신들을 도와주려고 타국에서 온 헌터에게 이런 일까지 맡기기에는···!
“아뇨. 저는 걱정하지마세요. 방법이 다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이 사태를 빨리 해결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서준은 그런 안토니오의 걱정을 단호하게 일축했다.
그렇기에 안토니오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왜···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막말로 서준은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온 헌터.
솔직히 말하면 이탈리아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까지 목숨을 걸며 나설 이유는 없었다.
목숨을 걸기는 커녕 나몰라라 해도 어느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곳에 오지 않아도 그 어느 누구도 탓할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목숨까지 걸어가며 이탈리아를 도와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안토니오는 서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서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데 있어 무슨 이유가 필요합니까. 그냥 하는 거죠.”
“······!!!”
안토니오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신이 빠진 듯한 멍한 표정.
그 사이로 오래 전, 안드레아의 말이 파고드는 건 왜일까.
대격변의 영웅이자 마피아의 대부였던 안드레아.
안드레아는 언제고, 항상 안토니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명심하거라 안토니오. 사람들은 너의 힘을 보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너의 신념을 보고 따르는 것이다.’
사실 안토니오 또한 마피아들을 갱생시키겠다는 안드레아를 믿지 않았었다.
그건 정말 말도 안되는 불가능이었으니까.
대격변의 영웅이라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한 번 안드레아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냐고.
안드레아는 이렇게 답했다.
‘네게 해줄 말이 있다. 네가 믿을지 안 믿을지는 모르겠다만. 성공한 사람은 모두 뛰어내렸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얼굴.
그렇기에 다시는 볼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그럼 그렇게 알고 가보겠습니다. 다들 준비해주세요..”
그런데 어째서 저 동양인 헌터에게서 안드레아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일까.
꽈득!
안토니오의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이 은혜를 꼭 갚을 수 있도록 부디··· 부디 살아 돌아오길 바란다.”
그리고는 푹,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와 동시에 마르첼로의 고개 또한 숙여졌다.
이탈리아의 총리, 사무엘레.
프로 헌터 협회장, 마르첼로.
안드레아의 후계자, 안토니오.
현 이탈리아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세 사람.
그 세 사람이 모두 서준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서준.
“어··· 저 죽으러 가는 거 아닌데.”
서준은 세 사람이 뭔가 상당히 오해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오해를 풀자니 왠지··· 그래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에이, 모르겠다.’
서준은 멋쩍게 한번 웃어보이고는 마력 폭탄을 다시 키비시스에 넣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리를 떠나갔다.
그렇게 떠나가는 서준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세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오직 엘레나만이.
“······”
번개라도 맞은듯 부르르, 떨던 서준의 모습을 떠올릴 뿐이었다.
#
마피아들의 본거지, 시칠리아.
“이렇게까지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나 프란체스코? 너무 섣부른 결정이 아닌가 싶은데.”
아녜제는 시칠리아의 풍경을 바라보며 우려섞인 말로 중얼거렸다.
시칠리아와 이탈리아 본토를 이어주는 메시나.
그리고 그 앞에 대기 중인 프란체스코와 아녜제 파벌의 10만 전력.
명령 한 마디면 시작될 사상 초유의 전쟁에 아녜제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전력만 따지면 우리가 열세하다. 심지어 5만의 정예 전력을 따로 빼놓은 지금으로서는 더더욱.”
게다가 객관적인 전력만을 놓고 비교했을 때, 이쪽의 승산은 없었다.
승산이 있었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아녜제가 진즉에 일으켰을 터.
뻔히 질 전쟁을 구태여 할 이유는 없었다.
그동안 아녜제가 이 답답한 시칠리아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다.
하지만 프란체스코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단호하게 답했다.
“조금 있으면 이탈리아 전역에 대 혼란이 휘몰아칠거다. 패닉에 빠진 의회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뻔하잖아? 우린 그 틈을 노리기만 하면 돼.”
“······”
“그리고 대체 언제까지 시칠리아에만 틀어박혀 있을 셈이냐. 언젠가는 일어났어야 할 전쟁이야. 그러면 가장 우리한테 유리한 상황일 때가 좋지 않겠어?”
이어진 프란체스코의 말에 아녜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전쟁은 언젠가는 일어났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원래라면 그 시기는 다름 아닌 안토니오의 전력이 약해졌을 때였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일어나는 뒤틀림의 던전들.
그 던전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안토니오는 반드시 전력을 차출해야만 했으니까.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기에 아녜제는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한국에서 등장한 웬 동양인 헌터들 때문에 그 모든 기다림이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김서준과 그를 필두로 한 4명의 드림팀 일원들.
그들 덕분에 안토니오는 이곳, 시칠리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겠지.’
아녜제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프란체스코를 바라봤다.
김서준에게 알바노를 보냈다는 프란체스코의 말.
아마 지금 쯤이면 김서준이 죽었다는 소식이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있을 터였다.
어쩌면 드림팀 전원이 사망했을 수도 있었다.
거기에 곧 있으면 카탄차로의 9만명 시민들까지 몰살당했다는 소식까지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져나갈 터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아녜제님.”
그 소식은 금방 들려왔다.
“안토니오의 전력 대부분이 메시나에서 철수했다고 합니다.”
프란체스코는 그것보라는 듯 씨익, 웃음을 지어보였다.
“내가 뭐라고 했어. 의회의 대처는 뻔할 거라고 했지?”
프란체스코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메시나 앞에 대기 중인 우리 쪽 10만의 전력을 전진시켜라. 가뜩이나 혼란에 빠져있을 텐데 10만과 전쟁을 벌이면 더욱 패닉에 빠져버릴 터.”
프란체스코는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말을 내뱉었다.
“그렇게 힘이 다 빠져버린 안토니오의 전력을 우리가 5만의 정예병들을 이끌고 쓸어버리면···”
그리고 이어진 한 마디.
“이탈리아는 우리 손아귀에 들어오게 되는거지.”
프란체스코의 표정은 광기로 물들어 있었다.
아녜제는 그런 프란체스코를 바라보다 말했다.
“앞선 10만은 결국 총알받이 라는 건가?”
“있으나 마나한 전력들. 그렇게라도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이잖아?”
“······네 놈은 정말 제 정신이 아니군.”
프란체스코는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승리에 과정 따윈 두지 말자고. 설마··· 이제 와 도의 같은 걸 따지는 것은 아니겠지? 시칠리아의 암사자가?”
“설마.”
아녜제 또한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랬다면 애초에 네 비열한 계획에 동의하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그런 아녜제의 표정 또한 프란체스코와 같이 광기가 깃들어 있었다.
프란체스코는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이제 이탈리아는 대변혁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염병 떨고 있네.”
어디선가 비웃는 듯한 말투의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 들었다.
프란체스코와 아녜제는 약속이라도 한듯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리고 바라본 목소리의 주인공.
“김서준···?”
프란체스코는 그 정체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서준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듯 손바닥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아,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네가 프란체스코인지 첵스초코인지 하는 놈이지?”
“네가··· 네가 어떻게 살아있는 것이지?”
그런 서준의 모습에 프란체스코는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준은 알바노에 의해 죽어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서준은 그런 프란체스코의 물음에 답을 해주기라도 하듯 뒤에서 무언가를 하나 꺼내 던져보였다.
“혹시 이 놈을 찾는 거야?”
철푸덕.
맥없이 날아와 바닥에 쳐박히는 무언가.
“알바노···?”
그건 다름 아닌 알바노였다.
자신의 오른팔이자 김서준을 처리하기 위해 시칠리아를 떠나갔던 알바노.
분명 김서준의 목을 들고 왔어야할 알바노 였거늘.
“도, 도망치십시오··· 저, 저 놈은···!”
어째서인지 되려 알바노가 피떡이 되어 돌아왔다.
“이게 무슨···?”
프란체스코의 동공이 쉼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알바노가 김서준에게 당했다고?
“그보다 어떻게 여길···?”
아니,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김서준은 여기에 있을 수가 없었다.
시칠리아가 틀어막혔다는 것은 반대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시칠리아로 넘어오는 것을 이쪽에서도 막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따라서 누군가 넘어왔다면 프란체스코나 아녜제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시칠리아를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던데? 뭐야, 넌 모르고 있었냐?”
“······!!”
프란체스코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네가 그걸 어떻게···?”
“얘가 알려주던데?”
그러더니 서준은 또 다시 뒤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졌다.
철푸덕!
맥없이 날아와 바닥에 쳐박히는 무언가.
“······체사레?”
다름 아닌 체사레였다.
다만 알바노와는 달리 얼굴이 너무도 일그러져있어 그 정체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자신의 왼팔이자 카탄차로를 폭파시키기 위해 시칠리아를 떠나갔던 체사레.
9만명을 몰살시키고 1천 여명의 마피아들과 돌아와야 했거늘.
“사, 사, 사려주시쇼··!!”
어째서인지 체사레 또한 피떡이 되어 돌아와있었다.
아니, 이건 피떡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냐. 프란체스코.”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녜제가 프란체스코에게 물었다.
하지만 프란체스코는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이, 이게 무슨···?”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너네 돈 잘 번다면서?”
그리고 재차 들려오는 서준의 말.
프란체스코는 그때서야 서준의 말이 뚜렷히 들린다는 것을 인지할 수가 있었다.
“잠깐. 네 놈 설마 진리회의 신도냐? 하지만 어째서 진리회의 신도가?”
“어떻게 만나는 사람마다 저런 소리를 하는지 원. 뭐··· 그만큼 신기하긴 능력이긴 하다만.”
서준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 순간.
“그럴리가 없지. 네 녀석이 진리회의 신도일리가.”
프란체스코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프란체스코의 말에 서준은 순간 몸을 멈칫, 거렸다.
얼핏 들으면 별 다른 문제가 없는 말이었다.
“······ 방금 그건 무슨 의미냐.”
하지만 서준은 그 안에 담긴 미묘한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통역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진리회의 신도들 뿐이다.
그렇기에 프란체스코의 의문은 당연했다.
하지만 서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진리회의 신도가 아님을 확신한다?
“너··· 뭔가 있구나?”
서준은 프란체스코가 진리회와 관련된 무언가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돈만 뜯어내려 했는데, 이 놈 이거 안 되겠네.”
서준은 키비시스에서 마력 폭탄을 꺼냈다.
쿠우우웅.
거대한 구형의 폭탄이 작게 땅을 울리며 키비시스에서 꺼내져 나왔다.
“네가 어떻게 그걸!!!”
그리고 그 폭탄을 알아본 프란체스코의 눈이 찢어질듯 부릅, 떠졌다.
“역시 잘 알고 있구나? 그럼 이게 어느 정도 위력을 가진 지도 잘 알겠네?”
“말도 안된다!!”
프란체스코는 이를 까득, 깨물며 서준에게로 한 걸음 다가왔다.
서준은 마력 폭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어? 나 이거 터트린다?”
우뚝.
그러자 발걸음 뚝, 멈추는 프란체스코.
“너 이 새끼···!!”
프란체스코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프란체스코의 시선이 마력 폭탄에 향하더니 이내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멍청하긴.”
프란체스코는 터벅, 서준에게 걸음을 내딛으며 말했다.
“마력 충전도 하지 않은 폭탄을 무슨 수로─”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
서준에게서 소름끼치는 마력의 힘이 폭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폭탄으로 흡수되었다.
우우우우우웅···!!
정말 찰나의 시간이 지나 마력 폭탄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힘의 파동.
“······!!”
“······!!”
그 광경에 프란체스코와 아녜제의 눈이 부릅, 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마력 폭탄은 무려 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진 폭탄이었다.
당연히 그에 필요한 마력은 그야 말로 엄청나다는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걸 순식간에 가득 채워버렸다?
그것도 혼자서?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프란체스코와 아녜제의 두 눈은 좀처럼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 이거 터트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서준의 말.
“······”
“······”
프란체스코와 아녜제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잠깐의 정적.
그 사이로 아녜제가 말을 꺼냈다.
“그걸 터트렸다간 네 놈도 성치 못할 텐데?”
마력 폭탄은 무려 도시 하나를 작살낼 정도의 끔찍한 위력이었다.
이렇게 대놓고 터트리면 서준도 같이 죽는다고 봐야했다.
“설마. 내가 그 정도도 생각 안하고 왔을까봐.”
당연히 서준 또한 그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었다.
다름 아닌 티알피의 신속(神速).
첫 강의 마지막에 보여주었던 그 티알피의 신속이라면, 폭탄을 터트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터였다.
대신 온몸이 아작나버리겠지만···
뭐, 죽는 것보다는 백배 나았다.
무엇보다 조단위의 돈을 얻을 수 있다면 몸 한 번 아작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그런 당당한 서준의 모습에 아녜제는 차마 다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이어 프란체스코가 서준에게 물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지?”
“너네 돈 잘 번다며? 1년 매출이 78조 라던데?”
“하, 결국 목적이 돈인가?”
프란체스코는 실소를 흘렸다.
이탈리아의 영웅이니 뭐니 떠들어 대도 결국은 돈이 목적인 놈이었다.
“얼마를 원하지?”
“얼마까지 줄 수 있는데?”
“얼마를 원하든 불러라. 줄 수 있으니까.”
“오! 백지 수표!”
서준은 저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가만있어 보자··· 저 두 놈 몸값이 7,000만 유로라고 했거든? 대충 여기 인원이 정예병 5만명 정도 되지? 10만명은 따로 빠졌으니까.”
순간 프란체스코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자신의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서준.
서준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툭, 말을 내뱉었다.
“그럼 한 7,000억 유로?”
“이런 미친 새끼가!”
프란체스코는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7,000억 유로면 한화로 약 1,000조에 달하는 말도 안되는 금액이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한들 1,000조는 아니었다.
애시 당초 1,000조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뭐야. 달라는 대로 준다며.”
하지만 서준은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서준의 모습에 프란체스코는 협상이 무의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좋다. 주도록 하지.”
프란체스코는 그 말과 함께 터벅, 걸음을 내딛었다.
쉬쉭.
그리고 일순간 사라지는 프란체스코의 신형.
카─앙!
서준은 자신의 목을 노리고 달려드는 프란체스코를 가볍게 막아내었다.
“너무 무모한거 아니야? 내가 이거 터트리면 어쩌려고 그래?”
“터트려봐. 그렇게 대놓고 터트린다고 하면 우리가 무서워할 줄 알았나?”
프란체스코는 이를 까득, 깨물며 말을 이었다.
“네 놈이 무슨 개수작을 부리는지 모르겠지만, 네 놈도 분명 쉽게 터트리지는 못하겠지.”
프란체스코는 서준을 향해 재차 단검을 휘둘렀다.
“어디 받아갈 수 있다면 받아가 봐라!”
캉! 카─앙!
그리고 이어지는 공수의 교환.
사실 프란체스코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티알피가 마지막에 보였던 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서준도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방해를 받는다면 서준은 그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서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폭탄 테러 같은 걸 해봐서 그런가? 하여간, 이런 쪽으로는 눈치가 빨라요.”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쿠구구구구궁···!!!
서준의 전신으로 어마어마한 기운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방금 마력 폭탄을 충천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기세.
“이, 이게 무슨···?”
프란체스코는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렸다.
흉악한 살의.
모든 공간을 잠식하는 이 기운은 마주한 것만으로도 행동이 굳어버렸다.
프란체스코는 이를 까득, 깨물며 소리쳤다.
“뭐하고 있나 아녜제! 어차피 이 녀석도 쉽게 터트리지 못해!”
프란체스코의 말에 아녜제 또한 천천히 무기를 꺼내들었다.
계획이 틀어지다 못해 무너져버렸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었다.
그렇게 두 파벌의 수장이 서준에게 섬뜩한 기세를 흩뿌렸다.
“나도 쉽게 줄 거라고는 생각 안했어.”
그러면서 서준은 꺼내놓았던 마력 폭탄을 다시 키비시스에 넣었다.
“지금 뭐하는···?”
“뭐하는 거지?”
갑작스러운 서준의 행동에 프란체스코와 아녜제가 당황하는 것도 잠시.
“도, 도, 도망 치십시오!!”
“히, 히이익!!!”
돌연 알바노와 체사레가 기겁을 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찰나.
“시간 끌지 말고 빠르게 끝내자. 물어볼 것도 있으니까.”
서준에게서 세상 전체를 으스러뜨려버릴 것만 같은 거대한 힘의 파동이 터져나왔다.
“란(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