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 제천대성[齊天大聖] (1)
“이, 이 무슨···?”
서준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케이론의 감각에 걸리지 않는 존재.
심지어 두 눈으로 모습을 담고 있음에도 기감에는 그 어떠한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되려 정말 눈으로 보고 있는 건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혹시 차원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영체이기 때문에 느껴지지 않는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멘토의 기척은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암성(暗星)의 무아(無我)에 걸친 은신술조차 케이론의 감각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지금까지 서준이 마주한 그 어떤 누구도 케이론의 감각을 벗어난 존재는 없었다.
만일 제천대성이 나쁜 마음이라도 먹었다면, 서준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당했을 터.
제천대성(齊天大聖)을 바라보는 서준의 눈동자가 쉼없이 떨려왔다.
[나랑 맞짱 뜨고 싶다는 초시생이 너 맞냐니까?]멍한 정신으로 제천대성이 서준의 얼굴 앞으로 성큼, 다가와 물었다.
코 앞까지 마주했음에도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강의로만 보다가 처음으로 마주하는 진정한 초월자의 모습.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멘토를 바라봤다.
그리고 눈빛으로 소리쳤다.
제천대성이 직접 가르쳐 준다면서!
하나하나 문제점을 짚어가며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면서!
천월유성봉을 이외의 다른 기술들도 배울 수 있다면서!
이게 대체 어딜 봐서 가르쳐주는···!
서준은 그때서야 단과 강의의 제목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맞짱 뜰 사람? (강사: 제천대성)』
이게 진짜로 맞짱을 의미했다는 말인가!
부릅, 떠지는 서준의 눈동자였지만 멘토는 시선을 회피하며 딴청을 부렸다.
[왜 대답이 없어? 네가 맞냐니까?]그리고 다시금 들려오는 제천대성의 물음.
서준은 차마 그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제천대성과 맞짱이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제천대성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의 소유자였다.
서유기에서 이르길 제천대성이 손오공일 시절.
손오공은 천궁(天宮)에서 깽판을 치는 일이 잦았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 깽판이 점점 도를 넘기 시작.
이를 보다 못한 옥황상제가 화딱지가 나버렸고, 결국 손오공을 없애 버리고자 마음 먹는다.
이에 ‘탁탑천왕, 나타태자, 구요성관, 이십팔수, 사대천왕.’
천계에서 난다긴다 하는 최고의 장군들을 보낸다.
이것도 모자라 무려 10만에 달하는 천군(天軍)을 파병한다.
세상을 전복시켜도 모자랄 것이 없는 최정예 병력.
그런데 그걸 제천대성이 전부 때려잡는다!
진정한 초월자이자 그런 초월자들 중에서도 최상위를 다투는 제천대성(齊天大聖).
그런 존재와 맞짱뜨면.
반드시 죽는다!
“어··· 저기··· 그게···”
머뭇거리는 서준의 모습 뒤로 멘토가 소리쳤다.
“멘토!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입니까!”
서준은 황급히 멘토의 입을 틀어 막았다.
하지만 멘토의 말은 이미 내뱉어졌고, 그것은 다시 주워담을 수가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으으으래?]섬뜩.
느껴지는 오한.
[역시 그렇구나! 그럼 간만에 몸 좀 풀어볼까나?]제천대성은 키득키득 거리는 웃음과 함께 가볍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서준은 그것을 절대로 가볍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일단 여긴 공간이 너무 좁으니까. 장소부터 바꾸자.]그리고는 자신의 털 하나를 뽑아들더니 입김을 후, 불어넣었다.
둔갑술(遁甲術) – 환(幻).
자신통술(自神通術).
그와 동시에 일순간 천지가 뒤집히기 시작했다.
일시에 주변의 풍경이 뒤바뀌어 버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호텔 방에 있었건만.
지금 보이는 것은 허허벌판의 황량한 대지였다.
오직 서준과 제천대성 그리고 멘토만 보일 뿐.
“이건···”
[아, 신경쓰지마. 도술로 공간에 환술을 부린 것뿐이니까.]별 거 아니라는 듯 말하는 제천대성의 모습에 서준은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제천대성은 그 무력의 강함뿐만 아니라, 도술로도 그 이름이 저명했다.
다름 아닌 석가모니의 십대제자 중 ‘수보리조사’ 에게서 사사한 것.
제천대성은 무려 72가지의 상급 도술을 부릴 수 있었다.
[자, 그럼 간다!]‘이런 미친!’
서준은 저도 모르게 롱기누스의 창을 들어보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케이론의 감각과 생존 본능이 합쳐진 무의식의 발현.
이 정도로 정의내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떨리는 시야.
롱기누스의 창 너머로 제천대성의 여의봉이 쇄도해오고 있었다.
쩌───────엉!
“커허헉!”
일순간 전신이 끊어지는 듯한 통증이 휘몰아쳤다.
이건 롱기누스의 창으로 막은 것이 아니었다.
롱기누스의 창과 함께 얻어 맞은 것과 다름 없었다.
방어가 무의미하다.
아니, 방어라는 개념이 통하지 않았다.
잠깐, 그런데 제천대성은 분명 차원에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영체라고 하지 않았었나?
그런 서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멘토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이어진 한 마디.
초월자 모의고사에서 파프니르와 히드라의 공격은 주변의 사물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응시자인 서준만은 타격을 받았었다.
이것도 그와 비슷한 원리인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엔 그 대상이 무려 제천대성(齊天大聖)이라는 점이었다!
뻐────억!
“쿨럭!”
보이지가 않는다.
케이론의 감각으로도 느껴지지 않으니 뭘 어떻게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콰당탕!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는 몸.
[에엥? 뭐야.]그 위로 제천대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힘겹게 고개를 든 시야에는 제천대성이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왜 이렇게 약하냐.]“······”
서준은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따져도 지금의 서준은 약하다는 말을 들을 수준은 아니었다.
[시시해.]하지만 제천대성은 재미없다는 듯 연신 하품을 반복하고 있었다.
빠직.
서준의 머릿속으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하품을 보려고 시급 1조를 지불한 것인가.
그 1조를 모으려고 대체 어떤 짓을 했는데!
번쩍.
그와 동시에 서준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티알피의 신속과 장삼봉의 보법을 섞은 움직임.
심드렁한 제천대성의 표정에 살짝 흥미가 감돌기 시작했다.
서준은 그런 제천대성을 향해 거침없이 제천대성의 란(欄)을 흩뿌렸다.
그런데.
텁.
제천대성은 가볍게 손을 들어 막는 것으로 서준의 란(欄)을 흩어버렸다.
그리고 내뱉는 한 마디.
[어라? 너 내 강의 듣는 수강생이었어?]“이 무슨···?”
서준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무런 위화감 없이 맨손으로 롱기누스의 창을 붙잡고 있는 제천대성.
확실히 초월자는 초월자인건가.
서준은 이를 까득, 깨물며 롱기누스의 창을 회수했다.
그리고는 뒤로 크게 물러남과 동시에 삼단전(三丹田)의 마력을 터트렸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
단위를 아득히 초월한 거대한 힘의 파동이 서준의 전신으로 터져나온다.
동시에 서준의 중심으로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힘을 마주한 제천대성의 표정에는 흥미가 감돌기 시작했다.
[오! 이건 상당히 괜찮은···? 잠깐.]제천대성은 눈을 크게 떠보이며 소리쳤다.
[너 설마··· 그 인과가 측정되지 않았다던 수강생이냐?]제천대성은 어째서인지 서준의 존재를 알고 있는 듯 해보였다.
하지만 서준은 지금 당장 신경쓰지 않았다.
길게 뻗은 롱기누스의 창.
그 주변으로 소름끼치는 마력의 파동이 터져나온다.
아무리 제천대성이라도 이 힘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터.
서준은 제천대성을 향해 제천대성의 나(拿)를 흩뿌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터져나오며 제천대성의 전신을 덮쳤다.
먼지 안개가 자욱히 피어나며 시야를 가려왔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 보인 것은 여의봉에 막혀있는 롱기누스의 창이었다.
그리고 멀쩡히 서있는 제천대성의 모습.
[이야··· 이게 삼단전을 동시에 사용했을 때의 힘이구나.]제천대성의 얼굴에는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마력인데 효율이 진짜 엄청나잖아?]얼마 되지도 않는 마력···?
서준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서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천대성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더! 더 해봐!]이제는··· 자존심이 허용하지 못했다.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을 뒤로 길게 내빼었다.
그리고는 터져나오는 삼단전(三丹田)의 마력을 응축시켰다.
쿠───콰───콰콰───콰!
터져나오는 힘의 소리가 툭툭, 끊겨서 들려온다.
정의내려지지 않는, 인지의 범위를 아득히 초월한 근원적인 힘.
데모고르곤을 소멸시킨 힘이 다시 한 번 서준의 전신으로 터져나왔다.
파지지지지지직!!
초월의 힘은 공간 전체를 터트린다.
공간조차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흉측하게 일그러진다.
제천대성은 터져나오는 힘에 놀란 눈을 떠보였다.
[요건··· 조금 위험한데?]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제천대성은 요란한 웃음을 터트렸다.
서준은 그런 제천대성의 모습이 이를 까드득, 깨물었다.
극한에 극한까지 끌어올린 티알피의 신속(神速).
그곳에 제천대성의 찰(扎)을 더한다.
온몸이 부서져도 좋다.
저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일그러뜨릴 수만 있다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서준은 전신이 끊어지는 지는 듯한 통증을 억누르며 터져나오는 마력을 응축시켰다.
그리고는 일시에 그 마력을 터트렸다.
번──────────쩍!
새하얗게 물드는 세상.
그리고 그 찰나의 찰나의 순간이었다.
서준은 볼 수 있었다.
서준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제천대성의 모습을.
그런 제천대성의 행동은 두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서준이 끌어낸 극한의 신속(神速)을 제천대성은 인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힘을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것.
그렇기에 서준은 제천대성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제천대성이라고는 하나 지금 서준이 터트리는 힘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초월의 힘.
그런데 그것을 피하지도 않고 정면으로 상대하겠다니.
시간이 길게 늘어지는 듯한 시공간 속.
찰나의 순간이 쪼개지고 또 쪼개진다.
그 쪼개진 시간 속에서 서준이 극한의 신속(神速)으로 내지르는 찰(扎)은 한없이 길게 늘어진다.
제천대성은 차분히 여의봉을 움켜쥐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주변으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힘이 터져나왔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각!!!
폭사하는 진정한 초월의 힘 앞으로 천지가 진동한다.
솟구친 대지의 파편은 순식간에 아스라져 모래알로 화한다.
휘몰아치는 폭풍은 아스라진 수 억개의 모래알을 휘감아 소름끼치는 모래의 태풍을 만들어내었다.
그 중심에 제천대성이 서있었다.
제천대성은 그 중심에서 여의봉을 치켜들었다.
그 간단한 동작만으로 주변의 대기가 찢어지며 요란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이 모든 것들이 찰나에 이루어졌으나, 쪼개진 시간 속에서는 한없이 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진정한 초월의 힘이 터져나온다.
파───────앙!
일시에 터져나간 그 초월의 힘은 수 천, 수 만개의 덩어리가 되어 하늘을 가득 메웠다.
그것은 마치 공간 전체를 잠식하는 듯 해보였다.
움켜쥔 여의봉 주변으로.
제천대성이 위시하는 공간의 주변으로.
시퍼런 마력의 다발들이 부풀고 또 터져나온다.
동시에 하늘을 가득 드리운 수 만개의 마력 다발들이 서준을 향해 쇄도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찰나.
제천대성의 여의봉이 위에서 아래로, 공간을 가른다.
천월유성봉(天月流星棒).
제 1식(第 一式).
창천비류(蒼天飛流).
.
.
.
.
퍼뜩.
서준의 두 눈이 떠졌다.
그 사이로 기억의 파편들이 쏟아져내린다.
보이지가··· 않았다.
들리지도 않았다.
정의 내릴 수 없는 힘의 파동은 공간 전체를 뒤덮었으나, 서준이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기억이 끊어진 것처럼.
서준이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자신의 몸과.
그런 서준의 뒤로 펼쳐진, 말 그대로 끝없이 펼쳐진.
소멸해버린 공간의 절대적인 광경뿐이었다.
“······”
서준은 그 압도적이다 못해 절대적인 광경에 말이 새어나오지 않았다.
까마득하다.
그 경지의 수준이 현재로서 가늠할 수조차 없다.
서준은 언제고 대격변의 영웅에 도달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곤 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그 강함에 도달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서준은 이 초월적인 강함에 도달해있는 자신의 모습이···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런 서준의 귓가에 믿을 수 없는 내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구구, 간만에 힘을 써서 그런가. 제대로 힘이 안 나오네.]“뭐, 뭐라고요?”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그 좁아터진 곳에서 맞짱 뜰 수는 없잖아.]아니, 잠깐.
지금 제천대성은 대부분의 힘이 봉인된 상태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그런 서준의 반응에 제천대성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물어왔다.
[뭘 그렇게 놀라? 뭐야, 너 초월자의 개념이 뭔지 몰라?]제천대성은 고개를 돌려 멘토에게 말했다.
[초월자가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안 알려준 거야?] [쯧쯧. 겉핥기 식으로 알려줬구만.]제천대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서준에게 말했다.
[잘 들어. 초월자(超越者)라는 것은 말이야···]그리고 이어진 제천대성의 한 마디.
[말 그대로 초월(超越)한 자(者)야.]“······”
서준의 표정이 그대로 벙쪄버렸다.
그리고 그런 서준의 표정이 웃겨 죽겠다는 듯, 제천대성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하핫! 저 표정 좀 봐! 푸하하하하하하하!]심지어 바닥에 드러누워 이리저리 뒹굴기까지 하는 모습.
아··· 딱밤 마렵다.
서준은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고 말았다.
하지만 할 수가 없었다는 사실에 그 마음만 꾹, 눌러 삼킬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잠깐.’
서준의 머릿속으로 불길한 생각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나 방금 기절했다가 깨어난 거 아닌가?’
다름 아닌 기절했다 깨어난 자신의 상태였다.
그것이 서준이 초월의 힘을 사용한 반동이든.
아니면 제천대성의 힘을 받아낸 것이든.
어쨌든 기절했다가 깨어난 것임은 변함없었다.
그리고 데모고르곤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그 기간은 대략 3일.
그 말은 즉, 3일이 지났다는 뜻이 될 수 있었다.
그럼 그 시간동안 1조씩 계속 나갔다면···!!
일순간 서준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서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멘토가 소리쳤다.
“휴우···”
서준은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웃음을 터트리며 바닥을 뒹굴고 있는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한 번 싸웠으니 이제 그만 좀 웃으시고, 저 좀 가르쳐주시면 안됩니까?”
[에에엥? 맞짱이 아니라 가르쳐달라고?]“네.”
서준의 말에 제천대성은 바닥을 뒹굴던 몸을 폴짝, 뛰어올라 여의봉 위에 올라 앉았다.
그 신기에 가까운 몸놀림을 지켜보자니 제천대성이 코를 후비며 툭, 말을 내뱉었다.
[그건 재미 없는데···]“······ 단과 강의 개설하신 거 아니었어요?”
[그렇긴 한데. 그건 너무 지루한 걸?]“저 강사님한테 가르침 받으려고 인과 엄청 소모했습니다만.”
제천대성은 코를 후비던 손을 튕기며 답했다.
[그렇구나.]“······”
아···
진심으로 딱밤 한 대만 때리고 싶다.
1조는 이제 아무렴 상관없으니까 삼단전의 마력과 티알피의 신속 더한 ‘초월의 딱밤’ 한 대만 때리고 싶다.
서준은 언젠가 초월자가 된다면 가장 먼저 제천대성의 딱밤부터 때릴 것임을 가슴 깊숙히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할 수가 없는 일.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띠링.
돌연 서준의 스마트폰에서 알림 메시지가 떠올랐다.
서준은 뭔가 싶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
서준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려 13.5%나 증가한 강의 진행률.
‘이 무슨···?’
서준이 란나찰을 처음 배운 것은 다름 아닌 교류전 때였다.
그 동안 서준이 일일 과제와 함께 고생고생하면서 올렸던 진행률이 고작 14.3%였다.
그런데 제천대성과 맞짱 한 번 뜨고 나니 13.5%가 올라버렸다.
그것도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단순한 맞짱이 아닌건가?’
아무래도 제천대성의 움직임과 기술들을 직접 마주하면서 자연스레 체득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스파르타 단과 교육이라더니.
‘이러면···’
서준은 스마트폰을 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제천대성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뭔데? 재밌는 거야?]제천대성은 여의봉 위에 올라 서커스와 같은 묘기를 부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서준은 잠시 넋을 잃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강사님과 제가 맞짱을 뜨는 대신. 제가 강사님에게 한 방이라도 먹인다면 그때 순순히 저를 가르쳐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호오···]그러자 제천대성이 흥미가 돋는다는 듯 서커스와 같은 움직임을 뚝, 하고 멈춰섰다.
서준은 그런 제천대성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일종의 내기 같은 거죠. 어떻습니까?”
[그거 재밌겠는데···? 그럼 네가 한 방도 못 먹이면?]서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별 수 있나요. 강사님과 계속 맞짱을 뜨는거죠.”
물론 맞짱을 빙자한 강의 진행률을 올리는 것이었지만.
그런 서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른지.
[흐음···]제천대성은 여의봉 위에서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서준은 이어질 제천대성의 답을 기다렸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 제천대성이 입을 열었다.
[좋아!]예쓰!
서준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조금 더 조건을 걸자.]“네? 어떤 조건을···?”
제천대성이 키득키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털 끝 하나만 건드려봐.] [그럼 네 인과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네가 가르쳐 달라는 모든 것을 가르쳐줄게.]그런 제천대성의 말을 서준은 한 번 되뇌이고는 말했다.
“그 말씀은··· 천월유성봉뿐만 아니라 그 도술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럼. 네가 배울 수만 있다면.]멘토 또한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서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말··· 진심이시죠?”
[물론이지. 내가 장난은 쳐도 거짓말은 안 해. 정말이야.]그러면서 제천대성은 여의봉 위에서 빙글, 돌아보였다.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을 단단히 말아쥐며 말했다.
“반드시 강사님께 한 방 먹이겠습니다.”
[아니 아니.]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제천대성의 모습이 일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서준은 황급히 기감을 확장했으나 그 어디에서도 제천대성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한 방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내 털 끝 하나라니까.]그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제천대성의 목소리.
뻐───억!
둔탁한 폭음과 함께 서준의 정신이 다시 한 번 끊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