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 제천대성[齊天大聖] (2)
솔직히 말하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뻐──────억!
“쿨럭!”
소리없이 쇄도해오는 여의봉에 서준은 왈칵, 피를 토했다.
물론 이곳은 제천대성이 환계의 도술로 창조된 정신의 공간.
피를 토했다고는 하나, 실제 몸 상태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애초에 그랬다면 서준은 진즉에 죽었을 터였다.
대부분의 타격은 정신적인 문제로 들어갔으나, 석가모니의 부동심 때문인지 별 문제는 없었다.
아니, 되려 그것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
“이런 젠장···!”
어떻게 된 게 기절하고 싶어도 기절할 수가 없었다!
설령 기절하더라도 정말 잠깐, 아주 잠깐뿐이었다.
[하하하하핫! 이거 패는 맛이 있잖아!]뻐──────억!
서준은 마치 샌드백이 된 것 마냥 정말 죽을듯이 맞아야했다.
당연히 서준이라고 얻어 맞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 현재 서준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봤다.
“크학!”
콰당탕!
하지만 결과는 바닥에 꼴사납게 나뒹구는 것뿐이었다.
[그래 가지고 내 털 끝 하나 스칠 수 있겠어?]제천대성은 여의봉에 올라 서커스와 같은 묘기를 부리고 있었다.
그런 제천대성 밑으로 여의봉이 작아졌다 커지는 일을 반복하며 지랄발광을 하고 있었다.
‘젠장···!’
서준은 이를 까득, 깨물었다.
제천대성도 문제였지만 저 여의봉을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었다.
자유자재로 줄어들었다가 길어지고, 작아졌다가 다시 커지는.
여의봉의 능력은 그 자체로 변화무쌍, 환(幻)의 묘리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다고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는 일.
지금도 돈이 줄줄 새어나가고 있다!
서준은 티알피의 신속과 함께 장삼봉의 보법을 밟았다.
번쩍.
터져나오는 빛무리와 함께 서준의 신형이 일순간 사라졌다.
극한의 쾌(快)와 환(幻)의 묘리가 깃든 움직임.
만들어지는 수많은 잔영들과 함께 서준은 제천대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정작 제천대성은 기나긴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하아아아암. 너무 느리잖아.]그 말과 함께 제천대성은 가볍게 여의봉을 휘둘렀다.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건만 쑤우우욱, 하고 늘어나는 여의봉은 순식간에 서준의 코앞으로 쇄도해왔다.
서준은 황급히 롱기누스의 창을 들어 쇄도해오는 여의봉을 막았다.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이 터져나오며 그 여파가 서준을 집어삼켰다.
전신을 뒤흔드는 고통과 함께 서준은 다시 한 번 바닥을 나뒹굴어야만 했다.
[움직임 자체는 괜찮은데···]그 위로 다시금 들려오는 제천대성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
바로 그 순간.
쉬이이이이이익!
날카로운 파공음을 흩뿌리며 무언가가 제천대성을 향해 쏘아져갔다.
바로 궁니르였다.
방금 전, 폭발에 튕겨져 나가며 서준이 키비시스에서 던진 것이었다.
제천대성은 황급히 몸을 피했지만 궁니르의 능력은 다름 아닌 필중(必中).
궁니르는 목표를 추적하는 사냥개처럼 방향을 바꿔 제천대성에게 쏘아져나갔다.
[잉?]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리는 궁니르의 모습에 제천대성이 일순간 당황했다.
궁니르는 제천대성의 코앞까지 다가갔고, 서준은 주먹을 불끈 말아쥐었다.
‘닿았···!’
그렇게 궁니르가 제천대성에게 닿으려는 찰나.
펑!
갑자기 진한 연기가 터져나오더니 그 속에서 또 다른 제천대성이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궁니르를 향해 여의봉을 크게 휘둘렀다.
그렇게 여의봉에 얻어 맞은 궁니르는 마치 꾸엑! 하는 비명 소리를 내지르는 듯 하며, 바닥에 쳐박혀버렸다.
맥없이 바닥에 쳐박힌 궁니르는 목표를 추격할 생각도 않은 채, 왜인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 무슨···?”
[이야··· 내 분신을 2개나 사용하게 했잖아?]그리고 들려온 제천대성의 목소리.
그건 다름 아닌 서준의 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언제부터 뒤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준의 정신을 뒤흔든 건 따로 있었다.
‘방금 상대한 게 고작 분신이었다고···?’
[참고로 내 분신도 털 끝 하나야. 정말로 털 끝 하나로 만들었거든!]어질어질해지는 정신.
하지만 서준은 크게 당황하지 않고 곧장 마력을 이용해 궁니르를 회수했다.
하지만 제천대성은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정신술(定身術) – 마(痲).
우뚝.
몸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신경 전체가 딱딱한 돌로 굳어버린 것처럼 아무리 용을 써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찰나.
분신술(分身術) – 환(幻)
다중환영(多重喚影).
퍼버버버벙!
수 천의 제천대성의 분신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꺄하하하하하하! 가자 얘들아!]제천대성이 요란한 웃음을 터트리며 서준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를 따라 수 천의 제천대성이 서준에게로 덮쳐왔다.
퍼버버버버버버벅!
그와 동시에 쇄도해오는 수 천개의 여의봉.
“크하학!”
전신을 미친듯이 두들기는 여의봉의 타격에 서준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멍석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그냥 생으로 두들기니 정신이 잠깐잠깐, 끊어지기까지 했다.
띠링!
‘이런 미친···!’
오죽하면 금강불괴의 강의 진행률이 오르고 있었다!
제천대성은 잔뜩 신이 난 얼굴으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덩~기덕! 쿵, 더러러러럭!]진짜 제천대성이 선창을 하면.
[덩~기덕! 쿵, 더러러러럭!] [덩~기덕! 쿵, 더러러러럭!] [덩~기덕! 쿵, 더러러러럭!]제천대성의 분신들이 후창을 하며 따라했다.
퍼버버버버버버벅!
그 리듬에 맞춰 전신을 타격하는 여의봉.
심지어 란나찰을 섞어가며 서준의 전신을 강타했다.
“끄어어억!”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원숭이를···!
뻐──────억!
서준의 정신이 다시 한 번 끊어졌다.
#
서준은 결국 3시간의 사투 끝에 모든 기운을 다 소진해버렸다.
말 그대로 손가락 까딱할 수 없는 상태.
당연하게도 서준은 제천대성의 털 끝조차 스치질 못했다.
[에잉··· 이 상태에선 맞짱을 뜰 수가 없잖아.]그런 서준의 상태에 제천대성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뭐 어쩌랴.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는데.
석가모니의 부동심으로 단련된 정신은 기절만 안했을 뿐.
제천대성의 구타 앞에서 맥을 못 추었다.
결국 제천대성은 서준에게 어쩔 수 없는 휴식을 줄 수밖에 없었다.
[좀 이따가 다시 올게!]그렇게 잠시 떠나간 제천대성.
그와 동시에 천지가 뒤집히며 다시 호텔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축 늘어진 서준의 몸 위로 멘토가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어왔다.
“이런 젠장···”
서준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인과의 제약으로 대부분의 힘이 봉인되어있기는 무슨.
정말 말도 안되게 강했다.
무슨 방법을 써도 통하지 않았다.
투전승불(鬪戰勝佛)의 제천대성(齊天大聖).
그 별명이 왜 나왔는지 서준은 뼈 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하아··· 내 돈.”
어쨌거나 3시간의 사투 끝에 서준의 수중에서 날아가버린 돈은 무려 3조였다.
그리고 말이 3조였지 ‘조’ 단위가 붙은 이상 실로 말도 안되는 금액이었다.
막말로 단군 할아버지 3명이 매일 60만씩, 지금까지 저축해도 모으지 못하는 금액이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뜯길 돈까지 생각하면···
“하아··· 젠장. 왜 그런 말을 해가지고는.”
자연스럽게 한숨이 새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할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이대로 있다가는 남은 43조를 모조리 날려먹게 생겼다.
물론 마냥 생돈을 날려먹는 것은 아니었다.
제천대성과 싸울 때마다 폭발적으로 란나찰 강의 진행률이 상승하고 있었다.
사실 이것도 더 올릴 수 있었지만 49.9%에서 한동안 막혀있었던 터라 50.9%에서 그쳤다.
그리고 49.9%에서 오르지 않는 진행률에 이것도 석가모니의 강의와 같이 어떤 깨달음이 필요로 하나 싶기는··· 개뿔.
제천대성의 분신술과 함께 여의봉으로 란나찰을 두들겨 맞으니 금방 뚫을 수 있었다.
거기에 알게 모르게 상승하는 아틀라스의 금강불괴까지.
‘그냥 이렇게 맞으면서 수료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서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몇 번 두들겨 맞다보면 금방 수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과 교육 몇 시간 더 받다보면 란나찰의 진행률도 금방 오를 터.
그렇게 란나찰을 수료하고, 그 이후에 강의로 천월유성봉을 배우면 그만 아닌가.
“그런데 시급 1조를 써야하는 건 마찬가지잖아···”
대체 어떻게 모은 돈인데 란나찰 수료에 다 써린단 말인가!
결국 이러나 저러나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변함없었다.
어차피 해야하는 거라면 제천대성을 꺾어 직접 사사하는 것이 당연 옳았다.
무엇보다 지금 란나찰의 강의 진행률이 오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강의로 배우는 것보다 직접 가르침을 받는 것이 효율적인 면에서 따라올 수가 없다.
당연히 천월유성봉(天月流星棒) 또한 그러할 터.
심지어 도술까지 가르쳐줄 수 있다고 했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천대성의 털 끝을 스쳐야만 했다.
“문제는 그게 가능하냐 이거지···”
서준은 저도 모르게 한숨이 푸욱, 새어나왔다.
그런 서준의 귓가에 멘토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저걸 위로랍시고 하는 걸까.
아니면 더 화딱지가 나라고 깐족거리는 걸까.
“놀리시는 거 아니면 좀 조용히 하시죠?”
그러자 멘토는 차렷! 자세를 취해보이며 입을 꾹, 다물었다.
서준은 새어나오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의문.
“그런데 멘토님. 대체 초월자가 정확히 어떤 개념입니까?”
사실 서준은 초월자의 개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바가 없었다.
그저 멘토와 처음 만났을 당시.
정확히는 초월자 학원을 처음 접했을 당시.
멘토에게 들었던 이런 답이 전부였다.
‘종족 마다 초월의 개념은 다르나, 한계를 돌파한 자.’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넘겼었다.
그 이후로는 어렴풋이 엄청 강한 존재? 하고 추측할 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초월자를 만나 두들겨 맞아보니, 서준이 생각했던 것과는 정말 차원이 달랐다.
멘토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손뼉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개미요? 그 작고 새까만 곤충?”
멘토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거 정말 강하네요.”
멘토는 허리에 두 손을 척, 올리며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왜 저렇게까지 신이 나서 말하는 건지는 당최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멘토는 검지 손가락을 하나 펴보이며 입을 열었다.
“어···”
갑작스러운 멘토의 질문에 서준은 잠시 멍한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개미와 드래곤은 그 차이가 너무도 극심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개미가 강해봤자 그 한계라는 것이 있었다.
드래곤은 커녕 그 새끼인 해츨링조차 상대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해츨링도 필요 없었다.
인간 초등학생 쯤만 되어도 그냥 손가락으로 꾹, 눌러 죽이면 그만이었으니까.
그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격(格)의 차이라는 것이었다.
“그야··· 당연히 불가능하죠?”
멘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초월(超越)이란 바로 그 불가능한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의미했다.
정확히는 존재가 갖는 격(格)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아···”
서준은 그때서야 초월자가 얼마나 말이 안되는 경지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멘토의 예시대로 간단하게만 말해도, 개미가 드래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경지를 뜻하는 것이 아닌가.
서준이 그간 생각했던 것보다 초월의 개념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멘토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뭐가··· 예외라는 말씀이시죠?”
서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격의 차이가 있는 초월자라니?
방금 초월자들 간에 격의 차이는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물음에 답이라도 하듯 멘토가 재차 입을 열었다.
“아···”
서준은 그때서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인과가 허용한 마력의 최대치를 초과할 수 있는 힘.
그 동안은 그냥 그러려니 했으나, 제천대성 또한 서준의 삼단전 마력에 놀란 것을 보면 확실히 뭐가 있기는 있긴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까마득히 먼 일.
현재로선 그것이 언제인지조차 가늠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그 첫 걸음을 떼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제천대성을 꺾어야만 했다.
‘하아··· 초월자 모의고사처럼 제천대성에 관한 해설 강의 같은 건 없나.’
서준은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천대성이 마음 먹고 날뛰기 시작하면 어느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석가모니, 태상노군, 관세음보살.
극소수의 최강자가 아닌 이상 불가능했다.
실제로도 제천대성을 억제했던 건 석가모니가 유일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문득 기발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혹시 석가모니도 단과 강의가 있으려나?’
다름 아닌 석가모니의 단과 강의였다.
만일 석가모니도 단과 강의가 있다면, 석가모니 단과 교육도 같이 신청해서 제천대성과 같이 소환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럼 석가모니로 하여금 제천대성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서준은 곧장 멘토에게 물었다.
“멘토님. 혹시 석가모니 강사님도 단과 교육을 하시나요?”
멘토는 서준의 스마트폰을 들어 이리저리 조작했다.
“네? 왜요?”
“뭐, 한 10조씩 필요합니까?”
“그렇군요.”
서준은 티알피의 신속보다 빠르게 그 생각을 접어버렸다.
“젠장···”
결국 문제는 다시 돌아와 원점이었다.
신화 속에서도 제천대성을 곤란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템빨밖에 없었다.
템빨을 제외하면 전투력에서 밀린 경우는 전무했다.
그런데 사실 말이 템빨이었지 대부분 천지개벽때 부터 존재해오던 물건.
혹은 말도 안될 정도로 사기적인 보배들 정도나 가능했었다.
그런 사기적인 물건들은 초월자 상점에서 팔고 있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있다 한들, 그건 쓸데없는 인과를 늘리는 것밖에 지나지 않았다.
가뜩이나 영약 사는 것도 벅찬데 제천대성 털 끝 하나 스쳐보겠다고 그런 짓을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어디 인과가 안 늘어나는 물건 없나.”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요르문간드의 맹독밖에 없었다.
아틀라스의 일일 과제를 위해 매일 같이 서준이 복용해야하는 요르문간드의 맹독.
인과 누적이 적용되지 않았기에 아무리 사도 가격은 1억으로 고정이었다.
1억이 싸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현재 서준에게 있어 큰 부담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에휴.”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스마트폰을 품 속에 넣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잠깐.’
문득 뇌리에 하나의 생각이 팍, 하고 꽂혀왔다.
서준은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화면에는 아직 초월자 상점의 요르문간드의 맹독이 떠올라있었다.
서준은 그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 이 독을 꼭 내가 먹으라는 법은 없지 않나?”
생각해보니··· 그러했다.
물론 초월자 상점의 장비는 본인 사용 이외에 타인 양도나 2차 판매는 금지되어있었다.
하지만 원래 독이라는 것이 자기가 먹으려고 사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남한테 먹이거나 뿌릴려고 사는 것이지.
아틀라스의 일일 과제가 제정신이 아닌 것이었다.
그럼 제천대성에게 먹이거나 뿌리는 건 상관 없지 않은가.
“문제는 요르문간드의 맹독이 제천대성에게 통하냐는 건데···”
하지만 서준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요르문간드의 맹독은.
아니, 요르문간드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세계를 집어삼킨 신화적인 뱀이었다.
그 번개의 신, 토르마저 일곱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사망할 정도의 끔찍한 독의 소유자.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신살(神殺)의 독(毒)’ 이었다.
물론 고작 이런 거에 제천대성이 죽을 리는 없었다.
진짜 요르문간드의 독이라면 모를까, 이건 초월자 상점에서 파는 모조품이었으니까.
하지만 제천대성 또한 지금 대부분의 제약이 걸려있는 상태이지 않은가!
그럼 이 요르문간드의 맹독도 어느 정도 통하지 않을까?
유효타까지는 필요 없었다.
말 그대로 털 끝만 스치면 된다!
그러니 요르문간드의 맹독을 사서 제천대성에게 그대로 뿌려버리면···
“원숭이 사골국!”
서준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제천대성의 반응속도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뿌리는 것만으로는 힘들었다.
그러니 서준의 몸에 묻혔다가 제천대성이 다가오면 후두둑, 몸을 털어 독을 흩뿌려도 되었다.
서준도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해야 했지만···
만독불침의 진행률도 올릴 겸, 눈 딱 감고 저지르면 그만이었다!
아니면 궁니르와 롱기누스의 창에 묻혀서 사방팔방으로 휘둘러도 되었다!
그것도 아니면 바나나 몇 송이 사다가 요르문간드의 맹독을 탄 다음, 전투 시작 전에 은근슬쩍 옆에 놓아도 되었다!
제천대성이 종족의 한계를 초월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원숭이 종족.
원숭이 주제에 바나나를 보고 안 먹을리가 없지 않은가!
서준은 눈을 빛내며 요르문간드의 맹독을 구매했다.
스파아아아앗.
그와 동시에 환한 빛무리가 터져나오며 요르문간드의 맹독이 눈앞에 생성되었다.
자그마한 병에 담겨있는 초록빛깔의 액체.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풀풀 풍기고 있었다.
서준은 그 기운에 어떤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멘토가 궁금한 듯 물어왔지만 서준은 답을 하지 않았다.
타다다다닥!
그저 연이어 구매 버튼을 누를 뿐!
티알피의 신속을 더한 서준의 손가락 놀림이 스마트폰의 화면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후두두두둑.
그러자 어마어마한 양의 요르문간드 맹독이 허공에서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개당 1억씩 하는 가격이었지만 서준은 거침없었다.
“······ 뒤졌다 진짜.”
서준은 사악하게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