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
15화 – 아카데미 경합(1)
아카데미 경합?
서준은 하던 운동을 멈추었다.
“들어는 봤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자 떠오르는 하나의 기억.
하지만 서준은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자세한 건 알지 못합니다.”
서준의 답에 서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 경합은 말 그대로 헌터 아카데미들끼리의 경합이에요.”
그리고 이어진 서윤의 설명.
꽤나 긴 설명이었고 그 내용은 대략적으로 이러했다.
아카데미 경합은 수많은 헌터 아카데미들이 참가해서 경합하는 대회였다.
그 목적은 다름 아닌 아카데미들 간의 우열을 가리기 위함이었다.
한 마디로 헌터 아카데미의 수준을 평가하는 대회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카데미를 평가하는 대회들은 꽤나 다양했는데, 그 중 서윤이 말하는 아카데미 경합은 그런 대회들 중에서 4부 리그 정도로 취급되는 것이었다.
사실 말만 4부 리그였지 리그 외 대회라고 봐도 무방했다.
참가할 수 있는 제약이나 조건이 없는 대회.
그럼에도 이런 대회를 개최하고 참가하는 이유는 그런 경합에서 성적이 좋으면 3부 리그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3부는 다시 2부로 2부는 다시 1부로. 그렇게 하나하나 밟고 올라가며 아카데미의 입지가 올라가고 수강생들에게 알려진다.
무엇보다 정부 또한 아카데미 경합과 같은 대회들을 통해 아카데미의 수준을 평가한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들이 모이고 모여 정부로부터 공인을 받을 수 있었다.
공인을 받아야만 아카데미는 그때서야 수강생들에게 임시 자격증을 발급해줄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명성이고 나발이고 비싼 돈 내고 배우는 수강생들 입장에서 임시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냐 없냐는 천지차이.
이런 저런 이유로 헌터 아카데미들은 경합에 힘을 쏟는다.
“그렇군요.”
서윤의 설명이 끝나자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걸 제게 설명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저··· 그···”
서윤은 크게 망설이며 쉽사리 말을 내뱉지 않았다.
조금의 시간이 지났고, 서윤은 이내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소리쳐 말했다.
“서준씨가! 저희 드림 아카데미 이름으로 출전··· 해주실 수 있나 해서요···”
하지만 또 뭐가 걸리는건지 마지막에는 목소리가 거의 기어들어가다시피 했다.
“제가요?”
“네에···”
서준은 어딘가 불안한 서윤의 표정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카데미 경합이라···’
아카데미 경합은 말이 경합이지 사실상 전쟁이나 다름 없었다.
순위권에 있는 아카데미들은 순위권을 방어하고 더 높은 대회로 출전하기 위해 발악한다.
그 이외의 아카데미들은 순위권에 있는 아카데미를 끌어내려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따라서 출전하는 수강생들 또한 해당 아카데미에서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는 최고라 불리는 유망주들이 출전한다.
비록 4부 리그 취급받는 경합일지라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다른 수강생들과의 경쟁이라···’
서준은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겼고 어제 밤.
자기 전에 떠올렸던 고민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혹시 강의 진행률을 빠르게 올릴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강의를 듣는 것보다 몬스터 레이드를 통한 실전을 병행하는 것이 진행률을 올리는데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반복될수록 그 효율이 체감하는 것은 바로 어제 확인한 일.
그래서 레이드 말고 새로운 방법도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서준이었다.
그런 서준에게 있어서 이번 서윤의 제안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결국 경험치나 다름 없으니까.
서준은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무엇보다 아카데미 경합은 프로 헌터 시험에서 보는 것들과 궤를 달리하지 않는다.
애초에 아카데미 창설 목적이 프로 헌터 시험 합격에 있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어떻게 보나 서준이 손해볼 일은 없었다.
서준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좋습니다. 제가 출전하겠습니다.”
“정말요?!”
그러자 서윤이 얼굴에 화색을 띠며 소리쳤다.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걸까.
서준은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며 말했다.
“당연한 일 아닙니까? 애초에 저희 거래 내용이 그거였는데요.”
사실 서준의 생각도 생각이었지만 애초에 서윤과의 거래가 그러했다.
서윤은 서준이 성장할 수 있게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신 서준은 아카데미와 관련한 모든 대외적인 활동에 있어서 드림 아카데미의 이름을 걸고 출전한다.
이것이 서준과 서윤이 상호간에 동의한 거래였다.
“그, 그랬었죠.”
서윤은 그 사실을 깜빡한 사람처럼 볼을 긁적이며 답했다.
‘가끔 보면 검성의 손녀가 맞나 싶다니까.’
그런 서윤의 모습에 서준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쨌거나 준비를 할 필요가 있겠는데.’
경합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서준이 대충 알기로 경합은 던전 레이드 그리고 수강생들간의 토너먼트 방식의 결투로 그 점수를 종합해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서준은 몬스터와의 전투 경험은 어제, 코볼트가 전부였다.
거의 당연하다시피 사람, 그러니까 같은 수강생들과 싸워본 경험이 없었다.
‘이왕 나가는거 제대로 하고 싶은데…’
그때 서준의 눈에 들어온 한 사람.
“저기. 서윤씨?”
“네?”
“할 일 없으시면 대련 한 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뜬금없는 서준의 말에 서윤은 고개를 한 번 갸웃거렸다.
그리고 곧 검지 손가락으로 본인 가슴께를 가리키며 되물었다.
“저랑요?”
“그럼 여기 드림 아카데미에 서윤씨와 저 말고 누가 있습니까?”
서윤은 주위를 잠시 둘러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지만 갑자기 왜요?”
“왜긴요. 경합 준비하려고 그러죠.”
“하지만 수준 차이가 너무 나잖아요.”
그럼에도 어째 밍숭맹숭한 서윤의 반응.
서준은 씨익 웃으며 도발했다.
“설마, 겁먹으신 겁니까?”
서윤은 대련용 목검을 들어보였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야.’
순간 새어나오는 깊은 한숨.
솔직히 서윤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없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서윤은 B급 프로 헌터였다. 할아버지, 검성에 비하면 한없이, 정말 한없이 모자란 위치였지만 그건 검성이 비상식적으로 강한 것이었다.
일반적인 통념으로 비추어보면 B급 헌터는 절대 약한 헌터가 아니었다.
B급 헌터도 B급 헌터 나름이지만 서윤은 검성에게 사사한 B급 헌터.
“서윤씨가 얼마나 강한지 궁금했었는데…”
프로 헌터도 아닌 일개 수강생 따위가 평가할 위치는 절대 아니었다.
서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기 직전의 아이처럼 들떠있는 서준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 철봉은 대체 언제까지 쓸거에요?”
“하하, 쓰다보니 손에 익어서.”
서준은 여전히 공사판에서 볼법한 철봉을 쓰고 있었다.
서윤은 아카데미에서 아무거나 가져다 쓰라 했지만 서준은 어쩐 일인지 거부했다.
좋은 창이 있다면서 그걸 구매할 때까지는 그냥 쓰겠다길래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사실 서준이 창을 배우고 있다는 것도 그 말을 듣고서야 알았다.
“저 B급 프로 헌터인건 알고 계시죠?”
“그럼요. 그러니 살살해주세요.”
능글능글 웃는 서준의 표정에 서윤은 왜인지 약이 올랐다.
“선수를 양보할게요. 아무때나 들어오세요.”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타닥.
서준이 서윤을 향해 달려들었다.
‘역시···’
서윤은 그런 서준을 보며 나지막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설프다. 다가오는 움직임은 빠르지만 스탭 밟는 모양새가 상당히 어눌했다.
시선 처리는 뻔해서 어딜 공격할지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지난 코볼트 던전에서의 모습에 과대한 평가한 것이 없잖아 있는 모양.
확실히 수강생은 수강생이었다.
서윤은 검성에게 배운 마나 연공법을 되뇌이며 목검에 마나를 실었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도발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서윤은 이 공격 한 번으로 이 대련을 끝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캉!
“크윽! 이거 엄청··· 빡세네요···!”
서준은 철봉을 들어 서윤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어, 어떻게···?”
서윤은 크게 당황했다.
서윤은 방금 일격으로 서준이 나가떨어질 것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끄윽···!”
물론 서준이 버겁게 막고 있기는 했다.
그런데 그 버거워하는게 문제였다. 버거워하면 안된다.
원래라면 저 시덥지도 않은 철봉이 손에서 튕겨져 나갔어야 했다.
그리하여 서준의 목덜미에 검이 들이밀어졌어야 했다.
그리고 아직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어요. 그러니 더 노력하세요. 하며 세상 쿨한 척 자신과의 격차를 알려주었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는데···
“그럼··· 저도 진심으로 합니다!”
돌연 기이한 방향으로 철봉이 휘어지며 서윤을 향해 쇄도해왔다.
갑자기 일변하는 기세. 서윤은 황급히 검을 회수하며 서준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캉! 카앙!
“이 무슨···!”
방금 전과는 너무 다르잖아!
서윤과 서준의 공방이 치열하게 얽혔다.
캉! 카앙! 캉!
카캉! 카가각!
목검과 쇠붙이의 부딪힘이었지만 불똥이 튀기는 치열한 공방.
반면에 서준은 지금 무아지경에 빠져있었다.
[상대가 생각을 하는 존재라면 개념을 달리해야 한다. 네가 생각할 수 있으면 상대도 똑같이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이 본인보다 강한 상대라면 더더욱.]정확히는 초월자 강의들이 서준의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카캉!
[상대가 네 공격에 곧이 곧대로 당해줄거라는 병신같은 생각일랑 집어치워! 아무리 네놈들이 쓰레기라도 허초라는 말은 들어 봤겠지?]캉! 카각! 캉!
“제법 봐줄만 하지만 아직은···!”
[허초를 섞어라. 어떻게 섞냐고? 이런 쓰레기들아! 뻔한 공격을 해! 뻔한 공격엔 뻔한 방어가 뒤따른다. 상대에게 네가 원하는 자세와 방어를 강요하는 거다!]캉! 카각!
“이런 뻔한 공격이 저한테 통할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서서히 숨통을 조이듯 몰아! 상대가 네 진짜 공격을 막을 수 없는 자세가 될 때까지! 네 뻔한 공격이 막지 못하는 공격이 될 때까지! 그렇게 몰고 몰다가 때가 되었으면!]캉! 카캉!
[네 다음 일격에 모든 것을 걸어라!]“앗…!”
그 순간 보이는 허점.
‘지금!’
서준은 움켜쥔 철봉에 쥐어짜내듯 온 힘을 쏟아부었다.
뿌드득,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전신에서 울려왔고 서준은 이를 까득, 깨물며 서윤을 향해 철봉을 쏘아내듯 내질렀다.
쐐액!
‘위험!’
순간 서윤의 머릿속으로 경종이 울려왔다.
해서 서윤은 저도 모르게 전력으로 서준의 공격을 받아쳐내었다.
콰앙!
터져나오는 폭발음.
‘방금 건 대체···’
당황하는 서윤.
“쿨럭!”
왈칵,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서준.
서윤은 그때서야 퍼뜩, 정신을 차리며 서준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저도 모르게···”
“크윽··· 괜찮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닌지 서준은 몸을 툭툭, 털고 멀쩡히 일어났다.
서윤이 걱정스럽게 서준을 바라보고 있자니 서준이 툭, 말을 내뱉었다.
“그보다… 결국 져버렸네요. 하하.”
“결국?”
서윤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 말은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인가? B급 프로 헌터랑 일개 수강생의 대결이었는데?
“역시 아직은 안되네요.”
아직?
서윤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혼란스러웠다.
‘프로 헌터는 프로 헌터인건가.’
하지만 서준은 그런 서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윤과의 대련 내용을 곱씹었다.
확실히 몬스터와의 싸움과는 달랐다. 그리고 프로 헌터와 자신의 격차까지.
‘갈길이 멀었구나.’
그렇게 자리를 벗어나려던 그때였다.
문득 들려오는 스마트폰 알림음.
“음?”
서준이 스마트폰의 화면을 확인하자 전과 비교해서 케이론은 0.2%, 항우가 0.7% 올라있었다.
‘역시…’
서준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일방적인 대련이었음에도 오르는 강의 진행률이라면, 경합에서는 더 많이 오를 것이 분명했다.
‘이런 저런 경험을 쌓으라는 건가. 진짜 경험치도 아니고 원…’
서준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동시에 확실히 경합에 나가길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갑작스러운 서준의 행동에 출타했던 어이가 다시 돌아왔는지 서윤이 물어왔다.
“서윤씨. 경합 전까지 딱히 할 일 없으시죠?”
“어··· 그, 그렇죠?”
서윤은 살짝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합 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서준이 말을 이었다.
“그럼 던전 레이드 없을 때는 이렇게 대련 좀 해주시면 안됩니까?”
“대련이요?”
“네.”
서준의 부탁에 서윤은 잠시 생각했지만 금방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서윤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좋았고, 무엇보다 서준에게 도움을 주기로 약속하지 않았는가.
“네네. 원하시는거 다 해드릴게요. 우승하시면 상금도 다 드릴게요.”
“어라? 상금도 있었습니까?”
서윤이 그것도 몰랐냐는 듯 반색하며 말했다.
“그럼요. 어쨌거나 경합도 대회니까요.”
“얼마인데요?”
“아마···”
이어진 서윤의 말.
“1억이라고 들었었는데.”
“뭐라고요?!”
그 순간 서준의 눈빛이 일변했다.
1억이면 초월자 학원에서 판매하는 롱기누스의 창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준은 성큼, 걸음을 옮겨 서윤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카데미 경합이 언제라고 하셨죠!!”
‘가, 갑자기 왜, 왜 이러는거야···’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얼굴을 들이미는 서준의 모습에 서윤이 당황하며 말했다.
“이, 이주일 정도… 남았어요.”
“이주일!”
서준의 눈은 마치 불에 타듯 이글거리고 있었다.
이어 서준이 불타는 눈으로 서윤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 혹시 모래 주머니 같은 거 있습니까? 아니지, 서윤씨. 몸무게가 어느 정도 나가십니까?”
“예? 갑자기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60kg? 70kg?”
“60kg도 안 나가거든요!”
“그럼 됐습니다. 별로 효율도 안나오겠네요.”
“효율이요? 아니, 그게 무슨···”
서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등을 돌렸다.
그리고 한발을 내딛더니.
“하나!”
스쿼트!
‘이젠 나도 모르겠다···’
서윤은 드디어 서준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