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 미국으로(1)
성대한 작위식을 무사히 마친 직후.
서준과 검성 그리고 팀원들은 곧장 미국으로 향했다.
딱히 영국에 더 머물 이유도 없었고,
한국에 들를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다행히 영국 왕실의 전용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
비행기 값이 없다는 서준의 말에 아리아가 급하게 준비해준 전용기였다.
원래 서준은 전용기를 타고 갈 생각이 없었다.
비행기 값이야 검성이 내준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전용기를 타게 된 이유는 별 다른데 있지 않았다.
‘대장이라면 비행기 값 벌자고 대공의 작위를 팔아버릴 수도 있어요.’
‘우리 조선이라는 나라에는 궁극의 마법이 있었거든요. 매관 Magic이라고 들어보셨는지 혹시 모르겠네요.’
다름 아닌 민율과 수연이 아리아에게 이상한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저들 딴에는 안 들리게 숙덕거린 모양이지만,
케이론의 감각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서준은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돈이 궁해도 작위를 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간 서준의 모습을 지켜봐왔기 때문일까.
‘아, 안돼요!!’
아리아가 기겁을 하며 서준을 뜯어 말렸다.
서준은 그런 아리아를 진정시키느라 꽤나 애를 먹어야 했다.
뭐···.
솔직히 말하면 대공의 작위는 얼마쯤 하려나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미국으로 떠나는 공항.
마지막 배웅은 아리아와 로버트만 참석하는 형태로 간소하게 행해졌다.
“그··· 김서준 헌터님.”
아리아는 떠나는 서준을 마지막으로 불렀다.
상당히 아쉬운 것인지 아리아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서준은 그런 아리아를 말없이 기다렸다.
이윽고 아리아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대, 대공의 작위에는 다, 다른 의미도 깃들어있어요. 혹시 생각이 있으시면···.”
“네? 다른 의미요?”
작별인사를 할 줄 알았던 상황에서 나온 뜬금없는 말에 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라본 아리아의 얼굴은 어째서인지 새빨갛게 물들어있었다.
서준은 설명을 요구하듯 아리아를 빤히 바라봤다.
아리아는 서준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더 숙였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결국 아리아는 빨개진 얼굴로 연신 손사래를 칠 뿐이었다.
“······?”
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
서준은 차분히 전용기 안을 훑어보았다.
검성(劍星)은 아무런 말이 없었고,
서윤은 피곤한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그리고 수연은 안경을 쓴 얼굴로 노트에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었다.
이하윤은 아기자기한 령(靈)들과 함께 혼자 잘 놀고 있었다.
그리고 민율.
“따분해애···.”
민율은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런지 굉장히 지루해하는 얼굴이었다.
그런 민율의 말에 수연이 말했다.
“오빠, 체면을 지켜. 우리는 이제 귀족이라고 귀족!”
“하지만 따분한 걸. 귀족이라고 따분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
수연의 질책에도 민율은 개의치 않았다.
되려 잘 걸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수연에게 다가갔다.
“넌 아까부터 뭐하는 거야?”
“마법 수식 정리하고 있어. 요즘 서준 오빠가 파는 외단 덕분에 마력량이 확 늘어났잖아. 덩달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폭도 늘어났거든.”
“으··· 여기서도 공부라니. 마법사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하지만 금방 질린다는 표정을 짓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다 퍼뜩.
“아!”
민율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다시 수연에게 물었다.
“수연아, 공간이동 마법 같은 건 못 써?”
“공간이동 마법?”
민율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공간이동 마법을 쓰면 이 지루한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잖아.”
“오빠는 마법을 무슨 편의성 도구로 생각하는거야?”
“뭐··· 어느 정도는?”
고민도 없이 튀어나오는 민율의 답에 수연은 잠시 표정이 멍했다.
그리고는 단호하게 답했다.
“공간 이동 마법은 안돼.”
민율은 한껏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매번 비행기 타는 것도 일인데··· 마성님한테 부탁해서 공간이동 마법부터 배우면 안돼?”
그러자 수연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 문제가 아니야. 마법 자체가 안된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공간이동··· 그러니까, 텔레포트는 스승님도 못하셔. 그건 애초에 인간이 할 수 있는 마법이 아니라고.”
“엥? 너 저번에 블링크는 잘만 쓰더만.”
단거리 도약 마법인 블링크(Blink).
지난 날, 수연은 블링크 마법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다름 아닌 드림팀 창설 기념.
서준이 팀원들과 함께 던전 레이드를 했을 때였다.
문제는 끝도 없이 레이드가 이어지는 탓에, 수연은 서준으로부터 도망치고자 블링크 마법을 남발했었다.
수연 또한 그때를 기억하는지 몸을 흠칫, 떨고는 말을 이었다.
“그야 블링크는 눈에 보이는 거리잖아. 그 정도의 거리는 도약할 수 있지. 공간 변수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면서 즉각 수정할 수 있으니까.”
간단하게 말하는 수연이었지만, 블링크는 간단한 마법은 아니었다.
애초에 공간 좌표와 그 변수를 계산하는 것은 상당한 수준을 필요로 했으니까.
게다가 수연이 말하는 변수를 보고, 느낀다 한들.
그 찰나의 순간에 수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장거리 텔레포트는 불가능해. 말 그대로 불가능이야. 공간 좌표라는 것은 주변의 환경, 변수에 의해 매번 바뀌어서 특정 지을 수가 없거든.”
“어···.”
“물론 좌표 자체는 파악할 수 있지.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변수를 특정 지을 수 없어. 만일 변수를 특정짓지 않고 공간을 열고 도약하면···.”
“도약하면?”
수연은 섬뜩한 눈빛으로 소리쳤다.
“신체가 그대로 으스러져버릴걸?”
“그래?”
“당연하지! 그러니 행여 누가 공간이동을 할 수 있다고 헛소리를 지껄이면 무조건 무시해. 그건 절대 불가능한 마법이니까.”
“그렇구나···.”
민율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수연이 버럭, 소리치듯 말했다.
“진짜라니까? 내가 사용 못해서 변명하는 게 아니야!”
“아니, 누가 뭐라 했다고···.”
이윽고 투닥거리기 시작하는 민율과 수연이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서준.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서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곧 신경을 끄고는 품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제천대성 강사님이 강의를 업데이트 했으려나.’
다름 아닌 천월유성창(天月流星槍)과 신창합일(身槍合一)의 강의가 업데이트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미국까지 가는 시간도 널널하겠다.
틈틈이 들어두면 좋을 것 같았다.
서준은 바로 초월자 학원에 접속했다.
그리고 강의 목록을 살피던 찰나.
“서준 오빠! 오빠는 내 말 믿지?”
갑자기 살짝 삐친 듯한 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준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했다.
“뭐가?”
“공간 이동 마법 말이야!”
아직도 투닥거리고 있었다고?
서준은 민율과 수연을 바라봤다.
“이건 스승님도 안된다니까!”
“그래도 마성님이라면···.”
아니나 다를까, 둘이 같은 주제로 투닥거리고 있었다.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수연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공간 이동 마법은 불가능한 것 같았다.
무엇보다 통찰력[S]이 정리해주는 개념 또한 수연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음···.”
하지만 서준은 쉽사리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수연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말했다.
“왜 서준 오빠도 못 믿는다는 표정인건데!”
서준은 대답 대신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때마침 스마트폰 화면에 떠오른 강의 하나.
서준은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가을 타세요? 아뇨, 공간 탑니다. (강사: 이시스)』
《해당 강의를 수료하면 ‘텔레포테이션(Teleportaion)[S]’을 습득합니다.》
.
.
그럼 이 강의는 대체 뭔가 싶어서.
서준은 튀어나오려는 말을 꾹, 눌러참았다.
제천대성 강의가 업데이트 되었나 초월자 학원을 살펴보던 도중, 문득 화면에 떠오른 강의였다.
서준은 다시 시선을 돌려 수연에게 말했다.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거봐! 대장도 저렇게 말하잖아. 대장은 무려 역대 최악의 난이도였던 프로 헌터 시험, 필기 만점자라고!”
“몰라! 말 걸지마!”
결국 수연은 토라져버렸다.
그런 수연의 모습에 서준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초월자 학원을 현실에 들이밀면 안되었다.
강의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애초에 강사진부터가 말이 안되지 않은가.
이시스는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으로서 망자들의 왕, 오시리스의 아내였다.
동시에 훗날 태양신 라와 동일시 되는 호루스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마법사들의 시초라 불리며 우주의 비밀을 손에 쥔 마술의 여신.
마법의 지배자라 불리는 드래곤을 들이밀어도 이시스에게 상대가 안되었다.
‘한 번 배워볼까?’
서준은 혹, 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간 이동의 마법이 있으면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서준은 해당 강의의 수강료를 확인했다.
《수강료 – ₩ 1,000,000,000,000》
‘······’
자그마치 1조였다.
서준은 몇 번이고 수강료의 자릿수를 확인했다.
‘아니, 무슨 텔레포트 하나 배우는데 1조씩이나 들어?’
설마, 인과가 올라서 그런가?
그럼 SS등급인 천월유성창과 신창합일의 가격은 얼마였던 건데?
‘아, 그러고보니··· 발력(發力)도 마저 배워야 하는데.’
현재 발력 강의 진행률은 20.6%에 달했다.
곧 있으면 발경(發勁)의 경지에 입문할 수 있었다.
지금 제천대성은 두 강의를 찍느라 바쁜 탓에 단과 강의는 커녕, 발력을 따로 요청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무료 쿠폰이 아닌 이상 그 인과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서준은 발력 강의를 따로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현재 서준의 남은 잔고는 0원.
‘미국에서 돈을 벌 건덕지가 없을텐데.’
세계적인 헌터 최강국이라 불리는 미국.
미국은 가장 많은 프로 헌터들과 대격변의 영웅들이 밀집해 있는 나라였다.
웬만한 재난은 재난 축에도 못끼는 곳이 바로 미국이었다.
애초에 다른 대격변의 영웅들이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는 이유가 있었다.
“하아···.”
서준은 짙은 한숨만 새어나올 뿐이었다.
서준은 다시 스마트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궁금한데, 오리엔테이션 강의만 들어볼까.’
오리엔테이션 강의는 돈이 안드니까.
서준은 일단 찍어 먹어본다는 생각으로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재생시켰다.
꾹.
.
.
[3차원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텔레포트와 블링크. 이 벽에 가로막히는 초시생 분들 많으시죠. 잘못 시전했다가 온몸이 찢겨지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사실 텔레포트는 블링크와는 다르게 차원변수를 이용해 좌표를 새롭게 정의해야만 해요.] [차원 변수라 함은 3차원 공간에서 평행사변형의 매개변수를 이용해 외적과 법선을 정의하고 그에 따른─.]꾹.
서준은 곧바로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꺼버렸다.
꾸꾸꾸꾸꾹.
그것도 모자라 뒤로가기 버튼을 연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사실 서준이 알아들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서준이 알아듣는 것과 통찰력은 다르게 적용되었다.
‘그, 그만!!’
이 빌어먹을 통찰력[S]이 개념들을 지멋대로 정리하고 있었다!
주인의 허락없이 뇌의 용량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고작 몇 마디 들은 것에 불과했음에도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허억···! 허억···!”
이건 통찰력[S]으로 커버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수연이 왜 인간이 할 수 없는 마법이라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마법 직종 초시생분들은 대체 뭐하는 존재들이야?’
서준은 절로 존경심이 생겨났다.
그냥 이렇게 비행기를 타든가.
아니면 나중에 근두운 도술을 배우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제천대성 강사님 강의나 듣자···.’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UP! 크고 길다란 것과 한몸이 된다. 신창합일(身槍合一)》
《UP! 천월유성창(天月流星槍).》
‘오, 업데이트 되었네.’
My 수강 목록에 강의가 업데이트 되었다는 알림이 붙어있었다.
무료 쿠폰으로 지울 수 있는 것은 강의 하나당 하나의 기술.
그 때문에 두 개의 강의로 분할되어 올라와있었다.
‘그런데 강의 제목이 왜 이따위야?’
게다가 천월유성창은 또 정상이었다.
어째, 딱 보아하니.
천월유성창은 마땅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 한동안 생각하다가 결국은 포기한 모양이었다.
골머리를 싸매는 제천대성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서준은 저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웃음과 함께 가장 먼저 신창합일의 강의를 재생했다.
꾹.
.
.
[내 바나나!!!!]재생 버튼을 누르자 마자 크나큰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서준은 화들짝 놀라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제천대성의 목소리는 서준에게만 들리는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서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보면 이 강의는 서준만을 위한 강의였다.
단과처럼 직접 만나고 이야기 하지 않을 뿐.
수강생은 오직 서준 한 명이었기에 저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강의에서 할 수 있었다.
[멘토, 그 녀석이 다 먹어버렸지! 이런 빌어먹을!!]그런데 막상 강의에서 이런 모습을 보니 나름 신선했다.
제천대성은 몇 번 분함을 토로하고는 강의를 시작했다.
[뭐, 아무튼. 신창합일은 신검합일(身劍合一)에서 나온 말이야.] [검과 내가 하나가 되니, 내가 곧 검이다.] [이게 신검합일의 기본이고 여기서 검(劍)을 창(槍)으로 바꾸면 그게 신창합일이지. 말만 다른거야 말만.] [창술의 정점, 무기를 다루는 궁극의 경지. 그게 바로 신창합일(身槍合一)이야.]제천대성은 코를 후비적, 파보이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어떤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심득(心得)의 경지야.] [강의니까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무념무상, 천인합일, 물아일체. 세상 만물과 조화를 이루는 경지라고 할 수 있지.] [간단하게 말하면 네 정신적인 경지와 신체적인 경지를 하나로 잇는 것.]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너 그 땡중 놈의 강의를 듣고 있지?]땡중?
제천대성의 말에 서준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것이 곧 석가모니를 지칭하는 말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러다 또 여래신장 싸대기를 맞는거 아닌가 몰라.’
서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이어진 제천대성의 말.
[그 부동심의 경지를 네 신체로 끌어온다고 생각하면 돼.]‘아!’
그 말에 서준은 신창합일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신창합일은 석가모니의 부동심(不動心)의 힘을 끌어와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진짜 미친 기술이잖아?’
신창합일로 1형, 만상붕괴의 반동을 무리없이 받아낼 수 있다는 말.
서준은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제천대성은 신창합일을 수련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다.
심득(心得)의 경지답게 정신과 신체를 하나로 연결시키는 방법이었다.
서준은 제천대성의 강의를 들으며 따라했다.
‘잘··· 안되네.’
그런데 쉽게 되지 않았다.
확실히 궁극의 경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서준은 눈을 빛내며 계속해서 강의를 수강했다.
그리고 그런 서준의 모습을 지켜보던 검성.
‘······!!!!’
검성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이 부릅, 떠졌다.
사실 검성은 아닌 척, 서준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서준은 스마트폰의 검은 화면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예전 서준이 수강생이던 시절에 봤던 어처구니 없는 모습과 똑같았다.
예나 지금이나 저 놈은 달라진 게 정말로 하나도 없었다.
솔직히 저 검은 화면을 보면서 뭘 하는건지.
검성은 도무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검성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서준에게 파고들수록 피곤해지는 결국 본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관심을 끄려던 찰나.
문득 서준이 기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이한 행동에 검성은 솔직한 심정으로 까무러치듯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검합일(身劍合一)···?’
그도 그럴 것이 저건 신검합일의 경지와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었다.
검의 끝을 쫓는 자라 하여 불리는 이름, 검성(劍星).
그런 검성이 바라보는 끝이자 궁극의 경지가 바로 저 신검합일이었다.
하지만 도달할 수 없었다.
지난 수십 년간 그 끝을 보고자 수련했음에도 닿을 수 없었다.
지금의 검성조차 어렴풋이 윤곽만이 보이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그 경지를 서준이 시연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물론 완벽한 신검합일의 경지는 아니었다.
검성이 생각하는 신검합일과도 상당히 달랐다.
하지만 검성의 부릅, 떠진 두 눈은 좀처럼 줄어들 수가 없었다.
“음··· 이렇게 하는 건가?”
“······!!!!”
검성은 미국 땅을 밟을 때까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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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
이제 막, 공항에 도착한 호주 국적의 대격변 영웅, 잭슨은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그도 그럴 것이 공항에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격변의 영웅들을 보고자 사람들이 몰려들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미국이었다.
세계적인 헌터들의 강국이자 대격변의 영웅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나라.
타국의 영웅들을 보고자 이렇게 몰려들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 잭슨의 옆으로 수행원, 카덴이 툭 말을 내뱉었다.
“그 동양인이 지금 도착했다고 하네요.”
“그 동양인?”
“왜, 영국에서 베세르크를 패퇴시킨 프로 헌터 있잖아요.”
“아.”
잭슨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떠들썩한 사건.
잭슨이라고 모를리가 만무했다.
애초에 잭슨이 이곳, 미국에 온 이유 또한 그 때문이지 않은가.
잭슨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 번 살짝 건드려 볼까?”
“대격변의 영웅씩이나 되어서 그게 하실 말씀입니까? 제발 나잇값 좀 하시죠.”
“얼마나 강할지 궁금하잖아. 그 베세르크를 패퇴시켰다니까.”
카덴이 짙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무슨 생각하시는지 알겠는데. 그냥 가만히 있으시죠. 괜히 쳐맞고 징징대지 마시고.”
“쳐맞어? 징징대? 나 잭슨이야. 호주 최강자 잭슨.”
“그러니까 제발, 우리 호주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가만히 있으시라는 겁니다.”
하지만 잭슨은 어째 말을 듣는 것 같지가 않았다.
카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 잭슨님이 그렇게 생각하시면, 다른 영웅들도 분명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잭슨님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카덴은 살며시 손가락을 들어 공항 한 쪽을 가리켰다.
“저기 보세요.”
카덴의 손가락을 따라 바라본 그곳엔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쟤는··· 콜린이잖아?”
스피어 마스터, 콜린.
창을 다루는 실력이 마스터 경지에 달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성질은 더럽지만 잭슨 또한 그 실력만큼은 인정하는 대격변의 영웅이었다.
“쟤가 왜 여기에···?”
바로 그때.
“저기! 김서준이 왔다!”
“드림팀들도!”
서준과 드림팀이 워싱턴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