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 미국으로(2)
미국땅을 밟자마자.
촤촤촤촤촤촤촥!
서준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다름 아닌 카메라 플래시였다.
눈앞에서 섬광탄을 터트린다면 꼭 이러할까.
쉼없이 터져나오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서준은 저도 모르게 눈을 찡그렸다.
그런 플래시 너머.
기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 때문에 서준이 나오고 있는 게이트 전체가 마비가 되어있었다.
“사람이··· 뭐 이렇게 많아?”
“어째, 한국에서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은데?”
그 광경에 서준의 뒤를 따라 나오던 팀원들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런 팀원들의 표정을 놓칠세라.
카메라 플래시가 더욱 맹렬하게 터져나왔다.
서준은 살짝 고개를 돌려 검성에게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면 되나요?”
“나도 모른다.”
검성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답했다.
아무래도 카메라 플래시가 여간 거슬리는게 아닌 모양이었다.
“영웅들이 소집된 건 대격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나도 워싱턴으로 모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아, 참. 그랬었죠.”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이번 소집은 매년 개최되는 정기 모임 같은 것이 아니었다.
과거 대격변 시절.
베세르크와 최후의 전투에 버금가는 비상 사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검성이 추측하기로는 제 2의 대격변이라 했지만 아무튼.
검성 또한 이번 경우가 처음이었다.
‘그래도 보통 장소 정도는 알려주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던 찰나였다.
“김서준 헌터님, 맞으십니까?”
어디선가 유창한 한국말이 들려왔다.
같은 한국말이라도 타국에서 듣는 한국말은 더 눈에 띄는 법.
서준을 비롯한 일행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깔끔한 정장 복장을 한 3명의 사내가 있었다.
2명의 사내가 한 명의 사내를 경호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서준의 시선과 함께 올백머리를 한 금발의 사내가 한 발 앞으로 나서보였다.
나이는 40대 중반 쯤되었을까.
올곧은 백인 중년 미남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남자였다.
아무래도 그가 서준에게 말을 건 당사자인 것 같았다.
그리고 주변으로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꽤나 높은 위치의 사람인 것 같았다.
“네. 그렇습니다만.”
서준의 답과 동시에 금발의 사내가 살짝 고개를 숙여보였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미 프로헌터 관리국의 부국장, 루카스라고 합니다.”
루카스의 소개에 서준을 비롯한 팀원들과 검성이 살짝 놀라보였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미국은 협회가 아닌 관리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그만큼 다른 나라들에 비해 프로 헌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동시에 관리국이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로 권한 또한 막강하다는 방증이었다.
사실 제 멋대로 날뛰는 프로 헌터들이 관리국의 말을 제대로 따를 리가 없었다.
게다가 미국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
하지만 미 프로헌터 관리국장이 대격변의 영웅이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다.
그런 헌터 관리국의 부국장이라 함은 미 대통령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치였다.
“이번 소집과 관련하여 김서준 헌터님을 비롯한 드림팀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서준은 얼떨떨한 심정으로 건네오는 루카스의 손을 맞잡았다.
루카스는 작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소집에 관련한 이야기는 가면서 드리고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주변에 보는 눈들이 많아서요.”
루카스는 주변을 한 번 훑어 보고는 말을 이었다.
“실례가 안된다면 모셔도 괜찮을런지요.”
“물론이죠.”
서준은 고민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소집의 일로 미국에 온 것이지 않은가.
서준이 의견을 묻듯 살짝 뒤를 돌아봤다.
팀원들과 검성 또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가시죠, 미리 차를 대기시켜두었습니다.”
서준은 루카스의 안내를 따라 공항을 벗어났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이!”
공항을 벗어나려고 했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외침에 서준의 발걸음이 뚝, 멈추었다.
평범한 외침이 아니라 마나가 담긴 외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웅성거리던 소란이 일시에 멈추었다.
이윽고 인파 한 쪽이 갈라지면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깔 좋지 못한 인상의 노인.
일순간 검성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콜린! 당신이 왜 여기에!”
동시에 루카스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콜린은 전혀 개의치 않으며 서준에게로 터벅, 다가왔다.
“네가 김서준이라는 그 동양인 헌터냐?”
인상과 마찬가지로 어투 또한 썩 때깔이 좋지는 못했다.
콜린은 가늘게 뜬 눈으로 서준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역시 별 볼일 없는 놈이로군.’
콜린은 실소를 삼켰다.
본디 강자는 강자를 알아보는 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서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대격변의 영웅 수준이라고 해도 믿기 힘들 정도.
확실히 베세르크를 패퇴시킬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콜린은 얼굴에는 비릿한 비웃음이 걸렸다.
“꼬라지는 하등 볼품 없어 보이는데?”
“그게 무슨 무례입니까!”
콜린의 말에 루카스가 버럭, 소리쳤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고자 내가 나선 것인데···!’
동양인을 기본적으로 깔보는 경향이 없잖아 있는 미국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주제도 모르고 서준에게 시비를 거는 이들이 있을 터.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부국장인 자신이 직접 나섰다.
‘대격변의 영웅이 나설 줄은···!’
그런데 대격변의 영웅이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아무리 루카스가 부국장의 위치에 있다 한들, 대격변의 영웅을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무례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루카스는 다급한 표정으로 서준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서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루카스의 표정은 더욱더 다급해져만 갔다.
반면.
‘······ 뭐라는 건데?’
서준은 별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죄다 영어로 말하는 통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하윤의 영혼 통역기는 영국을 떠날 때 잠시 빼두었다.
전용기 안에서는 쓸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둘이 싸우는 것 같길래 눈치껏 표정을 굳힌 것 뿐이었다.
‘뭘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서준은 슬쩍 시선을 돌려 이하윤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하윤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곧 영혼 통역기를 붙여주었다.
다시 바라본 루카스가 어째서 인지 자신의 눈치를 살폈다.
콜린 또한 서준의 반응을 기다리듯 가만히 서있었다.
‘뭔데?’
서준은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곧 이해했다는 듯 루카스에게 말했다.
“두 분이 일이 있으신 거 같은데 자리를 피해드려야 겠네요. 저희는 먼저 밖에 나가있겠습니다.”
“······”
“······”
루카스와 콜린의 표정이 동시에 벙쪄버렸다.
‘어라? 이런 이야기가 아니었나?’
그런 둘의 반응에 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길래 서준은 그냥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서준은 휑하니 콜린을 스쳐지나갔다.
“어···.”
루카스는 이걸 뭘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루카스는 슬쩍 콜린을 살폈다.
슬쩍 바라본 콜린의 표정은 곧 터질 활화산처럼 울그락 불그락 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서준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한 듯 싶었다
그리고 솔직히··· 무시가 맞았다.
“이 새끼가···!”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던 콜린이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
그리고는 등에 맨 창을 꺼내들어 서준을 향해 내질렀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상황.
“콜린!!!”
루카스가 황급히 말리려 들었다.
하지만 대격변의 영웅, 그것도 스피어 마스터라 불리는 실력자의 돌발행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쐐애액!
서준의 등을 노리고 콜린의 창이 매섭게 쇄도했다.
이대로라면 서준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탁.
서준이 기묘한 움직임으로 콜린의 창을 피하고는 그대로 창을 움켜 잡았다.
“······!!”
“······!!”
“······!!”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전부 알고 있었다는 듯.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공격을 피하고 무력화시켰다.
그것도 어중이 떠중이 헌터가 아닌.
무려 대격변의 영웅이 내지른 공격을 말이다.
“이게 무슨···.”
루카스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서준은 창을 움켜쥔 채로 콜린을 바라봤다.
내지르는 일격에 살의는 없었다.
만일 그러했다면 서준이 이렇게 끝내지는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살의가 없었다고 한들,
다짜고짜 공격을 한 것이 용납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뭡니까?”
“하! 마냥 실력없는 놈팽이는 아니었군.”
콜린은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역시, 헛소문이라도 헛소문이 퍼지게 된 이유는 있기 마련이었다.
방금 일격에 살의가 없었다고는 하나.
만일 그 일격조차 피하지 못할 정도의 놈팽이였다면 그대로 죽여버릴려고 했었다.
하지만 서준은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콜린은 서준에게 잡힌 창을 회수했다.
그런데.
꽈드드득!
서준의 손아귀에서 창이 빠지질 않았다.
‘무슨 힘이···!’
당황스러운 것도 잠시.
“뭐냐고 물었습니다.”
서준에게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준은 차분히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갑작스러운 콜린의 행동에 공항의 분위기는 무겁게 내려앉아있었다.
팀원들은 나서지 않았다.
되려 ‘자살하고 싶은 건가?’ 싶은 표정으로 콜린을 바라볼 뿐이었다.
오직 기자들만이 특종이라는 얼굴로 계속해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고 있었다.
그런 수많은 인파들 사이로 몇몇 호기심 어린 표정들이 섞여있었다.
케이론의 감각 끝으로 느껴지는 기세로 보아하니, 다른 나라에서 온 대격변의 영웅들인 것 같았다.
그 모습들에서 콜린이 아니었다면, 자신들이 나섰을 것이라는 기색을 서준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서준은 금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서준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루카스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미국은 손님 대접을 이따위로 합니까?”
“······”
루카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미 프로 헌터 관리국의 부국장, 루카스.
내로라하는 S급 헌터조차 루카스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부국장이라는 위치도 있었지만, 루카스 본인부터가 최상위 S급 헌터였으니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루카스는 서준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서준은 다시 시선을 돌려 콜린을 바라봤다.
“문제 일으키고 싶지 않으니 이쯤 하시죠.”
그리고는 잡았던 창을 놔주었다.
서준은 정말 상대하기 싫다는 듯 터벅, 걸음을 옮겼다.
“여자나 끼고 다니는 놈이 말은 번지르르 하군. 3명이면 보자, 하루에 3번씩 하는 건가? 역시 젊은 게 좋긴 하군.”
그리고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전세계 대격변의 영웅들이 소집되는 이곳.
서준은 콜린의 의도를 모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무례한 행동임에도 한 번은 넘어가려 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도발하는 행태가 속이 뻔히 보였다.
여기서 그냥 넘어간다면 얕보일 것이 분명했다.
주변엔 대격변의 영웅들 뿐만 아니라 기자들이 이 상황을 담고 있었으니까.
그럼 여러모로 골치 아파질 터.
아니, 솔직히 그런 걸 다 떠나서···.
서준은 작게 실소를 흘렸다.
“주위에 사람들이 많은 걸 다행으로 알아.”
서준은 키비시스에서 창 하나를 꺼내들었다.
오래 전, 서윤이 선물로 사준 창이었다.
이후 모조품 롱기누스의 창을 사면서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서윤이 준 선물인지라 간직해두었다.
서준은 그 창을 살짝 말아쥐었다.
번쩍!
일순간 빛무리가 터져나오며 서준의 신형이 사라져버렸다.
‘놓쳤다고···?’
콜린은 그런 서준의 움직임을 놓쳐버렸다.
루카스 또한··· 아니, 공항에 있던 그 어떤 대격변의 영웅들도 서준의 움직임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 때문에 롱기누스의 창을 쓸 수가 없으니까.”
콜린의 뒤에서 서준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틈에···!’
콜린은 황급히 몸을 돌리며 창을 휘둘렀다.
쩌────엉!
터져나오는 굉음.
“커헉···!”
콜린의 입가로 피가 왈칵,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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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무슨···!’
콜린은 당황스러운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다.
느껴지지도 않는다.
게다가 이 힘은 대체···!
쩌────엉!
“커헉!”
왈칵, 쏟아지는 피를 토해내며 콜린은 발을 뒤로 움직였다.
무릎을 굽히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선수와 기세를 빼앗긴 이 상태로는 승산은 없다.
콜린은 서준의 공격 범위 밖으로 벗어났다.
그런데.
번쩍, 티알피의 신속이 공간을 격한다.
10개의 영약을 복용함으로써 비약적으로 상승한 마력과 강의 진행률.
극한의 극한까지 치닫은 쾌(快)는 더 이상 움직임이라 볼 수 없었다.
“흡!”
머릿속을 강하게 울리는 경종에 콜린이 창을 휘둘렀다.
꽈────앙!
묵직한 충격이 콜린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방금 공격을 막은 것은 순전한 운이었다.
콜린은 서준의 움직임과 공격을 전혀 인지할 수 없었으니까.
만일 운이 따라주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콜린의 가슴이 꿰뚫렸을 터였다.
‘나를 죽일 생각이다!’
그러나 놀라고 있을 시간이 없다.
조금의 틈도 없이 서준이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카─앙! 캉!
카가가각!
숨 돌릴 틈이 없는 공격들이 쇄도해온다.
창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변화들이 서준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콜린은 경악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스피어 마스터, 콜린.
창을 다루는 실력이 마스터의 경지, 극한에 다다랐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콜린 본인 또한 창에 관해서는 그 누구에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꽈아아앙!
“크학···!”
내장이 진탕되는 듯한 통증과 함께 콜린의 기억이 끊어졌다.
그 때문에 콜린은 허공을 부유하는 자신의 몸을 인지할 수가 없었다.
콰당탕!
콜린의 몸이 꼴사납게 바닥에 쳐박혔다.
그리고 콜린은 더 이상 움직이지를 않았다.
“······”
“······”
“······”
공항 전체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연신 플래시를 터트리던 기자들마저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만 봤다.
몇몇 사람들.
그러니까 대격변의 영웅들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입을 쩌억, 벌리고 있었다.
대격변의 영웅들은 과거 대격변 시절에 함께 싸워온 경험이 있었다.
그 말은 즉.
그들은 콜린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콜린 정도라면 서준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이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문의 진위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거라 믿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였다.
말도 안된다.
말이 되어서도 안되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대격변의 영웅이 상대조차 되질 않는다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터벅.
서준은 쓰러진 콜린을 향해 다가갔다.
짙은 살의가 공항 전체를 내리 누른다.
다시 터벅.
“자, 잠시만요!”
돌연 서준의 앞을 루카스가 가로막았다.
“비키시죠.”
서준은 냉기보다 싸늘한 목소리로 일갈했다.
“루카스님까지 죽이고 싶진 않습니다.”
흠칫!
루카스는 저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려왔다.
대격변의 영웅에 근접한 루카스이건만.
저 기세 앞에서 아무런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공포.
그 원초적인 감정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하지만 루카스는 물러설 수가 없었다.
콜린은 미국 소속의 영웅이었다.
미국의 주요 전력 중 하나였다.
부국장으로서 미국의 전력이 손실되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그런 루카스의 모습에 서준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미국은 손님 대접을 이따위로 합니까?”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기세가 서준의 전신으로 터져나왔다.
그 기세에 루카스는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서준이 마음만 먹으면 여기있는 모두를 죽이는 것이 가능할거라고.
물론 이곳 공항에는 다른 나라의 대격변의 영웅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될까?
루카스는 정말 말도 안되는 생각임을 알았다.
모르겠다.
여기 모든 영웅들이 달려들어도 서준을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친 생각임을 알았지만 루카스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루카스는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소리쳤다.
“원하시는 무엇이든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루카스는 회의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콜린은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기 때문이었다.
서준이 루카스를 무시하고 콜린의 목숨을 취해도 할 말이 없었다.
애초에 그렇다 한들 서준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저 서준의 자비에 기대는 수밖에.
그 순간.
“좋습니다.”
서준은 터트리던 기세를 갈무리했다.
그리고는 툭, 말을 내뱉었다.
“그럼 살려주는 대가로 얼마를 주실 겁니까?”
“가, 감사합니다!!”
루카스는 크나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사를 표했다.
이 상황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가장 베스트였다.
애초에 서준 같은 실력자에게 돈 따위는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았다.
그럼에도 돈을 요구했다는 것은 주변에 보는 눈이 많으니 그냥 용서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돈은 용서하기 위한 수단일 뿐.
결국 서준이 자비를 베풀어 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루카스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미국 예산이 얼마더라?”
“국방비만 1,000조라고 알고 있는데···.”
루카스를 바라보는 드림팀원들의 얼굴에는 안타까운 표정이 떠올라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