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 눈에는 눈, 이에는 이(1)
“제기랄!”
서준은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내질렀다.
무려 10개.
자그마치 10개였다.
로키가 초월자 상점의 물품을 10개씩이나 사기쳤다!
추적의 스크롤을 1개 찢고 난 직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에 의심을 했어야 했다.
적어도 2개, 아니. 3개 째에서 의심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서준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멍청했다! 너무도 멍청했다!’
베세르크의 심장에 눈이 멀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는 있었다.
일단 초월자 상점의 물품들은 상품 설명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지 직접 사용하고 그 효과를 알아내야만 했다.
서사가 깃들어 있는 물건들은 큰 문제가 없었다.
이야기 속의 내용을 통해 알아낼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다른 물품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에 서준뿐만 아니라 수많은 초시생들이 커뮤니티의 장비 후기 게시글을 종종 이용한다.
그런데 그 게시글이 사기였다.
초월자 상점의 얼토당토 않는 물품을 팔기 위한 사기 광고글.
무엇보다 초월자 상점에 사기 물품을 판매할 수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 돈 어쩔거야. 내 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언젠가 한 번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것 같았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복귀했을 당시,
인과가 복사된다는 게시글을 본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게시글은 금방 삭제가 되어 내용을 보지 못했다.
그 이후 로키가 사기친 게시글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었다.
그때만 해도 ‘설마 하니 강사가 초시생들을 상대로 사기칠 줄이야. 하하.’ 하면서 웃어 넘겼건만!
“후우···! 후우···!”
서준은 심호흡을 크게 내뱉었다.
진정하자.
이럴 때 일수록 머리를 차분히 가라앉혀야 한다.
이럴수록 침착해야했다.
무엇보다 상대는 로키였다.
트릭스터의 대명사.
사기의 신, 로키.
이성을 잃은 채로 상대할 수 있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서준은 이미 사기는 당한 상황.
족치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했다!
“두고 봐라. 내 반드시 사기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기겁을 하는 멘토를 뒤로하고 서준은 차분히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족칠 수 있을까.
단순히 로키를 족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서준은 초월자 상점의 10개 구매권을 잃은 상황.
환불마저 불가한 상태였다.
그러니 영약 10개는 물건너 갔다.
그렇기에 반드시 베세르크의 심장을 반드시 찾아야했다.
따라서 로키를 족침과 동시에 베세르크의 심장을 찾을 수 있는 방법까지 강구해야했다.
‘생각해내라···! 생각해내야만해!’
서준의 생각과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아!”
서준의 머릿속으로 아주 기발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오직 서준의 차원에서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서준은 고개를 휙휙, 돌렸다.
그리고는 한 쪽에서 벌벌, 떨고 있는 멘토에게 물었다.
“멘토님. 로키도 단과 강의가 있었죠?”
존칭 따위는 필요없었다.
망할 놈, 반드시 죽인다!
“네.”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탈리아에서 제천대성과의 첫 과외를 할 당시.
정확히는 서준이 ‘스파르타 단과 강의’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당시.
그때 로키의 단과 강의가 있었던 것을 얼핏 본 기억이 있었다.
멘토는 서준의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조작했다.
『[사기는 본래 직접 당하면서 배우는 법. (강사: 로키)]』
『[담금질은 자진모리 장단으로. 모른다고? 그럼 신청해. (강사: 헤파이스토스)』
『[천의무봉(天衣無縫) 어렵지 않아요. 가야금 뜯듯 베틀을 뜯으시면 된답니다. (강사: 직녀)』
.
.
역시 있었다.
그때 본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
“뒤졌다 진짜···.”
서준은 빠드득, 이를 갈았다.
서준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불러요.”
“로키. 지금 당장 불러요.”
서준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로키를 족치는 것.
그리고 베세르크의 심장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
이 두 가지 모두를 얻기 위해서는 로키를 직접 만나야만 했다.
물론 초월자 학원의 강사를 직접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행히 로키의 단과 강의가 있는 터라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멘토가 머뭇머뭇 거리고 있었다.
“왜 그러시죠? 설마··· 단과 강의가 안되는 건가요?”
“얼만데요?”
멘토가 서준의 눈치를 슬슬 봤다.
그리고는 눈을 질끈, 감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빠드득!
이 미친 사기꾼 새끼가!
제천대성이 1조였거늘 한낱 사기꾼 따위가 무슨 5조를···!
“후우···! 후우···!”
서준은 격하게 심호흡을 내뱉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심정을 억지로 억눌렀다.
진정하자.
이럴 때 일수록 머리를 차분히 가라앉혀야 하기는 개뿔!
“죽인다! 내 반드시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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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아···.”
그리고 정신이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지금 당장 돈이 없는데···.”
그도 그럴 것이 로키의 단과 강의를 신청할 돈이 당장 없었기 때문이었다.
본래는 50조에 달하는 돈이 있었다.
그러나 그 돈은 사탄의 뱃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였다.
엘드리치를 상대하고자 발력 강의 진행률을 올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발경(發勁)이 아닌 신창합일(身槍合一)로 소멸시켰지만 아무튼.
“어쩌지···.”
지금 당장 돈이 없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잠깐 돌아갔다 와야하나.”
서준은 혹시나 싶은 심정에 계좌의 잔고를 확인했다.
그런데.
《계좌 잔고: ₩ 150,000,000,000,000 》
“에엥?”
계좌에 상당한 액수의 금액이 찍혀있었다!
무려 150조.
그간 서준이 모았던 금액 중 가장 압도적인 금액!
이건 상당한 수준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뭐, 뭐야?”
서준은 당황스러운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죽었다 부활했더니 계좌에 150조가 찍혀있다.
이게 당최 가능한 일인가?
그러다 퍼뜩.
‘아··· 설마?’
서준은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다름 아닌 영국에서 돈으로 자신을 부활시켰다는 낭설이었다.
그때도 수백 억에 달하는 노잣돈이 자신에게 있었다.
‘이번에도 또 돈으로 이상한 짓거리를 한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150조나 되는 돈이 있단 말인가.
‘3주 동안 나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건데?’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뭐.
무엇이든 돈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
두툼한 지갑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나,
텅 빈 지갑은 확실히 나쁘다.
지금이 딱 그러한 경우이지 않은가.
어쨌든.
로키를 상대할 총알은 준비된 셈이었다.
‘그래도 빠르게 끝내야 해.’
상대는 초월자 학원에서도 그 이름이 저명한 사기꾼.
게다가 누가 사기의 신 아니랄까봐,
시간당 무려 5조를 쳐먹었다.
1시간, 1시간 지날 때마다 5조가 빠져나가는 셈.
그러니 아주 치밀하고도 치밀하고,
정밀하고도 또 아주 정밀하고,
단 일말의 빈틈조차 없이 로키를 족쳐야만 한다.
서준은 멘토에게 말했다.
“시작하시죠.”
서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멘토는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꾹.
그렇게 5조가 빠져나갔다는 알림이 살짝 들려왔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꾹, 견뎌내었다.
‘죽인다··· 반드시 죽여주마···!’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뭔데?]어디선가 껄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껄렁한 목소리답게 껄렁한 인상의 사내가 삐딱하게 서있었다.
서준은 저 사내가 사기의 신, 로키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입 한쪽이 꿰매다 만듯한 상처가 있다는 것.
‘저래서 닉네임이 입 꿰매진 광대인거야?’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냐니까?]그런 서준의 모습에 로키가 재차 물어왔다.
서준은 괜시리 울컥, 거리는 마음으로 말했다.
“나한테 왜 그러셨어요?”
[갑자기 뭔 소리야?]로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서준은 로키에게 추적의 스크롤에 대한 건을 짤막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짧은 설명이 끝나고.
[아, 뭐야. 너, 나한테 사기당한 초시생이냐?]로키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게, 누가 사기를 당하래? 제대로 확인을 했어야지 멍청아.]뭐? 멍청이?
서준은 울컥, 하는 심정이 치밀었지만 꾹 견뎌내었다.
이어 로키가 서준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말했다.
[그래서 나한테 화풀이라도 하려고 이렇게 비싼 강의를 신청한거야?]서준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로키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야골리듯 말했다.
[그런데 어쩌냐? 난 전혀 당해줄 마음이 없는데~ 없는데~]아···!
이젠 한계다.
진짜 초월의 딱밤.
그것도 만상(萬像)의 묘리와 괴력(怪力)의 묘리가 동시에 깃든 딱밤을 더도 말고 딱 한 대만 치고 싶다.
로키에게는 제천대성과는 사뭇 다른 얄미움이 있었다.
[으쩔건데? 어? 으쩔꺼냐고.]사지를 찢어버리고 싶은 얄미움이!
‘후우···!’
서준은 속으로 연신 심호흡을 내뱉었다.
침착해야한다.
저 페이스에 휘말려 이성을 잃으면 안되었다.
애초에 사과를 받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했다.
그럼에도 사기당한 사실을 말한 이유는 별 다른 데 있지 않았다
네가 죽더라도 왜 죽어야만 하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서준은 들끓는 심정을 차분히 억눌렀다.
그렇게 서준이 아무런 말이 없자,
로키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에이, 시시하네. 어쨌든, 그럼 난 이제 간다? 다음엔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왜. 안돼?]로키가 무슨 말을 하냐는 듯 소리쳤다.
[시간이 무슨 상관이야. 강의 제목 안보여? ‘사기는 본래 직접 당하면서 배우는 법.’ 그런데 이미 저 놈은 나한테 사기를 당했잖아? 그럼 다 가르친거지. 안 그래?]로키는 서준을 바라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서준은 그런 로키의 시선을 마주 바라봤다.
오호라.
이젠 5조까지 날먹하시겠다?
더 이상의 자비는 없었다.
서준은 곧장 입을 열었다.
“그럼요. 강사님 편하실대로 하세요.”
[거봐, 난 할 일 다 했다니까?]멘토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봤다.
이럴거면 왜 단과 강의를 신청했냐는 듯한 물음이었다.
서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툭, 말을 내뱉었다.
“저도 오딘님을 만나뵈어야 해서요.”
[오딘?]오딘이라는 말에 로키가 잠시 멈칫거렸다.
북유럽 신화, 최고신 오딘.
궁니르의 주인이자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와 같은 위치의 신이었다.
그리고 로키는 그런 오딘과 의형제 사이였다.
동시에 로키가 두려워하는 유일한 두 존재 중 한 존재이기도 했다.
나머지 한 명은 번개의 신, 토르였다.
이어진 로키의 물음에 서준은 별 거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뭐··· 오딘님한테 부탁할 것도 있고, 로키님에 대해서 말씀드릴 것도 있어서요.”
[나에 대해서? 너 나를 알아?]“그럼요. 여기 차원이 어디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서준의 말에 로키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여긴··· 지구잖아?]그 말은 즉.
다른 초시생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로키의 비화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차원이었다.
서준은 씨익,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별 일 아니니 어서 가보세요.”
[······]로키는 쉽사리 떠나가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 오딘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로키가 넌지시 말을 건네왔다.
“네? 아, 뭐. 그냥 이것저것···. 별 일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서준은 정말 별 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멘토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멘토님 제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까요?”
“아니, 그냥 뭐. 혹시, 발두르님이 왜 죽었는지 제대로 알고 계신가 해서요.”
흠칫!
그러자 로키가 눈에 띌 정도로 몸을 크게 떨었다.
‘걸렸다.’
서준은 속으로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