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 귀환(2)
사탄이 8,000억을 날먹하고 떠나간 직후.
서준은 스마트폰을 들어 계좌의 잔고를 확인했다.
처음 뒤틀린 존재에게서 빼앗은 200조의 인과.
그리고 팀원들에게 외단을 팔아 얻은 인과 5조.
도합 205조의 인과에서 현재 남은 돈은 97조였다.
소모된 인과는 108조.
한 마디로 108시간이라는, 4일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사탄에게서 단과 강의를 받은 꼴이었다.
정확히는··· 107시간 13분이었지만.
“후우···!”
서준은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다시 한 번 꾹, 눌러 삼켰다.
무엇보다 8,000억 날먹도 날먹이지만,
108조의 인과를 투자했는데도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게 더 울화통이 터졌다.
무슨 석가모니의 108 번뇌도 아니고,
어떻게 108조를 증발시켰는데도 0.1%가 안오를 수 있단 말인가!
뭐···.
사탄이 보였던 발경의 힘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기는 개뿔!
아무리 그래도 아무런 진척이 없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하아···.”
서준은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다고 발경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도망친 뒤틀린 존재.
놈을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발경의 경지에 닿아야만 했다.
그리고 사실 따지고 보면 진척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진행률이 오르지 않는 건 단순히 발경의 경지에 닿지 못했기 때문.
쌓아올린 발력의 실력이 어디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즉, 서준이 발경의 경지를 뚫으면.
그간 축적된 진행률이 단번에 오른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생돈을 날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까운 건 아까운 것이었다.
“역시, 새로운 감각을 배워야 하나···.”
여러모로 새로운 감각을 배워야 할 것 같았다.
“돈이 또 얼마나 들지 모르겠네···.”
문제는 강의에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관조자에게 받은 무료 쿠폰이 한 장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건 쓸 곳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
『[용↘언↗이 안 되면 청룡 스쿨! 닷↗컴↗! (강사: 사신수 청룡)]』
다름 아닌 용언(龍言).
드래곤 하트[SS]를 얻으면서 서준은 용언을 사용할 자격을 얻었다.
솔직히··· 이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그마치 용언(龍言)이지 않은가!
언령 마법의 궁극이라 불리는 용언.
언어, 그 자체가 세계의 법칙에 간섭하는 방식.
“돈이 마구 생겨라. 하면 진짜 막 생기는 거 아니야?”
진짜 그러면 어떡하지?
서준의 머릿속으로 행복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그 때문인지 입가로 자꾸만 웃음이 비집어 나왔다.
‘인과가 인정되지 않아서 사용은 불가하려나?’
아니지.
이것도 용언이라는 인과가 있는 거 아닌가.
여러모로 청룡 스쿨에 등록해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청룡 스쿨의 수강료는 무려 100조였다.
남아있는 97조로는 부족했다.
그러니 이곳에 무료 쿠폰을 사용해야 했다.
“여기에 무료 쿠폰을 쓴다고 하면···.”
100조의 인과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감각을 배우는 강의가 얼마일지 모르겠네.”
새로운 강의를 위한 수강료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물론 정확한 금액은 아직 몰랐다.
하지만 그간 초월자 학원을 경험해 본 바.
일단 조 단위부터 시작할 것이 분명했다.
“그보다··· 어떤 강의를 들어야 하지?”
무엇보다 어떤 강사에게 새로운 감각을 배우냐도 문제였다.
아무 강의를 들었다가 괜히 애먹은 인과를 날리기라도 하면···.
어쩌면 서준이 뒤틀린 존재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음··· 초시생들의 수다수다를 찾아볼까. 아니면 제천대성 강사님에게 다시?”
역시.
모를 땐 물어보는 것이 최고였다.
서준은 곧장 초월자 학원에 접속했다.
그리고는 1:1 메시지 함을 열어 메시지를 작성─.
뿅!
멘토가 메시지를 채 작성하기도 전에 스마트폰 화면을 뚫고 나타났다!
“와씨! 깜짝이야!”
서준은 정말 화들짝 놀라 스마트폰을 집어 던질 뻔했다.
그러자 멘토는 뿌듯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V를 만들었다.
서준은 어처구니가 없는 한편,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뭐, 뭐죠? 대체 어떻게?”
멘토는 아주 당당하게 소리쳤다.
“아니, 뭔··· 하아. 됐습니다.”
서준은 그냥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였다.
서준은 사탄에게 들었던 내용을 멘토에게 설명했다.
멘토는 음음, 거리며 고개를 연신 끄덕여보였다.
그리고는 서준의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조작했다.
이윽고 서준에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모,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어! (강사: 므시네)]』
《해당 강의를 수료하면 ‘초감각지각(超感覺知覺)[SS]’을 습득합니다.》
무려 SS등급의 강의.
하지만 서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죠? 이 이상할 것만 같은 강의 제목은? 그리고··· 므시네?”
서준은 므시네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므시네라는 존재를 떠올릴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의 초월자였다.
하기사 초월자 학원은 여러 차원의 초월자들이 모인 곳.
타 차원이 초시생이 있으면, 타 차원의 초월자 강사도 있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듣자하니 타 차원의 창조신 격을 지닌 초월자였다.
모든 것을 품는 세계의 창조주··· 라고 하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의 ‘가이아’와 같은 격의 인물인 것 같았다.
멘토는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멘토가 추천해준 강의이기에 문제는 없을 터였다.
그래도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보고 결정해도 나쁘지 않았다.
서준은 곧장 오리엔테이션 강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꾹.
터치와 함께 화면에 비친 존재는 인간의 모습을 한 여자였다.
하지만 이질적인 피부색과 분위기.
인간이 아닌 존재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있었다.
그럼에도 인간과 외형은 상당히 비슷했다.
흔히들 아인종이라고 하던가.
그렇기에 미의 기준 또한 인간과 상당히 유사했는데, 지난 번 초월자 모의고사에서 보았던 아프로디테.
그에 버금가는 미(美)의 여신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었다.
이윽고 므시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째,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아아···! 느껴져요! 모든 것이 느껴져요!]꾹.
서준은 곧바로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 이거 배워도 되는 거 맞아요?”
서준은 처음으로 멘토의 말을 의심했다.
하지만 멘토가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서준은 다시 강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꾹.
[아아···! 아아아···!!!]아무리 봐도 조금 정신 나간 수준이 아닌데?
아니면 초월자 학원에서는 ‘조금’의 개념이 초월한 건가?
서준은 멍하니 스마트폰의 화면을 응시했다.
그런 서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므시네가 이상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감각이란 외부의 자극에 의해 존재의 의식에 생기는 변화를 의미해요.] [여기서 외부의 자극이란 ‘상대’만을 의미하지 않는답니다.] [상대를 구성하는 그 모든 것. 예를 들어 대상 주변의 공기, 딛고 있는 땅. 그 모든 것들이 상대를 파악하는 정보가 될 수 있어요.] [상대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땅을 디뎌야 하죠. 그럼 땅의 진동을 파악함으로써 상대의 움직임을 인지할 수 있어요.] [상대가 큰 기술을 쓰기 위해서는 마력의 호흡을 들이 마셔야 하죠. 그럼 공기의 움직임으로 상대의 내부를 인지할 수 있어요.] [이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초감각지각(超感覺知覺)[SS]은 그런 모든 외부의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이에요.] [그로써 대상이 드러내지 않는 정보를, 대상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정보들을 여러분들은 파악하고 또 인지할 수 있는 것이죠.]일순간 므시네의 눈이 탁, 하고 풀렸다.
[아아아···! 이것이 바로 하나가 되는 감각···!]이윽고 황홀경에 젖은 듯한 아련한 눈빛이 화면의 정면을 향했다.
마치 서준을 바라보는 듯한 므시네의 모습이었다.
[아아아아···!! 느껴져요! 저를 바라보고 있는 여러분들의 열정이 제게 느껴─!]꾹.
서준은 곧장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정지된 화면으로 므시네의 이상야릇한 표정이 멈춘 상태로 떠올라 있었다.
꾸구구구구구꾹.
서준은 뒤로 가기를 연타했다.
역시.
초월자 학원은 제대로 정신이 박혀있는 꼴을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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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정말 오랜 고민 끝에 므시네의 강의를 듣기로 했다.
일단 등급만 무려 SS등급이었다.
그건 천월유성창과 신창합일과도 같은 등급.
‘아무리 정신이 나가 있어도 등급은 거짓말을 하지 않겠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서준은 므시네의 강의 수강료를 확인했다.
《수강료 – ₩ 150,000,000,000,000》
“미친.”
자그마치 150조였다.
청룡 스쿨의 100조보다 50조 높은 수강료.
남아있는 97조로는 어림도 없었다!
“아니, 무슨 강의료가 이따위지?”
아무리 SS등급이라해도 그렇지.
고급 강의라고 해도 그렇지.
150조는 너무하지 않은가!
게다가 서준은 강의의 인과가 최소치로 적용되는 상황이었다.
한 마디로 인과의 최소치가 150조라는 말.
‘다른 초시생들은 대체 얼마를 받는거야?’
하아.
서준은 짙은 한숨을 내뱉을 뿐이었다.
“무료 쿠폰이 한 장밖에 없는데···.”
이러면 무료 쿠폰을 므시네 강의에 쓰는 것이 옳았다.
100조보다 150조에 사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용언을 포기해야했다.
돈을 모으자니··· 150조란 돈은 모으겠다고 모을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게다가 시간당 1조에 달하는 사탄 강의도 결국은 다시 들어야 했다.
“이 진짜 망할 놈의 학원! 대체 얼마가 있어야 풍족할 수 있는건데!”
하아.
짙은 한숨만 새어나왔다.
“무료 쿠폰이 한 장 더 있다면 좋을텐데···.”
그럼 관조자를 만나야 하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그나마 천월유성창 제 3형을 쓰면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당장 시전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나.”
싶던 찰나였다.
“아?!”
순간 서준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서준은 고개를 홱홱, 돌려 멘토를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드 건물 한 쪽 구석.
팀원들 원기 회복용으로 비치한 과자 더미 앞에 앉아있는 멘토를 볼 수 있었다.
서준은 성큼, 다가가 멘토를 불렀다.
“멘토님.”
흠칫.
그러자 멘토가 흠칫 놀라 몸을 떨어보였다.
이윽고 뚝뚝, 끊어지는 움직임으로 고개를 돌려 서준을 바라봤다.
말하는 멘토의 입가에 작은 부스러기가 묻어있었다.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는 떼고 말씀하시죠?”
멘토는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서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저번에 했던 이벤트 있잖아요. 그거 아직도 하고 있나요?”
“그 왜. 초월자 모의고사 성적 향상 이벤트요.”
정확히는 ‘초월자 모의고사 성적 향상자 지원 이벤트’ 였다.
말 그대로 기존에 비해 성적이 향상한 초시생들을 지원해주는 이벤트.
전 모의고사 성적에 비해 얼마만큼의 성적이 향상되었냐가 기준이었다.
그 평가 방식은 수치가 아닌 비율로 측정되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A라는 수강생이 전에 50점을 받았고 이번에 55점을 받은 경우와.
B라는 수강생이 전에 10점을 받았고 이번에 15점을 받은 경우.
이 두 가지 경우 같은 5점의 상승치였다.
하지만 비율로 따지면 A는 10%.
B는 50%.
이 경우 B라는 수강생이 성적 우수자로 선정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성적 향상률만큼 할인율이 적용된다.
한 마디로 전의 모의고사 성적에 비해 50%가 올랐다.
그럼 50%의 할인을 받으실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기준치는 있었다.
성적 향상률이 50%를 넘을 때만 할인을 받으실 수 있는 것.
당연하게도 100%를 넘었다면,
10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로써 서준은 그때 당시 제천대성의 란나찰 강의를 무려 80% 할인을 받았다.
그리고 서준이 마지막으로 받은 성적은 다음과 같았다.
『[전투력] – 8.8/100 (과락).
[기초 체력] – 5.9/100 (과락).《총합 52.2점》
처참하다 못해 박살이 나버린 성적.
멘토는 입가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슥슥, 닦았다.
그리고는 작은 몸을 일으켜 서준의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조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멘토의 답이 들려왔다.
“예쓰!”
서준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준이 마지막으로 받은 점수는 52.2점.
그리고 52.2점의 100%는 104.4점이었다.
한 마디로 104.4점만 받으면,
서준은 100%의 할인율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서준의 수준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104.4점이 아니라 그에 몇 배나 되는 성적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딱 104.4점만 받아야지.’
서준은 104.4점 이상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벤트를 재탕할 수 있었으니까!
쉽게 말해 104.4점에서 멈추고 다시 이벤트를 도전.
그럼 208.8점만 받으면 다시 100%의 할인율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8.8점에서 딱 멈춘 다음 다시 100%를 찍는다.
이것을 계속 반복하면···.
무료 쿠폰을 찍어내는 공장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면 용언과 므시네 강의는 물론이고,
제천대성의 도술법까지 돈 걱정없이 수강할 수 있었다!
지금의 서준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관조자가 무료 쿠폰을 주지 않는다면.
무료 쿠폰을 만들어 낸다!
“간만에 실력 좀 체크해볼까요.”
서준은 씨익, 사탄보다 사악한 웃음을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