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 죄악(3)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특이하게도 3개의 수도를 가지고 있었다.
행정, 사법, 입법.
각 권력에 따라 수도가 나뉘어져 있었으며.
행정 수도, 프리토리아.
사법 수도, 블룸폰테인.
입법 수도, 케이프타운.
이렇게 총 3개의 수도가 존재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각 수도마다 대표하는 이들이 각기 존재했다.
흔히 말하는 3권의 분립.
그로써 독재를 막고자하는 방편이었으나,
세상에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었다.
똑똑.
문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아쿠도아포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현 남아공의 대통령이자 폭정의 주도자, 아쿠도아포.
현재 남아공은 아쿠도아포 아래 권력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아쿠도아포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소리가 들려온 문을 바라봤다.
그의 주변으로는 호화스럽다 못해 사치스러운 장식품들이 즐비해있었다.
응당 대통령이라 함은 행정 수도, 프리토리아에 집무실에 있어야만 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대표를 의미했으니까.
하지만 현재 아쿠도아포가 있는 곳은 행정 수도가 아니었다.
다름 아닌 남아공 최대 도시이자,
부의 도시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
아쿠도아포는 호화스러운 저택에 위치한 집무실에 앉아있었다.
“들어와라.”
달칵.
아쿠도아포의 허락과 함께 한 사내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노련한 용병 느낌을 물씬 풍기는 사내.
남아공의 프로 헌터 협회장, 아칸이었다.
아쿠도아포는 그런 아칸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쿠잔 마을로 향했던 비서 실장이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아칸의 보고에 아쿠도아포가 침음을 한 번 흘렸다.
“쿠에쿠와 반란군들의 짓인가?”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아칸은 말을 끝까지 맺지 않았다.
그런 아칸의 모습에 아쿠도아포가 다시 물었다.
“설마 또 그 사내가?”
“그럴 가능성이 높다 생각됩니다.”
쯧.
아쿠도아포는 혀를 한 번 차보였다.
“진리회는?”
“아직 별 다른 연락은 없습니다.”
“다이아몬드를 그렇게 쳐먹고도 아무런 말이 없다? 순 깡패 같은 놈들.”
아쿠도아포는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그런 아쿠도아포의 모습에 아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아마 그 사내의 독단적인 행동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리회가 시킨 것이 아니다?”
“진리회 또한 그 사내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쿠도아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껄렁한 이름 모를 사내.
압도적인 강함을 지닌 그 사내는 정말 예측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사내 덕분에 반란군 놈들을 틀어막을 수 있었다.
대격변의 영웅, 쿠에쿠의 세력을 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쿠도아포는 마냥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정확히는 믿지 않았다.
지금이야 다이아몬드로 서로 간의 거래를 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가 언제 돌아설지.
언제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할지.
그 속내를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었다.
통제할 수 없는 힘은 시한 폭탄이나 다름 없다.
아쿠도아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물었다.
“아칸, 네가 그 사내를 제압하는 건. 여전히 불가능하나?”
“죄송합니다.”
아칸이 고개를 푹, 숙여보였다.
그런 아칸의 모습에 아쿠도아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남아공의 프로 헌터 협회장이자,
대격변의 영웅에 근접한 실력자 아칸.
남아공에서 아칸을 막을 자는 대격변의 영웅, 쿠에쿠밖에 없었다.
인간의 정점이라 불리는 존재.
대격변의 영웅이라는 존재만이 아칸을 막을 수 있다 말할 수 있었다.
그 말은 즉.
그 껄렁한 사내의 실력이 최소 대격변의 영웅에 닿아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쿠도아포가 알기로 그런 대격변의 영웅은 존재하지 않았다.
“흐음, 그 사내가 대체 누구길래···.”
바로 그때.
“내가 누구냐고?”
집무실 한 쪽.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아칸은 황급히 무기를 뽑아들며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바라본 그곳.
“나야 나. 방금 니들이 수근대던 그 사내.”
그곳엔 방금 전까지 이야기 했던 사내.
뒤틀린 존재가 서있었다.
뒤틀린 존재는 싱글싱글한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아쿠도아포와 아칸은 저도 모르게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뭘 그렇게 쫄아. 내 뒷담화라도 한거야?”
아쿠도아포와 아칸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뒤틀린 존재는 그런 둘을 바라보다 낄낄,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손을 휘휘,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방금 내가 누구냐고 묻지 않았어?”
여전히 답이 없는 두 사람.
뒤틀린 존재는 아무렴 어떻냐는 듯.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너희 인간들은 말이야. 한 가지 이상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너희 인간들과 유사하게 생긴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지.”
흔히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 불리는 이질적인 불편함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그거 알아? 너네 인간들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다른 존재들은 그러한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아.”
뒤틀린 존재는 터벅, 아쿠도아포 앞으로 다가갔다.
“자신과 닮은 것들이 있으면 ‘아, 나랑 닮았구나.’ 하고 큰 문제없이 넘어간다고.”
그리고는 얼굴을 한껏 들이밀며 말을 이었다.
“왜 그럴까?”
다가온 뒤틀린 존재의 얼굴.
인간과 닮았으나,
닮지 않은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쾌함이 피어오른다.
히죽.
“답은 간단해.”
뒤틀린 존재가 들이밀었던 얼굴을 뒤로 빼었다.
그리고는 집무실을 활보하듯 이곳저곳 걷기 시작했다.
“오직 너희 인간들만이 진화의 어느 시점에서, 인간과 유사하나.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로부터.”
터벅.
“정확히는 인간처럼 보이나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로부터, 공포를 느끼고 도망쳐야만 했다는 뜻이야.”
터벅.
“그게 인간들 본능에 각인될 정도로 생존에 필수적이었다는 의미지.”
터벅.
“그럼 여기서 질문.”
뚝.
뒤틀린 존재가 걷던 발걸음을 뚝, 멈춰섰다.
그리고는 고개를 아쿠도아포와 아칸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뒤틀린 존재를 바라보는 두 사람.
“······”
“······”
그들은 도저히 뒤틀린 존재를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인간이, 같은 인간을 두려워하는 공포.
그 공포가 발아한 존재, 뒤틀린 존재.
“너희들은 대체 ‘무엇’으로부터 도망쳐야만 했던 걸까?”
뒤틀린 존재에게서 압도적인 공포가 쏟아져나왔다.
공간 전체를 내리누르는 공포에 정신이 아찔해져갔다.
그리고 찰나.
“푸하하하하하하하!!”
뒤틀린 존재가 큰 웃음을 터트렸다.
“걱정마. 걱정마. 난 굳이 너희들을 건드릴 생각이 없으니까.”
귀찮기도 하고.
“다만, 너희들을 좀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지.”
뒤틀린 존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쿠도아포와 아칸의 시선 또한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했다.
시선이 집중된 그곳.
그곳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겉보기로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빈민층에서 흔히 볼법한 궁핍한 소년.
그러나 터져나오는 기세는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어떤··· 어떤 죄악감이 느껴진다.
시뻘겋게 충혈된 두 눈에서는 끔찍한 살의가 느껴진다.
“······ 도망치십시오 각하.”
아칸은 저것을 도저히 인간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히죽.
뒤틀린 존재가 입가를 비죽이며 입을 열었다.
“이 아이가 너희들에게 볼 일이 있다고 하더라고.”
소년은 터벅, 앞으로 걸어갔다.
“당신들만 아니었으면··· 당신들만 없었으면···.”
에퀴나는 죽지 않았을텐데.
#
“에퀴나가··· 살아있다고?”
“응.”
고개를 끄덕이는 하윤의 모습에 서준은 성큼, 에퀴나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감각을 최대 한도로 끌어올렸다.
얼핏 펼쳐지는 이리나의 지배 감각.
그 감각 사이로.
두근···.
아주 미약한 심장의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확실히 아주 미약하지만 에퀴나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원체 병약했던 탓이었을까.
그 때문에 특별한 충격없이 까무러쳤던 것일까.
그 모습에 에퀴나가 죽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에퀴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상태가 너무도 심각해. 원체 몸이 좋지 않기도 했고. 이대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거야.”
다시금 들려오는 하윤의 말에 서준이 물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는데?”
“내가 영혼이 떠나가지 않게 최대한 붙들어 놓긴 하겠지만··· 하루. 하루가 한계야. 그 이상은 나도···.”
하루···.
서준은 착잡하게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에퀴나말고 살아있는 다른 사람들은 없어?”
“전부 찾아봤지만···.”
하윤은 천천히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리고 말 그대로 붙들어 놓는 것뿐이야. 그 안에 치료를 해야만 해.”
쉽게 말해 죽지 않게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에퀴나의 상태는 너무도 심각했다.
아무리 분노로 잠시 이성을 잃었다고는 하나,
서준의 감각으로도 생명 반응을 인지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처참한 상태를 치료할 수 있는 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사실상 죽음이 확정된 에퀴나.
하지만 딱 한 사람.
의성(醫星)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서준은 잠깐의 고민 끝에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대한민국에서 남아공까지 걸리는 순수 운항 시간만 무려 15시간.
와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지금 당장 한국에서 출발해야 맞출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차라리 내가 화타님의 프리미엄 강의를 들으면···.’
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화타의 프리미엄 강의로 화타를 직접 불러올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화타는 초월자로서 인과의 제약이 걸려있다.
그로써 현실 세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었다.
화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수강생인 서준뿐.
물론 화타의 도움을 받아서 서준이 직접 치료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가 에퀴나의 죽음으로 직결되어있었다.
차근차근 배운 다음이라면 모르겠으나,
지금 당장 에퀴나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단 한 번뿐인 기회.
에퀴나의 목숨을 가지고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에퀴나를 살리기 위해서는 결국 의성이 필요하다.
죽어가던 마성(魔星)을 치료한 의성이라면,
에퀴나 또한 치료할 수 있으리라.
서준은 곧장 의성에게 연락했다.
의성과의 대화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서준이 한 것이라고는 짤막하다 못해 앞뒤 잘라버린 사정 설명.
그리고 급히 남아공으로 와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그렇기에 무슨 상황인지.
또 어떻게 상황이 흘러가는지 등을 물을 법 하건만.
-알았네. 지금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네.
의성은 단지 저 말을 끝으로 연락을 끊었다.
서준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의성이 직접 와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한시름은 던 기분이었다.
암성의 상태 또한 생각하면 마찬가지.
무엇보다 의성이 직접 와서 콰브나를 본다면···.
잠깐.
서준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는 성큼, 수북히 쌓여있는 시체 더미로 다가갔다.
“서준씨?”
갑작스러운 서준의 행동에 서윤이 의아한 듯 물어왔다.
서준은 말없이 하나하나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고.
‘없다.’
그 안에 콰브나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콰브나는 분명 대원들과 함께 쿠잔 마을로 되돌아갔다.
딴 길로 새지 않은 이상,
분명 쿠잔 마을로 향했을 터.
그럼 콰브나의 시체 또한 이 속에 있어야 했다.
잔인한 말임을 알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했다.
‘그런데 콰브나가 보이질 않는다는 건···.’
바로 그때였다.
“대장님! 쿠에쿠 대장님!!”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반란군의 한 대원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쿠에쿠가 한 발 나서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그, 그것이···! 허헉!”
대원은 헐떡이는 숨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원이 큰 소리로 소리쳤다.
“대통령 아쿠도아포가···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뭐, 뭐라고?!”
갑작스러운 대원의 말에 쿠에쿠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서준과 팀원들 또한 그런 쿠에쿠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쿠에쿠가 대원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갑자기 아쿠도아포가 사로잡히다니?”
“지금 막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대원에게 들은 터라···!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방금 전에 아쿠도아포의 저택에 큰 소란이 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잠시 뒤··· 허헉···!”
대원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아쿠도아포가 피투성이가 된 채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이 무슨···!”
쿠에쿠가 바로 물었다.
“누가, 대체 누가 그런 건지는 파악했나?”
“얼굴을 봤다고는 하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고 합니다. 어떤 동양인과 한 작은 소년이라는 것밖에는···.”
그리고 여기까지 들었을 때.
‘뒤틀린 존재.’
서준은 그 정체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뒤틀린 존재는 류진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범하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실력자.
뒤틀린 존재.
바로 그 놈밖에 없었다.
그리고 작은 소년은···.
서준은 고개를 털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다.
그렇기에 서준은 대원에게 물었다.
“그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있을까요.”
“아, 알려드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갑작스러운 서준의 말에 대원이 크게 당황해보였다.
이윽고 서윤이 서준에게 물어왔다.
“직접 가실 생각이신거죠?”
“네.”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서윤이 마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저희도 준비할게요.”
서윤은 몸을 돌려 수연과 민율에게 말했다.
“수연이랑 민율씨도 괜찮죠?”
“물론이지!”
“당연하죠 누님.”
서윤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곧장 하윤에게 말했다.
“하윤이는 여기에 남아줘. 의성님이 올때까지··· 이 아이를 부탁해.”
“알았어. 의성님이 오면 나도 바로 합류할게.”
그렇게 팀원들은 각자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뇨.”
서준은 그런 서윤을 향해 바로 고개를 저어보였다.
“이번엔 저 혼자 갑니다.”
“네, 네?”
그러자 서윤이 크게 당황하며 되물었다.
“하, 하지만···!”
“저 혼자 가야합니다.”
서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뒤틀린 존재와 대면하러 가는 상황.
팀원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팀원들은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아까 전.
광산에서 있었던 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만일 팀원들이 없었다면 서준은 크게 당했을 상황이었다.
어쩌면 그곳에 갇혀 나올 수 그대로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서준에게 있어 팀원들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엔 아니었다.
정확히는 도움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함정··· 이다.”
저건 서준을 불러들이기 위한 함정이었으니까.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
서준을 비롯한 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라본 그곳엔 암성이 비적비적,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할배!”
민율이 놀라며 암성에게 다가갔다.
“할배, 괜찮은거야?”
“죽지 않을··· 정도는 된다.”
암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쿨럭!”
하지만 행동과는 달리 상태는 여전히 심각해보였다.
암성은 민율과 서준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그곳에서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건만··· 너희들에게 두 번이나 목숨을 구제받는구나.”
암성은 고마운 눈빛으로 민율과 서준을 바라봤다.
대격변의 영웅이라면서 프로 헌터에게 두 번씩이나 목숨을 구제받다니.
암성은 피식,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이윽고 암성이 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잡혀 있을 때··· 진리회 놈들의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나를 미끼로 너를 끌어들일 속셈이었지. 보아하니 계획이 틀어진 모양이다만··· 함정 자체가 어그러진 것은 아닐거다.”
그리고.
“알고 있습니다.”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알고 있었으니까.
간단하게 지금 이 순간에도.
궁니르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질 않았다.
위대한 목소리와의 싸움.
그 예기치 못한 싸움으로 암성을 구해낼 수 있었다.
그로써 진리회의 계획을 어그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뒤틀린 존재는 아니었다.
아직 뒤틀린 존재를 잡은 것은 아니다.
뒤틀린 존재는 홀로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
그것의 목적은 다름 아닌 서준, 자신일 터.
뻔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가야합니다.”
그래도 가야했다.
“위대한 목소리가 직접 나서서 준비한 일이다. 아무리 계획이 헝크러졌다고 한들, 너라도 이번에는 위험하다. 어쩌면 정말로 목숨이─.”
“약속했습니다.”
서준은 암성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한국에 같이 가기로.”
“······”
암성은 저도 모르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정신이 멍한 기분이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정말로 위험하다.
짚덩이를 짊어지고 화마에 뛰어드는 꼴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서준이 인류 최강의 헌터라 한들.
위대한 목소리가 직접 나선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그렇기에 멍청한 짓이었다.
굳이 함정임을 알고 들어가는 행동이었으니까.
거기엔 아무런 이득도.
아무런 이익도 존재하지 않는다.
서준이 말한 약속?
그게 무엇인지는 암성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도 솔직히 상관없었다.
서준의 존재 가치는 한 나라와 비교할 건덕지가 되지 못했으니까.
서준을 살릴 수만 있다면 남아공이 멸망하더라도 상관하지 않아야했다.
그렇기에 서준을 말려야 하건만.
“······”
암성은 그 어떠한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러한 논리로 따지면.
자신 또한 이렇게 살아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인질로 잡힌 순간 그대로 죽음을 맞이해야했다.
서준이 이곳, 남아공에 올 이유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서준은 자신을 구하러 이곳에 왔다.
아무런 이득도, 이익도 없는 데도 말이다.
그래.
저 놈팽이는 그런 놈이었다.
돈에 미쳐있으면서도.
손해는 죽어도 보지 않는 사기꾼이면서도.
어쩔 땐 꿀밤 한 대 쥐어주고 싶은 영악한 놈이면서도.
“가서 데려와야 해요.”
정작 이럴 때는,
무식할 정도로 멍청한.
“그러니 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암성은 아무런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
서준은 곧장 쿠잔 마을을 떠났다.
팀원들은 그런 서준을 따라가겠다 했으나 서준이 극구 만류했다.
암성의 말처럼 이번엔 너무 위험했다.
교만의 힘을 각성했을지 모를 뒤틀린 존재.
위대한 목소리가 직접 나선 함정.
팀원들의 안전을 챙기면서까지 뒤틀린 존재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결국 서준은 혼자서 쿠잔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그렇게 서준은 뒤틀린 존재와 콰브나라고 추정되는 소년이 있는 곳.
남아공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준은 금방 소문의 소년을 만날 수 있었다.
소년은 콰브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준이 알던 콰브나는 아니었다.
서준의 눈에 보이는 것은 한 사람.
그러나 서준에게 인식되는 건 두 존재였다.
“형··· 에퀴나가··· 죽었어요.”
한때는 인간이었으나,
마음을 잃어버린 것.
“이제는··· 그냥··· 그냥 다 죽었으면 좋겠어요.”
인간에게서 비롯되었으나,
흉측하게 일그러진 끔찍한 죄악(罪惡).
여기.
“아마 형도··· 마찬가지인거겠죠···?”
인간이었던 존재가 2명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