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8
258화 – 선전포고(2)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진리회를 무너뜨리겠다는 서준의 말.
그 말이 갖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여기 모인 사람들은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지구라는 차원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은 분위기.
그 누구 하나 섣불리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
서준은 차분히 시선을 들어 쿠에쿠를 바라봤다.
쿠에쿠의 눈동자는 심히 떨리고 있었다.
대격변의 영웅, 쿠에쿠.
다른 이들보다 진리회가 어떤 존재인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서준 또한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서준은 위대한 목소리와 직접 대면해봤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렇기에.
“도와주시겠습니까?”
서준 혼자서는 진리회를 무너뜨릴 수 없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쿠에쿠는 멍하니 서준을 바라만 봤다.
다시금 내려앉는 침묵.
“쿠에쿠 대장. 이, 이건···.”
“아, 아무리 그래도···.”
그 사이로 우려 섞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진리회가 갖는 위명.
솔직히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진리회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뻗치고 있는 단체였다.
그 어떤 국가라도 진리회에 반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남아공은 이제 막 해방을 맞이한 참이었다.
길고 긴 폭정에서 벗어나 얻어낸 자유.
그 상황에서 곧장 진리회를 적대시하기에는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진리회가 수상한 것은 알고 있다.
남아공의 시민들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아쿠도아포에 대항하며 싸워온 반란군들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서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일 실패한다면?
서준이 인류 최강의 헌터라고는 하나 상대는 진리회다.
사실상 전세계를 상대로 싸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승산은 당연히 서준의 패배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준이 패배하면 그 이후의 여파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나라의 존망을 건 결정.
두려울 것이고, 그렇기에 쿠에쿠 또한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서준은 말없이 쿠에쿠를 기다렸다.
쿠에쿠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내려앉는 기나긴 침묵.
그 오랜 침묵의 시간이 지나.
“······ 도와드리겠소.”
쿠에쿠의 답변이 들려왔다.
“쿠에쿠 대장!”
“어, 어째서!”
사람들이 크게 놀라 소리쳤다.
그들의 눈빛에는 반대의 기색이 역력해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맞이한 남아공의 해방.
되찾은 새벽.
그것에 있어 서준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음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진리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서준에 대한 고마움.
그 모순된 감정이 충돌하고 있으리라.
서준이라고, 쿠에쿠라고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허나, 그것은 서준이 강요할 수도, 강요해서도 안되는 일.
쿠에쿠는 서준을 바라봤다.
서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어떤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
오래 전.
세상을 위해 싸워왔던 대격변의 영웅.
허나 영웅들은 끝내 그 뜻을 온전히 이루지 못했다.
쿠에쿠는 서준에게 향했던 시선을 돌려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윽고 시선이 끝에 닿았을 때.
“우리의 싸움은··· 끝이 났다.”
쿠에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라.”
쿠에쿠는 끝에 닿은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곳엔 수많은 시체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다름 아닌 쿠잔 마을의 주민들.
그저 조용히 살기를 바랬던 남아공의 무고한 시민들.
그러나 뒤틀린 존재에게, 남아공의 프로 헌터들에게 학살당해야만 했던.
힘없고 약한 이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희생되었다. 남아공이 붉게 물들었다.”
그들의 죽음에는 분명한 자신들의 책임이 녹아있었다.
정의와 신념.
그 허황된 이야기로 인해 무고한 이들이 죽어갔다.
자신들이 무고한 이들을 희생양으로 내몰았다.
적어도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 우리가 이 칼을 든 이유가 무엇인가!”
쿠에쿠는 소리친다.
“억압받고 핍박받는 사람들. 다름 아닌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을 위해 싸웠다.”
그런데.
“지금 저기 누워있는 이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쿠에쿠는 손가락으로 주민들의 시체 더미를 가리켰다.
바라본 사람들의 시선.
그들의 고개가 하나 둘씩 떨구어진다.
“남아공의 싸움은··· 끝이 났다. 허나 아직!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남아공의 긴 어둠이 끝나고 여명은 밝아왔다.
폭정과 억압은 사라지고 평화는 찾아왔다.
그러나 그 여명에 드리운 어둠은,
평화를 위협하는 위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라! 고개를 들어 똑똑히 마주해라! 우리가 지켜내지 못한 가족들. 우리가 지켜내지 못한 무고한 이들!”
그리고 우리가 죽인 사람들.
그렇기에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되는.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앞으로 우리가 지켜내야할 남아공이다! 남아공을 위협하는 모든 것들과 싸울지니!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떨구어진 사람들의 고개가 천천히 들어올려졌다.
그리고 그 안에 깃든 눈빛에는 짙은 투기가 들어있었다.
쿠에쿠는 고개를 돌려 서준을 바라봤다.
그런 쿠에쿠를 따라 사람들의 시선 또한 서준에게 향했다.
일제히 서준에게 향하는 시선들.
서준은 그 시선들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이 이윽고 쿠에쿠에게 맞닿았을 때 서준은 어떤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쿠에쿠의 얼굴은 세월의 풍파에 파묻혀 주름이 가득하건만.
“우리도 자네와 함께 싸우겠네.”
바라본 쿠에쿠의 눈빛은 이상하리만치 젊어보였다.
#
남 아프리카 공화국의 입법 수도, 케이프타운.
그리고 그 도시 내부에 위치한 케이프타운 국제 공항.
웅성웅성.
그곳에는 때 아닌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다름 아닌 전세계 각국에서 몰려오는 기자들이었다.
그리고 전세계의 기자들이 남아공에 몰려오는 이유.
그건 서준의 기자 회견 때문이었다.
쿠에쿠의 도움을 받아 서준은 전세계를 향해 기자 회견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자 전세계 각국의 방송사와 신문사는 물론이고,
각 정부 부처에 소속된 정보원들까지.
거진 전세계의 관심이 이곳, 남아공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인류 최강의 헌터, 김서준.
그 이름 석자 하나만 실어도 1면은 거뜬히 장식하는 소재였다.
지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
그런 서준이 기자 회견을 한다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져만 갔고 그 여파로 지금 이곳.
케이프타운 국제 공항은 정말이지 발 디딜 곳 하나 없이 미어 터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해서 기자 회견은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행해졌다.
그렇게 기자회견 장에 모인 전세계 각국의 기자들.
“후우···! 엄청나게 몰려들었네.”
올리비아 또한 그런 기자들 중 한 명이었다.
올리비아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로 파고 들었다.
기자 회견 장은 축구장보다 더 넓은 크기의 부지였건만,
모인 사람들은 시야를 가득히 채우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비집고 다녔다.
“그런데 김서준과 드림팀이 언제 남아공에 갔었던 거야?”
“그러게. 아무래도 한국 정부와 남아공 정부에서 철저하게 숨긴 모양인데.”
“남아공에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나갈 때마다 잡담을 나누는 다른 기자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한 마디 한 마디.
짧게 나누는 대화에 불과했지만,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한 마디만 해도 수많은 대화가 이어졌다.
그 때문에 마치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 하는 풍경이 연출되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 결과.
올리비아는 적당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단상도 잘 보이고, 녹음까지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자리.
“좋았어!”
생각보다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터벅.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 기자 회견의 단상 위로 올라왔다.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듯한 분위기의 사내.
다름 아닌 인류 최강의 헌터, 서준이었다.
서준의 모습에 기자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도떼기 시장 같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잠잠해지고 묵직한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이윽고 서준을 필두로 한 서윤, 수연, 하윤, 민율.
그 뒤를 따라 쿠에쿠가 천천히 단상 위로 올라왔다.
집중되는 시선.
기자들은 모두 숨을 죽이며 서준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본인은 쿠에쿠라고 하오. 부족하나마 혁명군을 이끌고 있었지. 이렇게 모여주신 세계 각국의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오.”
어쩐 일인지 서준이 아닌 쿠에쿠가 한 발 나서보였다.
이윽고 쿠에쿠는 여러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그간 남아공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쿠도아포의 폭정.
그로써 고통 받았던 무고한 시민들.
그러나 외면한 국제 사회, 정확히는 매수된 이들.
쿠에쿠는 차분하게 그 모든 이야기들을 풀어내었다.
그런 쿠에쿠의 뒤 쪽으로 펼쳐지는 화면들은, 그간 남아공의 사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썩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람들이 받은 고통은 안타까운 일이긴 했다.
뉴스 토픽으로 충분히 삼을 만한 기사거리긴 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먼 나라로 현장 취재를 올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나 오직 서준 때문에 온 기자들이라면 더더욱.
물론 아예 관심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쿠에쿠가 말하는 내용들은 충분히 놀라운 이야기들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호기심 있게 듣는 기자들이 더 많았으나,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기자들도 더럿 있었다.
그리고.
‘김서준 헌터 관련한 사건이 아니었어?’
올리비아 또한 그런 기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
반복되는 쿠에쿠의 설명에 올리비아는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러시아 연방 보안국 소속의 올리비아.
서준의 기자 회견을 취재하고자 저 먼 러시아에서 날아왔거늘.
이럴 줄 알았으면 굳이 자신이 올 필요가 없었다.
그냥 몇몇 기자들만 파견하며 그뿐이었다.
‘하아··· 괜히 왔나.’
그보다 국장님께는 뭐라 말씀드려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였다.
“······ 앞서 말씀드린 사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김서준 헌터가 이어갈 것이오.”
화들짝!
문득 들려온 ‘김서준’이라는 이름에 올리비아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잘못 들은 게 아닌지,
뒤 쪽에 앉아 있던 서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략적인 내용은 쿠에쿠님께서 설명해주셨으니 저는 관련 질문을 먼저 받고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서준의 말.
“JBC 일보의 레리 기자입니다.”
“ABC 방송국의 코를라타 기자입니다.”
그와 동시에 기자들이 번쩍번쩍, 손을 들기 시작했다.
올리비아는 순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던 사태가··· 대체 뭐였지?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제대로 들어둘걸!
“남아공의···.”
“그 이후의···.”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질 동안 올리비아는 손조차 들 수가 없었다.
앞에 쿠에쿠가 한 말을 전혀 듣지 못했으니까.
올리비아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올리비아의 귓가로 서준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이러한 일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서준은 살짝 몸을 옆으로 비켜서 보였다.
그리고는 손에 든 리모컨을 누르자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뒤 쪽의 화면이 바뀌었다.
바뀐 화면에는 거대한 악마의 형상이 떠올라있었다.
“여러분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한국에서의 악마(惡魔)부터 시작해.”
서준은 다시 리모컨을 조작했다.
또 다시 달칵, 거리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다시 바뀌었고 그곳엔 처참하게 무너져내린 이탈리아의 풍경이 비쳐보였다.
그리고 고층 빌딩의 크기를 압도하는 어마어마한 괴물이 비쳐 보였다.
“이탈리아의 데모고르곤.”
달칵.
“영국에서의 베세르크.”
달칵.
“미국에서의 엘드리치. 이건 다들 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달칵.
“그리고 이번 남아공의 사건.”
서준은 그 말을 끝으로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정면을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이 몬스터들은 대격변 시절에도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몬스터들이었습니다. 좀처럼이 아니라 등장하지 않던 몬스터들이었습니다. 최후의 전투에서 보았던 베세르크를 제외하고 말이죠.”
“그런데 대격변이 종식된 오늘날. 이와 같은 끔찍한 괴물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준은 그 질문과 함께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리고 기자들은 정신이 멍해졌다.
서준이 한 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
척!
누군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다름 아닌 올리비아였다.
길고 긴 회견에서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내용.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러시아 연방 보안국 소속의 올리비아.
올리비아는 일반 기자들에 비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았다.
그렇기에 서준의 질문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뜻하는지 올리비아는 대략 눈치챌 수 있었다.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올리비아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씀은···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몬스터라는 뜻인건가요?”
“그렇습니다.”
웅성웅성.
일순간 회견장이 크게 요동쳤다.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며 올리비아의 표정 또한 딱딱하게 굳어갔다.
엘드리치와 같은 몬스터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서준의 말.
올리비아가 다시 물었다.
“그, 그 말씀은 이 사태를 만든 배후 세력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기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서준에게 향했다.
설마설마 하는 눈빛들.
서준은 그런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웅성웅성
회견장이 또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도떼기 시장을 넘어 거진 싸움판의 현장과도 같아보였다.
그 혼란 속에서 올리비아는 가만히 서준을 바라봤다.
정신이 멍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리비아 또한 서준이 말한 내용을 조사하던 도중이었으니까.
정확히는 러시아 연방 보안국 내에서도 의심을 하던 내용이었다.
그 일환으로 연방 보안국은 자체적인 조사에 나섰었고,
끝내 폐기 처분된 정보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알아낼 수 없었으니까.
정보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어떤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버렸다.
러시아의 힘으로조차 뚫어낼 수 없는 거대한 벽.
마치 커튼 뒤의 사람들을 마주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정보를 조사하던 보안국 요원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갔다.
결국 연방 보안국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극비에 극비로 취급하며 폐기할 수밖에 없는 정보였다.
그런데···.
혹시 서준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일까?
올리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그게 누구죠?”
올리비아의 질문과 동시에 뚝, 정적이 내려앉았다.
소리가 끊어진 듯 내려앉는 정적.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서준을 향했다.
후.
서준은 짧게 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인파로 빼곡한 회견장.
수많은 기자들과 더불어 수많은 방송 카메라들이 서준을 비추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건 기자들의 시선이나,
사실상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자들의 시선이자, 전세계인들의 시선.
서준은 그 시선을 마주하며.
진정한 전쟁의 서막을 열게 될 선전포고를 선언했다.
“진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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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구원의 단체가 사실은 인류 위협의 단체?》』
『《김서준, 진리회를 향한 선전포고!》』
서준의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실시간으로 전세계를 강타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세계는 그야말로 난리가 나버렸다.
난리가 나다 못해 발칵, 뒤집혀버렸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진리회의 신도들이 들고 일어나며 서준을 비난했다.
최강의 헌터라 칭송해주니 잘난 맛에 사는 구나.
네 까짓게 진리회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냐.
네가 지금 활동할 수 있는 것이 누구 덕분인줄은 아느냐.
거진 수 억에 이르는 사람들이 진리회를 두둔했고, 여론은 순식간에 휩쓸렸다.
그렇게 대체로 서준을 매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매도하지는 않더라도 부정적인 입장이 강했다.
이번엔 서준이 심했다느니.
뇌절했다느니, 도를 넘었다느니.
이런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그렇게 서준의 기자 회견은 진리회의 신도들에 의해 묻혀지나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한국의 프로 헌터 협회장 이태범. 한국 프로 헌터는 김서준 헌터와 함께 진리회와 싸울 것.》』
『《한국을 대표하는 영웅들. 김서준 헌터의 말, 틀린 것 없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탈리아의 총리, 사무엘레.
영국의 여왕, 아리아.
미국의 헌터 관리국, 리스베리와 루카스.
그리고 남아공의 쿠에쿠까지.
그들 모두가 국가를 대표하며 서준을 지지했다.
“뭐, 뭐야?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거야?”
“누가 맞는거야 대체?”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사람들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인류 구원의 단체 진리회.
인류 최강의 헌터 김서준.
둘 모두 인류를 구원한 존재들인 것은 변함없거늘.
그 둘이 서로를 물고 뜯고 있으니.
사람들은 누구의 편에 서야할지.
또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또 거짓인지.
그렇게 전세계가 서준과 진리회의 사건으로 혼란에 빠져있을 그때.
『《[긴급속보] – 진리회 공식 입장문 발표.》』
진리회의 공식적인 답변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