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7
267화 – 사도식(2)
사도식의 현장에는 섬뜩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공간 전체를 내리누르는 듯한 무게감.
“사, 살려줘!!”
“커허헉!”
사람들은 계속해서 피를 왈칵, 토하며 쓰러져갔다.
그렇기에 사실 정적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비명 소리 이외에 그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섬뜩한 정적’이라 정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사도식의 현장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그 이외에도 수많은 나라 전체가 섬뜩한 정적에 휩싸였다.
사도식 현장에 포진해 있던 수많은 방송 카메라와 상공을 떠다니는 방송 헬기.
그 카메라가 담은 끔찍한 광경이 전파를 타고 전세계로 여과없이 송출되고 있었다.
거리의 시민들은 저마다 걸음을 멈추고,
도시에 비치된 커다란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뭐,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에이, 전부 연출이지?”
그럼에도 사람들은 쉽사리 그 광경을 믿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보이는 사도식의 참상.
“아, 안···돼!”
“끄아아아아악!!”
이건 그야 말로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학살의 주체는 다름 아닌 진리회.
한 마디로 인류 구원의 단체라 생각했던 진리회가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 어째서···?”
“거, 거짓말이지···? 하하. 거짓말이잖아.”
그렇기에 사람들은 좀처럼 그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혹시 사도식 이전에 하는 깜짝 이벤트인가?
상황 자체가 연출이라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밖에 믿을 수가 없는 상황.
그러나.
“끄아아아악!”
터져나오는 비명과 함께.
푸확!
카메라 앵글에 붉은 선혈이 튀었고,
그로 인해 전광판 전체가 새빨갛게 물들었을때.
“어, 어떻게 이런···!!”
“마, 말도 안돼···!”
그때서야 사람들은 저 상황이 거짓이 아닌 실제임을 자각할 수 있었다.
“······”
“······”
섬뜩한 정적이 전세계에 내려앉았다.
마치 지구 전체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사람들은 입을 쩌억, 벌린 채 멍하니 전광판을 바라볼 뿐이었다.
“대, 대체 왜···.”
이름 모를 누군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고요히 울려퍼진다.
내려앉는 절망.
사람들의 표정에는 경악과 더불어 절망의 감정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한 절망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사도식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프로 헌터들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온 대격변의 영웅들.
무엇보다 드림팀이 저곳에 있었다.
물론 드림팀의 마스터, 서준은 없었다.
그러나 서준이 없다 한들,
드림팀의 저력은 만만히 볼 것이 아니었다.
즉 지구의 모든 전력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지구의 핵심 전력들이 모두 저곳에 있었다.
저들이라면 충분히 진리회의 만행을 막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역시나 화면 너머.
타닥!
누군가 단상 앞으로 뛰쳐나갔다.
#
서윤은 손에 쥔 검을 꽈득, 움켜쥐었다.
사도식 전체를 짓누르는 끔찍한 마력.
섬뜩한 무게감이 전신을 지배했지만,
서윤은 이를 까득, 깨물며 단상 위에 있는 칼리아를 향해 몸을 쏘아보냈다.
그런 서윤의 모습에 칼리아의 시선이 서윤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피식, 지어지는 비릿한 미소.
마치 네 까짓게 뭘 할 수 있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서윤은 몸을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두 사람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져간다.
솔직히.
서윤은 진리회가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보이는 참상은 자폭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이건 자신들이 악의 축이다. 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서준의 기자 회견 이후.
진리회는 그 정체와 진실에 대해 질문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지구 역사상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했던 명성에 도전을 받았고, 이를 무시하기엔 인류 최강의 헌터라는 이름값이 있었다.
그렇기에 진리회는 반드시 답을 해야했지만 사실 진리회는 물고 늘어지면 되었다.
여전히 신도들의 믿음은 강력했고,
그들을 필두로 모른 척 혹은 아닌 척 잡아떼면 그만이었다.
그렇기에 서윤의 솔직한 생각으로는 진리회가 발뺌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면 드림팀은 지리멸렬한 싸움을 또 다시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단체와 개인의 싸움.
어느 쪽이 불리한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드림팀이 세력을 이루었다고는 하나 진리회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니까.
따라서 진리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행동은 발뺌해서 질질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살려줘!!”
“끄아아아아악!!”
진리회는 자신의 악행을 인정하며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본격적인 사도식을 진행하기도 전에 말이다.
이건 사실상 자폭이나 다름 없는 셈이었다.
대체 왜?
이럴 필요까지 있었을까?
설마···.
서준이 없는 이 순간을 노리는 것인가?
이곳에 서준이 없는 것을 보고?
충분히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나 마냥 그렇다고 하기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닌 본격적인 사도식이 진행되기 전에 일을 벌였다는 것이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애초에 진리회는 사도식을 진행할 생각이 없었다는 뜻이었다.
사도식을 거행한다며 준비한 기간이 한달이었다.
지금 터져나오는 마력의 힘을 보면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준비를 해도 빠듯해보일 지경이었다.
즉, 그 한달 동안 진리회는 사도식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준비한 것이었다.
정확히는 지금 보이는 참상을 말이다.
하지만 서준이 어디론가 떠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2주일 전이었다.
그 말은 즉.
진리회는 애초에 서준의 존재 여부를 상정에 두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서준이 있건 말건,
지금 이 참상을 계획했다는 뜻이었다.
한 마디로 진실을 변명하기보다,
정체를 드러내고 사람들을 학살하고자 한 것이다.
대체 왜?
······ 모르겠다.
그는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 알 수 없다.
답을 해줄 그는 이곳에 없으니까.
다만, 지금.
자신이 이 상황을 막아야만 했다.
그가 없는 이곳을 대신해서.
그가 돌아올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
어느덧 가까워진 서윤과 칼리아.
꽈득.
서윤은 칼리아를 향해 검을 크게 휘둘렀다.
카─앙!
작은 소리가 났다.
검과 검이 맞부딪히는 소리였다.
길게 뻗어 나간 서윤의 검격이 칼리아의 검과 부딪혔다.
서윤은 약간의 힘을 주어 내딛은 발을 틀었다.
그와 동시에 맞닿은 검 또한 같이 틀었다.
마치 당연히 그래야한다는 듯이 자연스러운 흐름.
카가가각!
약간의 저항감과 함께 검이 미끄러지며 불똥이 튀었다.
그리도 다시.
쐐애애애액!
미끄러진 검이 한 마리의 독사처럼 칼리아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콰─앙!
“큭!”
가까스로 서윤의 검을 막은 칼리아가 저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내었다.
비릿한 미소를 짓던 칼리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솔직히··· 놀라웠다.
지금 사도식의 현장을 내리누르는 마력의 힘.
이건 지난 한달 동안 진리회의 모든 힘을 동원하여 준비한 것이었다.
물론 아직 발동 단계에 있었지만,
그럼에도 끔찍한 마력의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카──앙!
꽈꽈꽝!
그런데 지금 서윤이 보이는 힘.
이건··· 예상 밖의 힘이었다.
물론 대격변의 영웅을 넘어선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서윤의 수준은 사도들 마저 넘어서고 있었다.
설마하니 이 정도 일줄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성장해 있을 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꽈아아앙!
“커흑!”
칼리아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런 칼리아의 모습에 뒤로 물러나있던 6인의 사도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겸손, 자비, 친절, 인내, 절제, 근면.
진리회의 수뇌부라 불리는 6인의 사도들.
그런 사도들과 함께 어마어마한 수의 진리회의 신도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서윤은 그 모두를 마주하며 터벅, 걸음을 내딛었다.
꽈득, 움켜쥔 검.
그런 서윤의 뒤로 수연, 민율, 하윤.
그리고 현장에 참석한 대격변의 영웅들이 쇄도해갔다.
드림팀과 대격변의 영웅들.
6인의 사도와 엄청난 수의 진리회의 신도들.
두 세력의 힘이 충돌했다.
꽈꽈꽈꽝!!!
커다란 굉음이 천지를 뒤흔들었고,
서로 간의 힘의 대결이 이어졌다.
“막아라! 반드시 막아라!”
“어딜!”
콰아아앙!
콰쾅!
이어지는 치열한 싸움.
그리고 그 싸움에서 끝내 우위를 점한 것은 다름 아닌 드림팀과 대격변의 영웅들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지구의 모든 전력까지는 아니나,
지구의 핵심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모인 이곳.
하지만 지금 보이는 진리회의 전력은 6인의 사도들과 칼리아.
그리고 다른 진리회의 신도들이 전부였다.
물론 6인의 사도들의 수준이 뛰어나고는 하나,
드림팀 또한 대격변의 영웅들을 넘어섰다.
진리회의 신도들이 수가 많다고는 하나,
대격변의 영웅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으니까.
사실상 진리회 쪽에 승산은 없다시피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만행은 진리회의 자폭임과 동시에 실수였다.
터벅, 내딛는 발걸음.
서윤은 칼리아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물었다.
“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이죠?”
칼리아는 가만히 시선을 들어 서윤을 바라봤다.
어딘가 여유까지 있어보이는 모습.
“말씀드렸을텐데요···.”
칼리아는 자세를 바로하며 답을 이어갔다.
“운명을 바로 잡기 위함이라고.”
“운명을 바로 잡고자 사람들을 학살한다고요? 그거 참 지랄맞은 운명이네요.”
마주치는 두 사람의 눈빛.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말씀드렸었죠.”
그런 칼리아의 모습에 서윤은 더 이상의 질문이 무의미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하기사, 정상적으로 대화가 통했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겠지.
어쨌거나 진리회의 만행은 만천하에 드러났고,
이로써 진리회는 인류 구원의 단체가 아님이 밝혀졌다.
그러니 이곳에서 칼리아를 없앤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었다.
아니, 이곳에서 반드시 없애야했다.
서윤은 검을 움켜쥐었고 터벅, 칼리아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그런데··· 대체 무엇 때문일까.
무언가 이상했다.
분명 상황은 거의 제압이 된 상태였다.
팀원들은 사도들과 막상막하로 싸우고 있었지만,
할아버지, 그러니까 검성(劍星)을 비롯한 수많은 대격변의 영웅들이 가세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수많은 진리회의 신도들이 있었지만,
대격변의 영웅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한 마디로 이 계획은 실패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칼리아의 표정에는 그 어떤 좌절감도 보이지 않았다.
되려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어떤 자신감이 칼리아의 얼굴에 깃들어 있었다.
무언가··· 있다.
내가 놓친 것이 뭐가 있지?
퍼뜩.
그 순간 서윤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다름 아닌 전신을 짓누르던 마력의 힘.
이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그건 진리회가 사도식을 명분으로 준비한 무엇이며,
서준의 존재 여부와 관계 없이 준비한 무엇이었다.
그 말은 즉.
서준이 있어도 상관없을 정도의 무언가라는 뜻이었다.
어쩌면 서준을 제압할 정도의 무언가.
일순간 서윤의 머릿속으로 경종이 쉼없이 울려왔다.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서윤은 곧장 땅을 박차며 뛰쳐나갔다.
하지만.
“종말만이 이 세계가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들려오는 칼리아의 목소리와 함께.
우뚝.
서윤의 몸이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서윤뿐만이 아니었다.
멈칫.
섬뜩.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던 팀원들과 대격변의 영웅들.
심지어 사도들과 진리회의 신도들까지 모두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모두 시선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새까맣게 물들어 있는 서울의 상공.
키에에에에엑─!
기나긴 울음 소리가 하늘을 가득 메워오기 시작했다.
그 안에 깃든 어떤 악의가 감각을 짜릿하게 자극했다.
코끝을 찔러오는 지독한 악취.
지옥의 이명처럼 길게 울리는 괴음.
청각을 마비시키는 공포는 삶이 걸려있는 죽음의 사선에 서 있는 듯한 착각마저 일었다.
모든 증오와 악의 그리고 광기가 공간을 잠식하듯 터져나왔다.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광기에 휩싸일 것만 같았다.
근육은 빳빳하게 굳어버리고 날카롭게 선 정신이 몸을 옭아맨다.
한층 짙어진 광기의 향연이 연이어 터져나온다.
새까만 증오가 기지개를 피듯 공간을 잠식해왔다.
의식이 저만치 날아갈 것만 같은 싸늘한 오한.
서울과 경기권 전체를 뒤덮은 초거대형 게이트.
그 칠흑의 하늘 아래로.
끼에에에에엑─!
크워어어어─!
우오! 우오오오오─!
셀 수도 없는 몬스터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